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등장인물.수메르어 이름인 인안나로 등장. 복장은 주로 3가지 종류가 번갈아 가며 나온다.
2. 작중 행적
난나와 닌갈의 자식들 중 하나로 소개됐다.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미모를 자랑했고[1], 실제로 그녀를 사랑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인안나는 난폭하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고뭉치, 아니 또라이였다.[2] 예를 들면 새를 귀여워하다가도 어느 순간 날개를 부러뜨리거나, 사자를 일부러 구덩이에 빠뜨리거나, 목동과 사랑에 빠지다가도 갑자기 그를 늑대로 만들어 사냥개들에게 쫓기게 만든 것이 그 예시. 이를 본 부모조차 진심으로 기겁할 정도였다.[3]나중에는 산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며 눈물을 보이다가, 갑자기 눈깔이 돌아가서는 감히 내 앞에서 나보다 더 아름답고자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한다. 그러더니 안을 찾아가 자기가 산을 부수는 걸 허락해 달라고 청한다. 안은 어이없어서 벙쪄있다가 교장 훈화 같은 말로 인안나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녀는 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져서 자기 멋대로 산을 박살낸다. 닌슈부르는 이런 인안나에게 빠져서 자진하여 시종으로 들어간다. 인안나는 닌슈부르에게 자신의 시종이 되려면 모든 걸 내던져야 할 것이니 준비가 됐냐고 경고하며 그녀를 받아들인다.
인안나가 계속 사고를 쳐서 안, 엔릴, 난나는 골치 아파하고, 고민하던 난나와 닌갈은 딸을 결혼시키기로 결심한다.[4] 인안나는 부모와 친오빠 우투의 설득으로 결혼을 결심하고, 많은 구혼자들이 왔지만 두무지와 엔킴두를 빼고 모두 차버린다. 어쨌든 사랑의 여신에게 결혼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 인안나였기 때문에 결혼 상대는 꽤 진지하게 고른 것.
두무지 - 저는 흰 양과 검은 양,
양털로 만든 옷과 고소한 우유,
버터와 치즈를 가져왔습니다.
엔킴두 - 저는 그대를 위해 아마포(린넨)로 만든 옷과
직접 농사지은 곡식과 콩,
어떤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와 맛있는 빵을 가져왔습니다.
인안나 - 호오...
농업이야말로 인간과 신들의 생활의 근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농업의 신 쪽이 마음에 드는군.
양치기의 신 두무지와 농업과 관개의 신 엔킴두는 인안나와의 혼인을 위한 지참금으로 각자 자신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가져왔고, 인안나는 처음에는 농업이야말로 모든 것의 근간 아니냐며 엔킴두를 선택하려 했다. 하지만 오빠인 우투는 두무지의 우유와 버터가 더 마음에 드니 그를 남편으로 삼으면 식탁이 언제나 풍족하지 않겠냐 제안했지만, 인안나는 상관 말라고 화내면서 양치기도 양털 옷도 마음에 안 드니 곡물을 자라게 하는 농부와 결혼하겠다고 말했다.양털로 만든 옷과 고소한 우유,
버터와 치즈를 가져왔습니다.
엔킴두 - 저는 그대를 위해 아마포(린넨)로 만든 옷과
직접 농사지은 곡식과 콩,
어떤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와 맛있는 빵을 가져왔습니다.
인안나 - 호오...
농업이야말로 인간과 신들의 생활의 근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농업의 신 쪽이 마음에 드는군.
두무지 - 아름다운 그대여, 내 말을 들어 보시오.
농부가 당신에게 아마로 만든 옷을 준다면
나는 당신에게 더 멋진 양털로 만든 옷을 주겠소.
농부가 당신에게 곡식으로 만든 맥주를 줄 수 있다면
나는 당신에게 더 농후한 우유를 바칠 것이오.
농부가 당신에게 퍽퍽한 빵을 준다면
나는 당신에게 부드러운 버터를,
농부가 당신에게 콩을 준다면
나는 더 고소한 치즈를 주겠소!
농부가 나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뭐란 말이오?
그대가 농부와 결혼한다면
그대는 농부를 위해 이 고운 손으로 밭일을 갈아야 할지도 모르오.
하지만 나와 결혼한다면 그대는 그저 일어나
가득 차려진 식탁 앞에 앉기만 하면 될 것이오!
