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작가 장정일이 2004년에 삼국지를 기반으로 쓴 소설이자 장정일 최고의 흑역사. 틀린 말이 아닌게 후술하듯2. 상세
기존의 삼국지와는 다르게 '중화주의'와 '영웅 중심주의'를 벗어나서 민중을 주체로 한 '젊은 삼국지' '우리 삼국지'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해서 환빠+삼국지 혼종 책이 되었다.[1]이미 장정일은 사이비 저술가로 악명높은 김운회와 함께 삼국지 해제라는 사이비 책을 공저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삼국지 해제'라든가 김운회의 '삼국지 바로 읽기'에 나온 해석을 여기에다 그대로 반영했다. (여포 이민족설[2] 등) 게다가 원작에 있는 한시들 역시 중화주의 및 촉한 정통론 춘추필법에 입각한 인용이라고 생각하여 그 한시들을 모두 없애고 그 자리에 새로운 시들을 지었다. 원소의 아들들을 제압하고 북방 원정에 나서는 조조에게 신하들이 "대쥬신"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데에 이르러서는 손발리 오그라진다.
이게 얼마나 개그인가 하면 이야기 구성을 끊어먹어가면서 환빠 설법을 하는 것이다.[3] 이를테면 동탁의 출사요구를 거부하고 떠나가는 조조[4]에 대해서 동탁의 신하는 유목민족(동탁)과 농경민족(조조)의 차이를 줄줄 외면서 농경민족의 나약함과 배은망덕에 대해서 논한다. 그러나 조조가 한실에 충성을 했기 때문에 동탁을 거부했을 수도 있고 자신만의 다른 야망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정황은 도외시한 채 '농경민족 vs. 유목민족' 구도만으로 몰아가는 건 그냥 개그. 작가가 편협한 민족주의에 깊이 함몰되어 있음을 자인한 모양새밖에 되지 않는다.
정역도, 편역도 아닌 이미 번안. (이 책 저자에 나관중의 이름은 없다!) 실제로 작가 장정일도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의도적으로 해석을 달리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니, 번안이라기보다는 삼국지연의가 아닌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근데 문제는 머리말과 본인의 단편수필집 생각에서 다른 삼국지 책들을 까면서 본 책을 서술하기 시작했다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만 원정 부분은 그냥 연의의 서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명 조루 삼국지. 사실 삼국지연의를 개역하다가 후반에는 창작을 거의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조루 현상을 보이는건 어지간한 작가들은 다 그렇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남만정벌에서 뻗는 건 좀 근성이 부족했지만(...)[5]
대부분의 삼국지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불쏘시개 취급을 받고 있는 책.
다만 십자군 이야기로 이름을 높인 만화가 김태권의 삽화 데뷔작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자. 김태권 자신은 이런 평을 아는지는 모르겠으나 성향상 장정일과는 다른 면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 경력 란에 장정일 삼국지 삽화를 그렸다는 것을 당당히 적을 만큼 흑역사로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정일의 팬들에게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 받는데, 일단 삼국지라는 소재 자체가 장정일의 작품세계와 동떨어져 있는데다[6] 장정일 특유의 그로테스크함과 난해함을 삼국지라는 소재 때문에 팍 죽여버리고 썼기 때문. 작가를 모르고 보면 장정일이 썼다고는 생각하기가 힘들다. 이 작품의 영향인지 후속 장편소설인 <구월의 이틀>도 죽어버린 필력과 정치색 과잉 때문에 혹평 받았고, 현재까지 장정일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3. 관련 문서
[1] 자조적인 이야기로 중견작가의 노후 보장 혹은 캐쉬 카우가 삼국지 번역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삼국지 이후에 이문열이나 황석영 등은 나름의 문학적 업적을 남기고 있지만 장정일은 이 이후 완전히 슬럼프라서 잡다한 평론집이나 내고 있고 장편소설이나 시는 현재는 거의 포기했다. 기상천외한 필력으로 주목받던 젊은 작가가 이렇게 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2] 여포에 한해선 이 떡밥이 제법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장정일은 동탁까지 이민족이라고 칭한다.[3] 자기 해설들을 무리하게 집어넣었다는 점에서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와 다를 바가 없다. 단지 해설의 방향이 달랐을 뿐.[4] 이 부분은 정사를 참조했다.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는데..'는 연의의 창작.[5] 보통은 제갈량 죽는 대목쯤에서 뻗는다. 그마저도 제갈량 이후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인물 없이 각국 내부문제가 주로 나오므로 떡밥이 사라져서지, 저렇게 어이없이 뻗어버리진 않는다.[6] 99년에 <중국에서 온 편지>라는 진시황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