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경찰대 출신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그는 자진해 범죄 행동 분석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희대의 연쇄 살인마들로부터 자백을 줄줄이 받아냈다. 장태수의 진가는 조사실 안에서 발휘된다. 무리에서 가장 약한 사슴을 한눈에 알아채는 맹수처럼 용의자의 눈빛이 언제 흔들리는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싶어 하는지 귀신같이 안다. 절대적인 포커페이스로 난자된 시체를 봐도, 천인공노할 범인이 코앞에서 이죽거려도 평정심을 잃는 법이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태수의 능력을 하나만 꼽는다면, 바로 “의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용의자는 물론 목격자와 피해자까지도. 수사관에게 믿음은 독이다. 범인은 선량한 얼굴로, 완벽한 알리바이와 사회적 명성으로 수사관을 속일 수 있다. 근거가 부족한 확신, 고정관념과 선입견 같은 수사관의 얄팍한 믿음은 직무유기를 넘어서 죄라고 생각한다. 태수의 의심은 머리가 아닌 내장부터 꿈틀거리는 본능에 가깝다.
그는 유능한 프로파일러지만 동시에 형편없는 아빠이기도 하다. 태수 역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일곱 살 아이가 죽은 사건을 해결하느라 일곱 살 난 딸 생일은 늘 뒷전이었다. 종일 범죄자와 기싸움을 하고 시체 사진을 들여다보는 게 그의 일이었다. 밥상에 둘러앉아 오늘은 뭐했냐고 묻는 딸을 보면 말문이 막혔다. 프로파일러는 생각보다 더욱 고독한 밥벌이였다. 예상치 못했던 비극이 그의 가정을 덮쳤을 때 그는 좋은 남편도, 아빠도 되어주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태수의 “의심”이 문제였다.
태어나 지금까지 늘 예뻤다. 믿기지 않겠지만 공부까지 잘한다. 자신이 좀 특별하다는 건 진작 알았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도. 아빠가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피칠갑 현장 사진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다. 태수의 메모 속 질문들이 어린 하빈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다. 시체를 왜 토막내냐고? 그래야 옮기기 쉬우니까. 배는 왜 갈라봤겠냐고? 뻐꾸기 시계 뜯어보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닌가? 궁금하니까. 그런 자신을 바라보던 태수의 충격받은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일까? 아빠는 왜 매번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걸까. 어릴 땐 궁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 날 어떻게 보든... 어떤 인간이라고 믿든. 자신에게 역시 생물학적 아버지. 호적상 1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이니까.
엄마가 죽은 뒤로 사는 게 시시하다. 그보다 더 최악인 건 아빠와 다시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필요할 때는 눈에 보이지도 않더니, 이제와 사사건건 내 인생에 참견질이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계획을 세우는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이 아빠라니. 공부만큼 잘 하는 게 거짓말인데... 아빠한테는 통하지가 않는다. 그래봤자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부모란 그런 거니까... 천하의 프로파일러라도 자식은 못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보기 좋게 틀렸네? 아빠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끝까지 가는 수밖에. 더 거짓말쟁이가 되고, 어둠으로 숨게 되고, 이제는 되돌릴 수조차 없다. 져줄 마음도, 포기할 생각도 없다. 최악을 감당할 각오는 이미 끝났으니까. 내 계획은 완벽하니까.
2007년 5월 9일생.
2화에서 어린 시절, 가족 여행을 갔던 날 술래잡기를 한다고 남동생 하준이를 데리고 산 속으로 들어간 후로 한참 실종되었으나 얼마 뒤 경찰에 혼자만 옷과 손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되었고, 같이 데려갔던 동생은 절벽 아래로 실족사해 사체로 발견되었다. 이 때문에 동생을 죽인 범인으로 아버지에게 의심받자 이로 인해 아버지와 분리되어 어머니하고만 자랐다는 과거사가 드러났다.