...나는 그대를 위해 모든 궂은일을 대신하겠소!
인안나 - 좋아요, 나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그러자 두무지는 곧바로 나서서 인안나에게 열렬히 구애했고, 인안나는 그런 두무지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고 생각을 바꿔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부모와 오빠는 인안나가 좋은 결혼 생활을 하기를 바라서 이것저것 챙겨줬는데 인안나는 너무 주접 떤다며 싫증을 내면서도[5] 어쨌든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 시절에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고 사이가 좋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두무지는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웠고 인안나 역시 그에 대한 흥미가 식으면서 나중에 복수할 기회를 노리게 되었다. 그러자 닌슈부르는 바람난 두무지를 보고 분개하면서도, 인안나 님은 너무 자비로워서 탈이라고 말하며 운다.농부가 당신에게 아마로 만든 옷을 준다면
나는 당신에게 더 멋진 양털로 만든 옷을 주겠소.
농부가 당신에게 곡식으로 만든 맥주를 줄 수 있다면
나는 당신에게 더 농후한 우유를 바칠 것이오.
농부가 당신에게 퍽퍽한 빵을 준다면
나는 당신에게 부드러운 버터를,
농부가 당신에게 콩을 준다면
나는 더 고소한 치즈를 주겠소!
농부가 나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뭐란 말이오?
그대가 농부와 결혼한다면
그대는 농부를 위해 이 고운 손으로 밭일을 갈아야 할지도 모르오.
하지만 나와 결혼한다면 그대는 그저 일어나
가득 차려진 식탁 앞에 앉기만 하면 될 것이오!
...나는 그대를 위해 모든 궂은일을 대신하겠소!
인안나 - 좋아요, 나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엔릴이 재앙을 내려 인류의 수를 줄이길 여러 번 반복하고도 성이 안 차 인류 말살을 선포하자, 인류의 창조주인 닌후르쌍 다음으로 앞장서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엔릴이 인류가 저지른 죄악을 언급하며 반박하고는 하늘의 신인 안께서도 동의한 것이라며, 그래도 반기를 들고 인류를 돕는 이는 반역자로 간주하겠다고 맹세를 강요하자, 닌후르쌍을 포함한 다른 신들과 함께 마지못해 맹세한다. 다만 인안나가 의외로 우직한 성격이었는지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의 사기를 친 엔키와, 쿨하게 맹세를 어기고 인간들을 도왔던 우투와 달리 인간들을 간접적으로 돕지는 않았다.
내가 신들의 회의에서 악한 약조를 하는 바람에 인간들이 물고기처럼 바다를 가득 채우는구나!
인간들이여, 나는 오늘의 일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모든 신들은 제물을 기쁘게 받을 것이나 그대들을 멸절시키려 한 엔릴만큼은 이 제물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니...!
대홍수의 참혹한 광경을 보고 자신이 악한 약조를 해서 인간들이 죽게 만들었다며 슬퍼하는 대사는 닌후르쌍이 아닌 인안나에게로 가게 되었다.[6] 이는 인안나가 인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음을 드러내고 다음 에피소드(인안나와 메)와의 연관성을 키워주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7]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신들에게 번제를 올리자 인간들에게 감동한 인안나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장 좋은 것들을 신들에게 바친 인간들을 칭송하며 엔릴은 이 자리에 올 자격이 없다고 욕하고, 그 말을 들은 엔릴과 말싸움이 붙다 엔키가 대신 상황을 수습해서 일단락되었다.[8]모든 신들은 제물을 기쁘게 받을 것이나 그대들을 멸절시키려 한 엔릴만큼은 이 제물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니...!
아아, 아름다워...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아름다운 곳이 고작 이 샛별만큼 빛나는 이 눈동자 하나겠느냐,
아름다운 곳이 고작 윤기나는 나의 머리칼 뿐이겠느냐.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무릎 꿇리며 지배하는 법인데 내게 강력한 통치권 하나 주어지지 않다니!
내 나를 섬기는 인간들에게 어떤 신을 모시고 있는가를 상기시켜주고 싶구나.
