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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6 22:19:00

피버스 카르텔

영어: Phoebus cartel
한국어: 피버스 카르텔

1. 개요2. 배경3. 목적4. 몰락5. 기타

1. 개요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성되어 1939년 해체된 피버스 카르텔은 텅스람, 오스람, 제너럴 일렉트릭, AEI[1] 등의 회사가 주축이 되어 백열등의 생산과 판매를 통제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이다.

2. 배경

스코틀랜드의 천문학자이자 발명가인 제임스 보먼 린지[2]가 1835년 현재의 전구를 발명하고, 에디슨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전구를 개발한 이래 수많은 소규모의 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전구의 수명은 매년 상당한 수준으로 늘어났다.[3] 그리고 1920년대를 전후로 이러한 많은 회사들을 인수•합병하여 탄생한 제너럴 일렉트릭, 필립스, 오스람과 같은 대형 제조사들은 늘어나는 전구의 수명에 대비하여 자사의 전구 판매량은 매년 상당한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이미 각자의 지역에서 독점 체제를 구축하였으나 다가오는 근미래에 점점 길어지는 전구의 수명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오스람은 1923년에 6천3백만개의 전구를 판매하였지만 이듬해인 1924년에는 2천8백만개를 판매하는데 그친다.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먼저 대응을 시작한 회사는 오스람이었다. 독일의 오스람은 1921년 '국제 백열등 상업 협회'[4]를 설립해 유럽의 백열등 시장을 통제하려고 했다. 이후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은 유럽 시장에 진출하며 필립스와 함께 이를 견제하기 위해 '국제 제너럴 일렉트릭 회사'[5]를 설립해 대응했다. 이렇게 설립된 두 조직은 모두 특허 거래와 '시장 침투 전략'을 통해 시장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년 커지는 백열등 시장과 증가하는 국제적인 경쟁 등으로 인해 두 조직을 비롯한 모든 주요 제조사들은 서로의 영역을 간섭하지 않고 시장 단합을 위해 각자의 활동을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1925년 1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 모인 제너럴 일렉트릭, 지이 오버시스 그룹[6], 오스람, 필립스, 텅스람[7], AEI, 라 컴파니 데 램프스[8]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태양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의 다른 이름인 '포이보스'[9]를 가져와 '피버스 카르텔'을 결성함으로서 유럽은 물론 북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백열전구의 제조와 판매를 통제하게 된다.

3. 목적

피버스 카르텔의 주요 목적은 계획적 노후화를 통해 전구 수명을 기존 2500시간에서 1000시간으로 하향•표준화 하여 설계 단계에서부터 단축시킴으로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전구를 자주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또한 전구 수명을 단축시킴과 동시에 운영 비용을 낮추고 단합을 통해 경쟁에 대한 부담없이 가격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다만 수명 단축은 계획적 노후화의 대표적인 예시로 자주 인용되는 부분이었지만 전구의 수명을 줄임으로서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기술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영국 정부 산하 규제 기관과 일부 독립 기술자들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동일하게 주어진 전력량에서 수명이 긴 전구는 수명이 짧은 전구에 비해 빛의 양이 적고 이에 비례하여 더 많은 열을 방출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버스 카르텔 경영진의 내부 자료와 추후 이어진 미국 법원의 조사 결과는 피버스 카르텔이 전구 수명을 줄인 직접적인 동기가 고객에게 전구를 더 많이 구매하도록 잠정적으로 강요하여 이익을 늘리는 것임을 암시했고. 특히 1000시간 이상 늘릴시 자체적인 벌금을 물렸는데, 연장시간당 벌금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구조라서 카르텔의 이탈을 막는 장치로 쓰였다.

4. 몰락

이런 카르텔 구조는 굳건해보였지만, 카르텔에 들어가지 못한 회사들은 카르텔이 형성한 경직된 가격이라는 맹점을 제대로 이용했는데. 1930년부터 북유럽 회사들이 선두에 나선 공격적인 덤핑으로 인해 카르텔에서 내분이 벌어졌고, 1930년대 후반부터 유럽과 아시아에서 감도는 전쟁의 그림자로 인해 카르텔 회원사 간의 협의가 제한됐으며 그리고 전시물자 생산이라는 본국의 방침에 순응할 수밖에 없어서 카르텔은 사실상 해체가 됐다.

5. 기타

한때 인터넷에 떠돌아다녔고, 지금도 종종 언급되는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전등을 만들 기술력은 이미 존재하나, 기업이 이익을 위해 일부러 만들지 않는 것이다'라는 이야기의 유래로 보인다. 다만 영구 전구 같은 경우는 수명이 짧은 전구를 계속 팔아서 이익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만큼 가격이 비싸서 굳이 전구 하나 평생 쓰자고 그 정도 초기 비용을 감당하려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한다. 영구 전구 한 번 사면 다른 전구를 안 사게 되니까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반대로 그 한 번조차도 잘 안 팔리기 때문에 제품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소리. #


[1] Associated Electrical Industries. 한국어로 번역하면 '연합 전기 산업'이라는 의미로 '영국 톰슨-휴스턴'(BTH)사와 '메트로 폴리탄 비커스'사의 전기 기술 부문이 합병하여 1928년에 설립된 지주회사이다.[2] James Bowman Lindsay, 생몰년도: 1799년-1862년[3] 예시로 1880년대에는 500시간 정도이던 전구의 평균 수명이 1920년대가 되자 2000시간에 가깝게 증가했다. 심지어 어떤 전구들은 이미 2500시간에 다달은 경우도 있었다.[4] Internationale Glühlampen Preisvereinigung[5] "'International General Electric Company."'[6] GE Overseas Group.[7] Tungsram. 1896년 헝가리에서 설립된 회사로 전구와 각종 전자제품으로 유명했던 제조사이다.[8] La Compagnie des Lampes. 1888년 최초 설립된 프랑스의 전구 제조사로 이후 프랑스의 여러 제조사들이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9] Phoebus. "빛이 나는 자"라는 의미로 광명의 신으로서의 아폴론을 지칭하는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