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que Dame (프랑스어)
Queen Of Spades (영어)
1. 러시아 단편 소설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단편소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카드 놀이[2][3]가 소재로 등장한다. 헤르만[4]이라는 독일계 러시아인 장교가 어느 늙은 백작부인이 카드 놀이에서 반드시 이기는 비기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비기를 알아내기 위해 그 백작부인의 피후견인 리자[5]를 유혹한다. 헤르만은 결국 백작부인에 접근하는데 성공하나 그 과정에서[6] 노부인은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아 죽고 만다. 죄책감 때문인지 헤르만은 그녀의 장례식에서 백작부인이 자신에게 눈짓을 하는 환각을 보고는 두려워한다. 그날 밤 꿈에서 헤르만은 백작부인의 유령과 만나 승리하기 위한 카드의 순서를 전해 받는다. 헤르만은 도박장으로 달려가 전 재산을 걸면서 그 방법을 직접 실행해서 처음 두 번의 도박에 성공하지만, 마지막 도박에서 스페이드 에이스에 걸어야 했는데 그만 착각하여 스페이드 퀸[7]이 나오는 바람에[8] 여태 딴 돈을 다 잃고 미쳐 버려서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3,7,1!...3,7,여왕!이라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언뜻 보면 백작부인의 원혼이 헤르만에게 복수를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헤르만 자신이 꾸며낸 허상이나 다름없다. 헤르만의 꿈에 나온 백작부인의 유령은 비기를 알려주면서[9] 리자를 잘 돌봐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백작부인의 손자이자 헤르만에게 비기 이야기를 전해준 톰스키에 따르면 그 비기는 '하루에 세 판을 연달아 이기는 방식'이었는데 꿈 속의 유령이 가르쳐 준 것은 '사흘씩 한 판을 이기는 방식'으로 약간 차이가 있다. 게다가 생전에 리자를 하녀만도 못하게 대했던 백작부인이 갑자기 그녀를 부탁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카드에 대한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헤르만의 집착과 자신 때문에 희생된 리자와 백작부인에 대한 죄책감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
작품 마지막을 보면 헤르만 백작의 친구인 톰스키가 공작가의 딸인 폴린과 결혼하고[10] 리자도 좋은 집에 시집을 가더니 양녀를 들이는 등, 작품 초반에 나왔던 상황이 반복되면서 끝난다. 이를 비극적인 이야기의 반복을 암시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푸시킨의 '일발'과 함께 프랑스 낭만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품 중 하나다. 훗날 러시아 상징주의 작가 표도르 솔로구프의 "허접한 악마" 에서도 자주 언급될 정도로 푸시킨의 산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품. 러시아 낭만주의의 문을 연 푸시킨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에, 단편문학 수업을 듣는다면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이나 고골의 '초상화' 등과 함께 초반에 읽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 같은 낭만주의 소설인 가녀린 리자는 작가가 재미가 없었는지 여기에서 대차게 깐다.
러시아 문학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독일인에 대한 이미지를 살펴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대개 러시아 문학에서 독일인은 품위, 격식이 떨어지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이방인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11]
나오는 도박이 정말 파로라면, 그가 마지막 판인 '라스트 콜'(Last call)에서 한번에 마지막의 세 카드가 나오는 순서를 정확히 맞추는 데에 올인했을 수도 있다. 만약 정말 맞췄더라면 돈을 4배로 돌려받을 수 있는 상당한 올인을 한 셈.
그런데 스페이드 에이스와 스페이드 퀸을 혼동하는 것이 현대의 독자에게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당시 러시아에서 쓰이던 카드에는 따로 숫자 및 문자가 있는 인덱스가 모서리 근처에 없었고 그림만 새겨져 있어서 스페이드 7을 내려면 앞면에 스페이드가 7개 있는지 하나하나 세어 봐야 했다. 그래서 헤르만은 패를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아예 3, 7, 1에 해당하는 카드에 그려진 그림의 대략적인 형체를 다른 것에 빗대어 통째로 외우고자 했다. 작중 헤르만이 3은 꽃이니, 7은 문이니 하면서 중얼거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이때 헤르만은 에이스를 '거미' 또는 '마름모'로 외웠는데, 문제는 이 모양이 스페이드 퀸의 형체와 더 닮았었다. 세 번째 도박에서 헤르만은 자신이 외우고 있던 모양에 더 가까운 퀸에 걸어버린 것. 어쩌면 빨리빨리 정신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일설에는 러시아에서 여왕에 해당하는 포지션은 귀부인을 뜻하는 Да́ма의 머릿글자가 에이스를 뜻하는 A와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애초에 당시의 카드에는 숫자나 문자가 있는 인덱스가 없었으니 해당사항이 없다. 물론 현대에 와서 주인공이 독일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렇게 각색할 수 는 있겠지만...