첫 발령 당시 여리여리한 그녀가 기센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주변의 걱정을 샀지만 완전한 기우였다. 성범죄자들의 지저분한 농담에도 속눈썹 하나 꿈쩍 않고,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어떻게든 대답을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언제나 감정보다는 사실, 사람보다는 사건을 우선한다. 그런 이유로 실력은 있지만 재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무라면 밤샘 토론도 환영이지만 개인적인 잡담은 5분도 참기 힘들어하는 타입. 그런데 요즘은 출근하는 게 즐겁다. 평소 존경해 마지 않았던 장태수가 상사라니...!
따뜻한 성품과 뛰어난 공감 능력 덕분에 범죄자들의 기구한 인생사를 들으며 곧잘 눈시울을 붉힌다. 이제까지 내 얘기에 이렇게까지 귀 기울여준 사람은 없었다며 무너지는 범죄자가 있는가 하면, 마음 약한 대홍을 쥐락펴락하려는 범죄자도 있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성격이 어디 갈까. 대홍은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이해하는 게 더 쉬운 사람.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장래희망이 경찰이었던 적은 없었다. 대학원 졸업을 앞뒀던 그해 겨울... 인생을 뒤바꿀 사건이 사고처럼 찾아오기 전까지는. 성격도 외모도 경찰과는 썩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그는 경찰이 됐다.
경찰의 핵심은 형사라고 생각하는 강력팀장. 장신, 거구의 인상파. 운동선수 출신으로 조직, 규범, 루틴, 성실성을 중요시한다. 고로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자, 인습타파주의자, 칼퇴하는 놈들은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여기 모두 해당하는 태수와는 상극일 수밖에 없다. 고딩, 중딩, 초딩 세 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로서 딸을 데리러 가야 한다는 핑계로 매번 회식에 불참하는 태수를 매우 꼴사납게 여긴다. 수사에 열정적이고, 자기 사람은 확실하게 챙기지만 한번 적이라고 생각하면 사사건건 트집 잡는 스타일로 태수와 곧잘 갈등한다.
태수를 싫어하는 오 팀장을 모시고 있지만... 사실은 좋아한다. 크리미널 마인드, 프로파일링, 범죄 심리 관련 모든 것들...! 본청 근무 당시 레전드라고 불렸던 태수에게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으나... 오 팀장에게 걸리는 날엔 회사 생활은 끝이라고 봐야하니 포커페이스를 유지 중. 오 팀장을 보필하고, 부하 형사들을 챙기는 강력팀의 허리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과학수사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과거 태수가 본청에서 근무할 당시부터 알고 지냈다. 참혹한 사건 현장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눈썰미가 좋은 태수를 과수팀 인재로 탐내기도 했었다. 변을 당한 어린 피해자를 볼 때면 가슴 깊이 안타까움을 느끼는 인간미 넘치는 성격이지만, 현장 감식에 있어선 노련함과 철두철미함으로 아무리 작은 흔적일지라도 놓치는 법이 없다.
수석이나 화초 같은 조용한 것들을 사랑하고 중용을 최고 덕목으로 여기며 불만이 있어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충청도 출신.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노회한 분위기를 풍긴다. 팀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태수의 임시발령 연장 요청을 무시했으나, 연달아 터진 사건들로 태수가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
과거 가정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한 채 태수와 갈라섰다. 그땐 남편에게서 딸을 떼어놓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홀로 하빈을 양육하며, 어쩌면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서서히 곪아가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았다. 내 딸은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라고. 내가 더 노력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거라고. 하지만 1년 전,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어떤 의미로는 만악의 근원. 하빈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바람에 그녀의 흑화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가출팸 아이들의 입단속을 위해서 구타를 서슴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곧잘 드러낸다. 인정사정 없는 행동을 일삼다가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 길길이 날뛰는 나약한 면모가 언뜻언뜻 드러난다. 잃지 않기 위해 손을 움켜쥘수록 빠져나가는 게 모래라는 간단한 이치조차 깨우치지 못한 아둔함과 단순함이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끝도 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남편과 사별한 뒤 초등학생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꾸미지 않아도 눈에 띄는 미인이다. 아이 엄마처럼 보이지 않는 앳된 외모에 가녀린 체구로 연약한 이미지를 풍긴다. 말수가 적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지만, 살풋 짓는 미소 하나만으로도 주변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