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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16 20:57:53

유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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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사는 눈먼 돈을 좇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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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Udite
<colbgcolor=lightgray>파일:어린 유디트.png<colbgcolor=lightgray>파일:16살 유디트.png
어린 시절 15살 시절
파일:흑기사 입단.png파일:유디트 발검.png
흑기사 시절[1] 훈련 기사 시절[2]
파일:유디트 적기사.jpg파일:시간의 스티그마.jpg
적기사 시절 시간의 스티그마
파일:사복 유디트.jpg
사복 차림[3] 청문회 참석 모습
프로필
<colbgcolor=lightgray> 이름 유디트
연령 (회귀 전) 향년 26세
(회귀 후) 20세
가족 관계 아버지
어머니[4]
[스포일러]
남편 기류 르왈흐메이
신분 기사
기타 시간의 스티그마 보유

1. 개요2. 대사 및 평가3. 작중 행적
3.1. 회귀 전3.2. 회귀 후
3.2.1. 회귀 직후3.2.2. 초반3.2.3. 신입 기사 테스트3.2.4. 적기사단 입단3.2.5. 신입 기사 폭행 사건3.2.6. 노스카나 공작성 습격 사건3.2.7. 광룡 폭주 사건3.2.8. 황실 자선 연회3.2.9. 기슬란 성 외유3.2.10. 폭풍전야3.2.11. 베르크스 수성전3.2.12. 후반
3.3. 외전3.4. 특별 외전

1. 개요

<적기사는 눈먼 돈을 좇지 않는다>의 주인공. 회백색의 머리카락과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작중의 주인공. 당차고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다. 16살에 수배 중인 죄인을 잡으려다 에테르를 각성했으며[5] 색은 회백색이다.[6]

아버지는 사고로 죽었고, 돈도 없었다. 남은 것은 건강을 버려가며 일하는 어머니와 검 한 자루뿐. 처음에는 검조차도 허락되지 않았으나 그녀는 직접 기회를 잡았다. 11살 때 자작가에서 시녀 교육을 받던 유디트는 모시던 아가씨 대신 검술 수업을 받게 되었다. 밥값만 하면 되던 검술 선생은 수업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겠다는 유디트를 제자로 들였다.[7] 그녀는 기사가 되기 위해 궂은 훈련도 이겨냈다.[8]

4년 뒤, 15살이 되던 해에 검술 선생은 유디트에게 추천장을 보여주며 물었다. 정말로 기사가 되고 싶은지.[9] 기사가 아닌 칼잡이의 삶을 원하느냐는 선생의 질문에 유디트는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못 된다며 추천장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사제는 이별했다.

그로부터 5년 후, 스무 살이 된 유디트는 최연소 에테르 마스터, 천재 칼잡이로서 황실 기사단에 입단한다.

2. 대사 및 평가

"개처럼 따랐잖아...... 돈값을 해줬잖아......!"
소설 1화 중
"흑기사 유디트. 약자를 보호하고 황실을 수호하며 경건히 살겠습니다. 목숨 위에 있는 가치를 위해 검을 휘두르며, 성실히 임할 것을 맹세합니다."
소설 1화 중
"최연소 에테르 마스터. 황실 기사단 세 곳에서 모두 입단 제의를 받은 천재 기사. ......돈에 미친 칼잡이 년."[10] - 칼리파 임페노르
소설 2화 중
"임페노르 경, 저는 경께서 겪으신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복수에 가치를 두는 것에 어떤 말씀을 드려도 실례일 겁니다. 하지만 이 말만은 드리고 싶어요. 동대륙의 오래된 격언에는 그런 말이 있다지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핏값은 핏값으로 갚는 게 이치입니다. 다 죽여 버리세요. 반드시 죽여서 복수하세요."
소설 3화 중
"천재입니다, 그녀는." - 데샹 리츠
소설 3화 중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한 번 죽이면 세 번이나 참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소설 5화 중

3. 작중 행적

3.1. 회귀 전

황실 기사가 된 직후, 아직 기사단을 배정 받지 않은 훈련 기사를 상징하는 회색 단복을 받자마자 단복에 달린 순금 단추를 뜯어내어[11] 황금이 내 손에 들어온 이상 내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고는 사흘도 되지 않아 단추를 팔아버렸다.[12] 뿐만 아니라 유디트는 동기들에게 연습용으로 지급되는 예비용 검을 2천 골드에 사들여 2만 골드에 되팔며 수전노의 면모를 보였다. 무려 10배로 불려 팔았다[13]

보급관은 한바탕 호통을 쳤지만 유디트는 떳떳했다.[14] 이때부터 그녀는 돈에 미친년이라 불리며 공공연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다.[15]

이후 유디트는 제르멜의 스카우트를 받아 흑기사단에 입단했고, 평생을 돈만 보고 살아왔다.[16]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쓰레기는 아니었으나 어지간한 일은 해 주는 청소부쯤은 되었고, 돈 때문에 남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으나 팔다리 힘줄은 끊어줄 수 있었다.

유디트는 돈이 되는 임무만을 골라 다니며 돈을 벌었고,[17] 뒤돌아보니 어느새 명성은 따라붙어 있었고, 천재라는 수식어는 덤이었다.

그러던 중, 2황녀 이세에피나의 오페라 무대가 있던 날. 그녀는 제르멜과 함께 이세에피나의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황녀의 머리 위에 자리잡은 티아라[18]를 보고는 자격지심을 느꼈다. 이를 알아차린 제르멜이 그날 밤, 이세에피나 황녀를 죽인 뒤 유디트를 2황녀의 히아신스 궁으로 불러냈고, 제르멜은 숨이 끊어진 이세에피나를 치우라 명령했으며 유디트는 황녀의 시체를 계단 밑으로 던져 훼손했다.[19] 제르멜은 일말의 경멸도 경악도 없는 눈으로 난간에 기대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그저 공을 물어온 개에게 하듯, 타성에 젖은 칭찬을 던질 뿐이었다.[20] 제르멜은 유디트에게 자신이 생각한 알리바이로 입을 맞추게 했고, 훔쳐온 이세에피나의 오페라 쥬빌레 티아라를 유디트에게 주었다.[21]

이후 유디트는 티아라를 자신의 방 마룻바닥 밑에 숨겨두었고, 제르멜은 티아라를 약점삼아 유디트를 시도때도 없이 불러냈다. 낮이고 밤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제르멜이 부르면 유디트는 당연하다는 듯이 짐을 쌌다. 유디트는 제르멜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세에피나 황녀의 티아라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개처럼 임무를 수행하던 유디트는 제르멜에게 3황자 윌리엄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유디트는 곧바로 3황자를 찾아가 새빨간 거짓말로 자신을 믿도록 만들었다.[22] 그리고 방심한 틈을 타 윌리엄의 가슴께를 검으로 깊이 꿰뚫었고, 윌리엄이 피를 토하며 배신당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지만 애써 그를 무시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녀의 가슴 역시 제르멜에 의해 꿰뚫렸다. 유디트의 피가 윌리엄의 피과 뒤섞여 바닥을 흥건히 적셨고 제르멜은 유디트의 암살 솜씨를 칭찬하며 윌리엄의 숨이 확실히 끊어진 것인지 확인했다.[스포일러] 유디트가 자신을 찌른 제르멜을 이해하지 못하자 그는 친히 황자 암살범은 당연히 처단해야하지 않겠냐며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직감한 유디트는 분노로 머릿속이 새빨개졌고 검에 에테르를 둘러 제르멜을 공격했으나 [24] 제르멜은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공간을 잘라 그녀를 벽으로 날렸고, 제르멜은 쓰레기를 보는 듯하면서도 경멸이 섞인 눈으로 엎어진 그녀의 몸 위로 금화를 흩뿌렸다.[25] 곧이어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 주머니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후 소란을 듣고 찾아 온 흑기사단원에게 뒷처리를 맡긴 제르멜은 유디트의 시체에서 시간을 거스르는 하얀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3.2. 회귀 후

3.2.1. 회귀 직후

눈을 뜨자마자 훈련소 시절과 똑같은 방 구조, 싸구려 솜을 쓴 베개와 침실을 보고 지옥이라 오해하고 지끈대는 머리를 한바탕 쓸어넘기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보고 의아했다. 항상 말끔하고 세련된 단발을 고수하던 유디트는 어느 정도 머리가 길면 가차 없이 잘라 내다 팔았다. 근 몇 년간 단발로 살아왔기에 거울 앞에서 한참을 갸웃거리던 중, 훈련 기사임을 뜻하는 회색 단복을 입은 비올레가 들어왔고 유디트는 이곳이 지옥이 아님을 알아챘다.[26] 비올레는 유디트에게 신문과 회색 단복을 쥐어주며 아침을 먹으러 가자고 등을 떠밀었고, 유디트의 양 뺨을 문지르며 이곳에 있어서도 안 되고, 기다릴 리도 없는 사람이 기다린다고 유디트를 재촉했다. 회색 단복을 들고 오도카니 서 있던 유디트는 신문을 펼쳐보았다. 신문의 날짜는 제국력 410년, 그녀가 죽기 6년 전이었다.

