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2-02 08:35:04

성전(기독교)


1. 개요2. 가톨릭에서 성전을 어떻게 이해하는가?3. 정교회에서의 거룩한 전통4. 기타

1. 개요

거룩한 전통 · 성스러운 전승 · 전통[聖傳], (Holy) Tradition.
가톨릭 사전의 풀이

성전(聖傳)이란 그리스도교, 특히 가톨릭, 정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편교회에서 인정하는 교회 조직을 통해 이어진 전통 · 전승을 말한다. 라틴어로는 Traditio, 그리스어로는 Paradosis이며, 여기에는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의 글로 전해지지 않은 전승 즉 구전 전승(traditio oralis) 역시도 이 '거룩한 전통'에 포함된다.

그리스도교는 계시종교로서 보편교회성경 및 성전을 그 계시의 원천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유독 개신교에서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에 따라 성경만을 계시의 원천으로 인정하고 있다.

보편교회 측에서 성전의 성경적 근거로 드는 구절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전근대 세계 각지의 전통 문화를 보면 희한하게 그 시대 문맹률 때문에 그랬는지 뭣 때문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뭔가 중요한 내용을 문자로 기록해서 정리해 전하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능력을 중시했던 것 같은데, 이는 그리스도교도 마찬가지였다. 초대 교회에서는 본질상 구전으로 선포되는 복음을 글로 기록하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영향력을 행사했고, 사도 파울로스는 아예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성령은 사람을 살립니다."(고린토인들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3:6)라고 코린토스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보내는 편지에 쓰기도 했는데, 초기 교회의 교부들은 문자로 '기록'된 성경의 권위를 인정은 해도 '교사'의 살아 있는 가르침과 사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구두전승의 권위 역시도 강력히 주장했다.

신약성경을 구성하는 4대 공관복음서의 저자들이 사용한 자료는 글을 통해서가 아니라 입말을 통해 전해 내려온 자료, 구전되는 기억이었으며, 코덱스는 메모, 혹은 초고를 기록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초기 교회의 대다수 신자는 복음서를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원재료를 모아 놓은 문헌'이자 어떤 중요한 역사 기록으로는 봐도 그 자체로 완결된 문헌으로 간주하지는 않았고 구약과 같은 경전으로 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예수를 알았던 이들이, 나중에는 이 사람들을 알았던 이들이 매주 예배를 위해 모인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전했고, 이야기를 듣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입장이 이야기에 점차 스며들고, 공동체의 요구와 문제가 이야기에 담겨 살이 붙었으며, 그 살이 붙어서 불어난 이야기가 문자가 되고, 그 문자로 남은 '기록'으로서의 복음서가 초창기의 전승을 오롯이 전하는 것처럼 굳어져 단순한 메모 내지 초고에서 '경전'으로까지 위치가 격상되게 되었다는 것이다.[1] 이러한 사도 및 초창기 설교자들로부터의 구전 전승을 그리스도교에서 성전(聖傳) 또는 거룩한 전승이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스도교도 신약성경의 공관복음서의 형성이 1) 예수의 공생애 2) 사도들과 초창기 설교자들로부터 구전된 전승 3) 복음사가들에 의한 복음서 집필 단계를 거쳤다고 보고 있으며, 복음사가들의 복음서 집필 단계에서 기존의 기록물들과 구전 전승들이 '배열'되고 '가필'되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으며[2] 3세기 초부터 이러한 '거룩한 전승'은 문자화된 기록인 '성서'의 복음 내용과 같은 것으로 "주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예언자들과 사도들의 입을 통해 물려 주신 진리의 계시에 성서 내용과 무관한 것은 없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교회의 '거룩한 전승'이 공격받은 것이 종교개혁 이후 '오직 성경으로'를 외치던 프로테스탄트(신교)가 등장하면서이다.

