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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3:07:14

프리랜스 번역

1. 개요2.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는 방법3. 프리랜서 번역가의 생활4. 갖추어야 할 역량
4.1. 외국어4.2. 한국어4.3. 전문적인 지식4.4. 기타
5. 도구6. 유용한 웹사이트

1. 개요

번역 일의 한 형태.

번역가라 하면 대개 외국의 문학 작품이나 만화 같은 서적류를 번역하거나, 또는 극장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등 영상 소프트의 현지화를 맡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외서를 번역하여 국내에 출판하거나 극장에 걸리는 외화에 자막을 다는 사람들은 사실 번역계에서 웬만큼 알아주는 거물(?)급들이 많고, 당신이 어느 날 "나도 외국어에 자신 있으니 번역서나 극장 자막 제작을 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 바닥에 뛰어들려 해도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번역가의 유무명을 따지지 않고 번역물의 품질만 좋으면 책을 출판해 주는 출판사들도 있다.)

그 때문에 처음 번역을 시작하는 사람은 대개 현지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번역 회사(Vendor)의 하청을 받아 번역을 하는 프리랜스 번역가로 일하게 된다.

2.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는 방법

프리랜스 번역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감안해야 하는 부분은 번역가들의 세계는 일반적인 사기업 취업과 마찬가지로 학력(정확히는 학벌) 수준에 따라 진입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번역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겠지만 한국어 작문 실력과 문법 관련 지식도 충분하여 번역가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관련된 경력이 없다면 일감을 따내기 쉬운 편이 아니다. 한 개의 일감을 두고도 여러 명의 개미 번역가들이 경쟁을 벌이며, 결국은 유수 기업체의 프로젝트 번역 경력을 비롯하여 굵직한 번역 경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새로운 일감을 따내기 훨씬 쉬울 수밖에 없다[1]. 경력이 일천하다면 대개 학벌이 좋은 사람일수록 진입이 좀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번역업계가 철저히 학연, 지연으로 굴러간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학력 수준이 아니라면 초짜 번역가의 자질을 검증할 만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명문대 출신자들은 졸업을 위해 토익과 같은 공인 영어 시험 점수를 일정 수준 이상 받아야 하는 데다가 전공 서적도 영문으로 된 경우가 많기에 기본기 이상의 어학 소양은 검증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2]. 번역가가 되기 위한 국가 기술 자격 인증 제도는 전무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통번역대학원 학위가 업계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통번역대학원이 있는 기관으로는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이 있고, 외국 대학에서도 해당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이 취업을 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가면 자연스레 학교의 위상을 높일 수 있으므로 해당 국가 언어의 통번역 학과를 만들어놓기도 한다. 초급 번역가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이 학위가 있다면 진입이 수월해지는 건 사실이나 필수는 아니며 정작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전공은 다양한 편이라고 한다. 본인이 국내외 상위권 대학 출신이 아니라면 먼저 번역 사무직을 채용하는 회사에 직원으로 입사하여 경력을 쌓든지, 아니면 통번역대학원 등을 통해 학력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번역 사무직을 채용하는 회사들도 대개 타 직무에 비해 학력을 좀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경쟁률도 높은 편이고, 자리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3]. 그만큼 진입 난이도가 만만한 바닥이 절대 아니다.

좀 큰 현지화 전문 회사는 외국 회사의 한국 지사인 라이언브리지와 SDL을 비롯한 소수의 기업들이 있으며, 특정 분야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전문 회사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또 현지화 전문 회사는 아니지만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대기업들도 프리랜스 번역가들에게 일을 맡기곤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소규모 회사들이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런 회사들을 찾아서 그 회사 인터넷 웹사이트에 가 보면, 대개 프리랜서 지원을 위한 전용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작은 회사라면 직접 전화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지원만 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은 아니고, 대개 테스트를 통해 자격을 심사한다. 이를 통해 당신의 실력과 적성을 판단하여 적합하다고 결정이 날 경우, 간단한 계약서를 쓰고 향후 그 회사로부터 일거리를 받게 된다. 영어 좀 배운 사람이라고 해도 처음에는 이 단계에서 오가는 이메일을 영작하는 것만도 한 통 쓰는 데 한 시간씩 걸리곤 한다.

