1. 개요
외국에서 고인의 부고소식에 대해 조의를 표할 때 쓰는 말인 Requiescat In Pace를 줄여서 R.I.P.로 쓰듯이 이에 상응하는 한국식 표현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빔)니다의 어절 앞 글자만 따 만든 축약어. 삼고빕 또는 삼고명빕이라고도 하지만 사용 빈도는 훨씬 적다.일단 문법을 따지자면 "삼고빎"이 맞다.(빌다+ㅁ이기때문에) 삼고빔이 되려면 "비다+ㅁ"이 되어야 한다. 또는 '삼고빕'이라고 해야 한다. [1]
R.I.P. 자체의 의미와 어원에 대해서는 해당 문서 참고. R.I.P.와 비교해보면, 둘 다 줄임말이라도 '삼고빔'은 장난스럽고 예의없어 보이는 표현으로 여기는 한국사람이 절대다수이지만 'R.I.P.'는 그런 뉘앙스가 없다. 이유는 사용하는 문자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도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것은 후술.
2. 쓰지 않는 것이 권장되는 이유
설명에 앞서 다른 사람들이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되는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주고 타일러 주는 것도 길어야 고등학생때까지임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그 후에는 가정교육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변에서 모두 말 없이 떠나간다. 온라인공간에서 삐딱하게 굴었던 것처럼 “왜 아무도 설명을 안해주냐”고 사람들을 붙잡고 외쳐봤자 아무도 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삼고빔을 쓰지 않는 것이 권장되는 이유는 쉽게 말하면 다름아닌 나를 위해서이다.한국어와 그 화자들의 정서상, 한국어에서 줄임말은 효율을 위한 줄임이나(주총 등), 친구 등 막역한 사이에서 친밀감과 유대감을 더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신조어나(저메추 등), 귀차니즘의 산물로 받아들여진다. 효율을 위한 것도, 막역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도, 귀찮아서 하는 것도 아니어야 마땅한 조의표현을 축약한 '삼고빔'은 매우 가볍고 장난스러운 표현으로 느껴서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이다. 또한 손윗사람 혹은 예의있게 대하여야 하는 사람에게 존댓말을 할 때에는 굳이 신조어가 아니더라도 줄임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한국어 예절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망자에 대한 말과 행동은 지극히 삼가는 것이 보편적인 예의인데, 한국에서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은 “삼가는” 행동으로 보기 매우 어렵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만일 고인이 나의 부모를 살해한 수준만 아니라면 불구대천의 원수였다고 해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짤막하게 표현하거나 차라리 정말 고인이 싫었다면 아무 반응을 하지 않으면 된다.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보통의 예의인지라 설령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초상이 난 것을 들었다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나 “I’m sorry for your loss.” 등의 짧은 조의표현은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초상이 난 소식을 알고도 무반응을 보인다면 굳이 고인드립을 치는 저열한 행위를 하지 않고도 “저 사람은 고인에게 정말 큰 앙금이 있구나”라고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2]
사회 통념상 고인드립을 해도 괜찮은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람은 이완용 등의 매국노, 유영철, 강호순 등의 연쇄살인마, 권도형, 조희팔 등의 초고액 사기범 등 매우 한정되어 있기도 하다.
조의 표현과 조문은 사실 기본적으로 이미 사망한 망자를 위한다기보다는 고인과 친했던 지인들과 유족들을 위하고 유족들과 조문객 등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을 위한 행동에 가깝다. 인스타 등 SNS에 조의 표현 글을 올리지 않고 직접 조문을 가는 것이 훨씬 예의있고 진중한 행동임에도 셀럽이나 연예인들이 그러한 글을 올리는 것도 사회적 시선을 위한 행동의 예시이다.
동일하게, 삼고빔을 비롯한 고인드립도 사실은 죽은 사람인 고인을 모독한다기보다는 고인과 추억과 감정을 나눈 산 사람인 고인의 지인들과 유족들을 조롱하는 것이고, 그래서 금기시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위 내용도 권장사항이고,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하는 조문인사나 조의 표현에 줄임말을 쓰는 것이 한국 정서에 맞는 행동인지는 본인이 생각해보고 행동할 일이다. “외국인들은 줄임말 쓰고, 내가 줄임말 쓰겠다는데 왜 안됨?”이라는 사춘기 청소년같은 시니컬한 태도로 나오면서 특별한 설명 없이 쓰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반감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거나 온라인상에서 사용한 것을 남에게 들킨다면 순식간에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인간관계가 끊기기에 딱 좋으니 사용여부는 본인이 알아서 하도록 하자.
