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 하나비코[1][2] |
별명 | 코코(Koko) |
종 | 서부로랜드고릴라 |
성별 | 암컷 |
출생 | 1971년 7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동물원 |
사망 | 2018년 6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향년 46세) |
1. 개요
하나비코(1971년 7월 4일 ~ 2018년 6월 19일)는 애칭 코코(Koko)로 잘 알려진 암컷 고릴라이다. 세계 최초로 수어를 이용해 인간과의 대화에 성공한 고릴라이다.여기에서 코코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다.
2. 생애
1971년 7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난 고릴라 하나비코[3]는 태어나자마자 건강이 좋지 않아 어미 품에서 떨어져 집중치료를 받았고, 생후 10개월 후, 1972년 스탠퍼드 대학교 발달심리학 박사 프랜신 “페니” 패터슨(Francine “Penny” Patterson, 1947~)에게 연구 목적으로 위탁됐다.당시는 영장류의 인간 언어 학습 능력과 언어소통 연구가 지대한 관심을 끌던 때였고[4], 코코는 자연적인 동물 언어에 조금도 학습되지 않은, 그야말로 때 묻지 않은 샘플이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대부분 성장했다.
페니 박사는 인간의 언어능력이 학습을 통한 산물이라면 인간과 유전적으로 98% 이상 유사한 유인원 역시 학습을 통해서 인간처럼 언어를 익힐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1974년, 대학에 딸린 방 다섯 개짜리 큼직한 별장에서 코코와 거의 24시간 함께 지냈다. 코코는 페니의 침실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부엌 등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유년기 인간의 아이들처럼 온갖 인형과 장난감들을 갖고 놀았다. 코코는 수어 통역가 등 비음성언어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며, 4살 무렵 약 170여 개 단어를 깨우쳤고, 어휘를 창의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코코는 ‘머리빗(hairbrush)’을 ‘긁는 빗(scratch comb)’으로, ‘반지(ring)’를 ‘손가락 팔찌(finger bracelet)’로, ‘가면(mask)’을 ‘눈 모자(eye hat)’로 묘사하는 등 각각의 단어의 뜻을 잘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수컷 서부로랜드고릴라 마이클과 은두메 등과도 함께 생활했다. 그녀는 늘 새끼를 갖고 싶어 했고, 연구원은 코코를 보고 짝짓기를 할 만한 수컷 고릴라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 코코와 어릴적부터 함께 지내던 마이클이 있긴 했지만, 코코는 마이클은 내 동생이라며 짝짓기를 하길 반대했다.[5] 나중에 마이클이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코코는 우울증에 빠졌고, 연구원들은 코코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환경운동가로도 이름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만나게 했다. 코코는 그들과 친해지며 우울증을 극복했었는데, 후에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을 듣자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떨며 슬퍼했다.
연구원들은 코코가 아기를 가질 수 있도록 다른 동물원의 수컷 고릴라인 은두메를 데려왔다. 그러나 코코는 은두메를 데려왔을 때엔 이미 배란이 되지 않기 시작했고, 고릴라가 코코, 은두메 둘 뿐이라 가족을 이루기에 이상적인 무리가 형성되지 못했다. 또한 은두메는 코코와 만나기 전에 코코보다 더욱 크고 매력적인 암컷을 만나본 적이 있기에 코코에게 그닥 관심을 갖지 읺았고, 결국 새끼는 생기지 않았다. 훗날 코코가 세상을 떠난 후, 코코가 40이 넘어서도 여전히 새끼 이야기를 했다며 가족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가장 미안하다고 연구원이 눈물짓는 모습이 BBC 다큐에 방영되기도 했다. 코코는 새끼 대신에 작은 고릴라 인형을 품에 안고 뽀뽀하더니 자기 새끼에게 뽀뽀하라며 인형을 연구원의 입가에 내밀기도 했다.
대신에 코코는 독신으로 살면서도 맹크스고양이 '올 볼(All Ball)'[6]을 지극정성으로 길렀다.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훗날 올 볼이 교통사고로 죽자 울부짖으며 '슬프고 웅크린다'고 감정 표현을 하기도 했다. 후에 연구원들은 슬퍼하는 코코에게 4마리의 고양이[7], 홍금강앵무[8]를 소개시켜 주었고 코코는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 페니의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 동료이자 고릴라 재단의 공동설립자인 론 콘(Ron Cohn)이 찍은, 코코가 올 볼을 품고 있는 사진은 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를 두 번째로 장식했고, 그 해 ‘Time’ 선정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 페니와 콘은 ‘코코의 아기고양이(Koko’s Kitten)’란 제목의 베스트셀러 어린이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21일 코코는 46세의 나이로 자연사했다.