테스트를 빙자하여 실제 일감을 쪼개서 맡기는 악랄한 사례도 존재한다. 처음부터 계약할 생각이 없이 이용해 먹을 생각이므로, 열심히 해 주면 해 줄수록 손해인 셈. 이런 의도가 의심되면 답장도 보낼 것 없이 무시해 버리면 된다. 특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번역가들에게 잘 써먹는 수법 중 하나로 "요 테스트를 받아봐서 잘하면 커~다란 프로젝트를 맡기겠다"고 유혹하는 것이다. 판별법은 테스트의 기한과 분량을 생각해 보면 된다. 다만 테스트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게, 실제로 처음 번역을 맡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꼼꼼하게 제대로 해서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작 단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을 안 주는 테스트도 할 수밖에 없다. 좀 궤도에 오르면 어느 걸 받아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

프리랜서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보장도 받을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을 해 주고 돈을 제대로 받는 것이 딱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점이다. 프로젝트 완료 후 15-45일 정도 후에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 보통이므로 왜 안 주는지 동동 발을 구를 필요는 없지만 정신은 차리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해외 번역 회사들은 소액이라면 페이팔 등의 전자 결제로, 수백 불 이상의 고액이라면 은행으로 직접 입금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단 번역 회사 자체의 관리 웹사이트가 있어서 프로젝트 수주부터 진행 업데이트, 완료, 청구서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이 가장 바람직하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어떻게 하는지도 매우 중요한데, 고의로 또는 실수로 한 명에게 줘야 할 프로젝트를 여러 명에게 중복해서 보내고 나서, 기껏 번역해서 보내주면 나한테 할당한 게 아니었다고 하면서 돈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정말 미안하다고 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은 정상 참작과 함께 한 번 더 기회를 줘 볼 여지가 있지만, 냉담하게 돈 못 주겠다는 얘기부터 꺼내는 매니저와는(또는 그 회사와는)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넓고 번역 회사는 많다.

3. 프리랜서 번역가의 생활

보수는 경력과 분야에 따라 정해진다. 경험 많고 실력이 받쳐주는 번역자라면 벌이가 좋다. 대개 단어(또는 글자)당 얼마, 시간당 얼마 하는 식의 요율이 정해지며(계약서를 쓴다), 이 요율을 작업량(단어나 시간)에 곱한 만큼의 보수를 받는다.[4] 전문 분야가 없는 초보자라면 단어당 10원~30원 정도를 받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럴 경우에도 하루에 3,000단어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으면 한 달에 200만 원~300만 원 정도의 월수입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시간. 프리랜서 특성상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거리가 여기저기서 들어오는데, 마감이 겹치는 경우 스케줄을 조율하기가 매우 힘들다. 심지어는 큰 회사에선 서로 다른 팀들이 일정이 겹치는 작업을 보내오기도 한다. 때문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해야 하는 때도 많다. 따라서 일이 폭풍처럼 몰아친다고 해서 전부 받을 필요는 없다. 무리라고 생각되면 확실하게 거절하는 게 좋다. 억지로 받았다가 끝내지 못했을 경우, 시간을 잡아먹는 데다 새로운 번역자를 알아봐야 하므로 서로 손해가 된다.

그런가 하면 어떨 때는 아무도 작업을 보내지 않아 일주일 내내 놀기도 한다. 사실상 말이 논다는 거지 현실은 언제 일이 들어올까 안 들어올까 초조하다 게다가 언제 바쁘고 언제 한가한지를 미리 알 수도 없다는 게 지옥이다.

프리랜서는 자영업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등의 사회 보험을 당연히 전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회사들이 보수를 지급할 때 아예 원천 징수 부분을 제하고 주며 소득 내역을 국세청에 신고하기 때문에, 직장인과 똑같은 유리 지갑이다.[5] 게다가 직장인들처럼 출퇴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일을 맡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마감 시간까지는 완료해서 납품을 해야 한다. 또 한 회사에서만 일감을 맡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개의 작업이 마감이 겹치는 경우도 많으며, 그래서 철야를 하거나 주말 내내 일을 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6] 이러다 보니 자칫하면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되기 쉬우며, 스스로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건강을 해치기 쉽다.

