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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7-08 20:35:30

아르키메데스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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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Archimedes-Mirror_by_Giulio_Parigi.jpg
거울로 로마군의 배를 공격하는 아르키메데스를 그린 16세기 삽화.

1. 개요2. 역사
2.1. 논쟁과 검증
3.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실험
3.1. 집광의 어려움3.2. 발화 능력의 한계
4. 창작물에서의 묘사5.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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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아르키메데스의 불타는 무기(Ἀρχιμήδους καύσων, Archimedous kauson) 또는 아르키메데스의 열선(Archimedes' heat ray)이란 제2차 포에니 전쟁 (기원전 218 ~ 201) 당시 시라쿠사 공방전에서 그리스의 천재적인 발명가인 아르키메데스가 로마 함선을 화공으로 공격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거울과 그에 관한 전설적인 일화를 말한다.

2. 역사

아르키메데스의 화공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고대 로마』의 작가인 사모사타의 루키아노스 (125년 ~ ?)가 자신의 저작『히피아스』에서 "아르키메데스가 교묘한 수단으로 로마 선박에 불을 붙였다."고 기록한 것이다. 이후 동로마수학자 트랄레스의 안테미오스 (474년 ~ ?)공방전 당시 채화경(burning-glass)이 사용되었다고 언급하였으며, 그 밖에도 시리우스 이탈리쿠스 등이 거울을 이용한 화공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후의 몇 가지 문헌과 전승에 따르면,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 해안에 여러 개의 거대한 청동 거울을 설치했고, 이를 적절한 각도로 기울여 가면서 햇빛을 반사시키고 그 빛을 한 점에 집중해서 적의 전함들을 태워버린 병기로 묘사된다.

2.1. 논쟁과 검증

아르키메데스의 거울 이야기는 고대로부터 서양 공학자들의 유구한 논쟁거리였다. 갈레노스는 자신의 유명한 저작인『기질론』에서 아르키메데스가 퓨리온이라는 물질을 사용해 로마의 트리레미스를 불태웠다고 기술하였으나, 문제는 이 퓨리온이라는게 어떤 물건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중세에는 연금술의 영향으로 실제로 있었다는 설이 우세했는데, 근대에 들어 데카르트가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1747년, 뷰퐁은 가로, 세로 6푸스 x 8푸스(16cm x 21.5cm) 크기의 주석도금판 169매를 사용한 실험에서 30분 안에 50m 거리의 나무 판자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했으나, 현대에 들어 영국의 광학자 D.L. 심즈는 이것이 제대로 된 실험이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심즈에 따르면 나무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 1㎤ 당 0.7㎈가 필요한데, 뷰퐁의 실험에서는 이론상 0.43㎈밖에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3년, 그리스의 공학자 요아니스 사카스(Ioannis Sakkas)는 당대 그리스 보병들이 들고 다니던 표준 크기의 가로세로 70cm, 170cm의 청동 거울 70개로 50m 떨어진 목재를 단 2초 만에 불태우면서 화공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당시의 기록에서 거울을 직접 언급한 사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논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루키아노스나 안테미오스의 기록은 아르키메데스 사후 최소 300년 이상 후대의 인물들이고, 정작 당대의 인물인 폴리비오스, 티투스 리비우스, 플루타르코스 등의 저작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거울이나 화공에 대한 언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리스의 불처럼 절대적인 사료의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전설적인 일화의 해답은 영원히 가설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3.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실험

한국호기심 천국디스커버리 채널Mythbusters에서 이 내용을 가지고 실험을 한적이 있다.
Mythbusters 팀은 아예 역사학적으로도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이 후대의 도시전설이라고 쐐기를 박아버렸는데, 아르키메데스와 시라쿠사 상륙전을 다루는 고대 문헌들을 죄다 조사했더니, 아르키메데스가 거울 무기를 사용했다는 저술은 서기 2세기 경에나 등장하고, 그 이전에 쓰여진 역사적 문헌들에는 아르키메데스가 거울 무기를 사용했다는 언급이 전혀 없어서, 이들은 "후대의 도시전설에서 나온 창작이 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Mythbusters 팀은 여담 삼아 남겨진 문헌들을 토대로 아르키메데스가 실제로 설계했을 법한 무기들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발리스타식의 병기[2]를 만들어서 불화살을 쏴 날렸는데, 실험팀이 이 발리스타로 불화살을 쐈을 때는 단번에 그 배에 불이 붙었다.