어느 날, 인안나는 자신의 외모를 가지고 자뻑을 하면서 자신의 권능인 아름다움을 찬탄하다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법인데 나에게 변변한 지배권 하나 안 주어지는 것이 말이 되냐 분노하고, 나를 따르는 인간들에게 자신들이 믿는 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줘야겠다며 화려하게 치장하고 엔키를 찾아갔다. 엔키는 지혜의 신인 만큼 인안나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인안나를 대접하였다.아름다운 곳이 고작 이 샛별만큼 빛나는 이 눈동자 하나겠느냐,
아름다운 곳이 고작 윤기나는 나의 머리칼 뿐이겠느냐.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무릎 꿇리며 지배하는 법인데 내게 강력한 통치권 하나 주어지지 않다니!
내 나를 섬기는 인간들에게 어떤 신을 모시고 있는가를 상기시켜주고 싶구나.
엔키는 인안나가 노리는 것이 신들의 힘을 모은 보물이자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규율과 방법들을 모으는 신물인 메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고, 인안나를 위해 잔치를 열고 많은 청금석을 줄 것이지만 메는 줄 수 없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가라 말했다. 인안나가 엔키를 유혹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네 외모에 넘어가지는 않는다고 비웃었지만, 인안나가 가진 아름다움의 권능은 외모에 국한되지 않고 강력한 힘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상대를 빠져들게 하는 매혹적인 화술로도 작용하여 엔키를 즐겁게 하는 각종 이야기를 읊었다.
지혜의 신이여, 알려주세요. 도대체 제가 지배할 것은 어디에 있나요?
누구보다 강력한 신이라면 마땅히 주어져야 할 권력들은 어디에 있나요?
...여신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져서는 안 된단 말입니까?
그렇게 잔치의 흥을 돋우게 만든 다음 엔키에게 끝없이 많은 술을 먹여 만취하게 만드는데 성공하고, 엔키는 만취한 상태에서 인안나만큼 강력한 신이 얼마나 있겠냐고 칭찬하자 거기에 동의하며 그런 자신에게 걸맞는 권력이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유혹하고, 만취해서 제대로 판단이 되지 않는 엔키에게 메의 모든 권한을 양도받겠다는 맹세를 받아내는데 성공한 뒤 메를 가지고 떠났다.누구보다 강력한 신이라면 마땅히 주어져야 할 권력들은 어디에 있나요?
...여신에게는 그런 것이 주어져서는 안 된단 말입니까?
설마 엔키님께서 내게 한 말을 번복하셨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엔키님께서는 지혜와 담수의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여 내게 메를 내리셨다.
너는 네 주인을 거짓말쟁이라 하는 것이냐?
감히 시종이 자신이 모시는 주인을 능멸한다는 말이냐!
깨어난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된 엔키는 당황하며 이시무드를 보내 메를 되찾아 오게 하려고 했지만 인안나는 위대한 주인 엔키의 맹세를 부정하는 것은 네 주인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거라고 성질을 내면서 기어코 돌려보냈다. 이에 분노한 엔키는 지금 장난하냐며 압주의 거대한 물고기들을 소환해 메를 빼앗아 오라 명령한다.엔키님께서는 지혜와 담수의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여 내게 메를 내리셨다.
너는 네 주인을 거짓말쟁이라 하는 것이냐?
감히 시종이 자신이 모시는 주인을 능멸한다는 말이냐!
닌슈부르야! 믿을만한 나의 시종아!
내 물이 너의 손에 닿은 적 없게 할 것이고
물이 너의 발에 닿은 적 없게 할 것이다.
가서 놈들을 무찌르거라!
내 물이 너의 손에 닿은 적 없게 할 것이고
물이 너의 발에 닿은 적 없게 할 것이다.
가서 놈들을 무찌르거라!
내 너에게 어떤 물도 닿지 않게 하겠다 하지 않았느냐.
나를 믿고 전진하거라.
그러나 인안나는 전쟁의 여신으로서 시종 닌슈부르에게 힘을 부여하고, 닌슈부르는 인안나에게 받은 힘으로 활을 쏘아 물고기들을 모두 물리쳐 버린다. 도중에 물고기 한 마리에게 공격당할 뻔하자 자신의 힘으로 막아내며 서포트한 건 덤. 그렇게 인안나와 닌슈부르가 물고기를 모두 퇴치하자, 그 다음에는 거인 50명을 보냈고, 지하수로부터 올라온 강의 정령 50명을 추가로 보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안나는 기어코 엔키의 메를 자신의 도시 우르크까지 가지고 오는 데 성공한다.나를 믿고 전진하거라.