모든 프리랜서가 그렇듯 프리랜스 번역가는 자기 건강을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직장인은 몸이 아플 경우 병가를 낼 수도 있으며 자신의 빈자리를 잠시 동안 메꿔줄 동료들이 있고, 병가를 내고 치료나 요양을 하는 중에도 월급은 나온다. 게다가 직장인은 각종 복리 후생 제도를 통해 질병에 대해 어느 정도 추가적인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이런 것이 하나도 없다. 아파서 일을 못하면 그냥 돈을 못 버는 것이다. 게다가 아파서 몇 주 쉬고 나면 고객 다 떨어져 나간다. 때문에 프리랜스 번역가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의 눈으로 감시하며 항상 몸 관리에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정신 건강 역시 의외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혼자서 홈 오피스에 앉아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사람과 접촉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나는 원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니 오히려 잘됐다"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부러 지인들에게 연락해서라도 사회생활을 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하다못해 매일 가는 단골 커피샵이라도 만들든지. 너무 데드라인이 빠듯한 (특히 당장 서너 시간 내에 해달라는 요청. 인도계 번역 회사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자주 볼 수 있다.) 프로젝트는 안 받는 것도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컴퓨터로 일을 하고 인터넷 검색이 필수적이다 보니(원본과 번역본 언어 양쪽으로 100% 단어와 표현을 다 아는 내용을 번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딱 맞는 한글 단어가 안 떠올라서 자괴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뉴스 보다가 틀어놓을 음악 찾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자주 있다. 마감에 항상 쫓기지 않으려면 시간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좋은 점으로는 정말 다양한 번역 주제를 받으면서 견문이 넓어진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 재미를 느낀다면 스트레스를 좀 완화시킬 수 있다.

또한 프리랜스 번역을 오래 하다 보면 다른 번역가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검수하는 작업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경력이 많고 실력이 있는 번역가라면 사실상 번역은 하나도 없고 검수만 줄창 하게 되는 수도 있다. 그런데 검수라는 것이 남이 한 작업에서 잘못된 것만 골라내는 일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신적인 대미지가 쌓인다. 물론 잘못을 지적받는 작업자도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남을 끊임없이 타박해야 하는 검수자 역시 지옥이다! 스스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정신적 피로는 착실히(?) 쌓이고 있으니, 적극적인 취미 생활이나 여가 활동을 통해 정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한편 검수 요율은 번역 요율보다는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즉 잘 쓰인(번역된) 글이 작업물로 오는 경우에는 그만큼 작업 속도도 빠르면서 스트레스도 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적하느라, 또 수정하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엄청나게 투자해야 하는 관계로 정말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잘 번역된 글의 검수를 맡기는 사례는 드물다. 최악의 경우는 구글 번역기 결과물을 고쳐서 완성하는 것과 같은 난이도. 그냥 번역이 되어버린다.

종합해 보자면, 업무 처리 면에서의 프리랜서, 특히 번역가에게는 작업물의 분량에 비례하는 시간과 이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당연히, 이 여건은 본인이 조성해야 하는 것이며, 작업 일정과 개인 일정 간의 시간 안배를 효과적으로 해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4. 갖추어야 할 역량

4.1. 외국어

외국어 구사 능력이 높아야 한다. 공인 외국어 시험 점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읽기-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영어 작업에선 번역 일 중에서 가장 요율이 낮은 축에 속하는 것들이 토익 책에 나올 만한 일상적인 비즈니스 서신들이다. 공부해 가면서 해내려고 해도 유럽언어기준 B2를 넘겨야 간신히 사전 찾아가면서 해낼 수 있고, 직업적으로 해내려면 유럽언어기준 C1을 넘겨야 한다. 실력이 A1~B1 같은 상태에서는 초벌 번역 일자리를 찾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공부부터 끝내야 한다. 초벌 번역이라는 것은 직업을 부르는 말이 아니라 번역자가 번역 중간에 하는 작업 과정을 가리키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이 어렵다. 다른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하청을 받아보려 하더라도, 유럽언어기준 B1 미만의 실력으로는 하청조차 수행해 낼 수 없다.

외국어의 종류도 중요한 문제이다. 한-일-영-중 등 여러 외국어를 동시에 하는 사람들은 일거리를 많이 딸 수 있다.[7] 특히 러시아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잘하는 사람은 드문데 수요는 많은' 외국어가 있는데 이런 경우 가격이 매우 올라간다. 반대로 한-중 번역은 정상적인 가격을 받기 어렵다. 조선족을 동원한 저가 공세를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4.2. 한국어

한국어 작문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공인 한국어 시험 점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읽기-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 다양한 어휘와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조기 유학생, 교포 2~3세 등은 외국어는 잘하는데 우리말 번역을 맡겨보면 황당한 결과물을 납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수능 국어 실력이 3등급 이하이면 번역한 결과를 우리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당연히 우리말 잘하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수도 있다. 특히 우리말의 맞춤법은 수많은 예외와 허용으로 점철되어 국어학자도 실수를 할 때가 있을 정도로 골치 아프며, 일반인들 중에선 조사 활용을 제대로 못 하거나 문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품사 간의 호응 관계가 깨지는 사람이 태반이다. 맞춤법은 물론이고 어휘 간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도 필요하다.

