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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09 20:24:31

피에르 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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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스포일러 · 기타 등장인물 · 황혼새벽회
피에르 디아즈
Pierre Diaz
파일:피에르첫등장.jpg 파일:피엘 변신 무합성 편집.png
본래 상태 (31세)[1] 변신 및 어린 시절 (12세)
프로필
나이 35세
생일 4월 5일[2]
출신, 소속 지역 동쪽 뿌리 지방
가족 관계 니나 디아즈 (딸)
프링글 디아즈 (남편)
로즈 디아즈 (사촌 언니)
과거 담당 지역 북아메리카
과거 파트너 에스프레소 빈즈
특화 마법 방어 마법(가문 비전)
[ 스포일러 ]
마력을 흡수하는 마법
좋아하는 것 평화,
싫어하는 것 갈등, 싸움, 옛날의 자신
169cm (변신 전)
취미 니나의 방을 몰래 꾸며놓는 것
특이사항 현세대 영주 마력량 2위, 거름회수팀 전 리더.

1. 개요2. 소개3. 외형4. 성격5. 실력 및 역량6. 작중 행적7. 평가
7.1. 친구들을 버리고 목숨을 구걸한 배신7.2. 쿠데타에서의 실책7.3.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문제7.4. 결론
8. 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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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네이버 웹툰 아메리카노 엑소더스의 등장인물. 동쪽 뿌리 지방 현 영주.

주인공의 어머니이자 북동 뿌리 지방 영주 에스프레소 빈즈의 유일한 동맹이자 친구. 높은 마력량에 기반한 뛰어난 실력과 양심이라는 책임감으로 영주민들 사이에서도 어진 군주로 칭송받는다. 친절함에서 피어난 인성으로 거름회수팀에서도 리더를 맡았으나, 신흥 세력인 에스프레소를 편견 없이 받아준 탓에 지금은 다른 귀족들에게 견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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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개


동쪽 뿌리 지방의 차기 영주 니나 디아즈의 어머니. 디아즈 가문의 당주로 프링글 디아즈를 가문의 안주인이자 남편으로 두고 있다.

에스프레소 빈즈와는 소꿉친구 사이이자 파트너, 동맹 관계인데 에스프레소와 과거의 사건으로 미묘하게 그녀를 두려워하며 꺼리는 모습을 보인다. 고정식 전에는 에스프레소와 묘하게 불편한 내색을 보였음에도, 고정식을 받은 아멜의 표정이 좋지 않자 걱정하는 등 기본적으론 이타적인 성격의 소유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영주들 중 독자의 시점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영주의 롤 모델로 꼽힌다. 마력량에 기반해 실력도 높고, 그로 인해 영지도 부패가 덜하며, 영지민들에게 친화적인 지배로 인기도 높고, 딸인 니나조차 영지민들과 친하게 지내어 인상도 좋다. 양심을 가지고 귀족의 의무를 "시민들을 행복하게 다스리는 일"이라며 당연하게 여기고 일한다. 그런데다 정략결혼이면서 부부사이와 모녀사이의 금슬도 과도하게 좋다. 딸인 니나를 너무 아껴서 교육에는 문제가 있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따뜻하고 정 많은 환경에서 자란 니나가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3. 외형


소꿉친구처럼 앞머리는 한쪽 눈을 거의 가리고, 허리까지 닿을 정도의 길이의 기다란 컬과 롤이 가해진 백금발이 특징. 회색 눈과 머리색 등 전체적으로 푸른 끼가 섞여있는데다[3] 속눈썹이 길어 눈꼬리가 가장 올라가서 무표정일 시 대단히 냉정해보이는 인상이다. 하지만 눈매 자채는 아래로 둥글둥글하게 내려갔고, 항상 짓는 표정도 맹하거나 울먹이거나 웃는 등 잘 망가지는(…) 계열이다.