참고로 러시아산 플레잉 카드는 위처럼 독자적으로 나오다가 인덱스를 적게나마 표기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현대와 같은 표준 디자인을 따르게 된다. 한편 독자적으로 KQJ는 KДB 로 표기하고, 에이스는 T로 표시되면서 KДB와 마찬가지로 상하대칭 디자인의 그림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게르만 백작의 실수도 여기서 비롯 된 것. 참고로 В는 프랑스에서 잭을 부르는 명칭인 valet에서 유래했다.
2.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1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한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3막 오페라. 차이콥스키의 만년의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리브레토[12]는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동생인 모데스트 차이콥스키가 작성했다.리자역의 미렐라 프레니와 헤르만 장교로 분한 블라디미르 알틀란토프
옐레츠키로 분한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
헤르만으로 분한 플라시도 도밍고 (1999년 빈 국립 가극장 공연)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 때문인지 자주 상연되지 않는다. 2000년 세종문화회관, 2007년 고양아람누리에서 상연된 바가 있다. 물론 러시아어 장벽이 있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지라 아주 자주 올라오는 오페라라고는 할 수 없지만, 2막 초 옐레츠키 공이 헤르만 때문에 흔들리는 리자의 마음을 잡아보고자 안타깝게 부르는 '나는 그대를 사랑하오 (Я вас люблю)' 라는 아리아가 특히 유명하다. 옐레츠키는 바리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지만 맑은 목소리로 최대한 청아하고 안타깝게 불러야 하고,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리자는 혼란스럽고 망설이는 내면의 연기를 잘해야 한다.
내용은 푸쉬킨의 소설과 거의 동일하나 약간의 수정사항이 있다. 푸쉬킨에서는 백작부인이 하던 도박의 이름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오페라 리브레토에서는 확실히 파로라는 도박으로 나온다. 푸쉬킨에서도 도박의 이름은 안나오지만 3장의 카드를 깔아놓고 카드를 맞추는 내용의 도박인지라 사실 거의 확실하다.
푸쉬킨의 소설에서는 헤르만이 미쳐 정신병원으로 가는 엔딩이지만, 오페라에서는 리자와 헤르만 모두 자살하는 것으로 내용이 수정되었다.
2.1. 등장인물 소개
- 헤르만 장교[13]
- 백작부인
- 리자: 백작 부인의 손녀딸. 옐렙츠키 대공의 약혼녀. (소프라노)
- 옐렙츠키 대공: 리자의 약혼자 (바리톤)
- 톰스키 백작: 게르만 장교의 친구 1 (바리톤)
- 체카린스키: 게르만 장교의 친구 2 (테너)
- 폴린: 리자의 절친한 친구 (콘트랄토)[14]
- 나루모프
- 마샤: 리자의 하녀 (소프라노)
[1]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면 피코바야 다마이고, 실제 발음은 삐꺼바야 다마에 가깝다.[2] 정확히는 파로(Faro)나 바셋(Basset)와 유사한 '파롤리(фароли)'라는 카드게임. 무슨 카드가 나오는지에 걸어서 이기는 방식이다.[3] 다만 어느 게임인지는 불분명하다. 파로의 베팅판은 각각의 에이스부터 킹까지 스페이드 카드가 깔려져 있기에 가장 유력하다. 한편 바셋은 한번 딴 돈을 거는 것을 가리키는 게임 용어 'paroli'가 있다.[4] 번역에 따라 게르만이라고도 번역한다. 이유는 후술.[5] 말이 그렇고 사실상 하녀만도 못한 신세이다.[6] 총을 겨누었다. 돈독이 제대로 오른 해르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치.[7] '스페이드의 여왕'이라는 제목은 여기서 나왔다.[8] 이 때 스페이드 퀸이 자신에게 윙크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착각하고, 그 모습을 백작부인과 동일시하면서 완전히 멘붕해 버린다.[9] 3, 7 그리고 1(에이스)에 차례로 거는 것.[10] 백작부인이 이런 식으로 결혼했다.[11] 이 설정은 오페라에서도 그대로 가져오는데, 헤르만의 성격을 무뚝뚝하고 차갑고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친구들끼리 뒤에서 까는 장면이 나온다.[12] 리브레토 : 오페라 대본을 부르는 말.[13] 대본의 번역에 따라 '게르만(German)' 또는 '헤르만 (Herman)'등의 표기가 나오나 같은 이름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이다. Герман이라고 나와있으나 이는 게르만이 독일계라는 점을 감안하여 독일식 발음을 적은 것으로 추정되며 독일어나 영어의 'H'에 해당하는 발음을 'Г(게)'로 적지만 읽는 것온 영어의 H로 읽기 때문에 헤르만으로 표기하는 것이 좀 더 옳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Г'는 상당히 여러 방식으로 읽을수 있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을 지닌 독일의 문학가 헤르만 헤세도 러시아어로는 'Герман Гессе(게르만 게세)'라고 적는다.[14] 보통 메조 소프라노가 맡는다. 콘트랄토가 많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