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元帥 司令杖[1] / Marshals Baton18세기부터 유럽의 원수들에게 수여 되어온 지휘봉의 일종이다. 원수봉이라고도 불리며, 원수 계급이 현존하는 나라에서는 아직도 쓰인다.
2. 특징
얇고 가벼운 기존 지휘봉과 달리, 엄청나게 굵은데다가 장식이 많이 달려서 무겁다. 때문에 지휘봉의 일종임에도 휘두르거나, 뭔가를 가리킬 때 쓰기엔 무리가 있다. 사실상 실용성은 없고, 원수의 권위를 나타낼 뿐인 장식에 가까운 물건. 때문에 발터 모델 원수처럼 걸리적거린다고 불호한 인물도 많았고, 나치 독일처럼 실제 지휘용으로 쓰라며 약식 지휘봉(Interimsstab)이란 걸 따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제작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때문에 독일 국방군에서는 마지막으로 원수로 진급한 페르디난트 쇠르너와 로베르트 리터 폰 그라임에게 지급하지 못했다. 원수 취임식도 전에 나치 독일이 망하고, 국방군이 해산되었기 때문.
근대 유럽의 전통이다 보니, 해당 전통과 거리가 있는 나라들은 원수 계급이 있어도 딱히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미국은 자국의 원수들에게 사령장을 딱히 준 적이 없고, 제정 러시아의 전통을 멀리한 소련군은 원수성장이라는 다이아몬드 휘장으로 대체했다.
3. 나라별 원수 사령장
3.1. 영연방
3.1.1. 영국
영국은 여전히 원수 사령장을 쓰는 나라 중 하나이다.▲ 에든버러 공작의 원수 사령장
잉글랜드의 수호성인 성 조지가 용을 찌르고 있고 연합왕국의 상징인 사자장식이 붙어 있다. 18세기 이래로 유지되어 온 디자인이며, 바닥면에 해당 사령장을 받은 원수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 존 프렌치 원수의 사령장. 당시 영국 국왕인 조지 5세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3.1.2. 뉴질랜드
▲ 뉴질랜드군 원수 복장의 왕세자 찰스 3세.[2] 뉴질랜드군 특유의 레몬 스퀴저 햇[3]과 마오리족 스타일의 혁대를 입고, 오른손에 뉴질랜드군 원수 사령장을 쥐고 있다. 그는 2015년에 뉴질랜드군 원수 계급에 올랐다. 위 사진은 솜 전투 기념일에 뉴질랜드군 대표로 참석했을 때의 모습.
3.1.3. 인도
▲ 인도군 공군 원수 아르잔 싱(1919~2017). 인도 국장 장식이 달린 원수 지휘봉을 들고 있다.
3.2. 프랑스
▲ 나폴레옹 시기의 프랑스의 원수 사령장
나폴레옹 시기의 원수 사령장의 밑에는 위 사진과 같이 나폴레옹을 뜻하는 N이 새겨져있다.
▲ 20세기 프랑스의 원수 사령장
프랑스의 원수 사령장에는 'Terror belli, decus pacis'라는 문구가 새겨져있다. 이는 전쟁의 공포, 평화의 장식를 뜻한다.
3.3. 독일
3.3.1. 독일 제국
Marschallstab. 독일 제국은 여러 국가들로 구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르다.3.3.1.1. 프로이센 왕국
▲ 빌헬름 2세의 원수 사령장
▲ 파울 폰 힌덴부르크와 그의 원수 사령장
위 사진처럼 지팡이가 원수 사령장을 대신하기도 하였다.[4]
3.3.1.2. 바이에른 왕국
▲ 바이에른 왕국군의 원수 사령장. 색이 바래져서 잘 안 보이지만, 바이에른의 상징인 하얀색과 연한 푸른색 무늬로 장식된 걸 알 수 있다.