식당으로 내려간 유디트는 각기 다른 이유로 죽었던 친구들이 살아서 아침을 먹으며 입단할 기사단을 고민하는 상황에 혼란과 당혹스러움이 몰려왔다. 유디트는 지나가던 마법사가 자신을 치유했나 잠시 고민했지만 곧 관뒀다.[27] 유디트는 26년 평생 처음 느낀 골통이 부서지던 감각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의 감각도 생생했다. 따사로운 햇빛과 식기를 쥔 손, 혀 끝의 미각. 모든 것이 그녀가 살아있다고 말하고 있었고, 기사단을 고민하던 친구들이 시선을 유디트에게로 돌렸다. 어느 기사단에 들어갈 것이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유디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다.

유디트는 한참을 무작정 걸은 끝에 인적이 드문 황궁 산책로에 들어섰다. 썩어도 준치라고 함께 흑기사단에 입단했고, 마지막까지 저와 서먹하지 않던 칼리파가 유디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따라왔다. 괜찮냐고 묻는 칼리파의 말에 유디트는 고개를 저어보였고 동시에 무슨 일이냐고 무작정 묻지 않는 칼리파의 배려가 고마웠다. 한참 후, 갈무리를 마친 유디트가 칼리파에게 몇 가지를 물었고[28] 그녀는 자신이 회귀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29] 유디트는 칼리파에게 자신의 평판에 대해 물었고 칼리파는 잠시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 유디트의 평판은 밑바닥을 달리고 있었고, 예전같았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말들이 모멸이 되어 유디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들은 각각 목숨 위에 돈과 복수라는 가치를 올렸으며 세간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는 좋은 친구였다. 냉엄했던 흑기사단에서도 둘에게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서로 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과거가 되었고, 유디트는 주먹을 쥐며 칼리파에게 돈 때문에 움직이는 칼잡이는 되지 않겠다며 흑기사단에 입단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한편으로는 혼자 흑기사단에 가게 될 칼리파가 걱정스러웠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칼리파는 괜찮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같은 흑기사단이 아니더라도 너는 내 좋은 친구일 거라는 말에 유디트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 칼리파는 자시의 검은 손수건을 건넸다. 유디트는 오래 울었다. 칼리파의 손수건이 흠뻑 젖을 때까지.

3.2.2. 초반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유디트는 그날 밤, 자신의 방에 쳐들어온 사람을 바라보다 하늘로 눈을 돌렸다. 3황자를 죽이던 날이자 자신이 한 번 죽은 날엔 초승달이 떴었지만 지금은 새하얀 보름달이 떠 있었다. 왜 살아있는 건지, 왜 회귀한 건지 의문은 많았으나 살아있는 것 자체로 축복이라고 생각했기에 유디트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유디트는 책상으로 가 쌓인 청구서를 훑었다. 지난 6년 동안 뼈빠지게 벌어 간신히 다 갚았던 것들이 회귀와 함께 다시 돌아와있었고, 황실 기사가 되면서 갖춰야 할 의복이며 개인 물품 청구서, 그리고 아르파 요양원의 청구서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30] 유디트는 청구서를 구겨 쥔 채 무릎을 끌어안았다. 회귀 전에서도 악착같이 갚은 요양원 빚이었다.[31] 습관적으로 보급품을 삥땅 칠 곳을 생각하던 유디트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고 제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지만 그녀에게는 돈이 없었다. 그러나 과거처럼 살면서 돈을 벌고 싶진 않았다. 자랑스럽지 못한, 밝히고 싶지 않은, 변하지 않을 과거. 유디트는 끝내 차라리 죽었더라면 똑같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텐데라며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원망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난 칼리파가 유디트의 손에 들린 청구서를 빼내려 했으나, 유디트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는 듯 더욱 꽉 쥐었다.[32] 달빛조차 잔인한 새벽, 칼리파는 조용히 유디트를 보듬어주었다.

날이 밝자마자 유디트는 쓰지 않는 살림살이를 모두 팔았다.[33] 그리고는 토지 업자 사무실로 발길을 돌려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땅을 내놓았다. 유디트는 토지 업자에게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며 편지로 값을 매겨주면 확인 후 팔겠다 말했다. 유디트는 몇 마디 언질 후 쓸쓸함을 감추며 다음 목적지인 미용실로 향했다.[34][35][36]

3.2.3. 신입 기사 테스트

머리카락을 비싸게 사 주는 미용실이 바쁘다며 유디트를 거절한 탓에 그녀는 정오가 되기도 전에 황궁으로 돌아왔다. 그때 비올레가 저만치에서 허겁지겁 뛰어오며 오늘이 신입 기사 테스트 날임을 알려주었다. 유디트는 비올레의 타박을 들으며 덩달아 뛰었고 두 사람이 연무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대다수의 기사가 모여 있었다. 비올레에게 황자님도 오신다는 말을 들은 유디트가 누가 오는지[37] 묻기도 전에 상급 기사들이 우렁차게 인사했다. 연무장에 온 것은 4황자 이든이었고 유디트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그러나 황자쯤 되는 사람이 홀로 나타날 리 없기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열린 문을 바라보았으나 동석한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테스트는 상급 기사와 신입 기사 간의 일대일 대결로 이루어졌으며 빠르게 진행되었다.[38] 유디트의 상대는 적기사단의 상급 기사이자 30대 후반의 페온 그랑이라는 자였다. 이때부터 시작된 악연 눈과 급소를 노리며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져주기에는 너무 형편없었다.[39] 유디트는 9살짜리 어린애와 공차기를 하는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패배할 방법을 찾았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무의식 중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이 페온의 버튼을 눌렀는지 페온은 유디트의 손목 힘줄만을 끈질기게 노렸다.[40] 도를 넘은 행동에 열이 뻗친 유디트는 검을 고쳐잡으며 두세 달 정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 할 정도로만 그를 조져야겠다고 생각했다.[41][42] 다짐하고 나니 머뭇거림은 사라졌고 에테르를 두른 검을 뻗으려던 순간 엄중한 목소리가 그녀를 막아섰다.

유디트는 기민하게 반응했고, 곧 저만치에서 테스트를 중단시킨 사내가 다가와 페온에게 물러나라며 축객령을 내렸다. 페온이 물러나자 기류는 유디트를 나른하게 훑어보고는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43]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테스트 상대가 되어주겠다며[44] 유디트는 얼떨결에 기류를 상대하게 되었다. 유디트는 한 수 부탁드린다며 발검했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빠르게 기류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수세에 있던 기류가 살기를 담아 검을 휘둘렀고 고집대로 검을 튕겨냈던 유디트는 찡하게 울리는 손목에 보기보다 힘이 세다며 당황했다.[45] 유디트는 기류에게 지지 않고 밀고 들어가려했으나 기류의 말 한 마디[46]가 그녀를 머리 끝부터 뒤흔들었다.