"오직 성경으로"를 외쳤던 프로테스탄트에 대해 트리덴티노 공의회는 "성서와 성전은 같은 신심과 존경심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pari pietatis affectu ac reverentia)"라고 규정했다.[3] 근년에 와서는 이 트리덴티노 공의회의 결정이 성서와 거룩한 전승이 계시의 두 원천(fontes)이라고 규정한 건 아니라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꽤 생겨났고, 가톨릭 신학들도 모든 계시는 내용적으로는 성서에 실려 있다고 해석하기는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계시에 대한 교리 헌장'을 발표해서 "성서와 성전은 같은 신적인 원천에서 흘러나와 하나가 되고, 같은 목적을 이루고 있다"고 선언한다.[4]

2. 가톨릭에서 성전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접기・펼치기]
>I. 사도전승

75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모든 계시를 자신 안에서 이루신 주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되고 당신께서 성취하시고 친히 전파하신 복음을 모든 진리와 윤리 규범의 원천으로 모든 이에게 선포하도록 사도들에게 명하셨다.”

사도들의 복음 선포

76 복음은 주님의 명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전해졌다.

- 구두로는 “사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해 주었다.”
- 문서로는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이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하였다.”

사도적 계승으로 지속되는 복음 선포

77 “사도들은 교회 안에 복음이 영구히 온전하게 또 생생하게 보존되도록 주교들을 후계자로 세워 ‘자기 교도직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러므로 “영감 받은 책들 안에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사도적 설교는 세상 종말까지 지속적인 계승으로 보전되어야 했다.”

78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생생한 전달은 성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성경과는 구별되는 것으로서, ‘성전’(聖傳)이라고 부른다. 이 성전을 통해서, “교회는 그 교리와 생활과 예배를 통하여 자신의 모든 것과 자신이 믿는 모든 것을 영속시키며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거룩한 교부들은 이 성전이 살아 있음을 증언하고, 믿고 기도하는 교회의 관습과 생활 안으로 이 성전의 풍요로움이 흘러 들어온다고 가르친다.”

79 이처럼 성부께서 성령 안에서 당신의 ‘말씀’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전해 주시는 통교는 교회 안에 현존하며 작용하고 있다. “예전에 말씀하신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의 신부(교회)와 끊임없이 대화하시며, 성령께서는 복음의 생생한 목소리가 교회 안에서 또 교회를 통하여 세상 안에 울려 퍼지도록 하시고, 신자들을 온전한 진리 안으로 이끄시며 그리스도의 말씀이 그들 안에 풍부히 머물도록 하신다.”

II. 성전과 성경의 관계

하나의 공통적 원천

80 “성전과 성경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또 상통한다. 이 둘은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와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은 모두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마태 28,20) 당신 백성과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교회 안에 현존하게 하고, 그 열매를 풍부히 맺게 한다.

두 가지의 다른 전달 양식

81 “성경은 성령의 감도로 기록되었으므로 하느님의 말씀이다. 곧 주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말씀은 성전으로 후계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는데, 후계자들은 진리의 성령에게서 빛을 받아 자신의 설교로 그 말씀을 충실히 보존하고 해설하며 널리 전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82 그러므로 계시의 전달과 해석을 위임받은 교회는 “오로지 성경으로만 모든 계시 진리에 대한 확실성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 둘을 똑같이 경건한 애정과 존경으로써 받아들이고 공경해야 한다.”

사도전승과 교회 전승들

83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는 ‘성전’(聖傳)은 사도들에게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모범에서 그리고 성령을 통하여 배운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도교의 제1세대에게는 아직 기록된 신약 성경이 없었으며, 신약 성경 자체가 살아 있는 ‘성전’의 과정을 증언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역 교회에서 생겨난 신학적, 생활 규범적, 전례적 또는 신심에 관한 ‘전승들’은 사도전승과 구별해야 한다. 이러한 전승들은 독특한 양식들을 이루게 되는데, ‘성전’은 다양한 장소와 시대에 따라 적용된 여러 표현들을 이러한 양식 안에 수용한다. 이 전승들은 교회 교도권의 지도 아래 ‘성전’에 비추어 보존되거나 수정되거나 또는 폐기될 수 있다.