페니 박사가 세운 고릴라재단은 “코코는 모든 고릴라들의 대사(ambassador)이자 종간 소통과 공감의 아이콘으로서, 수많은 인류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며 “그녀는 인류에게 고릴라의 놀라운 감정 및 인지 능력을 알림으로써, 인간 중심의 세계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말하며 그녀의 죽음을 추모했다.
3. 수어
연구자들이 미국 수어를 변형해 만든 ‘고릴라수화(GSL)'를 통해 약 2000개의 단어를 알아듣고 1000여 단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같이 생활하던 고릴라 은두메, 마이클에게 간단한 수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단순히 단어 하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단어와 단어를 조합해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그럴싸한 문장을 형성해 인간과 소통이 가능했으며, 자신의 감정을 수어를 통해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상술했지만, 코코는 ‘머리빗(hairbrush)’을 ‘긁는 빗(scratch comb)’으로, ‘반지(ring)’를 ‘손가락 팔찌(finger bracelet)’로, ‘가면(mask)’을 ‘눈 모자(eye hat)’로 묘사하는 등 각각의 단어의 뜻을 잘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물원 내에서 겪는 일상적인 대화 외에도 코코는 다양한 언어활동을 보여줬는데, 사육사들이 보여준 이별 영화를 보고 수어로 여러 단어[9]를 조합해 인간이 만든 미디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한 적이 있다.
그 외에 장난으로 크레용을 씹는 것을 지적받자 슬쩍 크레용을 입술에 바르고 수어로 입술을 표현해 인간의 립스틱 화장을 흉내내고 사람처럼 거짓말을 이용한 변명을 한 사례가 있었고, 지구의 환경 이야기를 듣고 지구를 보호해 달라는 표현을 하는 등[10] 다양한 공감능력, 이해력 및 표현력을 보여준 에피소드가 많다.
4. 유사한 사례
당시에는 영장류의 인간 언어 학습 능력과 언어소통 연구가 학계의 트렌드였기에, 수많은 학자들이 코코처럼 영장류의 인간 언어 학습에 대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코코는 단일 개체로선 가장 오래, 인간의 실험-관찰 연구 대상이었던 비인간 영장류이며, 최초로 '대화다운 대화'가 성공한 고릴라이기도 하다.
- 콜롬비아 대학교 언어심리학자 허버트 테라스(Herbert S. Terrace) 박사의 침팬지 ‘님 침스키(Nim Chimpsky, 1973년 11월 19일 ~ 2000년 3월 10일)[11]’는 언어는 인간에게만 내재된 능력이라는 노엄 촘스키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미국 오클라호마 영장류연구소의 유인원 언어 실험 프로젝트 '님'의 대상이 된 수컷 침팬지이다. 44개월 동안 125개 수어 어휘를 익혔으나 침스키는 먹을 걸 달라는 등 주로 동물적 필요를 문장도 아닌 그저 몸짓 기호로 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테라스 박사는 침스키가 인간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말 할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침스키의 소통 방식은 방법만 다를 뿐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주인과 소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나마 소통이라는 것도 연구자의 표정과 몸짓을 모방하거나, '앉아, 일어나, 빵!'처럼 학습된 방식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일 뿐이 다였다.
- 1966년 네바다 대학교 심리학자 앨런 가드너와 베아트릭스 가드너 부부의 침팬지 ‘와쇼(Washoe)’도 있다. 최초로 인간 언어 사용에 대해 연구된 영장류로, 가드너 부부에 따르면 와쇼는 22개월 만에 34개 어휘를 수화로 익혔고, ‘냄새’라는 어휘를 전달하기 위해 ‘꽃’이란 단어를 제시하는 등 단어를 모르는 개념을 아는 단어로 비유해 표현하는 언어적 창의성을 발휘했으며, 다른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백조를 두고 ‘Water Bird’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님 침스키'를 연구했던 테라스 박사는 와쇼의 'Water Bird'가 백조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그저 물 위에 뜬 새를 보고 'Water'와 'Bird', 즉 물과 새를 말한 걸 백조를 가리킨 것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 오랑우탄 찬텍(Chantek, 1977년 12월 17일 ~ 2017년 8월 7일)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 있는 여키스 국제 영장류 연구센터(Yerkes National Primate Research Center)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수어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지적 기술을 보여준 수마트라 오랑우탄과 보르네오 오랑우탄 사이의 잡종 수컷이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H. 린 마일스(H. Lyn Miles)와 앤 사우스컴(Ann Southcombe)의 주도 하에 연구되었으며, 찬텍은 약 150개의 어휘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구두로 말하는 영어를 이해했다. 