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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07 07:43:07

암호병

1. 개요2. 암호실3. 암호관4. 암호차량

1. 개요

암호병은 통신병의 일종으로, 국군의 암호체계와 암호장비를 다루는 통신병이다. 암호병의 자세한 업무 내용은 군사기밀에 해당하여 발설할 수 없다. 2급 기밀에 해당하는 국군의 암호체계를 다루므로, 비밀취급인가와 암호취급인가를 획득한다.

육군 암호병의 경우, 일반적인 특기병과 달리 지원을 받지 않으며 알려지지 않은 특정 조건[1]을 만족한 징병인원 중에서 차출하는 방식으로 선정하고,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통해 다시 한 번 선발하여 걸러낸 다음 자대로 배치한다.

공군의 경우 전산 특기로 입대하면 30110 보안체계관리 특기 지원자를 추려내고(차출이 아니기에 암호병 조건에 맞아도 본인이 지원 안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자동으로 30010 정보체계관리 특기를 받는다.

업무가 업무인지라 보통 생활관에서 보기 힘들고, 일반적인 통신병처럼 작업이나 행사를 나가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생활관 내에서는 존재감이 희미하다.

일반적으로 암호병의 근무는 지휘통제실 내부의 밀폐된 사무실인 암호실에서 이뤄지고,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인 노동에 해당하기 때문에 삽질하며 선을 까는 일이 잦은 같은 통신병 병사들 사이에서는 "뭐하는지는 물어봐도 안 알려줘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꿀 빠는 보직"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암호병들 사이에서도 육체적으로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라는 점은 알기에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정신노동을 담당하는 병사들이 으레 그렇듯 업무강도가 절대적으로 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암호관리병으로서 암호병은 암호문서를 작성, 해독하고 관리하며 암호장비를 관리한다. 육군 규정에서는 암호요원(암호관리관과 암호병을 포함한)의 경계근무를 금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경계근무를 서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암호자재나 암호장비는 사진으로 찍어서 인트라넷에 올리는 것조차도 보안위반이다. 특히 암호장비는 암호장비라는 표시를 하는 것도 보안위반이기에 부대 활동사진 따위에 미처 모자이크를 안 하고 실수로 찍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구두 경고가 내려진다.[2] 실질적 주 업무 2가지 중 하나인 암호장비 입출고는 서류나 전산 업무는 암호실 밖에서도 가능하지만, 암호장비를 분해하는 것은 규정상 군단급 이상 암호실 혹은 암호장비 정비실에서 해야한다. 사단급 이하 암호실에서 가능한 정비는 분해가 아닌, 소프트웨어나 기능적인 자체 정비/점검. 나머지 하나인 ATCIS 암호모듈 잠긴 거 풀어주는 것도 따로 장비가 필요한데, 일부 사단급 암호실엔 이 장비가 없어 상급부대로 입고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이역시 당연히 암호실 밖에서는 못한다. 사단급 이상 암호병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그 장비를 암호실 밖에서 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굳이 암호실에서 해야 하나 싶은 업무들까지 죄다 암호실 내부에서 처리하는 건 다 보안 문제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영창 안 가고 무사히 전역해야 되니까. 영창으로 끝나면 다행이지 암호 관련 보안위반은 군사기밀 보호법과 반역으로 다스려질 수도 있다.

보안감사 시즌의 암호실은 무조건 바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평소에 열심히 했더라도 절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암호장비를 일선 부대/처부에서 보안사고 나지 않게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암호실 밖에 배부되어 있는 암호장비는 1차적으로는 배부받은 부대/처부가 똑바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는 그들의 주 업무가 있는 만큼 아무래도 암호실에서 암호실 것으로 되어있는 장비들을 관리하는 마냥 빡세게 관리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자잘한, 그러나 보안감사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을 만한(= 보안사고로 간주될 여지가 있는) 문제들이 발생한다.[3]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 부대나 처부에서 보안감사 시즌을 맞이했을 때 가장 먼저 암호실과 암호병을 찾는다. 그런데 암호실은 하나이고, 암호장비를 배부받은 예하 제대와 참모부 처부는 여럿이다.

