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향도의 낭도로 초반에는 여느 낭도와 마찬가지로 덕만을 놀리고 괴롭히는 역할로 등장. 용화향도 낭도들 중에서 덕만을 괴롭히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특히 시열은 대풍, 곡사흔보다도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성비재를 준비할 때 김유신은 그에게 체력이 약하나 집중력이 좋으니 적을 초반에 압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그런 집중력 드립이 무섭게 실전에서는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민폐 갑으로 둔갑했다. 첫 전투 때 자기를 향해 기어오는 뱀이 무서워서 소리치며 질겁하는 바람에 포복을 하던 신라군의 움직임이 걸려서 사상자가 여럿 발생했다. 물론 전투 자체는 이겼지만, 알천의 말대로 시열의 병크가 아니었으면 피해가 더 적을 수 있었기에 일말의 변명도 할 수 없는 병크다. 이에 알천에 의해 처형되려는 찰나 갑자기 등장한 김서현에 의해 정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김서현은 그에게 명예롭게 전사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했지만 명예롭게 죽기는커녕 계속해서 짐덩이 민폐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의 혈압 지수를 올리는데 제대로 공헌했다. 심지어 한때 민폐 오브 민폐라고 여겼던 덕만이 그를 열심히 챙겼고 최소한 덕만은 전장에서 누구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에 비해 이 작자는 대체 제대로 한 게 없다.[1] 거기다 부상까지 당하며 모든 용화향도 낭도들이 알천의 눈치를 보게 만들기도 했고. 심지어 그 촐싹거리는 죽방이 정신 좀 바짝 차리라고 일갈했을 정도.[2]
이후 유신이 척후를 살피라고 하자 덕만과 함께 척후를 살피던 중 덕만에게 제대로 직격타를 얻어맞고[3]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여차저차해서 거의 끝까지 살아남는 듯했으나, 유신의 계책으로 백제군에게 반격하는 와중에 얼떨결에 위기에 처했던 덕만을 구하게 된다. 그것으로 각성하여 용감하게 활 시위를 당겨 백제 장수를 저격하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본인도 백제 장수의 칼에 맞아 치명상을 입는다.
이후 덕만의 품에 안겨 자신의 마지막 심정을 전하며 숨을 거두고, 용화향도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 중에 유일하게 전사하고 만다. 시열이 전사하는 것을 본 덕만은 이후로 각성하여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으로 바뀌어 지옥같은 전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4] 시열의 전사 후 덕만이 유신에게 이제 사람을 죽여도, 그리고 자기 옆에서 죽어나가도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보면······
작중 시열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전쟁에 임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혼란을 제대로 보여주는 역할이다. 첫 아막성 전투에서 모든 용화향도의 낭도들이 피하거나 숨기에 급급했는데 시열은 여기에 더해 오줌까지 지렸으며, 다른 동료들이 나름 첫 전투치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반해 겁에 질리고 전쟁을 무서워하는 일반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솔직하게 무서워서 그랬다고 털어놓기도 하고 집에 있는 어머니가 생각나서 꼭 살아서 돌아가고 싶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도 전쟁을 무서워했던 일반 병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에 언급이 전혀 없다가 미실의 계략에 의해 고문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된 용화향도들에 의해 한번 언급된다. 양길이 공주가 자기들을 구하러 올까 의문을 품자, 고도가 "시열이 같은 놈도 구하겠다고 전장에 뛰어든 공주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함으로써 모든 용화향도 낭도가 버틸 수 있는 정신적 힘을 주었다.
[1] 실제로 한번은 죽기 직전에 덕만에게 목숨을 구제받기도 했다.[2] 물론 그 후에 죽방 아니랄까봐 고도를 데리고 바로 전장에서 튀었다.[3] 말로 한번, 실제 주먹으로 한번.[4] 시열의 전사까지도 덕만은 친구 하나하나를 살피며, 자신과 함께한 동료들이 죽을 때마다 감정적으로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열의 죽음으로 병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직시하게 되고 조금 더 냉정하게 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