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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30 11:34:11

양담배 규제

1. 개요2. 연혁3.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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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대한뉴스의 국산담배 애용 선전 영상.
1948년부터 1986년까지 대한민국 정부전매청(현재의 KT&G에서 시행했던 규제 정책. 전매청에서 재배/생산/발주되는 국산 담배를 제외한 외국산 담배의 수입/판매/흡연을 원천 금지하는 제도였다. 국내 농가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어 1960년대~1970년대 사이 강력하게 운용되었으나, 80년대 이후 해외 상품의 폭발적인 유입 등을 이유로 1986년 9월 1일 규제 조치가 해제되어 역사적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대표적인 소비자 침해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 연혁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연초전매법이 존재했고, 해방 이후 취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 법안을 전면 개정하여 외국산 담배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였다. 당시 법에 따르면 양담배를 흡연, 매매, 소지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었고 1962년 특정외래품판매금지법을 통해 재차 판매금지 대상에 포함되었다. 한국 정부와 전매청의 외국산 담배 규제는 현재의 마약 단속 이상으로 빡세게 돌아갔는데, 공무원의 경우 양담배를 소지하기만 해도 파면시켰고 연예인들이 양담배를 피다 적발되면 처벌과 함께 방송사 차원에서 출연금지를 내렸다. 또한 박정희, 전두환 두 대통령의 지시로 한번씩 양담배를 피운 사람들의 신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었다. 박정희는 5.16 이후 정권을 잡은 뒤 기자회견에서 "양담배 피우는 사람은 한국인도 아니며, 적발하면 처벌과 동시에 바로 신상을 까라" 라고 공개적으로 오더를 내렸을 정도다.

전매청에서도 양담배 단속반을 운영해 길거리에서 양담배 소지 여부를 단속하는 활동을 했으며, 정부기관의 건물은 물론이고 일반 사무실까지 기습적으로 방문해 양담배 소지 여부에 대한 수색을 하는 것까지 허용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산 담배를 뿌리뽑으려는 의지가 강했기에 전매청에게도 강한 수위의 양담배 단속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허용했던 것.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단속반은 담배 연기만 맡아도 국산담배/양담배를 구분할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돌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써가며 양담배 수입을 막았지만, 금주법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수요가 충분한 기호품을 갑자기 막으면 음지에서 성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양담배는 주한미군PX를 통해 남대문시장 등 깡통시장으로 유출되어 팔렸고, 부유층의 경우 해외 출장에서 사온 외국산 면세담배를 들여와 피우기도 했었다. 1973년에는 양담배 단속에 나섰던 전매청 직원들이 양담배를 빼돌리려는 미군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몽둥이 세례를 당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터진 적도 있다.

이렇게 198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어온 양담배 규제는 담배 최대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의 개입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담배회사들이 미국 정부에 청원을 넣어 "미국 상품의 소지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와 어떻게 교역할 수 있느냐" 며 항의했고, 이들의 요구를 담뱃세 때문에 외면할 수 없었던 미국 정부는 슈퍼 301조를 내세워 강력한 수위의 시장개방을 요청했다. 결국 1986년 9월 1일, 정부는 양담배 규제를 전면 폐지하고 외국산 담배의 수입 및 소지를 전면 허락하였으며 필립 모리스,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등 외국의 담배회사들이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하여 현지법인 및 공장을 세우고 담배장사를 시작했다.

1986년 이후 정식 수입된 외국산 담배는 2000년 점유율 10%을 달성했고 점차 판매량이 올라가 2020년대에 들어서는 50%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사실상 국산 담배와 점유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셈. 특히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담배값 인상으로 비싸진 국산 담배와 달리 외국산 담배들은 일부 품목에 한하여 소폭의 가격 인상을 지시하면서 흡연자들에게 더욱 호평을 받았다.

2024년 현재 한국의 담배시장은 KT&G와 외국 담배회사의 점유율이 비슷해진 편이며, 젊은층 사이에서는 양담배가 더욱 선호받고 있다. 다만 이 시절을 겪은 중장년층들은 양담배 수입 이후에도 여전히 국산 담배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3. 여파

양담배 규제가 풀린 이후에도 여전히 국산 담배만 판매하고 있는 소매점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군대의 PX,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다. 군대의 경우 90년대 이후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상품 낙찰 자격을 허용은 했으나 KT&G의 눈치를 보느라 사실상 입찰까지만 허용하고 최종 선정은 한 건도 하지 않은 체 미루어왔었다. 이로 인해 외국계 담배회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2016년 말보로 골드와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필립 모리스와 JTI가 외국 담배 회사들 중 처음으로 PX 시장을 뚫은 셈이 된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역시 KT&G의 강력한 입김으로 오랫동안 양담배를 판매하지 않아왔는데, 2015년에는 시정명령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휴게소에서도 말보로 등 외국 담배들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휴게소도 뚫리게 되었다. 다만 일반 편의점과 달리 파는 외국담배의 종류가 많지 않으니, 양담배를 피우는 운전자들은 운전하기 전 미리 사놓는 것을 추천한다.

외국 담배회사들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곳은 하나로마트다. 하나로마트는 농협이 직접 운영하기에, 담배 농가들의 항의 때문에 외국산 담배는 절대 들여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017년 사천의 한 하나로마트 지점에서 외국인들을 배려해 양담배 몇 개를 매장에 배치해놓았다가 농협 본사 및 농가의 엄청난 항의를 받고 바로 치워버렸을 정도로 농협 내에서 양담배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