게다가 평소에 아무리 잘 하고 있어도, 신규 암호장비가 정식으로 배치되거나, 구형 암호장비를 퇴역시키는 빅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얄짤없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신규 암호장비들이 개발되고 일선에 배치되고 있기 때문에 군생활 중 절대 없을 사건도 아니다.

직책상 전문 숙달이 암호병의 주요 업무이나,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은 암호장비 관련 업무다. 따라서 암호장비가 많은 상위 부대일수록 힘들다. 사단급은 보통 암호장비가 아무리 많아도 천몇백 개지만, 군단급의 경우 기본이 수천 개이다. 군사령부는 당연히 더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규정상 사단급 암호실에선 암호 장비의 분해 및 수리가 불가능하다. 짬때리기가 아닌 보안규정이 그러하다. 그러니 군단이나 군사령부가 사단보다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속부대의 간부들도 그다지 좋은 눈으로는 보지 않는다. 암호실도 다른 대부분의 참모부와 마찬가지로 업무는 의외로 많고 편제인원은 의외로 적다. 따라서 암호관 입장에서 중대 잡일에 자기 부하들을 굳이 빼가려 드는 것을 좋아할 리 없고, 중대 간부들 입장에서는 안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애들은 안 보내주니까 짜증날 것이다. 그런데 기본 준위인 암호관들이 짬으로 밀리지는 않으니까 딱히 뭐라고 할 수 없고, 결국 만만한 병사들을 갈구는 것. 반면 (사단급 기준으로) 사령부 간부들[4]이나, 다른 직할대의 암호장비 담당 간부들과는 우호적이다[5][6]. 가장 경계하는 대상은 당연히 자신들을 제외한 암호실 출입 인가권자들.

상급부대의 경우 암호장비 관련 문의사항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당히 피곤해진다. 주 업무 2가지 중 하나로 ATCIS 암호 모듈 잠긴 것을 풀어주는 업무가 많다. 해당 암호장비의 비밀번호를 정확히 숙지하지 않고 당직근무를 하다가 조작 실수를 하여 암호장비가 잠기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주말에 더 많이 잠기는 편이다. 절차대로라면 해당 ATCIS 망을 간부가 조작해야 하지만, 실제로 사단급 지통실 상황병은 해당 참모부 병사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병사에게 조작을 시키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유서는 간부가 쓴다.[7]

사단급은 사단 통신대대 기준 통상 2~4명 정도가 편제되고 군단급으로 가면 6명이 편제된다. 사람이 많을 시에는 열외가 눈에 띄기 때문에 짬으로 끊어서 2~3명 정도만 열외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암호병끼리는 서로 잘 노는 것 같으면서도 뒤에서는 서로 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암호병의 최하급 편제는 연대 통신중대 (직할부대급)다. 중대이므로 인원이 항상 부족하다. 또한 사단 미만급 부대는 전시상황을 제외하곤 암호실을 운용하지 않기 때문에, 직할중대급 암호병은 사실상 잉여병력. 게다가 지역방위사단 예하 여단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사단급 미만 부대의 암호병은 결국 지휘통제실 무전대기 근무를 선다거나, 팩스병을 병행하기도 하고 탄약고 근무도 선다. 연대통신중대의 TO가 암호병1 팩스병1이라 둘은 거의 사수와 부사수같은 궁합을 보이기도 한다. 암호병의 자대배치는 사실상 육군통신학교에서 결정이 나서 보내지며, 이후 사단 인사과에서 대충 암호병 빈자리 편제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덕분에 사단 암호실에 암호병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잉여병력 처리되는 연대 직할중대로 암호병이 먼저 배치되는 코미디도 연출된다.

