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
로버트 E. 하워드의 판타지 모험 소설 시리즈와 그 주인공.
코난 사가와 비슷하지만 코난과는 달리 시대적 배경은 근세기이다. 과묵하고 정의로우며, 검술과 총포술에 뛰어난 청교도 모험가 솔로몬 케인이 정글이나 사막, 황무지 같은 문명을 벗어난 땅에서 사악한 괴물과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장편이 하나 존재하는 코난 사가와 달리 오직 단편과 시로만 구성되어 가장 긴 이야기도(한국어 번역본 기준)1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하워드가 요절하여 마무리짓지 못한 미완성작들도 있다.
2021년까지 출간된 국내 번역본은 3개로 영화 개봉을 계기로 2010년 눈과마음, 크림슨 두 출판사에서 내놓은 번역본과 아라한에서 전자책 번역본이 있는데 크림슨 번역본이 가장 우수하다. 하워드가 집필한 솔로몬 케인 시리즈 전부, 완성작 단편과 시는 물론 미완성작까지 모두 번역했으며 게리 지아니가 그린 미국판 삽화도 판권 계약을 맺어 그대로 수록했다. 번역도 가장 우수하다. 반면 눈과마음 역본은 영화판 포스터를 그대로 삽입한 촌스러운 표지에 삽화가 없고, 단편 하나와 시 세편이 빠졌으며 번역도 크림슨보다 못하다[1]. 아라한 역본은 크림슨 역본에선 빠진 러브크래프트의 서문을 포함시키고 하워드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으나 역자가 정진영이다. 눈과마음, 크림슨 두 역본 모두 10년 이상 시간이 경과하여 절판되었는데 중고매물을 구할수 있다면 크림슨 쪽으로 구하는게 낫다.
주인공인 솔로몬 케인은 영국 출신의 검객으로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함께 사략 해적으로 활동한 전적이 있으며, 대령 계급을 가지고 있다. 정의감이 강해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정글 한 복판까지 악당을 추격해서 죽일 정도의 집념을 가졌다. 독실한 청교도로 엘리자베스 1세의 성공회 중시 정책에 대한 반감과 천성적인 방랑벽 때문에 영국을 떠나 세계를 방랑하고 있다. 작중에서 그의 모험은 주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TRPG 새비지 월드용 룰북에선 아예 전편 다이제스트 설명을 10쪽 내외로 끝내주는 기염을 토했다. 책 한권으로 솔로몬 케인 작품세계내의 거의 모든 요소를 플레이 가능한 것이 매력. 심지어 새비지 월드 규칙도 필요한건 다 들어있어서 코어룰북 같은것도 필요없다.
2. 영화
2009년 영국, 프랑스, 체코 합작으로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쓰레기 영화가 나왔다. 감독은 마이클 J. 버셋.(Michael J. Bassett). 오리지널 스토리인건 둘째치고서라도 캐릭터 해석이 전혀 다른데, 주인공은 쾌활하게 웃으며 적들을 죽이는 잔인한 선장으로 등장한다. 기이한 현상을 보고 악마가 나타났다며 도망가는 부하를 총으로 직접 쏴 죽이며 "여기 악마는 나뿐이다!" 라고 말할 정도의 악당 캐릭터. 그러나 결국 진짜 악마(정확히는 악마의 사자)가 등장하고 악마는 그의 영혼이 신에게조차 버림받은 타락한 영혼이라고 말하며 목을 치려고 하는데, 솔로몬 케인은 가까스로 창문을 부수고 탈출한다. 이후 수도원에 처박힌 그는 언제 다시 악마가 자신의 영혼을 가져갈지에 대해 고심하며 다시는 칼을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결국 험난한 바깥 세상으로 마지못해 쫓겨나오듯 나옴으로써 이야기가 진행된다...
흥행은 4000만 달러로 만들어 전세계에서 1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쫄딱 망했다.