유디트의 검이 속절없이 무너져내렸고, 기류에게서 물러선 그녀는 다시금 무거워진 검을 휘둘렀다.[47][48] 그때, 연무장으로 누군가 들어왔고 를 본 유디트의 검끝이 한순간 무너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사고는 벌어진 뒤였다. 기류의 날카로운 검이 유디트의 목을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잘린 머리카락이 흩뿌려졌다. 적잖이 놀란 기류가 황급히 검을 집어넣고 다가와 넋이 나간 유디트를 부축하며 끌어안는 동안 유디트의 시선은 제르멜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수려한 외모의 배신자. 위선을 두른 채, 자신의 머리통을 날려버린 사람. 과거의 제르멜인 것을 알지만 배신감과 모멸감에 정수리부터 차가워졌고, 그와 눈이 마주치자 검뿐만 아니라 마음도 무너져내렸다. 증오와 슬픔은 가슴을 뒤덮었고 그의 새카만 시선에 냉정한 판단도, 추슬러 온 마음까지도 먹어치웠다. 황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기류는 유디트를 안아올려 의무실로 향했다.

유디트는 기류가 수배해 둔 신관에게 얌전히 치료를 받았다. 신관은 그녀에게 일주일은 푹 쉬라며 수련이나 운동은 상처가 터질 수 있으니 자중하라 충고하면서 거울을 건네주었고, 유디트는 심란한 얼굴로 거울 속 저를 들여다보았다. 단복 귀퉁이를 적신 핏자국과 비대칭으로 잘린 머리카락, 목에 감긴 붕대는 쪽팔림을 불러왔다.[49][50] 그때 방으로 기류가 굳은 얼굴을 하고 들어왔고 유디트는 이런 사고에 얽힌 것 치고는 과하게 표정이 딱딱해 의아해했다.[51] 그는 근처 의자를 빼 와 자리를 잡고 앉아 유디트에게 사과했다. 유디트는 기류의 제복에 번진 핏방울을 보고는 크게 신경 쓰지 말라며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유디트는 회귀 전에는 좀처럼 얽힌 적이 없는 남자가 대화가 끝나고도 저를 바라보니 난감하면서도 신기했다.[52] 유디트는 왜 페온을 대충 상대했느냐는 기류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유디트의 답변에 더더욱 유디트가 의심스러워진 기류[53]는 아깝다는 기색을 팍팍 풍겼다. 실력은 감추라고 있는 게 아니라는 기류의 말에 유디트는 아첨하지 않고, 부당하지 않고, 눈 돌리지 않고, 생각하는 걸 포기하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사는 기사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54][55] 이에 기류는 유디트를 귀여운 조카 보듯하며 그녀를 스카우트했다.[56] 유디트는 칼잡이의 검이라며 그녀를 시험했으니 기류가 저를 안 좋게 볼 줄 알았다. 그러나 기류는 그게 뭐 어떻냐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세상에는 삿된 자들이 수두룩했고, 충성과 신의를 돈으로 살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칼잡이의 검을 쥐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기사로서 합격이라고 말해주는 기류의 말에 유디트는 흐르려는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리고는 웃고 있는 기류에게 왜 웃느냐 물었으나[57], 그는 장난기를 누그러뜨리고 차분하게 말했다. 칼잡이처럼 휘두른 검이 부끄럽더라도 오래 부끄러워하지 말고 배우고 나아가라고. 곧이어 기류가 유디트에게 다시 한 번 스카우트 제의를 하며 손을 내밀었고, 유디트는 뜸을 들였다. 그러나 곧 손을 맞잡으며 인사했고, 그가 가슴을 쓸어내리자 자신 없었냐며 의외로 담이 작다고 얄미운 소리를 내뱉었다. 기가 막힌다는 듯 웃는 기류의 얼굴이 생동감 넘치게 바뀌자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 유디트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고, 기류가 손을 잡아끌어주었으나 가까워진 거리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건 기류도 피차 마찬가지였고 그가 적기사단의 위치를 알려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오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말을 잘라먹었다. 기류가 툴툴대자 얄미운 소리나 하는 부하라 그렇다고 담담하게 대꾸했고, 풀어진 얼굴을 한 기류가 그녀에게 호감만을 드러냈다.

3.2.4. 적기사단 입단

기류에게 스카우트를 받은 다음 날, 유디트는 적기사단 입단 신청서를 냈다. 함께 적기사단 입단 신청서를 낸 비올레가 기사단장에게 직접 스카우트를 받은 사실을 알고는 호들갑을 떨어댔고, 자기만 적기사단에 혼자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안도했다.[58] 유디트는 혼자 흑기사단으로 떨어진 칼리파에게 자주 찾아가자는 비올레를 보며 알겠다고 답했다.[59]

숙소로 돌아와 비올레의 도움을 받아 머리카락을 다듬고는 상념에 잠겼다. 오후에 찾아간 의상실에서도 흑기사단 제복을 맞춘 건 칼리파 뿐이었고, 저와 비올레는 적기사단의 백색 제복을 맞추었다.[60] 세 사람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이 쇼핑을 하려 했지만 적극적인 사람은 비올레 뿐이었기에 얼마 못 가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기사단으로 돌아왔다.[61] 방으로 돌아온 유디트는 비올레를 향한 미안함과 칼리파를 향한 안타까움과 함께 기류에 대한 감정을 떠올렸다. 변화의 시작점이자 일그러진 제게 손을 내밀어준, 때가 탄 인생에 빨갛게 눈에 띄는 변화를 불러온 기사단장. 유디트는 어두운 방 안에서 가만히 원수의 이름을 부르며 적기사단에 들어왔으니 더는 그와 마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62] 목에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자기를 무시하지 말라는 듯 자신의 존재를 고통으로 알렸고, 유디트는 진통제를 먹고는 이마에 손을 얹고 누워 눈을 감았다. 저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은 쓰레기를 더 이상은 볼 일이 없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베개를 끌어안은 유디트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이후 적기사단 첫 출근날, 제르멜과 이세에피나 2황녀의 시체를 조작하는 꿈을 꾸었다. 이는 회귀 전에 있었던 자각몽이었고, 유디트는 기상하기 무섭게 쉴새없이 헛구역질을 했다. 쾅쾅대는 심장이 부서질 듯 아팠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세수한 유디트는 벽에 걸린 적기사단의 제복을 보고 안도했다. 그녀는 하얀 제복을 소중히 끌어안았다.

결국 첫날부터 지각으로 데샹에게 찍힌 유디트는 눈을 깔고 거듭 사과했다.[63] 뒤이어 기류가 늦은 이유를 물었고 유디트는 머뭇거리다 '적기사단 제복이 너무 감동적이라 만져보다 늦었다'는 거짓 이유를 답하고는 징계를 각오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대박 귀여운 이유 아니냐? 너 처돌았어?[64] 다행히 계급 깡패 기류 덕분에 징계는 피하게 되었고, 따라오라는 기류를 따라 단장실을 나섰다.