연대 암호병은 정기적으로 사단에 파견되어 교육을 받는데, 그 때만큼은 야간근무도 없고 전부 다 아저씨 취급, 훈련이나 작업은 죄다 열외되는 등[8] 천국을 누리게 된다. 파견을 나가면 암호실에 짱박혀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훈련이나 작업을 받을 시간이 없으며, 짬이 차면 어물쩡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꼼꼼한 성격의 암호관이 있기에 가라치기는 힘들다. 군지사, 군단, 사단 소속 암호병 중 업무강도나 대우등 종합하여 판단해보면 최말단인 연대소속의 암호병이 가장 널널한 편이었다.

대한민국 육군에서는 상식적으로 같은 보직이면 상급부대가 편하다. 하지만 암호병의 경우 그렇지 않다. 암호실이 없는 부대들을 제외하고 암호실이 있는 부대들만 비교했을 때 상급부대로 올라갈수록 힘들다. 상급부대로 올라갈수록 직할부대의 숫자가 많아지고 업무량과 권한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단급으로 올라가면 편제가 많아서 위와 같은 열외찬스도 적어진다. 이는 체계병도 마찬가지.

암호병은 휴가 시에도 사회에서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도청당한다는 루머가 있다. 첫 휴가 땐 미행도 붙는다는 소리가 우스갯 소리로 나온다. 휴가 중 뒤에 한번 돌아보고 냅다 뛰어가면 누군가 호다닥 따라온다는 농담도 존재한다. 루머는 루머고 암호병의 자세한 업무 내용 자체가 군사 기밀이기 때문에 휴가 나와서 섣불리 군대 업무를 누설했다가는 바로 영창가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기에 암호병의 업무에 대해서는 묻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 앞서 언급된 업무들 역시도 실제 업무 중에서 타 병과들에게도 알려진 것 중 일부만 적혀 있는 것이다. 애초에 대한민국 국군의 특성상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군대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며 책임감이나 의무감 따윈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병에 대한 핵심 내용은 퍼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실제 업무가 유출되었을 때의 처벌 강도가 차원이 다르고, 또 비밀로 유지해야만 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전역자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군에서는 통신기밀의 약자인 통기병이라고 불린다.

2. 암호실

암호실이라는 전용 사무실에서 암호관과 함께 근무를 선다. 보안규정상 암호실 표기를 하지 않기에, 관련자가 아니면 위치조차 알기 어렵다.

암호실은 사단/군단 2급 기밀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무나 출입이 불가능하다. 무장경계병이 24시간 대기하며(최근엔 대부분이 CCTV 경계로 대체), 출입허가자 명단(부대 최고 지휘관 외 모두 전임 암호사/암호정비사 직분을 수행한다) 이외에 출입은 절대로 불가하다. 부대 최고지휘관은 벨을 누르고 들어갈 수 있고, 사단장이라 해도 마음대로 출입이 불가능하다. 별의 개수가 아무리 많아도 벨을 누르고 입출기록작성하고 들어오는 거지, 마음대로 출입은 절대절대로 불가능하다. 다른 간부의 경우 아예 출입 자체가 안 된다. 부사단장이나 당직사령, 당직사관이라도 출입할 수 없다. 실제로 당직사관이 암호병한테 '지금은 내가 너의 직속상관'이라는 이유로 암호실에 들어갔다가 징계를 받은 일도 있다. 일례로 새로 온 참모장이 암호실을 들어가려다가 암호병의 격한 방어로 출입을 막은 사건이 있었다. 정보통신대대장을 소환하여 자초지종을 들은 참모장은 해당 암호병을 칭찬하고 포상외박을 수여하였다.

특성상 암호 병종 외에는 내부 사정을 거의 모르는지라 부대를 가리지 않고 타 병사들 사이에서는 "전국의 암호실이 다 연결되어 있고 지하 도로와 비행장까지 있다더라"라는 농담이 많다.

그렇다 보니 좋은 암호장교를 만나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암호관이 공석일 때 주말에 외박 나가서 USB에 담아온 게임을 하다가 중대장한테 걸린 암호병도 있었다. 그나마 영창 15일로 끝난 게 다행일 정도였다.