우르크의 인간들이여, 듣거라! 너희는 수많은 신들 중 나를 섬기고자 했구나.
사랑과 전쟁이자 가장 아름다운 샛별을 섬기고자 했으니 너희의 섬김이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똑똑히 보거라.
나는 너희에게 목공의 일, 서기관의 일, 구리를 제련하는 일, 목동의 일, 대장장이의 일, 건축가의 일, 수공업자의 일을 주겠다.
너희에게 용감함과 명예로움을, 권세, 다른 도시보다 강한 힘, 속임수, 친절함, 사랑, 모든 것을 주겠다!
직후 엔키가 우루크에 나타나 한 마디 보태겠다고 했는데, 엔키가 직접 찾아온 것을 보고 당황한 인안나는 맹세를 어기려는 거냐고 따졌지만[9] 엔키는 자신을 속여 신물을 강탈한 걸로 모자라 자신이 보낸 정령들과 압주의 괴물들을 모두 무찌를 신이 나타날 거라고는 여태 생각도 못 했다고 항의하면서도, 동시에 한숨을 쉬며 인안나를 인정해서 오히려 인안나가 당황한다.사랑과 전쟁이자 가장 아름다운 샛별을 섬기고자 했으니 너희의 섬김이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똑똑히 보거라.
나는 너희에게 목공의 일, 서기관의 일, 구리를 제련하는 일, 목동의 일, 대장장이의 일, 건축가의 일, 수공업자의 일을 주겠다.
너희에게 용감함과 명예로움을, 권세, 다른 도시보다 강한 힘, 속임수, 친절함, 사랑, 모든 것을 주겠다!
지혜와 담수의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겠다. 우루크는 인안나 여신의 이름으로 높이 올라설 것이다!
...내 일찍이 교훈을 얻었으니, 여신이 가진 생명력은 메로써 행해지며 인간사를 부흥케 할 것이네!
인안나는 자신을 축복한 엔키의 태도에 감동했고, 그렇게 인안나가 훔쳐온 메는 우루크로 옮겨지며 다른 곳보다 위대한 도시로 번창하였다. 그리고 그 연장선으로 우루크의 위대한 왕 길가메시가 탄생하게 되었다....내 일찍이 교훈을 얻었으니, 여신이 가진 생명력은 메로써 행해지며 인간사를 부흥케 할 것이네!
이후 길가메시에게 자기 애인이 되라 제안했으나 거부당한다. 그러자 구갈안나를 보내 우루크를 파괴하고, 백성들의 목숨을 가지고 길가메시를 협박한다. 신의 권위를 깨닫고 사죄하며 복종하라는 것. 그러나 길가메시는 이를 거부하고 구갈안나를 도끼로 쳐 죽이며, 엔키두는 그 시체를 인안나에게 던져 맞춘다. 인안나는 굴욕과 분노로 모두 죽여 버리려 하나, 이 참사를 알게 된 안의 저지로 실패한다. 신들의 회의에서는 길가메시와 엔키두 둘 중 길가메시를 죽여야 한다며 엔키두를 죽여야 한다고 말하는 엔릴과 대립한다. 이후 엔키의 설득으로 엔키두가 죽는 결론을 받아들인다.
엔릴께서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그가 저승에서 돌아와 삶과 죽음 모두를 깨우쳤기 때문에 운명을 첫 번째로 관장하고 있는 거란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나 또한 내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저승으로 떠나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 또한 삶과 죽음을 깨우쳐 운명마저 관장하게 될 것이야!
만약 내가 사흘 안에 돌아오지 않거든...
이후 인안나의 명계하강 편에서 인간과 신들이 자신을 우습게 본다며 분노한 인안나는 자신의 힘이 아직도 부족한 것이냐며, 그 누구도 자신의 권위에 맞서지 못하도록 자신도 엔릴처럼 저승에 갔다 와서 삶과 죽음을 깨우쳐 운명을 관장하는 힘을 얻고자 한다. 이때 닌슈부르에게 자신의 계획을 사전에 밝히며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조치를 취했다.이승에서 저승으로, 삶에서 죽음으로.
나 또한 내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저승으로 떠나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나 또한 삶과 죽음을 깨우쳐 운명마저 관장하게 될 것이야!
만약 내가 사흘 안에 돌아오지 않거든...