▲ 바이에른 왕국군의 원수, 레오폴트 막시밀리안 요제프 마리아 아르눌프의 원수 사령장
3.3.2. 나치 독일
▲ 막시밀리안 폰 바익스의 육군 원수 사령장
독일 국방군은 육군/공군/해군이냐에 따라 사령장의 색이 달랐는데, 육군은 붉은색, 공군은 하늘색에 가까운 연한 푸른색, 그리고 해군은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파란색에 닻 무늬를 추가했다.
▲ 독일 국방군의 해군 원수 사령장
육해공군과 별개로 슈츠슈타펠(친위대)도 자신들만의 사령장을 만들었으나,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원래 아르덴 대공세가 성공하면 요제프 디트리히 친위대 대장에게 '민족원수'란 칭호와 함께 수여할 계획이었으나, 아르덴 공세가 실패로 끝나면서 그대로 창고로 향했다가 분실되었다. 어딘가에 실존한다면 친위대를 상징하는 짙은 검은색 내지는 은색[5]의 사령장일 것이다.
3.4.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 프리드리히 대공의 사령장.
3.5. 러시아 제국
▲ 요제프 구르코 원수의 사령장.
4. 기타
영국군 육군원수 계급장 | 독일국방군 육군원수 계급장 |
▲ 원수 사령장으로 경례를 하는 베르너 폰 블롬베르크.
전통적으로 원수봉을 지급 받은 이들은 통상적인 거수경례 대신 사령장을 들었다가 내리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야사가[6] 전해지는데, 2차 대전 독일 항복 당시에 빌헬름 카이텔 원수가 미군 장병들에게 원수봉 경례를 했다가[7], 해당 전통이 없는 미군들이 그게 경례인 줄 모르고 무시했다는 썰이 전해지고 있다.
이걸로 두들겨 맞은 사람도 있다. 독일 공군 원수 에르하르트 밀히가 그 주인공인데, 베르겐-벨센 수용소를 해방시킨 영국군 준장 데렉 밀스-로버츠는 밀히를 체포하고 그의 원수봉도 넘겨 받게 되었다. 끔찍한 수용소를 직접 목격한 밀스-로버츠 준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짓을 했냐고 밀히에게 질문했고, 밀히는 뻔뻔하게도 희생자들은 인간도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열이 받을대로 받은 밀스-로버츠 준장은 밀히의 머리통을 원수봉이 두동강 날 때까지 내려쳤다. 박살난 원수봉은 밀스-로버츠의 부인에게 전달되었고 영국에서 복원되었다. 이후에 경매에 이 원수봉이 경매로 나오게 되었는데 밀히의 가족들이 원수봉은 도둑 맞은 것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한 수집가에게 넘어갔다.
한반도 국가들은 원수 사령장이 없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는 출정하는 장수에게 차폭이라 불린 의장용 철퇴 또는 의장용 검을 지급했다. 또한 원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기물은 지휘봉이라기보다는 전용 도장이었다. 현대에도 국군의 원수 계급은 사령장이 없는 미국의 원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한 것이기에 사령장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 한편 북한은 군 체제가 소련군에 큰 영향을 받아서 원수봉 대신 원수성장을 지급한다.
[1] 표창장(表彰狀)의 문서 장(狀), 훈장(勳章)의 글 장(章)과는 한자가 다르다. 원수 사령장의 장(杖)은 지팡이, 몽둥이라는 뜻으로, 곤장(棍杖), 장형(杖刑)의 그 장이다. Baton을 한자로 번역한 것.[2] 위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선왕 엘리자베스 2세가 살아있을 때라, 찰스 3세는 뉴질랜드 국왕이 아니라 왕세자 신분이었다.[3] 레몬착즙기를 닮은 뉴질랜드군 특유의 모자. 갈리폴리 전투에서 유래했다.[4] 동시에 정식적인 원수 사령장도 소지한다.[5] 친위대 지휘관을 상징하는 색이다.[6] 어디까지나 말로 전해지는 야사인만큼,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검증할 수 없다.[7] 말 채찍으로 했단 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