단장싱을 나온 기류가 성큼성큼 걸어나갔고 가는 곳마다 거의 모든 기사가 기류에게 인사를 건넸다. 흑기사단에서는 상상도 못할 장면에 충격을 받은 유디트는 저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신입이란 어디서든 인사로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존재지만 유디트는 부상으로 훈련을 빠지게 된 탓에 다른 기사들과 안면을 틀 기회가 날아가 글렀다고 생각하던 찰나, 기류의 배려로 황궁을 돌아다니며 많은 기사들과 통성명을 하게 됐다. 마지막 순찰 장소인 황궁 대장간에 들어선 유디트는 기류와 오리온의 대화를 잠자코 들으며 투명 인간이 되고 싶었다.[65] 그러나 곧 기류의 소개로 오리온과 악수를 하며 손을 붕붕 흔들었다. 유디트는 회귀 전, 용살검을 만든 오리온이 반가웠으나 검만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오리온에 살짝 얼굴을 굳혔다.[66] 이후 오리온과 기류가 유디트에게 검 한 자루를 더 가지고 다닐 것을 권유했지만 그것조차도 부담이 된 유디트는 끝끝내 거절했다.[67] 이후 유디트는 기류와 행선지가 다른 탓에 홀로 본궁을 바라보며 회귀 전을 잠시 떠올리다 강박적으로 달라질 것이라 재차 다짐하고는 잰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적기사단장실에서 데샹을 도와 서류를 정리하던 차에, 기류와 이든이 돌아왔고 유디트는 기류를 통해 이든을 소개받았다. 동시에 이든에게서 호위 기사직을 권유받았으나 기류에 의해 막힌다. 유디트는 눈알만 굴리는 기류를 의아하게 보았고, 티아라를 건네려는 기류를 보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절했다. 유디트는 이든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이든이 덫을 놓은 것이라 생각하여 이든 쪽으로 고개를 숙여보였고 이든이 기류의 구원투수로 나서서 해명해주었으나[68] 끝끝내 거절했다. 곧이어 돌아가보라는 말에 그대로 적기사단장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가며 회귀 전, 이세에피나의 티아라를 받음으로써 생긴 일을 회상하며 눈앞에서든 마음에서든 지우려 노력했다.

유디트의 복귀가 얼마 남지 않던 날, 기류가 유디트에게 에테르를 쓰는 것을 직접 봐주겠다 말했다. 에테르는 검술과는 달리 정형화되거나 학문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며 의견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체득하는 자가 드물었기에 유디트는 누군가가 자신을 가르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유디트가 눈을 빛냈고 기류의 일정상 일이 끝난 뒤 제1 연무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69]

그날 오후, 비올레의 실력 향상을 위해 검술을 지도해주기로 약속한 유디트. 그러나 남을 가르치는 것은 그녀 역시 처음이기고 스승이 대충 지도하는 것만 봐왔기에 그녀가 할 수있는건 기초 체력 증진 뿐이었고 결국 훈련은 참다못한 비올레가 탈주하는 것으로 끝났다.

다음날, 유디트는 약속대로 제1연무장에서 기류를 만난다. 한번 실력을 보여달라는 기류의 말에 유디트는 전력으로 드래곤 비늘을 덮은 연습용 더미를 단칼에 베어버린다. 앞선 대련으로 유디트의 실력을 가늠했으나 예상보다 뛰어난 재능에 감탄한 기류는 유디트에게 적기사단 부단장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허나 어린 시절 에테르를 각성한 직후부터 받았던 이유 없는 과한 호의가 싫었던 유디트는 망설인다. 그런 유디트에게 기류는 유디트 정도는 호의는 받아도 되는 인물이라며 에테르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연무장 한쪽에서 페온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둘은 알지 못했다.

3.2.5. 신입 기사 폭행 사건

적기사단 내부에는 유디트를 비롯한 재능있는 신입들을 못마땅히 여긴 상급 기사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유디트와의 대련에서 사실상 패배했던 페온도 있었다. 가득이나 자기보다 새파란 기류가 기사단장이 된 것도 억울한데 적기사단에 입단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송이이자 자기에게 굴욕을 선사했던 유디트가 부단장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자 질투심과 열등감이 폭발한 페온은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졌던 동료들과 짜고는 양파로 남의 눈물 빼기 훈련을 진행한다.

이 훈련은 수비조와 공격조로 나눠 수비조는 공격조의 공격을 방어함과 더불어 발위에 올려둔 양파를 떨어뜨리면 안됬다. 마수 풀에 발이 묶였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란 명분이 있었지만 페온과 동료들은 본 훈련에서 수비조가 양파를 떨어뜨렸을 경우 공격조는 벌을 받아야한다는 룰을 이용해 유디트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신입들이 유디트를 질투하게 만들어 고립시키기 위해 대놓고 유디트와 다른 신입 기사들을 비교하며 이들을 까내렸다.

처음에는 참았지만 계속되는 벌을 가장한 구타에 폭발한 유디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하겠다고 선언하고는 그동안 봐왔던 루이의 검술을 바탕으로 루이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궤도로 검을 휘둘러 보란듯이 양파로 남의 눈물빼기 훈련을 성공해 동기들의 환호를 받는다. 그 모습에 페온은 분노에 눈이 먼 나머지 유디트의 머리채를 잡고 이를 루이가 말리자 그를 밀친다. 허나 이는 가득이나 올랐던 유디트의 분노에 기름을 뿌린 격이었고 결국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치열했던 싸움은 훈련장에 난입한 기류의 호령으로 끝난다.

단장실에서 기류는 서로 의지해야할 기사가 황궁 안에서 동료를 두들겨패고 있었다며 질책한다. 유디트는 황궁에서 소란을 벌인것은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면서 배의 멍을 드러내며 페온과 상급 기사들의 훈련을 가장한 가혹 행위를 고발한다. 배의 멍을 보고 기류는 경악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한채 선임기사들의 관리 소홀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그와는 별개로 유디트와 루이에게 감봉 2개월 형을 내린다.

무거운 처벌은 피했어도 가득이나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봉 2개월은 치명적이었다.[70] 그러면서도 흑기사 시절처럼 또 폭력으로 해결하려든 것을 반성하던 유디트는 약상자를 들고 찾아온 루이에게 사과를 받는다. 회귀를 거치면서 기사단 동기 친우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실감한 유디트는 돈에 눈이 멀어 그들을 내친 것을 다시금 후회하며 루이에게 친구로 남아 있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도중 기류가 찾아와 신입 기사 가혹행위를 주도한 페온과 프레릭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과 이번 가혹행위에 역인 신입 기사는 데샹이 책임을 진다는 소식을 알려주고는 유디트의 치료비 청구서가 오지 않았다면서 상한금 백만 골드의 백지 수표를 건네준다. 또다시 비슷한 일을 격게 되면 힘이 되어줄테니 자신이나 데샹에게 얘기하라는 말과 함께.

유디트는 그러겠다고 답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본 기류는 유디트의 말이 진심이 아님을 간파한다. 유디트에게 있어 기류는 좋은 사람이긴 해도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을 수준까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기류는 조만간 이든이 임무 하달을 위해 유디트를 부를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며칠 뒤, 휴일이 오자 은행을 방문한 유디트는 백지 수표에서 인출한 돈으로 요양원의 빚을 어느정도 갚게된다.

3.2.6. 노스카나 공작성 습격 사건

시간이 흘러 기류가 말한대로 4황자 이든이 유디트에게 임무를 하달한다. 내용은 조만간 노스카나 공작령을 방문할 터이니 자신의 동행인을 호위해 달라는 것. 그리고 그 동행인은 회귀 전, 유디트 최후의 암살 타깃이었던 3황자 윌리엄과 그 아내였다. 운명의 장난질에 유디트는 당혹스러워하지만 형을 부탁한다는 이든의 말에 수락하게 된다.

궁을 나서는 길, 윌리엄을 암살하던 날을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을 품은 유디트. 그런 유디트에게 비올레가 칼리파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전한다. 칼리파의 상태를 확인한 유디트는 회귀전의 기억을 떠올려 칼리파가 독 내성을 키우기 위해 아리마 열매를 먹었음을 눈치채고는 레몬즙과 물로 해독해 칼리파를 치료한다.

안정을 되찾은 칼리파는 흑기사단 숙소로 복귀하려 했으나 유디트는 공작가에 갔다고 둘러되면 되니 오늘밤은 비올레의 방에서 묵을 것을 권한다. 잠든 칼리파를 바라보면서 유디트는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해지겠다고 다짐한다.

그사이 유디트는 루이에게 신학 강의를 듣는다. 제국의 시조 카르나크가 반인반룡이라는 이야기, 그가 신이 되기 위해 버렸던 육신과 함께 남겨진 감정이 변화한 신의 권능 스티그마. 그리고 백성과 용, 제국이 위기에 처할 때를 대비해 스티그마를 남길것이니 모든 것을 바로잡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개입하겠다는 카르나크의 마지막 경고까지. 처음 스티그마에 대한 것만 듣고 넘기려던 유디트는 어느새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며칠 뒤, 예정대로 3황자 내외와 4황자의 노스카나 공작성 방문 일정일이 찾아왔다. 초면인 인물들부터 회귀전 자신이 죽인 마법사까지. 다양한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기류가 온다. 기류는 여전히 유디트에게 어색한 태도를 보이고 그걸 보던 이든은 의아해하지만 시간이 되었다는 기류의 재촉에 노스카나로 발걸음을 옳긴다.