III. 신앙의 유산에 대한 해석

전체 교회에 맡겨진 신앙의 유산

84 성전과 성경에 담긴 “신앙의 유산”(depositum fidei)은 사도들을 통하여 전체 교회에 맡겨졌다. “거룩한 하느님 백성 전체는 이 유산에 충실하면서, 목자들과 일치하여 꾸준히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친교를 맺으며, 빵을 떼는 일과 기도에 항구히 전념한다. 그리하여 전해진 신앙을 고수하고, 실행하며 고백하면서 주교들과 신자들이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교회의 교도권

85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나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로 해석하는 직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교회의 살아 있는 교도권에만 맡겨져 있다.” 곧 로마 주교인 베드로의 후계자와 일치를 이루는 주교들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다.

86 “그렇지만 교도권은 하느님의 말씀 위에 있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종속되어 봉사한다. 이 권한은 전해진 것만을 가르치며, 하느님의 명령과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것을 경건히 듣고 거룩히 보존하고 충실히 해석한다. 그리고 교도권은 하느님에게서 계시되어 믿어야 할 것으로 제시하는 모든 것을 이 유일한 신앙의 유산에서 얻어 낸다.”

87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너희 말을 듣는 이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다.”(루카 10,16) 하고 말씀하셨다. 신자들은 이 말씀을 명심하여 그들의 목자들이 여러 형태로 주는 가르침과 지도를 온순하게 받아들인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75-87항

성전의 의미에 대해서, 위 교리서 항목에도 인용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인 계시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계시는 성령의 작용을 통하여 교회 안에서 전달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7항)해 주었는데 이것이 성전이고, 이러한 성전을 통하여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말씀이 전달된다.

계시헌장은 성경과 성전이 “동일한 신적 원천에서 솟아 나온다”(9항)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계시의 원천이 성경과 성전이라는 말보다는 계시가 성경과 성전 안에 담겨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뿐만 아니라, 성경과 성전은 그 기원을 볼 때 서로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다. 「주님의 말씀」에서는 이 점에 더욱 주목하여, 오히려 성경이 교회의 살아있는 전통(성전) 안에서 형성되었고 그 전통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사도들과 함께 생활하시던 때부터 성전은 생겨나고 있었고 그 전승 안에서 성경이 기록되었으니, 성전은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없고 오히려 성경이 형성된 모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3. 정교회에서의 거룩한 전통

동방 정교회측은 거룩한 전통을 다르게 이해한다. 개신교가 거룩한 전통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성경만을 인정하고, 가톨릭이 거룩한 전통과 성경을 동등한 높이로 이해하여 인정한다면, 정교회는 성경 자체를 거룩한 전통의 일부로 이해한다.[5] 사도들 및 교부들에 의해 기록된 여러 경전들 중 무엇이 바른 성경에 속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교회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령의 전이라고 말하는 성경의 표현은 교회가 많은 제도들 중 하나로, 혹은 하나의 사회 구제 조직으로, 혹은 민족적 형제적 친교 단체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이는 것이다.

4. 기타

가톨릭과 정교회가 분열된지 [age(1054-01-0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인터넷 기술에 힘입은 것인지(...) 오히려 현대에 서로의 전승이 뒤섞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선악과사과라는 전승은 고대~중세 기록을 보면 서방에서 멋대로 나타난 것인데, 현대에는 동방 정교회에서도 선악과를 사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 또한 예수를 유혹한 사탄의 이름이 루시퍼라는 말은 성경의 라틴어 번역 과정에서 나타난 오해다. 그런데 앞의 2가지 사항이 정교회 세계 총대주교가 쓴 정교회 교리 입문서에서도 그렇게 서술되어 있고 실제로 정교회 신부도 그렇게 얘기한다
[1] 윌리엄 슈니더윈드 저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에코리브르, 2006년 및 존 바턴 <성서의 형성-성서는 어떻게 성서가 되었는가>비아, 2021년, 53~4쪽 및 136~7쪽.[2] <신, 구약성경 기초지식> 생활성서사[3] Sess. iv, 8, 1564년 4월 8일[4] Sectio 9[5] 바로 위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 '권위'가 아닌 '기원'에 관해서는 가톨릭의 이해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