이런 암호실의 특성상 암호경계라는 암호실 전담 경계근무가 존재한다. 특히 계룡대 암호실은 헌병들이 경계근무를 선다.

이렇게 외지고 다른 사람의 출입이 어려운 만큼 부조리가 생긴다면 헬이 될 수도 있다.

3. 암호관

전군 공통 어느 군대 얘기를 들어봐도 암호관은 평이 나쁜 것이 신기할 따름.[9] 전반적으로 꼬장꼬장한 이미지를 지닌다. 업무의 중요도, 격리된 공간에서의 생활 등을 생각해보면 그런 성격이 암호관 업무에 어울리는 걸지도..?

해군에서는 상사급 부사관이 담당하며 통기장이라고 불린다.

4. 암호차량

흔히 두돈반이라 불리는 2½톤 트럭. 행군때 암호차량에서 꿀을 빨았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보통 암호병들도 행군을 같이 하며 차량은 나중에 따라온다. 암호차량은 암호실과 같은 개념이며, 암호실과 동일한 수준의 보안이 유지된다. 암호병 데려온답시고 암호실 출입권자가 아닌 인원이 암호차 문 열고 들어오면 보안 위반이다. 암호실과 마찬가지로 보안상 암호차량이란 표기가 따로 없기에, 관련자가 아니면 어느 차량이 암호차인지 알 방법은 없다. 훈련에선 주로 암호차량 주변으로 울타리, 천막 등을 설치하고 경계하거나 암호장비 통신망 구축을 연습함.


[1] 예컨대, 몇 촌 이내에 북한 출신 인물이 없을 것. 이 역시도 명시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고, 암호병 전역자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추려내어 추론한 결과이므로 확실하지는 않다. 또한 필수 조건은 아닌 듯하지만 타 병종에 비해 머리를 쓰는 일이 많으므로 대학 진학자들이 주로 선발되는 모양이다.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형제 암호병이 많다. 형이 암호병 전역자일 경우 동생도 암호병으로 뽑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2] 실제로, 2005년에 음어 유출했다가 코렁탕 먹은 사례도 있다. 음어(Ⅲ급 비밀)가 이 정도였는데 훨씬 빡세게 관리하는 암호자재(Ⅱ급 비밀)가 암호실 밖으로 유출되었다가는...[3] 보안사고 터지면 관련된 간부들은 진급하기 어려워진다.[4] 평소에 암호병들에게 평판이 좋으면 보안감사 시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정보처나 작전처 같은 곳은 의외로 암호장비가 많이 편제되어 있어서, 암호병들과 친해져 놓으면 서로 편하다.[5] 이들의 경우 자기들이 암호병들에게 잘해주면 암호병들도 당연히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해당 간부의 편의를 봐주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하게 되므로 우호적인 평판을 유지하는 쪽이 자기도 편하다.[6] 암호장비 담당 업무는 기본적으로 해당부대에서 어느 정도 계급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보니, 작은 부대에서 상말쯤 되면 사단 내 실세 간부들 대부분과 친분이 생기는 편. 소속부대 간부와 사이가 안 좋은 앞의 특성과 겹치면, 소속부대 간부가 갈구는데 지나가던 옆 부대 대위나 상사가 커버쳐주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7] 참고로 행정병과 계열이나 사령부 소속이었던 사람들은 간부동행 없이 직접 암호모듈 풀어달라고 암호실에 가져가본 적이 있을 텐데, 엄밀히 따지자면 육군규정 위반이고, 안보사에 걸리면 징계에 회부될 수도 있고, 암호장비 접수를 거부당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암호장비 이송은 기간병이 할 수 없으며, 이송시에 암호장비 탈취를 대비한 무장이 필요하다.[8] 원소속이 다른 부대이기 때문에 훈련이나 작업에 동원했다가는 간부들에게 골치아픈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9] 암호관이 평소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데, 행보관이랑 특히 많이 싸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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