구갈안나의 장례식 참석을 핑계로 저승으로 가는데, 저승의 파수꾼이 저승은 이승에서 살아 누리던 것을 버리고 오는 곳이기에 저승의 문을 통과하려면 가진 것 중에 하나를 내놓아야 된다는 말을 듣는다. 처음에는 에레쉬키갈의 동생이자 위대한 여신 인안나라고 분노했지만 받아들이고, 일곱 개의 문들을 통과하며 몸에 걸친 모든 것들을 벗어야 했다. 에레쉬키갈이 자신을 맞이하자 저승은 조문객에게 옷 한 장도 주지 않는 거냐 말하고, 에레쉬키갈은 정말로 누이동생이 남편의 조문을 하러 온 건가 싶어 옥좌에서 잠시 내려왔지만, 싸가지 없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옥좌에 털퍽 앉았다가 에레쉬키갈의 저주를 받아 죽는다.
만일 내가 사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거든 나는 아마 죽었을 것이란다.
그러니 너는 한시 빨리 도움을 구하거라.
첫 번째로는 저승에서 살아 오신 엔릴님께,
두 번째로는 나의 아버지이자 저승에서 살아돌아오신 난나님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혜의 신 엔키님께 말이다.
하지만 가기 전에 내린 지시대로 닌슈부르가 엔릴, 난나, 엔키에게 도움을 부탁하고, 엔릴과 난나는 분노하거나 한숨을 쉬며 자업자득이라고 거절하지만, 엔키는 재밌는 짓을 벌였다며 웃고는 손톱에 낀 흙으로 만든 정령 둘에게 생명을 살리는 물과 식물을 주고 명계로 보내서 도와준다. 그 후 정령들이 지시대로 구갈안나의 죽음에 한껏 곡을 하며 에레쉬키갈을 위로하자, 에레쉬키갈은 보상하겠다고 약속, 정령들이 보상으로 인안나의 시체를 받아간 후에 되살려준다.그러니 너는 한시 빨리 도움을 구하거라.
첫 번째로는 저승에서 살아 오신 엔릴님께,
두 번째로는 나의 아버지이자 저승에서 살아돌아오신 난나님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혜의 신 엔키님께 말이다.
...나는 드디어 삶을 알았고 또한 죽음도 알게 되었구나.
엔릴께서는 저승의 운명을 타인에게 양도함으로써 그 운명을 벗어났다지.
나 또한 나를 대신해 저승으로 갈 자를 찾겠다.
인안나는 죽음과 부활을 겪었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지상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저승의 죽음들은 설령 몸이 되살아났어도 저승에 발을 디딘 이상 나갈 수 없다며 붙잡으려 들지만, 인안나는 엔릴이 저승의 운명을 다른 이에게 맡겨 이승으로 돌아갔듯 자신도 자신 대신 죽을 이를 찾아다 보내주면 그만 아니냐며 죽음들을 데리고 이승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자신의 신전으로 가서 헌 옷을 입고 자신을 위해 울부짖고 있던 닌슈부르와 만났다. 닌슈부르가 정말로 잘못된 줄 알았다고 감격하자 말없이 포옹해주었고, 죽음들이 이자를 대신 저승으로 데려가면 되냐 묻자 자신을 위해 헌 옷을 입고 곡하는 자를 대신 보낼 수 없다며 죽음들을 쳐내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나 또한 나를 대신해 저승으로 갈 자를 찾겠다.
지금 나를 애도하기 위해 헌 옷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이를 저승으로 데려가겠다는 말이냐?
설령 본인이 원한다 해도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가자.
그렇게 인안나는 신전을 벗어나 다른 신들을 만났지만, 인안나가 평소에 아무리 패악질이 심해도 강력한 힘과 아름다움을 가진 신이라 또 인기가 많기도 많았던 만큼 모든 신들이 인안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10] 이에 죽음들이 이 신을 데려가면 되냐 묻자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자는 안 된다며 저지하고, 마지막으로 확인해 볼 자가 있다며 남편인 두무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두무지는 다른 신들과 달리 목축지에서 여신들과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고 있었고, 인안나는 죽음들에게 저자가 내 죽음을 대신할 것이라며 두무지를 대타로 지정했다. 두무지는 태양신 우투에게 당신 어머니의 집에 매일 신선한 우유와 버터를 갖다 주는 자신을 위해 도와달라 간청하고, 이에 우투는 두무지를 도마뱀으로 변신시켜 도망치게 해주었다. 두무지는 해몽을 잘 하는 누나인 게쉬틴안나를 찾아갔고, 게쉬틴안나에게 어젯밤 꾼 꿈과 관련 있는 것 같다 말한다.설령 본인이 원한다 해도 내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가자.