노스카나로 향하던 도중 마차 바퀴가 빠져 일행은 잠시 정지한다. 그 순간, 바위가 굴러떨어져 선발로 나선 이든 일행과의 길이 끊어짐과 동시에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윌리엄을 습격한다. 탈출을 위해 검을 휘둘러 길을 만든 유디트. 그런 그녀를 윌리엄이 부른다. 마차에서 바라본 그의 눈은 죽음의 공포로 가득했다. 그 모습에 유디트는 윌리엄을 지키겠다고 다시한번 멩세하고는 숲으로 향하는 마차를 엄호한다.

습격자들의 수가 줄어들자 남은 잔당을 정리하기 위해 선행하는 유디트. 그런 유디트의 앞에 검은 에테르가 알누크를 도륙하고는 마차를 공격한다. 서둘러 에테르를 휘둘러 막아내지만 충격으로 낙마하고 마차도 엉망이 되버린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황자 부부의 생사는 불명확한 상황. 그때 습격자 한명이 유디트 앞에 나타난다. 일전 신입기사 폭행건으로 영창에 수감 중이다 탈옥한 페온 그랑이었다. 충혈된 눈과 검은 에테르 그리고 온몸에 돋아난 검은 반점과 용의 비늘. 모든 정황이 그가 용의 피를 마셨음을 가리켰다.

유디트에 원한을 품은 페온이 덤벼들고 분노한 유디트 억시 맞선다. 용의 피를 마셔 강해진 페온은 유디트를 위협하지만 힘으로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걸 간파당해 다리의 힘줄이 자리면서 제압된다. 싸움이 끝나고 유디트는 마차른 확인하지만 황자 부부는 없었다. 불길한 생각이 엄습했으나 근처에서 누군가 이동한 흔적을 발견한 유디트는 황자 부부를 수색한다. 다행히도 황자 부부는 무사했고 이를 확인한 유디트는 안도했다. 그녀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회백색이던 유디트의 에테르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3.2.7. 광룡 폭주 사건

3.2.8. 황실 자선 연회

3.2.9. 기슬란 성 외유

3.2.10. 폭풍전야

3.2.11. 베르크스 수성전

3.2.12. 후반

수성전을 무사히 승리로 끝마치고 귀환한 적기사단을 맞이한 것은 불타는 황궁과 폭주하는 흑기사단이었다. 궁에 잔류했던 비스타 경으로부터 상황을 듣던 와중 올가의 메이드 타티아나가 서둘러 달려와 올가가 위험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비스타와 서둘러 오팔궁으로 향한 유디트는 용의 피를 먹고 폭주한 흑기사들을 처리해 올가를 구했다. 잠시 후, 안정을 되찾은 올가는 잠시 비스타를 물린 뒤, 아세에피나로부터 들은 에드워드의 악행을 얘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에드워드와 칼리파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그 둘을 데려와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늘 불길한 예언 취급을 받으며 아무도 믿지 않았기에 불안해하던 올가를 안심시키듯, 유디트는 늠름하게 올가의 모든것을 믿겠다고 말하고는, 칼리파의 위치를 물었다.

잠시후 유디트는 신전 앞에서 제르멜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나타난 제르멜은 우아한 유디트의 모습에 잠깐이나마 말을 잃었다. 기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유디트가 그에게 칼리파의 위치를 물었다. 대답에 따라서는 길을 비켜줄 수도 있다고 덧붙이면서. 마치 상대를 용서할지 말지 시험하는 듯한 말투에 제르멜은 부아가 치밀었다. 그는 유디트의 제복에 달린 브릴란테 훈장을 보며 비아냥댔다. 브릴란테 훈장을 받은 자는 상징성 때문에라도 기사를 그만 둘 수 없다. 그것도 모르고 유디트가 수여식 날 실실 웃던 모습을 떠올린 그는, 백금으로 된 훈장으로 열심히 포장해봤자 개는 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제르멜은 고작해야 사랑 때문에, 돈 때문에 제 앞길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외면하는 이들을 쓰레기라고 칭했다. 생각과 선택을 놓아버리는 머저리들. 그는 그런 이들을 경멸하고 혐오했다. 그러면서 유디트에게 원하는 게 있으면 저처럼 직접 쟁취하라며 오만하게 검집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디트는 그를 용서한다는 마지막 선택지를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지워버렸다.

유디트는 그에게 자신이 시간의 스티그마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제르멜의 눈동자는 환희에 젖었다. 일기당천의 실력자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을 맞댔다. 황금빛과 검은빛이 부딪치는, 처음이자 마지막 결투가 시작됐다.

제르멜은 유디트를 죽여서 해부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달려드는 번번히 그녀를 놓쳤다. 팽팽한 접전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합을 나눴다. 마치 세차게 회전하는 팽이끼리 부딪치는 모습이었다. 접전 속에서 제르멜은 유디트의 어깨를 노리며 파고들었다. 기사단장이라는 지위를 혈연만으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유디트가 피하면 다시 검을 겨눴고 시야에서 벗어나면 넓은 시야로 그녀를 끝까지 쫓아갔다. 연달아 쏟는 검격, 그 안에 담긴 살기와 선명한 혐오. 이는 제르멜의 에테르를 더 강하게 만들어 유디트에게 쏟아졌다. 제르멜의 검이 유디트의 목, 어깨, 몸통, 허리, 심장으로 날아왔고 그것은 누가보아도 철저한 살인을 위해 익힌 검이었다.

그러나 제르멜의 맹공은 모조리 막혔고 마침내 유디트가 제르멜의 검을 정면으로 막았다. 제르멜은 순식간에 공격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수세로 돌아섰다. 유디트의 검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제르멜을 위협했다. 힘겹게 유디트의 검을 밀어내며 제르멜은 틈을 찾았으나 틈은 보이지 않았다. 유디트는 폭포마냥 제르멜을 흐트러뜨렸다. 자신이 밀리는 모습에 분노한 제르멜의 검이 분노를 담고 날아갔으나 유디트는 동요하지 않고 황금빛 에테르를 검끝에서 떠나보냈다. 맞물린 에테르가 폭발했고, 허공에서 부스러진 에테르가 두 사람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 여파로 유디트의 초커가 너덜너덜해졌고, 그녀는 너덜너덜해진 초커를 힘으로 뜯어냈다. 그러자 모래시계 모양의 스티그마가 빛나며 만천하에 드러났다. 스티그마를 발견한 제르멜의 눈이 번뜩였다. 신이 그녀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도 없었고 인정하기도 싫었던 제르멜은 유디트의 도발에 허연 이를 내보이며 달려들었다.

각기 다른 색의 에테르를 머금은 검이 부딪친 바로 그 순간. 유디트의 목덜미와 제르멜의 손등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세 스티그마가 빛을 내뿜으며 매서운 소리로 울었다. 마치 공명하듯이. 황금빛과 녹색빛, 검은빛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의 기억을 훑었다.[71] 회귀라는 기적을 선사한 시간의 스티그마는 지워져 나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전지의 스티그마는 그 모든 세월을 한 번에 읽어냈다. 유디트가 흑기사로 살았던 시간을 포함해, 제르멜이 벌였던 악행과 그의 인생이 기록된 시간까지. 마지막으로 약탈의 스티그마가 읽어낸 세월을 탐하며 발광했다. 그렇게 제르멜은 지워져 나간 6년의 세월과 유디트의 인생을, 유디트는 제르멜의 악행과 인생을 낱낱이 읽어들였다.