그는 심지어 자신만의 수어 어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도구를 만들고 사용했으며, 심지어 돈과 일의 교환 개념까지도 이해했다. 그는 채터누가에 있는 테네시 대학교에서 대학교 근처의 패스트푸드점 '다이어리 퀸'까지의 운전 경로를 안내할 수 있는 공간 이해력과 수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언급할 수 있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다이어리 퀸의 컨트리 바스켓을 좋아하기도 했다. 찬텍은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즐기고 그림, 목걸이, 음악을 만들며 놀았다. 찬텍은 어린 인간처럼 사람과 이야기할 때 대명사보다는 이름을 이용해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또한 그는 형용사를 잘 활용하기로 유명했다. 예를 들면, 처음보는 오랑우탄을 언급할 때 "주황색의 개"라고 불렀던 적도 있다. 찬텍은 또한 거울을 보며 자신을 단장함으로써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인식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지적 및 언어 능력으로 인해 던 프린스-휴즈(Dawn Prince-Hughes) 등 일부 과학자들은 찬텍을 단순히 수어를 할 줄 아는 동물이 아닌 한 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5. 논란
코코의 능력, 즉 고릴라 재단의 연구실적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주장되어 왔다. 비판의 논점은 크게 세 가지로, 의미가 과장됐고, 해석의 변수가 너무 많고, 검증 가능한 연구 데이터가 없다는 거였다.침팬지 '님 침스키'의 언어 구사에 대해 연구했던 테라스 박사는 “코코의 언어가 전달하려는 의미가 코코의 행동이 아니라 관찰자의 눈에 있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고, 페니를 ‘열정과잉의 어머니(overzealous mother)’라고 조롱하며 “그는 대리자식을 너무 자랑스러워한 나머지 다른 연구자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투사하여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일갈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내분비학자이자 저명한 영장류학자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1957~) 역시 페니 패터슨 박사는 몇 개의 뭉클한 동영상 필름 외엔, 실질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어떠한 연구 데이터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코코의 능력은 미디어에 의해 과장되고 조작된 일종의 고등 서커스일 가능성이 있음을 의심했다. 고양이 에피소드나, 대중적 스타들과의 만남 등 일련의 이벤트는 재단 후원금 모금 기획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역사상 최초 ‘종간 온라인 채팅’으로 화제를 모은 코코와 페니의 1998년 AOL(American Online) 공개 채팅에서도 코코는 그리 인상적인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릴라재단 직원들은 취업 시 재직 중 보고 듣고 겪은 일에 대한 비밀엄수 계약을 맺었고, 페니가 코코의 우리에 CCTV를 설치해서 이어폰 마이크로 연구자와 사육사의 행동을 감시하며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코코의 지능과 별개로 페니의 고릴라재단 자체의 논란도 존재한다. 사람의 유방, 특히 유두에 호기심이 많았던 코코를 위해 여성 사육사들에게도 가슴을 내놓고 다니게 해 여성 사육사 2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일, 야생 고릴라들과 달리 육식을 좋아하는 코코를 위해 페니가 영양사의 조언을 묵살한 채 칠면조 가공육이나 짠 스프, 초콜릿 등을 예사로 먹이고 하루 70~100정의 비타민과 영양보충제를 섭취하게 해 코코의 비만에 일조했다는 주장[12], 코코의 건강을 전담 수의사 없이 자연요법 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했다는 사실 등은 2012년 재단에서 집단 퇴사한 9명의 연구자와 사육사들의 폭로로 밝혀졌다. 이게 논란이 되자 고릴라 재단의 이사진들은 한명을 제외하곤 줄줄이 퇴사를 했다고 한다.
6. 여담
- 고릴라들 중 유일하게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 개체로 알려져 있다.
[1] Hanabi-Ko, 花火子[2] 일본어로 불꽃의 아이란 뜻을 담고 있다.[3] 花火子, 일본어로 불꽃의 아이라는 뜻. 태어난 당일에 진행된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축제에서 유래되었다.[4] 후술하겠지만, 와쇼와 님 침스키 등 침팬지에게 언어를 학습시키려는 앞선 연구들도 있었다.[5] 둘은 직접적 혈연관계는 아니였지만 어린시절부터 함께 지내온터라 진짜 남매와 다를것이 없던 사이였다고 한다. 고릴라들은 근친혼을 하지 않는 동물로 유명하다.[6] 코코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7] 립스, 스모키, 미스 블랙, 미스 그레이. 모두 코코가 붙여준 이름이다. 이중 립스와 스모키는 올 볼과 같은 품종인 맹크스였다.[8] 코코에겐 애완동물은 아니였다. 오히려 코코는 앵무새를 무서워 하며 악마의 이빨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9] 슬프다 + 어머니 + 이별 + 사랑[10] 후술하겠지만 이건 따로 수어 대본을 써놓은걸 코코가 보고 따라한 것이임이 밝혀졌다.[11] 노엄 촘스키의 패러디[12] 암컷 고릴라의 몸무게가 평균 70~90kg인 것에 비해 코코의 몸무게는 127kg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