홀로 서 있던 갈대가 나를 향해 고개를 저었고
꼿꼿이 서 있던 쌍둥이 갈대 중 하나가 스르르 떨어져 나갔어.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의 버터 제조기는 엎질러져 있었고
내 지팡이와 우유를 담는 컵은 바닥에 굴러다녔으며
독수리가 나의 어린 양을 잡아먹고
양들이 불안하게 다리를 구르고 있었어.
꼿꼿이 서 있던 쌍둥이 갈대 중 하나가 스르르 떨어져 나갔어.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의 버터 제조기는 엎질러져 있었고
내 지팡이와 우유를 담는 컵은 바닥에 굴러다녔으며
독수리가 나의 어린 양을 잡아먹고
양들이 불안하게 다리를 구르고 있었어.
홀로 서 있던 갈대가 너를 향해 고개를 저은 건
어머니가 너를 향해 고개를 저은 것이구나.
쌍둥이 갈대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간 건 너와 내가 떨어지게 됐다는 뜻이야.
그 뒤의 꿈들은 너의 죽음을...!
게쉬틴안나는 두무지가 죽을 것을 알고 슬퍼하다가 인안나와 죽음들이 찾아온 것을 알고 급히 수풀에 숨긴 뒤 인안나가 자신을 찾아와 두무지의 행방을 묻자 두무지는 목축지에서 한창 양을 칠 시간인데 그게 무슨 소리고 저자들은 누구냐며 무례하다고 항의하자 죽음들을 시켜 집을 뒤지려 했지만, 자기 집에서 무슨 행패냐는 게쉬틴안나의 항의 때문에 여기가 아닌가 싶어 다른 곳으로 떠나려 했다. 이때 파리가 나타나 두무지의 행방을 안다며 자신에게 대가를 요구했고, 파리가 자신에게 좋은 것을 준다면 가르쳐 주겠다고 대답하자 이에 응한다.어머니가 너를 향해 고개를 저은 것이구나.
쌍둥이 갈대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간 건 너와 내가 떨어지게 됐다는 뜻이야.
그 뒤의 꿈들은 너의 죽음을...!
내 너를 술과 음식이 가득한 곳에서 평생을 지낼 수 있게 하겠다.
그렇게 파리는 두무지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고, 두무지는 우투에게 사정해서 이번에는 가젤로 변신해 달아났지만 끝내 죽음들에게 붙잡혔다. 두무지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었지만 잘못은 죽음으로 갚아야 하지 않겠냐며 비웃고는 그대로 죽음들에게 인계하였고, 게쉬틴안나가 자신이 동생의 죽음을 나누어 받겠다고 요청하자 잠시 게쉬틴안나를 비웃듯이 쳐다보다 이를 받아들였다.그렇게 1년 중 반은 두무지가, 반은 게쉬틴안나가 머무르게 되면서 목축의 신인 두무지가 저승에 있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아 들판에 풀이 자라지 않고 양들을 몰 수 없었지만 대신 포도가 달콤하게 영물어 게쉬틴안나가 맛있는 포도주를 만들었고, 게쉬틴안나가 저승에 있는 동안은 비가 많이 오며 포도가 수확되지 않는 계절이었지만 들판에는 풀이 가득 자라 목축을 활발히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메소포타미아에 건기와 우기가 나뉘었다.[11]
3. 기타
원전의 이슈타르가 가진 싸가지 없고 인간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면모와, 그러면서도 대홍수 때 적극적으로 인간의 편을 든 점과 특유의 카리스마를 잘 표현해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다.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 때문에 피해를 많이 주면서도 챙길 때는 후하게 챙기는 특유의 면모 때문에 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그렇게 인안나를 숭배했는지 알 것 같다는 평이 많다.외조부인 엔키와 마찬가지로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매우 '인간적인' 성격의 신이라는 평을 듣는다. 단순히 인간적인 감정을 강하게 표현한다는 것을 넘어, 다른 신들과 달리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점에서 둘은 매우 닮았다. 이러한 점이 최종적으로 다른 신들과 달리 '정신적인 성장'으로 이어졌고, 다른 신들은 위험성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명계하강을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시도해 죽음과 부활을 겪고 단순한 안하무인이었던 시절을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신들과 사람들에게 베풀 줄 아는 신이 되는 과정은 인안나를 본작의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완성시켰다. 이 점에 있어서는 성장이 없다며 독자들에게 부정적인 평을 들었던 친조부인 엔릴보다 낫다는 평이 있다.