한순간 검을 거둔 상황에서 유디트는 분노에 눈이 돌아갔다. 눈앞에 있는 자는 데샹을 습격하고 친구 칼리파를 황자 궁에서 끌어내고 페온에게 용의 피를 건넨 만악의 근원이요, 회귀 전, 삶의 의욕을 잃은 칼리파를 자살로 위장해 죽여 그 스티그마를 강탈한 살인마였다. 비굴하게 용서를 구하던 황제이자 아버지를 죽인 금수이기도 했다. 제르멜이야말로 인간과 용의 공존을 방해하고 제국의 도리를 저버린 자였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너만이 할 수 있는 사명을 완수하라는 듯이 시간의 스티그마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불의를 통해 정의의 가치를 알고 악행의 업보를 통해 선행의 무게를 유디트는 잘알고 있었다. 제국의 시조 카르나크가 시간의 스티그마를 하사하여 그녀를 자신의 사자로 선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제르멜을 처치해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는 것. 그것이 카르나크의 사자 유디트의 사명이었다.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유디트는 망설임없이 도약했고, 쏜살같은 기세에 제르멜의 눈시울이 파르르 떨렸다.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갈고닦은 유디트의 검은 에테르에 의존했던 제르멜의 검을 가볍게 짓눌러버리고는 가슴을 정확하게 관통했고, 뒤이은 참격으로 오른팔을 허공에 날렸다.

천천히 허공을 나는 오른팔을 보며 제르멜은 깨달았다. 유디트는 단순한 천재가 아니다. 엄연한 강자인 제르멜조차 등뒤를 노려야 승리를 장담할 정도의 실력자였고 그렇기에 회귀 전에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흑기사단으로 영입한 상대. 귀신까지 홀려버리는 솜씨를 가졌고 세상을 뒤져도 찾을 수 있을까말까한 검의 귀재였다. 제르멜이 피를 토하며 쓰러짐과 동시에 에테르를 두른 유디트의 검은 제르멜의 어깨를 완전히 박살냈다.

사실상 유디트의 승리가 확정되었지만 그녀는 방심하지 않았다. 제르멜의 잘린 팔을 걷어찬 뒤, 뒤이어 에테르를 두른 검으로 제르멜의 무릎을 박살내버렸다. 몸이 붕뜬채 언덕을 구른 제르멜은 한 쪽 다리를 질질 끌며 주춤주춤 물러나다 나무와 부딪혔다. 유디트는 제르멜을 내려다보며 신이 직접 제르멜을 선택했다면 제국은 끝장이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회귀전과 회귀후의 기억이 뒤섞여 혼란스럽던 와중에도 제르멜은 유디트가 우스웠다. 여전히 그에게 있어 유디트는 눈먼 돈에 멀어 선택을 시궁창에나 팔아먹은 계집이요, 돈뭉치 앞에서 이성이 간당간당한 자였다. 그런 유디트가 해야 할 일을 하러왔다는게 제르멜은 우습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마치 그런것밖에 배우지 못한 사람마냥 제르멜은 유디트를 조롱했다.

그런 제르멜을 바라보며 유디트는 말했다. 자기 손으로 감자 한 알 쪄본 적 없는 주제에 가난한 인생을 경멸했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지만 선택권이 없는 것은 억울해한 궤변가인 주제에 자신을 평가할 자격따윈 없다며 비꼬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선택을 마지막까지 책임을 질것이며 이를 위해 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회귀라는 기적을 통해 전생의 악행을 참회할 기회를 손에 넣은 그녀는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한 삶을 살면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악행의 업보를 평생 짊어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윽고 유디트는 떨어진 제르멜의 검을 들어 여전히 자신의 선택을 비웃는 제르멜의 손등에 꽂아버렸다. 그녀가 검을 힘주어 비틀자 검은 손등을 관통해 땅에 뿌리내렸다. 오른팔을 잃은 제르멜이 입으로 절대 뽑지 못하도록. 유디트는 제르멜의 목숨을 운에 맡기기로 했다. 신전 근처라지만, 황궁에 불이 났기에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는 모두 자리를 비웠을 테고, 운 좋게 몇 명이 남아 있다고 한들 시간이 없다. 제르멜을 발견하고 신관이 와서 그를 치유할 때까지 그가 살아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유디트는 쭈그려 앉아 제르멜의 눈을 보며 딱 하나의 선택지를 알려주었다. 혀를 깨물고 죽는 것. 선택권이 없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제르멜은 박제 당한 벌레처럼 바닥에 납작하게 붙었다. 유디트는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어 제르멜의 몸 위로 뿌렸다. 황금빛 동전이 거지에게 적선하듯 뿌려졌다. 회귀 전 받았던 개값을 고스란히 돌려준 것이다. 이윽고 유디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떠나면서 제르멜과 자신의 과거에 작별을 고했다.

제르멜과의 길고 긴 악연을 매듭진 유디트는 본격적으로 칼리파 수색에 나섰다. 올가의 조언으로 신전 지하에서 칼리파와 에드워드를 찾은 유디트는 에테르를 휘둘러 둘을 떼어낸다. 당황하는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그녀는 명예를 생각하더라도 깔끔히 포기하고 투항할 것을 중용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는 유디트에게 칼리파를 넘겨주고 로제타로 도주하는걸 묵인해준다면 가지고 있던 지원금을 비롯한 막대한 대금을 넘겨주겠다고 회유했으나 이미 돈 덕분에 막대한 대가를 치뤘던 유디트에게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 사이 붉은 마법진을 통해 기류와 셴이 난입하고 모든 수가 막혔음을 직감한 에드워드는 칼리파에게 손을 뻗었으나 그보다 빠르게 난입한 기류에게 걷어차인다. 그렇게 2황자 에드워드는 체포되고 흑기사단장 제르멜 아이젠이 일으킨 악몽의 밤은 막을 내렸다.

사건이 끝나고 유디트는 자신이 알고있는 제르멜과 에드워드의 악행을 낱낱이 증언했다. 일부는 날조가 아닌가하고 의심했으나 일전 유디트 덕분에 목숨을 건진 3황자 윌리엄, 자신과 공조한 유디트의 증언을 믿어준 1황녀 올가, 여기에 2황녀 아세에피나의 고발을 비롯해 모든 황족이 유디트의 증언을 보증해주었다. 여기에 과거를 끊어버리기로 결심한 칼리파의 고발이 결정타가 되어 2황자 에드워드는 자신의 죄를 시인했고 유디트의 명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한편 임페노르 가 비극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금 미래를 찾으면서도 속으로는 힘들어하던 칼리파를 위해 유디트는 루이의 집에서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오랫만에 모인 다섯 친구는 그날 서로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고[72]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모든 사건이 끝나고 상황은 정리되었으나 흑기사단은 그렇질 못했다. 황가에 충성을 멩세한 기사단이 황가에 반역을 내걸었고 암중비약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흑기사단은 벼랑 끝에 몰려있었다. 그런 흑기사단을 보며 유디트는 적기사를 그만두고 흑기사단 단장으로 취임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흑기사단에게 다시 한번 더 올바른 길로 나아갈 기회를 주고 싶었고 나아가 기사단장은 에테르 마스터만이 취임할 수 있다는 제도를 바꾸고 싶었다. 그렇기에 유디트는 흑기사단장이 되어 흑기사단을 쇄신한 뒤 에테르 마스터가 아니면서도 유능한 후임에게 단장직을 물려준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연인이 적기사단을 떠난다는 소식에 기류는 아쉬워하면서도 그녀의 의지를 존중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유디트가 기사단장으로 취임하는 다음 날, 그녀에게 청혼하리라고 멩세한다. 둘이 탄 마차가 유디트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둘은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5년 뒤, 유디트는 마침내 흑기사단장으로 취임한다. 돌고돌아 흑기사단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더이상 회귀 전의 눈먼 돈에 집착하는 칼잡이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믿을 수 있는 이들로 가득한 행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명의 기사였다. 그녀가 단장으로 취임한지 1년 뒤, 흑기사단은 이든 오스카 베리타스의 암살을 막아내며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유디트는 흑기사단장 유디트 르왈흐메이로서 원할때까지, 원하는 만큼 기사로서의 삶을 살았다.