참고로 어린 시절에는 눈에 하이라이트가 포함되어 청명하게 빛나고 동공도 확실하게 표현되었으나,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망가지고 현실 업무에 지쳐서인지 하이라이트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동공도 흐릿하게 묘사된다. 에스프레소가 뱀눈으로 선명한 칼눈 동공을 지니게 된 것과 대조되는 부분. 또한 만화의 캐릭터들 중 드물게 속눈썹이 머리색과 동일한, 다만 눈꼬리는 새까만 현실적인 색채를 가졌다.[4]

변신 모습은 롤빵머리 긴 장발에 검은색 장미 머리 장식을 하고 긴 검은 케이프를 입고 있으며, 안쪽엔 흰색 레이스원피스[5]와 줄무늬무늬의 니삭스&구두 조합이다. 피에르의 변신 의상 및 지팡이는 니나스 파리의 대표문양인 장미문양을 주 모티브로 참고하여 디자인된 것으로 추측된다. 여담으로 케이프를 제외하면 기성복이나 다름없는 디자인이기에 인파 속에 섞여들기 편했다고 한다.
파일:피에르 디아즈 지팡이.png

지팡이의 형태는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겨울나무 모양. 다만 나무와 관련된 마법세계라 이리 보여질 뿐, 전반적인 디자인 원안은 가시덤불이다. 피에르의 전반적인 옷 코디는 흑장미에 가시가 박힌 장미 덩쿨 장식이 주이기 때문.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과는 달리 의상이나 지팡이는 어두운 색에 가시가 돋혀있는데, 그의 어둠과 과거를 생각하면 참으로 적절하다.
파일:피에르사망플래그.png

입고 있는 옷 뒷면에는 날개 모양 문양이 있다. 마족의 날개 등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잘한 것에 설정을 넣기 좋아하는 작가의 특성상 저 문양은 박쥐로 보인다. 예로부터 박쥐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비열한 동물로 비유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영주들을 배신하고 에스프레소의 편에 선 피에르의 행적을 상징하는 듯하다.

4. 성격


딸바보이상적인 영주로 요약된다.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고 상반되게 보이기 쉬운 두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굉장히 인간적으로 이상적인 캐릭터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아들인 아메리카노 빈즈를 소유물로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에스프레소 빈즈와는 달리, 자신의 딸인 니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식에 대한 태도도 에스프레소와 대조적이다. 에스프레소가 아멜을 거름 회수용으로 쓰다가 은퇴 후에 다시 성에 은거시키려 했지만, 피에르는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긴 하나 니나에게 영주로서의 의무을 이행하기 위하여 황혼새벽회를 사냥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니나가 귀족 가문들의 위선적인 본모습을 알게 될 것을 슬퍼한다. 둘 다 자식을 일찍 은퇴시키게 하기 위하여 결혼을 서두르는 점 또한 대비되는데, 둘 다 자식들의 편안한 미래를 위해서이긴 하지만 아멜은 결혼을 하므로서 남은 자유마저 빼앗기고 성에 갇혀 지내게 되어야 할 처지이며 결혼이 아멜 자신의 편안보다는 아멜의 성별을 숨겨야 하는 의도가 더 강조되는 반면, 니나는 거름회수단에서 완전하게 자유롭게 되며 니나의 결혼은 피에르의 딸을 위한 마음이 더 강조되는 면이 있다.

다만 딸바보 속성이 지나쳐 니나에게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아멜은 니나에 대해서 '혼자서 동화 속에서 사는 것처럼 평화롭고 머리는 항상 꽃밭에 가 있는 이상한 애'라고 평가했는데 피에르가 니나를 과보호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니나는 영지의 생존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음에도 심적인 이유로 그것을 방치했다는 점에서 비행선 사건 이전까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 했다. 로브 리버티의 사망 이후 니나가 여태껏 피에르가 자신을 과보호했다는 것을 알고[6] 스스로 강해지고 싶다고 했는데 이후 피에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담으로 공적인 자리에서도 은근히 딸바보 기질을 드러낸다. 니나가 거름회수단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자 에스프레소에게 부탁하면서 니나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다 에스프레소가 말을 잘랐다. 또, 니나가 비행선에서 부상을 입은 후 아멜이 로네 펠트너가 지속적으로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할 때 피에르가 '혹시 가문과는 별개로 우리 애한테 호감이 있나? 니나가 귀엽긴 하지.'라고 헛소리를 말했다가 아멜에게 반박당한다(...). 외전 면학의 희생양에서도 영주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학교 행사는 최대한 참여하려고 하고, 밤에 니나와 수업 예습을 하는 등 니나의 일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그리고 니나의 죄를 탈주한 황혼새벽회의 인물들에게 뒤집어 씌우는등 니나를 위한다고 판단되면 옳지 못한 일에도 손을 대는 모습을 보이며 옳지 못한 것은 알고 있는지라 니나에게는 숨기는 모습을 보인다.