3. 여담
- 인터넷 초창기 부고 기사의 댓글창을 살펴보면 삼고빔에 기인하여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이라는 드립이 흥행했다. 문제는 고인의 죽음을 두고 조롱하는 의도가 다분한 이 말이 너무 흥행했기 때문에, 해당 표현이 정착되기전에 당시 유행했던 말줄임에 대한 비난이 먼저 터져나왔고, 이 사건 때문에 삼고빔은 아직도 부적절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일조했다는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 한편 이 장난성 드립을 시작으로 '삼가 고인의 띵복/덍복 혹은 명박을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아무튼) 비빔면/액션빔' 등의 고인드립을 쓰는 경우도 간혹 보인다. 전부 합쳐서 일명 삼각 고인돌에 명박이를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아무튼 야무지게 액션빔으로 쓰기도 한다. 물론 장난스러운 표현으로 고인의 죽음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댓글은 엄연한 악성 댓글이므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 R.I.P. vs 삼고빔 문제는 꽤 오랫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문제이다. 2016년도에 올라온 삼고빔에 관한 지식인 질문 아직까지도 논란이 종결되지 않은 이유는 이게 왜 잘못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상기되어 있듯이 대부분의 기본 교양이 있는 사회인들은 삼고빔 등의 표현을 들었을 때 “그런 말은 쓰면 안된다” 정도의 표현만 해도 많이 말한 것이고 굳이 이유를 들며 학창시절의 선생님이나 부모님처럼 교정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 때로는 범죄자 등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죽었을 때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 삼고빔 자체가 반말같은 뉘앙스가 느껴진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삼고빔을 다시 늘려쓰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빔"[3]이기 때문이다. 음슴체를 떠오르게 하기도 하며, 일반적으로 애도할 때 '명복을 빔'이라고 하지는 않으므로[4] 이를 지양하자는 것은 타당한 의견이 된다. 따라서 이런 지적을 피하되 줄임말은 꼭 사용하고 싶다면 차라리 "삼고빕"을 사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5]
- 짧은 표현으로 근조(謹弔)[6]가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신조어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삼고빔이 의도적으로 조롱의 의미로 만들어낸 신조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두문자어 전통이 익숙한 서구와 달리, 한자 문화권에서는 이처럼 한자어를 써서 간결성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아 한동안 말줄임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근조는 장례식장에 걸어놓거나 조위금 봉투에 쓰는 용도로는 많이 사용하되, 명복을 비는 입말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삼고빔 역시 한자 해독이 가능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어 발생한 자연스러운 언어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 삼고빔이 R.I.P과 달리 예의없는 표현 혹은 고인드립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위에도 상술되어 있듯이 애초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이라는 명확하게 조롱의 의도가 있는 드립에서 비롯된 표현이기도 하고, 또한 유럽은 그냥 원래 옛날부터 약자도 엄연히 문법, 표현법의 한 종류로써 자주 쓰여왔는데 한국은 원래 옛날부터 문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터부시 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왕가나 국가에서 발행하는 공식 문서 등에도 약어를 자주 썼다. 중세 왕들의 서명도 약어로 한 게 많다. 그러나 한국은 원래 옛날부터 유럽에 비해 약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공식기관에서 발행하는 문서만 봐도 한국은 기관명을 약어로 쓰는 경우가 드물지만 미국이나 영국은 약어를 잘 박아놓는다.
4. 참고 문서
[1] '-ㄹ다'형 동사의 명사형에는 'ㄻ' 받침을 쓴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잘못 축약된 것으로 보인다. 원문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음절의 받침이 발음하기 쉬운 ㅁ으로 바뀌었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나, '빎'의 표준 발음도 /빔/이라 발음 차이는 없으며, 애초에 오프라인/음성 언어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기에 타당하지 않다.[2] 다만 본인의 사회적 시선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인과 본인의 악연에 대한 선/후행되는 설명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웬만하면 마음에 없는 소리라고 할지라도 그냥 조의표현은 한마디 하는 것이 편하다. 어차피 아는 사람은 알아줄테니.[3] 게다가 원래 기본형이 '빌다'이기 때문에 어미 '-ㅁ'이 붙으면 '빎'이 되어야 한다.[4] '수고하셨습니다'와 '수고하셨음'의 차이와 같다.[5] 비슷한 사례로 하십시오체의 변형이자 서간체로 구한말까지 자주 사용되었던 '~하시압', '~했삽' 등이 있다.[6]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낸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