참고로 그녀가 단장직에 취임하는 날, 그녀의 사명이 다했다는 듯 목덜미에 있던 시간의 스티그마는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3.3. 외전

상급 기사가 되고 1년 뒤, 유디트는 적기사단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정도로 유명인이 되었다. 기사단 내에서 종종 기류와 나란히 있는 모습이 목격되긴 했으나 신분을 비롯해 워낙 차이가 나는데다 거리감을 유지하던 둘이었기에 주위에서는 뭔가 괜찮아 보이면서도 글러먹은 조합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둘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장소에서만 거리감을 유지할뿐 사적인 장소에서는 서로간의 사랑을 속삭이는 수준으로 발전한지 오래였다.

한편 기류는 유디트를 르왈흐메이 후작저에 계속 초대하고 있었으나 유디트는 한가지 고민 탓에 망설이고 있었다. 일전 레이먼으로부터 귀족의 집에 초대받는 손님은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어야 하는데 생판 남은 보라색, 가족이거나 미래에 가족이 될 사람은 분홍색, 마지막으로 귀빈은 주황색을 신기에 그에따라 접대방식이 달라진다는 말을 듣고 만약 자기가 기류의 집에 방문한다면 어떤 슬리퍼를 신어야할지 고민했던 것. 폭소를 참는 기류의 얼굴을 보고 레이먼에게 거하게 낚였음을 깨달은 유디트는[73] 부끄러우면서도 참담한 기분을 느끼며 다음에 레이먼을 만나면 반드시 다져버리겠다고 벼른다.

다시 시간이 흘러 흑기사단장으로 취임하기 1년 전, 유디트는 친구들과 모여 리본 축제에서 칼리파를 도와 향수 판매에 나섰다. 그리고 며칠 뒤, 비올레가 적기사단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은 유디트는 흑기사단 단장직 취소할테니 적기사단 관두지 말라며 비올레에게 매달렸다.

