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윤치호의 어록을 설명하는 문서.아래의 어록에서 그가 갖고 있던 조선 사회의 병폐에 대한 비판의식, 그리고 조선의 독립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았다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2. 어록
2.1. 조선 사회에 대해서
독립협회 회원들은 여전히 동요하고 있다. 하지만 나를 가슴 아프게 만드는 것은 일반 대중의 가공할 만한 무관심이다. 대중은 이 투쟁을 독립협회 회원들과 정부의 사적 분쟁으로 간주한다. 몇 백 년 동안 노예 상태에서 억압받아온 이 아이들은 헌의육조가 국가와 국민 모두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런 국민한테 희망을 갖다니, 우리가 더 바보였다. 왕이나 국민이나 모두 똑같다! 그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노예상태 뿐이다!
윤치호 일기, 1899년 6일 (음력 23일) 일요일
윤치호 일기, 1899년 6일 (음력 23일) 일요일
다산 정약용이야말로 이조가 배출한, 아니 박해한 위대한 학자다. 그는 천주교로 개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의 정적들은 그를 비참하게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 학자의 진가를 알고 있었던 정조(正祖)가 그를 어여삐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마 처형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16년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면서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 70여 권의 귀중한 원고를 남겼다. 그런데 요즘에도 노론계에 속하는 인사들은 그가 남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슬픈 일은 황제에게서도, 비굴하고 부패한 신하에게서도, 아니면 끔찍하게 생기를 잃은 대중에게서도 조선의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윤치호 일기, 1904년 5월 6일
윤치호 일기, 1904년 5월 6일
천만의 생령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나라,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사장되며 포부가 실현되지 못하며 애국심이 표현되지 못하는 나라, 지옥같은 전제정치가 수세대의 굴종과 빈곤과 무지를 낳는 나라, 삶 속에서 죽어가고 죽음 속에서 살아가는 나라, 도덕적 물질적 부패와 더러움이 해마다 수천의 생명을 앗아가는 나라, 이것이 조선의 현실이다. 이같은 정치적 지옥이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내정을 닦지 않으면 외교는 무익한 것이다.
진실과 정의의 원리에 기초한 평화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지배자의 압제와 피지배자의 노예 상태에 의하여 유지되는 평화는..... 조선을 진정한 지옥으로 만든 악덕이다.
수치스러운 조선 역사에 대하여 더 알면 알수록 현 정부 하에서는 개혁의 희망이 없음을 확신케 된다. 정부는 500여 년간 국가의 향상을 위하여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결국 부패한 그리고 부패하고 있는 소수의 독재 정치로부터 조선 국민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 정부와 낡은 체제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다. 철저히 썩은 정부를 미봉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강력하고 철저한 혁명은 이 나라 전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외세의 간섭은 그러한 혁명을 방해하거나 이것을 이 반도의 폴란드화를 위한 적절한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그러한 폴란드화도 온 국가가 지금 서있는, 아니 잠자고 있는 악취 풍기는 침체보다 더 나을 것이며 적어도 더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에는 영국의 입헌군주제로부터 조선의 지독한 독재 정치에 이르는 여러 형태의 정치 체제가 존재한다.
2.2. 유교에 대해서
유교의 교훈은 꽤 아름답다. 그러나 유교가 우리 사회에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신봉자로 하여금 그 교훈을 실천케끔 하지 못하는 유교라는 종교 체계는 어차피 실천하려고 하지도 않는 미사여구에 가득 찬 중국 조정의 칙령처럼 똑같이 나쁜 것이다. 실천하려는 자들이 없으면 교훈이 무용지물이 된다. 유교의 기초가 효도 이상으로 되지 않은 고로 유교가 무력하고 쓸모없는 것이다.
그 도덕에 신이 존재하지 않고, 그 정치 체제가 민중을 외면하는 유교는 어느 민족이든지 자만스럽고 이기적이며 노예 근성에 빠지게 할 만큼 충분히 야비하다.
유교의 남존여비, 왕명에의 절대 복종 강요, 그리고 그 영원한 복고주의는 유교 부패의 씨앗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유교의 현실주의는 사람을 속물로 만든다. ... (이하 중략)... 유교에서는 젊은이들이 효도의 규율만 잘 지키면 도덕군자가 된다고 생각들 한다. 극히 진부한 효도의 원칙을 최고의 도덕으로 만들어놓고 (효도에 따르는) 모든 죄악 즉 방종, 복수심, 거짓말, 증오심, 대단한 위선 등을 덮어둔다.
유교는 구걸하는 것을 용서할 만한 '약점'으로 만들지만, 조선 버전의 볼셰비즘은 강도 짓을 '무산자의 영광'으로 만든다.