막 나가는 성격 때문에 간과되는 사실인데 의외로 일찍부터 상황 판단력이 좋고 잔머리에도 능했으며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은 나름 호탕하게 베풀어주는 신이었다. 농업이야말로 문명의 근간 아니냐며 농업의 신 엔킴두를 택하려 했다 두무지의 구애를 받고 생각을 바꾸거나, 자신을 숭배하는 도시 우루쿠를 다른 도시보다 잘 나가게 하기 위해 엔키에게서 메를 훔쳐온 것 등을 보면 본인 말마따나 군주의 자질도 있었다. 엔키와 달리 충동적인 성격 때문에 스스로 제 복을 걷어차거나 일을 망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여러 사건을 겪고 성장하며 그 단점은 조금 나아졌다.
엔키를 엿먹이기는 했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친조부인 엔릴보다 외조부인 엔키와 더 친한 것으로 보인다. 둘의 성격이 상당히 비슷한 점이 있어서 서로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인 듯. 명계하강 때 엔릴, 난나, 엔키 순으로 찾아가라고 닌슈부르에게 말했는데 애초부터 엔키 외에는 안 도와줄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닌슈부르는 메 사건 때문에 안 도와줄 줄 알고 불안해했는데 정작 엔키는 인안나가 또 재미있는 짓을 벌였냐며 껄껄거리고는 흔쾌히 도와주는 등 확실히 둘의 성격이 통하는 점이 많다. 다만 둘의 성격이 성격인 데다 서로에 대한 호칭 때문에[12] 모르고 보면 조손 같지 않다는 평이 있다.
샛별의 여신이며 샛별과 같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고 자평하는 것과 달리 작화상으로 짙은 분홍색 눈이라 그리 샛별 같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샛별의 특성을 고려하면 금색이 더 어울렸을 듯.
[1] 본인 에피소드인 14화에서도 작화 보정을 많이 받았다. 본작의 여캐들은 강아지상이 많은데, 인안나는 닌카시, 닌티처럼 고양이상이다.[2] 작중에서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뭐든 파괴하고 부수고야 마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존재라고 나온다. 다만 인간의 깊은 욕망을 대변하는 존재였다보니 인간들은 그녀를 두려워하면서도 위대한 신으로 존경했다고.[3] 닌갈은 이런 장면들을 보며 울었다.[4] 난나는 인안나가 결혼하면 가정을 지키는 데에 힘을 쓸 거라고 생각했다.[5] 이 와중에 우투는 직접 옷감까지 지어 왔는데 원전에도 나오는 고증이다.[6] 대부분의 문헌에서 닌후르쌍의 대사로 나오긴 하지만, 인안나의 대사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7] 원전에서도 대홍수에 반대한 인간이었으며 엔릴의 인류 멸망을 비판한 신인 만큼 고증오류는 아니다.[8] 아무리 인안나라도 신들의 왕을 상대로 대놓고 대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엔키가 나서지 않았으면 오히려 인안나가 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엔키가 인안나를 도와준 것.[9] 이때 표정을 보면 천하의 인안나라도 평소와 달리 진심으로 위험하다고 초조해하는 티가 확 난다. 신들의 왕 엔릴에 맞먹을 정도의 권능을 가진 창세신의 일원이고, 또 외조부라서 일족 내 서열도 절대적으로 위이기 때문에 아무리 싸가지 없는 인안나라고 해도 정면으로 덤볐다가는 큰일 난다.[10] 그래도 묘사를 보면 대체로 이기기 같은 하급신들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11] 한 댓글러의 코멘트에 따르면 게쉬틴안나의 남편은 '닌기쉬지다'라고 하는 저승신 중 한 명이라고 한다.[12] 인안나는 엔키님이라 부르자 할아버지라 호칭하지는 않으며, 엔키 또한 인안나를 '그대'라 부르며 '~하게'체로 호칭하는 등 상당히 예의를 갖추며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