3.4. 특별 외전


[1] 회귀 전 흑기사단 입단 당시[2] 이때는 머리가 길었다.[3] 유디트의 옷은 아니고 3황자 부부 내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제복이 더러워져 다른 사람에게 빌린 옷이었다.[4] 일만 하다 병을 얻어 요양원을 전전긍긍하다 유디트가 16살이던 해에 죽었다.파일:유디트의 어머니.png[5] 갑작스럽게 다루게 된 에테르로 수배자를 흔적도 없이 터뜨리는 바람에 포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어 억울해했다.[6] 이후 회한을 통해 에테르가 진해져 색이 황금빛으로 변하게 된다.[7] 목검이 무겁다며 징징거리는 자작가의 아가씨보다는 시키는대로 배우는 평민의 이 낫다는 이유였다.[8] 검을 뽑아 상대를 향해 겨눈 상태로 3시간을 유지하라고 한다던가, 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근육 단련이랍시고 양 손에 들게 한다던가(...)[9] 유디트에게는 칼잡이의 기질이 다분하게 보였고 검술 선생과 유디트는 이 주제로 4년간 징하게도 입씨름을 벌였다.[10] 칼리파가 유디트를 이렇게 평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평판을 묻는 유디트에게 대답한 내용이다.[11] 황실 기사의 옷은 황실이 지정한 의상실에서만 제작되며, 최고급 소재와 마감재를 아낌없이 쓰는 것도 모자라 단추 하나까지 순금을 사용했다.[12] 베리타스 제국에서는 기사의 입지가 매우 높았으며 황실 기사복은 입는 것만으로도 대대손손 영광이었다.[13] 칼이 상한 줄 알고 팔아준 동기들은 그녀의 행보에 대경실색했다.[14] "베리타스 제국의 기사는 단추에도 세금 쓴다고 자랑합니까? 강도나 안 만나면 다행이로군요. 단추는 팔았습니다. 제가 살뜰하게 쓸 겁니다."라고 말했고 단복과 기사단 제복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보급관의 말을 끊으며 "좀 뜯으면 어때서. 나 굶어 죽으면 제국이 책임집니까?"라면서 되려 본인이 호통을 쳤다. 어이가 출타한 보급관은 예비용 검을 판 건 전무후무하다며 그녀를 나무랐지만 유디트는 어차피 안 쓰는 칼이라며 굴하지 않았다. 결국 호통을 쳐도 들어먹지 않는 유디트에게 질린 보급관이 학을 떼며 징계를 내렸다.[15] 그러나 이 사건 이후 다른 기사들도 슬그머니 순금 단추를 빼돌리기 시작했고, 유디트가 구리 단추를 만들어 달 즈음 기사단에는 멀쩡한 단복이 남아나질 않았다. 더불어 기사단의 규율 역시 예비용 검을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도록 바뀌었다. 유디트가 쏘아올린 작은 공[16] 심지어 황실 기사가 된 이유는 기사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서이고, 흑기사단에 입단한 이유는 임무가 위험한 만큼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17] 신입 주제에 임무를 골라 다니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기사들은 많았으나 기사단장인 제르멜이 허락했기에 별다른 제지를 할 수는 없었다.[18] 240개의 다이아몬드로 꾸며진 티아라로, 황제는 광증을 앓고 있다는 소문을 덮기 위해 이세에피나를 오페라 무대에 올려 티아라를 하사했다.[19] 이때 이세에피나 2황녀의 시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며 목이 부러졌다.[20] 그는 애초에 유디트를 자신의 개로밖에 생각하지 않았고 이세에피나 황녀의 일을 빌미로 이후에도 온갖 더러운 일을 유디트에게 명령한다.[21] 비공식적인 임무이기에 별도의 보상이 없는 대신 준 것이다. 다만 보상으로 받은 이 티아라가 유디트의 약점이었다. 황녀의 티아라인만큼 세간에 보이게 되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쓰고 다니기는 커녕 어디 몰래 내다 팔지도 못할 것이다.[22] 이후 로하스를 포함해 걸림돌이 되는 호위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스포일러] 이때, 윌리엄을 살피던 제르멜의 손에서 하얀빛이 새어나왔다. 하얀빛의 정체는 제르멜이 가지고 있던 약탈의 스티그마였고, 황족 중 누군가는 스티그마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제르멜이 윌리엄을 죽이도록 유디트에게 명령한 것이었다. 제르멜은 약탈의 스티그마로 윌리엄에게 스티그마가 있는지 확인하며 빼앗으려 했으나 윌리엄에게는 스티그마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실패하게 된다.[24]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검끝이 멀쩡하다는 점에서 제르멜조차도 상황을 잊고 감탄했다.[25] 제르멜은 유디트를 돈에 미쳐 선택하기를 포기한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26] 자기 혼자면 몰라도 선하고 성격도 좋던 비올레가 죽어서 지옥에 있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27] 제르멜이 자신을 살려뒀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28] 오늘 날짜와 기사단 입단 결정까지 남은 시간을 물었다.[29] 저와 친구들의 회색 단복부터 딱딱 들어맞는 날짜까지 모든 것이 6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30] 아르파 요양원은 어머니의 마지막 흔적이자, 유디트가 가장 많은 빚을 진 장소였다. 유디트의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하며 몸을 버리다 유디트가 16살이던 때, 전염병에 걸려 드러누웠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으나, 그 뒤 요양원을 전전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 중 아르파 요양원은 그녀의 사정을 가엾게 여겨 분할 청구를 허락해 준 곳이다.[31] 어미 죽었다고 남은 빚은 나 몰라라 하는 자식 년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32] 이 순간에도 유디트는 칼리파에게 말한다면 몇 달이나마 편하게 쓸 돈을 빌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33] 그래봤자 몇 푼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푼돈도 소중했다.[34] 그도 그럴 것이 그 땅은 유디트에게 특별했다. 그리 대단한 땅은 아니지만, 수도 끄트머리에 가정집 한 채를 겨우 세울 만한 부지였고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버지는 '사람이 발붙일 곳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말했고 어머니는 집이야 지으면 되니 절대 팔지 말라고 했었다. 제 앞으로 남겨준 자그마한 땅은 유디트에게 소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조금이나마 품고 살게 해준 조각이었던 것이다.[35] 그러나 빚을 끌어안은 채 끙끙대는 것도 질색이었던 유디트는 까마득한 금액의 빚이 자존감을 깎아 먹게 내버려 둘 바에야 파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36] 이후 유디트의 땅은 이든이 빚을 갚고도 남는 막대한 대금을 지불해 사들인뒤 용의 피의 출처 뒷조사를 부탁할때 그 사례로서 유디트에게 돌려준다.[37] 자신이 죽였던 3황자가 왔다면 표정 관리가 안 될 것은 물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38] 개중에는 칼리파처럼 기백에서 밀리지 않고 승리하는 기사가 있긴 했으나 대다수의 신입 기사가 패배했기 때문이었다.[39] 신입 기사가 선임을 이겨봤자 기사단 생활이 고달파진다는 것을 알고 있던 유디트는 상대도 본인도 좋은 승부였다며 훈훈한 척 마무리지을 수 있게 악착같이 달려들었다가 참교육을 당하며 자연스럽게 패배하는 시나리오를 그렸다.[40] 손목 힘줄을 자른다는 것은 신세를 망쳐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41] 성질 같아선 에테르로 내장을 전부 터뜨려 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서 참았다. 우리 언니한테 깝치면 주옥되는 거야.[42] 그리고는 '세 번 참으면 살인도 면한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한 번 죽이면 세 번이나 참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라며 인생에서 중요한 덕목인 인내심을 이런 곳에 낭비하고 싶지 않아했다.[43] 유디트에게 지루한 게 아니라면 가소로웠냐며 유디트가 설렁설렁 대련하던 것을 꿰뚫어보았다.[44] "에테르 마스터 상대는 에테르 마스터가 해야지. 불만 없겠지?"라며 검을 빼들었다. 불만이 있어도 일개 훈련 기사가 기사단장한테 어떻게 말을 하겠니[45] 그리고는 자신이 내장을 끊어낸다면, 기류는 몸통을 통째로 두 동강 낼만큼 과격한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46] 서늘한 시선으로 유디트를 내려다보며 "칼끝으로 남의 목숨 가지고 놀아봤지?"라고 속삭였다.[47] 이때 대부분의 기사들은 유디트를 흥미와 호승심, 질투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개중엔 희미한 패배감과 더불어 흉험한 눈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48] 페온 그랑도 그 중 한 명이었다.[49] 그러면서 흑기사 시절의 유디트가 지금의 저를 봤다면, 죽어도 싸다며 혀를 찼을 것이라 생각했다.[50] 동시에 머리카락을 잘라 팔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제 값이라도 받고 팔 걸 그랬다며 절절히 후회했다.[51] 기류의 표정이 딱딱해진 데에는 유디트를 상처낸 것도 한 몫했지만 신관이 유디트에게 스티그마의 징조가 보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52] 애초에 소속 기사단이 다르기도 했고 기류가 활약한 광룡 폭주 사건 당시 유디트는 흑기사단 임무로 다른 지방에 있었기에 마주칠 일이 없었다. 이후 딱 한 번 만나게 되는데 회귀 전, 베르크스 지방에서 잠깐 마주쳤다가 금세 헤어졌다.[53] 아무리 권위가 낮다고는 해도 황자가 관전하던 자리인데다가 황족의 눈에 잘만 들면 그의 측근인 친위대에 들어갈 수 있고, 만약 자신이 줄을 댄 황자가 황위를 잇게 되면 권력은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54] 회귀 전 저들을 무시한 결과가 죽음이라는 것을 겪은 유디트는 진짜 기사가 되기로 다짐했다.[55] 그리고 회귀 전, 유디트는 2황자에게 친위대로의 소속 이전 권유를 받아보았기에 황위에 관심이 없는 4황자의 측근 자리는 결코 탐나는 것도 뭣도 아니었다.[56] 이 와중에도 거의 빼어난 야성미와 번듯한 외모가 번지르르해, 유디트는 기류가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꺄악[57] 기류는 유디트가 조금 달리 보이면서도 너무 귀여워서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유디트에게는 말해주지 않았다.[58] 회귀 전, 비올레는 유디트와 칼리파가 흑기사단에 입단하고 저 혼자 적기사단에 입단하여 외로움을 탔지만 티 내지 않았다. 둘의 눈에는 항상 잘 웃었고, 주변에 사람이 많은 비올레에게 잘 지내냐는 질문은 필요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59] 흑기사단의 숙소는 적기사단 본부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으며 다른 기사단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으나 비올레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유디트는 회귀 전 칼리파의 최후를 되새기며 칼리파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다짐같은 말을 내뱉었다.[60] 비올레가 적기사단인데 왜 제복은 하얀색이나며 제복이 적색이면 너무 눈에 띄어서 그런가 의아해했지만 백색인 쪽이 더 멋있고 예쁘다며 희희낙락 웃었다. 아니 새하얀 게 더 눈에 띌 것 같은데?[61] 칼리파는 공작가에서 자라 거리에서 뭘 산다는 개념이 었었고, 유디트는 비올레가 뭘 고르든 '괜찮네.' 정도만 말하는 사람이라 텐션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유디트는 돈이 없을 때 하는 쇼핑은 가지고 싶은 것들이 늘어날 뿐이고, 쓸데없이 지출만 늘어난다며 싫어했다. 또한 물욕이 확실해 가지고 싶은 걸 가지지 못하면 탈력감이 심해 목적 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걸 사양했다.[62] 예전이라면 감히 이름도 부르지 못하고 '단장님'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를 가치를 상실했다.[63] 애초에 회귀한 유디트에게 이 정도는 애교였다. 흑기사단에서 칼로 배 쑤신다는 협박도 받았는데 이 정도 혼나는 거야 뭐[64] 본래 늦은 이유는 회귀 전의 악몽을 꾸어서였지만 그걸 그대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65] 오리온이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면서 연습용 칼을 죄다 팔아먹는 바람에 제게도 일감이 늘어나서 죽을 맛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미친놈이 본인이다(...).[66] 오리온은 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이 있었고, 유디트의 보급품 검만을 보고는 변변찮은 실력의 기사로 보았다. 그러나 기류가 유디트를 에테르 마스터라고 소개하자 깜짝 놀라며 믿지 못하는 기색을 보였다.[67] 또한 유디트는 검 살 돈이 있다면 빚을 갚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마음만 먹으면 포크에도 에테르를 둘러 휘두를 수 있으니 검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68] 사실 이든이 이세에피나의 선물로 티아라를 골랐으나 저번에도 티아라를 선물한지라 저에게 주는 것이라 해명해주었다.[69] 기류는 곧바로 연무장으로 가고 싶었으나 데샹의 살벌한 시선에 급히 말을 고쳤다.[70] 그러나 이런 처벌조차 기류가 그나마 배려한 것임을 유디트는 알지 못했다. 감봉이 아닌 다른 처벌을 내렸다면 이후의 커리어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게 분명했기 때문이다.[71] 황금빛은 유디트의 시간의 스티그마, 녹색빛은 제르멜이 데샹에게서 빼앗은 전지의 스티그마, 검은빛은 제르멜이 가진 약탈의 스티그마다.[72] 이와중에 칼리파가 에드워드를 욕하는데 귀족집 영애치고는 상스런 욕이었던지라 루이, 비올레, 레이먼은 유디트를 눈빛으로 추궁했다. 당연히 유디트는 속으로 항변해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결국 반성의 의미로 쿠키 하나를 진상해야 했다. 루이의 따가운 눈빛은 덤.[73] 물론 처음부터 유디트가 대놓고 믿은것은 아니다. 의심도 해보았지만 나중에 기류네 집에 놀러갔을 때 망신당할까봐 일부러 알려주는거고 주황색이 귀빈용으로 널리 쓰이기에 마리골드 백작가가 부유하다는 레이먼의 계속되는 뻥에 끝내 넘어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