다행히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어 작문을 배우기 더욱 어렵다. 구조론적으로는 주요 언어 중 터키어, 일본어, 핀란드어 정도밖에 없는 교착어인 데다 비교 언어학적으로 고립어이기까지 한 한국어의 특성상 기계 번역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소위 번역기로 불리는 번역 개그(…)를 생각해 보자).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잘 구사한다면 프리랜스 번역가로 활동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서가 처음 생성되었던 2014년에 비해 인공지능의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기계 번역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Chat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영어-한국어/한국어-영어 번역 품질은 이제 인간 초보 번역가의 번역 품질을 넘어서며, 특정 분야(특히 IT 영역)에서는 전문 번역도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다. 프리랜스 번역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겠다는 이들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4.3. 전문적인 지식

당신이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그 방면의 일거리가 꾸준하게 들어오게 된다. 이 경우 가장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분야의 자격증 또는 졸업증이다. 이런 자영업에서도 학벌 따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번역을 맡기는 입장에서 공대 출신에게 공학 번역을 맡기는 것이 적어도 발번역은 아닐 거라고 기대하게 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일거리에는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 간에 주고받는 각종 문서의 번역, 기업 제품의 설명서나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현지화, 웹 페이지 번역, 게임에 나오는 텍스트의 번역 등이 있다. 의외로 게임 번역의 문턱이 높은데, 와우 오래 했다는 경력 정도로는 제대로 된 게임의 번역을 맡기는 어렵고, 정작 프로젝트를 받아보면 말이 게임이지 허접한 플래시 게임이나 카지노 도박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 지식이 요구되지 않아 아무나 번역할 수 있는 문서는 요율이 낮지만, 많은 돈이 걸린 분야인 데다 전문 지식이 없으면 번역할 수 없는 분야라면 요율이 3배 이상으로 올라간다. 쉬운 용어가 쓰이는 '일반 대중을 위한 사용 설명서' 수준이 아니라, 논문이나 전문 기술자를 위한 사용 설명서 등 어려운 용어가 쓰이는 번역을 맡길 것이며 몸값이 높아질 것이다.

IT, 의학/약학, 전자/기계(사용 설명서 등), 건축 등이 비싸게 먹힌다. 특히 요즘 IT에선 적용된 UI를 웹에서 사용해 보면서 검토하거나 프로그램 문법에 맞는 번역을 해야 하는 등, 일이 단순한 언어 간의 번역이 아닌 더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4.4. 기타

긴 경력을 가지고 신뢰를 얻을수록 귀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시간에 많은 분량의 작업을 오류 없이 처리해 준다는 평판을 얻으면 지식의 폭이 좁더라도 일거리가 계속 들어온다. (현지화 전문 회사들도 클라이언트에게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항상 마감 시간에 쫓기고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초짜는 일거리를 받는 것이 엄청나게 힘든 분야이고, 한번 받았다 하더라도 넘칠 때까지 받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일 년에 번역으로 대략 3000만 원 이상 소득이 있는 경우 종합 소득세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보다 적다면 대개 종합 소득세를 내지 않거나 아주 조금 내는 데 비해 이를 넘어설 경우 종소세가 전보다 많이 나올 수 있다.[8] 5월 종합 소득세 신고 시 홈택스를 이용해 세금을 계산해 봤더니 너무 많이 나온다고 생각되면, 전문 세무사에게 상담하도록 하자.