2.3. 식민지 상태의 조선에 대해서
만약에 거리를 누비며 만세를 외쳐서 독립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남에게 종속된 국가나 민족은 하나도 없을 것.
현재와 같은 정부라면 독립은 국가에 구원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한편 더 좋은 정부, 즉 인민의 복지에 애국적이고, 공감이 가는 이익을 가져다줄 정부를 가진다면 종속도 진정한 불행은 아니다. 더욱이 건실하고 번영한 민족은 어느 때엔가는 독립을 회복할 것이다. 그런데 빈약하고 무식하며 잔인할 정도로 이기적인 정부에 의하여 가난하고 무식하며 연약하게 된 국민, 그러한 국민에게 독립이 뭐 나을 것이 있겠는가?
오후에 집에 있었다. 3시 20분쯤 예쁘장하게 생긴 여학생이 찾아왔다. 조선인민협회 명의의 서한을 내밀며 조선 독립을 위해 자금을 대달라고 요구했다. 난 나 자신과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독립운동가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조선에 잠입하지 못하면서, 내게는 생명을 담보로 자기들에게 돈을 대라고 요구하는 게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한을 챙겨 가버렸다.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식민지인 조선 문제는 파리 강화 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을 것이며, 열강 중 어느 나라도 조선 문제를 거론해서 일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어떠한 학교의 설립을 원한다면, 그것은 조선의 젊은이들이 노동이 수치가 아니라는 것과, 조선의 장래는 노동에 달려있다는 것, 그리고 노동이 무엇인지를 산 진리로 배울 수 있는 실업학교여야 한다.[1]
흑인이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기에 앞서 경제적 평등을 이루어야 했듯이, 조선인도 정치적 평등을 주장하기에 앞서 경제적 평등에 도달해야 한다.
나는 황인종의 일원으로서는 일본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조선인으로서는 조선의 모든 것, 독립까지도 앗아가고 있는 일본을 증오한다.
2.4.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해서
2.5. 범세계적인 사회 및 민족에 대해서
고도의 저항력을 가진 민족은 결코 열등한 채로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성령은 가장 고상하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높은 의미의 투쟁 정신이다.
우리는 더 강한 자가 더 약한 자보다 도덕 및 종교와 정치에서 거의 항상 더 낫거나 덜 부패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다소의 예외는 있겠지만 정의는 인종간에 있어서도 힘이다.
펜과 칼은 각기 정당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가 다른 것을 배제할 정도로 지나치게 강조되어서는 안된다. 양자는 인간의 봉사자가 되어야 하며, 결코 인간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하나의 민족이 하나, 단 하나만을 숭상해야 한다면 그것은 칼이어야 한다. 왜냐면 칼은 투쟁정신 또는 저항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황제가 역적이라 하니 제손으로 뽑았던 의원을 역적이라고 믿는다. 그런 바보 국민이라면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선 상공업을 발달시켜야 한다. 세상만사가 돈 없이 되는 일이 없고, 먼저 육체의 생활을 유지 못하면 도덕도 지킬 수 없으니 상공업을 진흥시켜 실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교육 없이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으며, 더 많은 교육은 더 많은 독립을 가져온다.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하고 있고 앞으로 감당해야 할 국가적 수치와 굴욕을 생각할 때, 그리고 나의 모든 인생 행로에서 국적 때문에 괴로움을 당할 모습과 언행을 생각할 때, 인생이 지겹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이나 앞으로도 죽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죽음이 당장 내앞에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면 강한 자 이외에는 누구에게나 냉담한 이 세상과 하직하는 것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세계를 실제로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원리는 정의가 아니고 힘이다. 힘은 정의라는 것이 이 세계의 신이다.
2.6. 조선인과 사회에 대한 비난
조선인의 특징은 한 사람이 멍석말이를 당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는 하지 않고 다 함께 달려들어 무조건 몰매를 때리고 본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런 성명서를 발표하면 시위가 진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아 역효과를 낼 것이다.
조선인들은 머리가 비었는데도 잘난 척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른다.
조선인들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고집부리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그래야만이 자신의 체면, 자존심이 선다고 착각하기까지 한다.
조선인은 10%의 이성과 90%의 감성으로 살아간다.
듣자니 조선 사람들이 민주 정부 출범에 관해 거론한다는데 내겐 마치 6세 어린이가 자동차 운전이나 비행기 조종을 거론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 못하는 자들이 민주주의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지역감정 하나로만 봐도 조선은 독립할 자격이 없다.
조선이 지금의 야만적 상태에 머무느니 차라리 문명국의 식민지가 되는 게 낫겠다.
저열하고 무능한 조선의 민족성으로는 자치를 손에 쥐어준다고 해도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약자가 항상 순종해야만 강자에게 애호심을 불러 일으켜 평화의 기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조선이 덮어놓고 불온한 언동을 부리는 것은 이로운 일이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