다만, 눈이 멀어서 실수로 옷 등에 불이 붙었거나 기타등등의 여러 가능성이 있으므로, 불을 붙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런 실험에서는 편의로 만든 배 모형을 안전하게 띄웠지만 목선시대의 수많은 기록을 살펴보면 온갖 사소한 이유로 화재가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당시 목선은 뜨거운 햇살에 바짝 목재가 말라있었으며 방수재, 밧줄같은 온갖 불쏘시개에 역청이나 타르 같은 방수페인트까지 발라져있어 자그마한 불똥으로도 화재로 번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눈이 멀고 실수해서 불이 붙고 빛 때문에 진화 작업에 실패한 경우, (간접적으로) 거울이 배를 태웠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3.1. 집광의 어려움

설령 가능했다 해도 실전에서 써먹기도 난감했을 것이, 한 곳에 집중해야 제대로 효과를 보는데, 한두명도 아닌 여러명이, 여러척중에 한척에 일심단결해서 조준한다는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3차 실험을 한 Mythbusters는 이 점에서 큰 난항을 겪었고 마침내는 거울의 빛이 불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했다며 원래 아르키메데스의 목표는 그게 아니었나 하는 결론을 내며 실험을 마쳤다.

물론 정박해 있는 적 함선을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기습하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적 함선이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격침은 고사하고 조준부터 불가능하다.

호기심천국의 실험에서는 수십명이 동시에 표적에 거울을 대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 거울의 빛이 어느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하곤, 거울에 순번을 매겨 1번이 표적에 빛을 맞추면 2번이, 그 뒤에 3번이… 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물론 시간은 드럽게 오래걸리지만 성공.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표적은 움직이므로 움직일때마다 이 짓을 해야하니 현실성은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멀리 있는 곳에 비추는 빛은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엄청나게 먼 곳으로 가버린다. 고정된 물체를 조준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움직이는 물체에 계속 조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우선 호기심 천국이나 Mythbusters 모두 '한 척의 정지되어 있는 배'를 상대로 실험했다. 실제로 Mythbusters 팀은 수많은 청동 거울을 모아 약간의 그을음과 연기를 낸 후에, "한 척의 배를 상대로도 이만큼이나 비효율적이고 오래 걸리는데, 수많은 배를 상대로는 불을 붙이는 게 가능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또 중요한 것은 로마 함대는 시라쿠사 근처 바다에 배를 정지시켜놓고 야유회를 나온 게 아니라, 시라쿠사에 상륙하고 점령하기 위해 기동 중이었다는 것이다. 즉 수십, 수백 척의 함선들은 지속적으로 이동했을 것이며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지속적으로 움직여서 표적을 겨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다. 단 한 척의 정지된 배에 초점을 맞추기도 어려웠는데, 수십 척의 움직이는 배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는게 가능했을까?

여담으로, 위의 실험에서는 쓰지 않았지만, 명중률은 약간의 장치를 덧붙이는 걸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총의 가늠쇠 같은 것을 각 거울에서 약간 떨어진 앞에 각각 1대 1로 배치하는 것. 가늠쇠는 빛을 받는지 알기 쉽게 약간 큰 쪽이 좋으며 Y자 모양의 간단한 것도 된다. 거울에서 반사된 빛으로 가늠쇠의 가운데를 맞추면, 빛은 가늠쇠의 중앙을 거쳐 가늠쇠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쭉 뻗어나갈 것이다. 이 방법을 쓰면 명중률이 대폭 늘어나며, 타 거울의 빛인지 구분할 필요도 없다. 물론 원거리일수록, 가늠쇠가 거울에 가까울수록 오차는 커진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뷰퐁은 하나의 장치로 전체 거울을 조작할 수 있는 집광경을 만들어서 써먹었다. 문제는 그 장치가 조악하여 전체 거울을 일점 집중시키기 위해서 30분 가량이 필요했다는 거지만...

3.2. 발화 능력의 한계

위의 분석에서는 배의 선체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가정했다는 약점이 있다. 배를 태웠다고 해도 돛이라거나 기타 배에서 더 불이 붙기 쉬운 물질로 된 부분을 노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ythbusters에서도 돛을 노려봤으나 돛은 흰색이라 빛을 반사하고, 계속 움직이므로 초점을 맞출 수가 없어서 불을 붙이는게 불가능했다. 눈을 멀게 했을지 모르지만 불을 내기는 힘들다.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무기의 원동력이 태양빛에서 나오므로, 그 태양빛이 약하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Mythbusters 팀은 맑은 날씨를 골라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햇빛이 가장 강한 시기였던 오후 2 ~ 3시가 지나가자 "햇빛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해서 더 이상 실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실험을 중단하였다. 게다가 날씨가 흐려졌다던가, 아예 멀찍이 대기하다가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상륙한다던가, 아예 밤에 상륙한다던가 해버리면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은 고철덩이가 될 수밖에 없다. 병기로서도 지극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4. 창작물에서의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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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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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지만 청동 거울을 쓴 쪽도 어느정도 그을리거나 하는 데는 성공했다.[2] 활시위가 돼지 창자였다...[3] 기생수, 히스토리에로 유명한 이와아키 히토시 작.[4] 이 만화의 멀린은 마법사보단 학자나 참모에 더 가까운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