2018년부터 번역비 요율을 매기지 않고 원본을 먼저 기계 번역으로 돌린 후에 수정만 하면 된다고 검토비 요율을 책정하는 악덕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있다.[9] 기계 번역의 수준이 대부분은 구글 번역만도 못하므로 거의 새로 번역해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에게 온 검토 프로젝트가 기계 번역 된 것인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통보하여 자신의 번역 요율을 다 받을 수 있도록 하자. 요즘 기계 번역은 사람처럼 모든 경우에 다 척척 번역하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지금 번역하는 게 어떤 종류의 문장인지를 무시하고 그냥 끝없이 데이터베이스를 쌓아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주소에서 무슨 시 무슨 구 '상동'이라고 하면 Sang-dong이라고(또는 의미를 살린다면 Upper town 정도로) 번역해야 하겠지만 "same as above(위와 동일하다는 뜻의 상동)"과 같이 뜬금없는 번역을 뱉곤 한다. 원본 자체에 띄어쓰기가 잘못되거나 오타가 있을 때 이런 번역이 특히 잘 드러난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업의 기계 번역도 이 수준에 머물러 있으므로, 아직은 기계 번역을 매우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반면 오타를 낸다든지 문장 구조를 한글 형식으로 바꾸는 중에 실수를 한다든지 하는 극히 인간다운 실수가 있다면 당연히 인간 번역으로 볼 수 있다. 아직 기계가 일부러 오타를 내서 자기가 사람인 척하지는 않는다.

구글 번역(translate.google.com)과 네이버 영어사전(en.dict.naver.com)은 한영 번역가의 좋은 친구다. 한 가지 구글 번역을 사용하는 요령이 있는데, 이상하게 영문과 한글 간의 번역은 원활하지 못한데, 문장 구조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문과 일본어 간의 번역이 깔끔하게 잘되는 경우가 아주 많이 있다. 그래서 영문 → 일본어 → 한국어 순으로 순차적으로 구글 번역을 시키면 그냥 한글로 바로 번역한 것보다 꽤 괜찮은 결과물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2018년 이후 구글 번역 엔진이 인공 신경망 기반 엔진으로 교체되면서, 한-영 번역의 품질도 크게 개선되었으며, 일어를 통해 중역을 하는 것에 비해 크게 품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5. 도구


그 외에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추가적인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령, 손에 질병이 생긴 사람은 타자를 치기 힘들기 때문에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손에 부담이 가지 않으며 손으로 치고 있는 것보다 음성인식이 더 빠르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꼭 필요하지는 않으며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시 오탈자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피도록 하자.

5.1. 컴퓨터 보조 번역 프로그램

아주 소규모인 회사에서는 그냥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해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컴퓨터 보조 번역용 프로그램(CAT)을 사용해 작업할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CAT로 작업하지 않은 문서는 제삼자가 원본과 대조해 가며 품질 검수를 하기가 매우 어렵고, 또 CAT 없이 작업하면 (특히 작업 분량이 많을 경우) 다양한 오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캔한 저해상도 PDF 문서와 같이 문자 인식을 통한 CAT 툴을 아예 사용할 수 없다면 의외로 요율이 높아진다.

CAT 프로그램은 다양한 종류가 있긴 한데, 그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널리 쓰인다-라고 말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SDL의 "트래도스(Trados)"가 가장 널리 쓰이지만, 그와는 관계없이 당신이 어느 회사로부터 하청을 받느냐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CAT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구글 번역자 킷이란 것이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트랜스툴즈, 라이온브리지는 트랜슬레이션 워크스페이스(TW, 구 로고포트)를 사용한다.

다행히 아무거나 한 종류의 CAT에 익숙해지면 다른 CAT도 쉽게 사용할 수 있으니, 프로그램 숙련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CAT 프로그램들 중 몇몇은 상당히 고가라는 점. 예를 들어 트래도스는 백만 원 정도 한다. 반면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CAT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라이온브리지의 TW라든지, XTM 클라우드 같은 프로그램 등은 프로그램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은 사용료가 있어서(...), 한 달에 얼마씩 정액제 요금을 내거나 작업한 단어 수에 비례하는 정량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참고로 트래도스는 체험판을 다운로드받아 한 달 동안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다. (체험판이라고는 하지만 기능의 차이는 전혀 없고 단지 한 달 동안의 사용 기간 제한이 있을 뿐이다.) 만약 트래도스를 사용해야만 하는 작업을 수주받았는데 트래도스가 없을 경우, 이 점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CAT 툴은 대부분 한 문장을 단위로 번역하기에 보통은 큰 문제가 없으나, 각종 언어가 서로 다른 어순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번역 단가를 최대한 아끼려고(반복되는 표현은 단가 책정 시 단어 수에서 빠지니까) 한 문장을 토막토막 잘라서 CAT에 올려놓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라는 문구를 번역한다고 할 때, "Game / of / the / Year"라고 각각 단어를 번역하라고 하는 경우 "올해 / 의 / / 게임"으로 번역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영어로 Game에 해당하는 한글 단어가 "올해"로 번역 메모리에 들어가버려서 프로젝트 전체가 뒤죽박죽이 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전체 문장이 다 살아 있고 그냥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있는 경우, 몇몇 CAT 툴은 분리된 원본 문장을 붙여주는 기능도 제공하니 잘 살펴보자.

