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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토쿠즈 오구즈(𐱃𐰸𐰆𐰔:𐰆𐰍𐰔, Toquz Oɣuz)는 티베트어로 '아홉 씨족의 튀르크(དྲུག་རུས་དགུ , drug rus dgu)'라고 기록되어 있는 철륵 계통 부족들의 유목연맹체였다. 이들은 돌궐 제1제국(552~603)에게 복속되었으며, 돌궐이 분열되고 멸망한 후에도 여전히 9부족 연맹체로 남아있었다.'토쿠즈'는 고대 돌궐어로 9를 의미하며, '오구즈'는 공동체 혹은 연맹을 의미하므로,[1] 즉 '토쿠즈 오구즈'는 9부족 연맹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2] 처음에는 단순하게 아홉 부족들의 연맹체라 토구즈 오구즈라고 불렸으나, 나중에는 점차 고유명사화되어 이들 집단을 한데 묶어 가리키는 명칭으로 굳어졌다. 이는 한문 사서에서 나타나는 구성철륵(九姓鐵勒)이라는 명칭과 대응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2. 역사
토쿠즈 오구즈는 730년대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르혼 비문에서 처음으로 언급된다. 또한 구당서에는 이들이 회흘(回纥), 복골(僕骨), 혼(渾), 발야고(拔野古), 동라(同羅), 사결(思結), 글필(契苾), 아포사(阿布思), 골륜옥골공(骨侖屋骨思)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기록되었다. 앞의 7부족은 본래 고비 사막 이북에서 이전부터 거주했던 것이 확인되며, 뒤의 2부족은 743년 이후에 출현하여 이들과 합류하여 토쿠즈 오구즈를 이루었다.그러나 기록마다 9성의 구성원이 상이하고 기록 자체의 부족으로 인해, 심지어는 토쿠즈 오구즈가 후대 위구르 제국의 중심 세력을 이루는 야글라카르 씨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구당서의 기록과 달리 당회요에는 약라갈(藥羅葛), 호돌갈(胡咄葛), 골라물(啒羅勿), 맥가식흘(貊歌息訖), 아물적(阿勿嘀), 갈살(葛薩), 곡올소(斛嗢素), 약물갈(藥勿葛), 해사물(奚邪勿) 등이 9성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 중 약라갈이 위구르 제국의 황금씨족인 야글라카르 씨족이므로 해당 기록은 야글라카르를 필두로 모인 위구르 부족 내부의 9성을 채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아홉 오구즈'의 일원인 위구르 부족 내부에서 다시금 아홉 소부족이 구성원으로 있었다는 '중층설'이 전통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토쿠즈 오구즈를 구성하는 아홉 부족은 매우 느슨한 연맹체를 이룬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돌궐의 중심 세력이었던 아사나 및 아사덕 씨족 측 세력과는 구분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듯하다.
돌궐 제2제국의 빌게 카간은 자신을 기록한 퀼 테긴 비문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𐱃𐰸𐰆𐰕:𐰆𐰍𐰕:𐰉𐰆𐰑𐰣:𐰚𐰤𐱅𐰃:𐰉𐰆𐰑𐰣𐰢:𐰼𐱅𐰃:𐱅𐰭𐰼𐰃:𐰘𐰃𐰼:𐰉𐰆𐰞𐰍𐰴𐰃𐰤:𐰇𐰲𐰇𐰤:𐰖𐰍𐰃:𐰉𐰆𐰡𐰃
Toquz Oγuz budun kentü budunïm erti teŋіri jer bolγaqïn üčün yaγï boltï.
토쿠즈 오구즈의 부족들은 나의 백성들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대지와 뒤섞일 때 그들은 적이 되었다.
Toquz Oγuz budun kentü budunïm erti teŋіri jer bolγaqïn üčün yaγï boltï.
토쿠즈 오구즈의 부족들은 나의 백성들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대지와 뒤섞일 때 그들은 적이 되었다.
이들은 돌궐 제1제국이 무너지고 당나라가 기미지배를 펼칠 때 안북도호부에 귀부하여 적극적으로 도독 지위를 받으며 세력을 키워나갔고, 이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위구르였다. 훗날 돌궐 제2제국을 무너뜨린 위구르 제국의 2대 카를륵 카간은 위구르와 나머지 여덟 구성원들 사이에 차별점을 두고자 이들을 토쿠즈가 아닌 세키즈 오구즈(여덟 오구즈)로 칭했고, 이 즈음의 위구르는 온 위구르(열 위구르)로 칭해진 것으로 보아 구성원에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쿠즈 오구즈, 나아가 토쿠즈 위구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위구르 제국의 정치적 선전으로 '토쿠즈'라는 숫자는 점차 큰 숫자로써 모든 부족을 아우르는 상징적인 숫자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3]
기록의 부족 때문에 토쿠즈 오구즈와 위구르 제국 사이의 명확한 관계와 그 구성원 목록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해야 할 길이 멀지만, 위구르 제국이 토쿠즈 오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크게 이견이 없다.
3. 각주
[1] 본래는 단순하게 '씨족'이나 '부족'을 의미하였으며, 언어학자 코노노프에 따르면 '어머니'를 의미하는 고대 돌궐어 단어 ög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2] 이와 유사하게, 카를루크는 당시 돌궐인들로부터 3부족 연맹이라는 뜻의 '위취 오구즈(Üç-Oğuz)'라고 불렸다.[3] 실제로 중국에서도 9는 10을 채우기 바로 이전의 숫자로, 萬과 유사한 용법으로서 '큰 숫자'를 상징하는 말로 쓰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