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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14 00:01:20

프리스프렁

1. 개요2. 상세 원리3. 장단점4. 적용 예5. 정비성 논란

1. 개요

프리스프렁(Free-sprung)이란 기계식 시계 (주로 손목시계)의 오차 조정 기구를 구현하는 방식의 하나다.

기계식 시계에서 시간 흐름의 정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 밸런스 휠(balance wheel)과 헤어 스프링(hair spring)이며, 이 밸런스 휠 부품에 무게추를 부착하고 무게추 위치를 미세 조정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을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 (Free-sprung balance wheel)이라고 한다. 이것을 조정함에 따라 시계의 시간 흐름을 미세하게 빠르게/느리게 바꾸어 영점 조정을 한다.

파일:Breguet_FreeSprungBalanceWheel.jpg

2. 상세 원리

기계식 손목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용수철 진동의 진동 주기를 이용한다. 직선 왕복 운동하는 용수철 진동의 진동 주기는 용수철 상수(k)[1]와 진동체의 질량(m)에 의해 결정된다. 진동 주기(T)는 다음의 식으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math(\displaystyle T=2\pi \sqrt{\frac{m}{k}})]


손목 시계용 진동체는 직선 왕복 운동이 아닌 좌회전/우회전을 반복하는 회전체를 사용하며 이 경우 마찬가지로 용수철 상수과 회전체의 관성 모멘트[2]에 의해 진동 주기가 결정된다. 용수철에 의해 회전/왕복운동을 할 경우 진동 주기(T)는 다음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math(\displaystyle T=\pi \sqrt{\frac{J}{D}})]
[math(\displaystyle J=m\cdot \rho ^{2})]
[math(\displaystyle D=\frac{E\cdot s^{3}\cdot h}{12 \cdot l})]

J = 관성모멘트
D = 힘의 모멘트(토크)
m = 회전체(밸런스휠)의 질량
[math(\rho)] = 회전체 반지름
[math(l)] = 헤어스프링 길이
E = 헤어스프링 탄성력
s = 헤어스프링 두께
h = 헤어스프링 너비
즉 진동 주기를 늘리고 싶으면 관성 모멘트(J)를 키우거나[3], 용수철의 토크(D)를 줄이면[4] 된다. 동일 재질(E)의 용수철이라면 용수철의 길이([math(l)])가 길수록 토크(D)가 줄어들고 주기(T)는 길어지게 된다.

손목 시계용 무브먼트에서 오차 조정을 한다는 것은 진동체의 진동 주기를 미세 조정하는 것이며, 일반적인 무브먼트는 스터드(stud)라 불리는 부품을 움직여 달팽이 모양으로 생긴 헤어 스프링의 유효 길이([math(l)])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동 주기를 바꾸게 된다. 이 방식은 구현이 간단하고 조정하기가 편리하지만 외부 충격 등에 의해 조정이 틀어지는 일이 많은 단점이 있다.

한편으로 용수철의 유효 길이를 그대로 둔 채 밸런스 휠 (진동체)의 관성 모멘트(J)를 조정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프리스프렁 방식이다. 밸런스 휠에 무게추를 설치하고, 이 무게추의 위치를 미세하게 안쪽/바깥쪽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회전체 반지름([math(\rho)])을 미세하게 바꾸어 관성 모멘트(J)를 줄이거나 키움으로 해서 진동 주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3. 장단점

프리스프렁 방식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대중용 시계보다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에서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4. 적용 예

파텍 필립의 자이로맥스, 롤렉스의 마이크로 스텔라 등이 모두 이런 프리스프렁 방식 오차 조정 기구의 일종이다.
파일:Patek_Gyromax.jpg 파일:Rolex-balance-wheel-microstella-nuts-1.jpg
파텍 필립의 자이로맥스 롤렉스의 마이크로 스텔라

5. 정비성 논란

프리스프렁 방식은 주로 하이엔드급 메이커의 고급 무브먼트에 적용되어왔으나, 스와치 그룹은 이것을 1000달러 내외의 엔트리급 시계식 시계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ETA 2824를 베이스로 개량한 C07.XXX 계열 무브먼트에 프리스프렁 밸런스가 적용되었는데, 티쏘, 해밀턴 등의 브랜드에 주로 공급된다.

C07.XXX에 적용된 프리스프렁은 정밀한 오차 조정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원가절감을 위한 설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파일:ETA_C07_1xx_BalanceWheel.jpg 파일:FreeSprungBalanceWheel_NivachronBalanceSpring.jpg

C07.XXX는 구조상 무게추의 조정 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미세 조정이 지극히 어렵게 되어있다. 원래 프리스프렁은 조정이 어려운 속성을 띠지만, C07의 조정 구조는 슬라이드 식으로 되어있어 더욱 조정이 어려운 구조다. 롤렉스의 마이크로 스텔라 등은 무게추가 나사로 되어있어 이것을 돌려 미세하게 나사를 밖으로 빼거나 안으로 넣어 조정을 하지만 C07은 그저 무게추가 클립같은 구조에 끼워져있을 뿐이다.

게다가 조정 범위가 과도하게 넓은 설계인데, 정밀한 오차 조정을 위해 미세 조정기구를 장착했다는 개념보다는 6진동/7진동/8진동 무브먼트별로 밸런스휠을 맞춰 넣지 않고 진동수를 무게추 조정만으로 대응하여 부품 공용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결국 스와치 그룹은 엔트리 모델에 프리스프렁 방식을 적용하면서

1. 기존의 에타크론(Etachron) 오차 조정 기구를 없애 부품 수를 줄이고 조립공정을 단순화하여 원가 절감
2. 나사식이 아닌 클립식을 택한 것도 생산 공정 단순화를 통해 생산비 증가를 억제
3. 밸런스 휠을 진동수별로 생산하지 않고 부품 공용화를 하여 원가 절감

을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성능 향상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넓은 조정 범위, 정비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구조의 설계는 ETA의 공장에서 자동화 장비에 의해 조정된 직후에는 양호한 오차를 보이겠지만, 어떤 원인으로든 조정이 틀어지고 나면 일반 서비스샵에서는 재조정이 지극히 어려운, 정비성을 무시한 설계라고 생각된다.

한편으로, 엔트리급 브랜드인 티쏘, 해밀턴의 경우 부품 교체 비용이나 수리/조정 비용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딱히 불리할 것이 없으며, 사설 수리점 입장에서만 불리할 뿐[6]이므로 이런 설계는 비판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1] 용수철을 단위 길이 변형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힘의 크기. 즉 용수철이 얼마나 딱딱하냐/부드러우냐.[2]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 관성의 크기, 즉 회전을 유지하려는 경향의 크기를 관성 모멘트라고 한다. 회전체의 질량과 회전 반경의 곱으로 표현된다.[3] 진동체 질량(m)을 늘리거나, 진동체의 회전 반경([math(\rho)])을 키우면 관성 모멘트가 증가한다.[4] 더 부드럽고 힘이 약한 용수철을 쓴다는 뜻[5] 별다른 조정 없이도 목표로 하는 오차 범위에 근접할 수 있을 정도로 부품 제조 정밀도를 높인 상태에서 마지막 미세 조정용으로만 무게추를 살짝 조정하는 것이다.[6] 정식 센터에서만 부품 공급이 되므로 사설 수리점에서 수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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