번역을 보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기계 번역을 자동으로 해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은 아니다. 구글 번역 API와 연동해서 기계 번역이 된 문장을 제시해 주는 정도의 기능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가 기능일 뿐이며 무료도 아니다. (단어 수에 따라 큰 금액은 아니나 구글 API 이용료가 과금된다) 따라서 CAT를 사용한다고 해도 대부분 수동으로 타이핑해야 하는 건 변함없다. 각 세그먼트를 번역 메모리에 넣어놓고 아주 비슷한 문장이 이전에 나왔으면 그걸 불러와서 현재 원본 문장과 몇 퍼센트 유사하다고 하고 차이점을 하이라이트해 주는 기능은 대부분의 CAT 툴이 가지고 있다. 유명한 CAT 툴의 몇몇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6. 유용한 웹사이트



[1] 너무나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크몽을 비롯한 재능 마켓 번역은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전문성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2] 업계 종사자, 그것도 직접 벤더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테스트만 잘 보면 된다고 하지만 정작 테스트 기회 한번 얻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번역 회사들도 아무에게나 테스트지를 주지 않는다. 일단 테스트지 자체가 회사의 저작물이기에 쉽사리 배부되기 어려운 데다가 결과물 검수를 위해서도 의외로 상당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자들은 항상 넘쳐나다 보니 그나마 자질을 어느 정도 검증했다고 볼 만한 국내외 명문대 출신들에게 상대적으로 기회가 더 주어질 수밖에 없다.[3] 사기업에서 번역만 전담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는 사실 흔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번역 회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비용 처리하거나 타 직무의 인력 중 외국어 능통자가 있다면 번역 업무를 겸업시키는 경우가 많다.[4] 페이지 등 전체 분량을 기준으로 번역료를 책정했을 때는 분량의 배분 때문에 가격이 달라지기 쉽다. 그러므로 MS 워드 등으로 단어의 갯수를 파악하고 번역료 책정의 기준을 정하는 게 좋다.[5] 물론 종합 소득세도 내야 한다. 번역가는 국세청에 사업 소득을 신고할 때 업종 코드 940100, 즉 "저술가"로 분류된다. 다만 번역으로 버는 소득이 일 년에 일정액 미만일 경우 소득세보다 공제액이 크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환급을 받게 되지만, 소득이 일정 액수가 넘어가면 과세 표준에 따라 종합 소득세를 내게 된다.[6] 여담이지만 다른 직종 중에 프리랜스 번역가와 가장 비슷한 생활/업무 패턴을 가진 것이 만화가라고 한다.[7] 한-영, 한-일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미국 회사의 신뢰를 얻는다면 원어민이 아니지만 영-일 번역도 이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생긴다. 미국 회사에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번역을 맡길 때 영한/영일 2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1명을 고용해서 맡기는 게 더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8] 작년 세전 소득이 2400만 원 미만이거나 신규 사업자로서 올해 세전 소득이 7500만 원 미만일 경우 60%대의 단순 경비율을 적용받아 많은 경비를 인정받기에 세금이 적으며, 이를 넘어서면 20% 미만의 기준 경비율이 적용되므로, 장부를 작성하지 않을 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물론 장부를 작성해 경비를 인정받으면 그에 맞는 세금이 매겨지므로, 해당 소득을 넘는다고 세금에서 극단적인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9] MTPE(Machine Translation Post-Editing), 현재는 창작성 및 맥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일부 전문 분야(의학, 법률, 특허 등)에서 보편적인 작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10] 수동으로 외장 하드 등에 백업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자. 불편하기 때문에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11] 대형 프로젝트나 여러 번역가가 동시에 참여하는 프로젝트라면 반드시 클라이언트가 지정한 소프트웨어를 소유해야 수주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클라이언트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준비해서 각 번역가에게 계정을 배정하여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12] 짧은 파일은 그대로 워드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빠를 때도 있지만, 분량이 많은 경우, 혹은 번역 예문 축적을 위해 OCR 변환 후 CAT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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