이 영화를 감독한 버셋 감독은 감독료를 받지 않았다. 영화 수익이 나면 거기서 일정한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계약한건데, 바로 영화가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받겠다는 조건에 혹해서 영화를 맡겼다가 말아먹은 영화가 많다. 감독료를 아끼려다 영화를 말아먹는 엄청난 손해를 입는 바보짓. 실력은 없으면서 말빨과 얼굴로 영화사를 후려쳐먹는다고 악명이 높은 인간이다. 영화보다 영화사 간부들한테 보여주는 PPT를 제일 잘 만든다고(...). 결국 영화판 사일런트 힐 2를 마지막으로 극장판 영화계에서는 물러났다. 그나마 이 감독 영화에서 괜찮은 게 데스워치. 그런데 2017년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성이 되더니 다시 슬금슬금 영화판으로 기어들어왔다.(...) 그리고 2021년에 레드 소냐 리메이크 감독을 맡았는데 온갖 잡음 속에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가 결국 다 찍긴 했지만 처참한 퀄리티 때문에 영화관에 걸리기는 커녕 VOD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창고에 처박혔다.
3. 등장인물
- 솔로몬 케인
작품의 주인공. 세계를 방랑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약자를 구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린다. 본인은 자신을 신벌의 집행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삐끗하면 광신자 루트지만 케인이 상대하는 자들은 하나 빠짐없이 구제할 길 없는 악당이나 사악한 초자연적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일은 없다. 정의파지만 열혈 캐릭터는 아니며 지극히 냉정, 침착, 적에게 냉혹한 성격을 보인다. 딱히 나쁜 행동을 하지 않거나 무고한 피해자들에겐 비교적 부드럽게 대한다. 죽어가는 소녀를 품에 안고 달래주는 모습은 갭이 심할 정도.
반면 한번 적으로 정한 악당들에겐 집요하고 무자비하다. 전술된 소녀의 사례에서 케인은 그냥 지나가던 길에 소녀를 발견하고 소녀의 마을이 학살, 강도질당한 것에 "이 일로 죽어야 할 자들이 있군." 한마디를 남긴 후 도적 무리를 기회를 봐서 한 명씩 살해하고 금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찾아온 다수를 함정으로 유인해 폭살시킨 다음 아지트까지 쳐들어간다. 여기서 대장을 놓치지만 몇 개월 혹은 수 년[2] 동안 국가와 대륙을 넘나들며 추적을 이어갔고 결국 아프리카의 깊은 밀림 속까지 추적해 죽여버린다. 이런 집요함에 상대가 대체 넌 어떻게 되먹은 놈이냐, 내가 죽인 여자가 네 가족이나 사랑하는 반려였냐고 묻지만 그렇지 않다는 대답에 황당해할 정도. 케인은 악을 행한 자를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벌을 준다는 행위가 자신에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느낀다. 그야말로 타고난 퍼니셔 계열 히어로이다.
케인은 자신을 지극히 청교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작중 서술에선 일반적인 청교도는 아니라는 식으로 서술된다. 애초에 이런 걸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원래 퍼니셔 계열은 제3자 입장에서 다소 뒤틀리게 보여도 자신의 신념 하나만 믿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 인물들이기 때문. 한편으론 위험에서 스릴과 흥분을 느끼는 모험가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지선다에서 일부러 위험한 길을 가기도.
무기는 권총과 단검을 기본 장비로 쓰지만 장검도 잘 사용한다. 싸울 땐 지극히 냉정 침착한 페이스를 유지한 상태로 검을 주고 받으며 몇 군데 상처를 입더라도 절대로 동요하지 않는다. 검술이 케인만큼 만만치 않은 상대가 얼음 같은 케인과는 반대로 그야말로 불꽃 같은 기세로 맹공을 퍼부으며 먼저 상처를 입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신은 점점 체력이 떨어져서 어깨를 들썩이는데 케인은 그때도 싸움 초반처럼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않아서 초조한 기분을 느끼는 장면도 있다. 전투가 끝난 후 묘사를 보면 데미지가 확실히 있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 같다.
외형은 호리호리한 장신에 차가운 인상을 주는 이목구비인 듯. 곧고 얇은 콧날 등 전반적으로 쿨간지 히어로 같은 묘사다. 근데 난처한 상황에서 자신은 정의의 편이니까 방법이 있을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걸 보면 뭔가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