딸바보 특성에 묻히긴 하지만, 남편인 프링글 디아즈와의 금슬도 상당히 좋다. 보통 귀족들이 정략결혼을 하는 것에 비추어보면, 남편 및 자식과의 관계가 매우 좋다.

작중 묘사된 귀족들의 이미지가 평민들을 혹사시키고 저항세력은 처형하는 폭압적인 모습인 것과 달리, 피에르 디아즈는 '마력이 많은 자는 신분이 높은 대신 약한 자를 보호해야 해' 등의 영주로서의 책임의식이 느껴지는 발언을 남겼다. 그 외에도 평민이었던 에스프레소와도 친구로 지낸 것을 보면 비교적 신분 차별 의식이 적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마저 갖춘 현재 등장한 영주 중에선 가장 개념있는 영주.

여러 가지 면에서 에스프레소 빈즈와 대비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영주로서의 성격을 비교하면 에스프레소가 자신의 강력한 지위와 위엄 등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군주로서의 발언을 많이 한다면, 피에르는 하층민들을 보호하는 영주의 의무에 대해서 강조한다. 그 결과, 피에르의 경우 주민들이 상당히 호의적이다. 묘사가 적긴 해도 니나가 시장으로 외출하면 이것저것 챙겨줄 정도(...). 반면 에스프레소 빈즈의 경우, 영지가 거의 썩지 않았음에도 주민들이 불만을 품고 대규모로 이탈하려고 한다. 황혼새벽회예 대한 입장도 차이가 나는데, 에스프레소는 평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현 마법세계에 반하는 이단 집단으로서 제거 대상으로 여기는 것에 비하여, 귀족 출신인 피에르는 황혼새벽회의 등장이 서쪽지방 영주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마법세계의 구성원을 보호하여야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즉 타 귀족들은 황혼새벽회를 '사냥감' 내지 먹이로 바라보는데에 비해 피에르만은 그들을 자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동등한 입장에서의 '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니나 디아즈로브 리버티에게 "제가 나태하게 일했는데도 지방이 평화로운건 어머니가 저 모르게 뒤에서 힘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말풍선에 피에르가 에스프레소에게 거름을 부탁할 때 님을 붙이며 도게자까지 하는 장면이 짤막하게 등장한다. 어쨌든 간에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임이 틀림없음에도 딸과 지방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7]

여하튼 처음에는 여러, 특히 성격 면에서 에스프레소와 너무 비교되어 이렇게 고평가되었으나 45화에서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멘붕한 나머지[8] 어떻게 해결할지 손도 못대면서 무려 자기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준(...) 에스프레소에게 매달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면 유능하다고는 볼 수는 없다며 의외의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9]

5. 실력 및 역량

에스프레소가 니나 디아즈를 두고 "타고난 마력량으론 따라갈 자가 없던 내 사랑스런 파트너의 딸"이라고 지칭한 것과 니나의 높은 마력량을 생각하면 현 마법세계에서 마력이 파격적으로 높은 편으로 보인다. 니나가 현 거름회수단 멤버들, 요컨데 차기 영주들 중 2위인데 2위 밑의 다섯 명이 합친 마력양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정도니 피에르도 비슷한 수준으로 마력차이가 엄청날 듯.[10]

6. 작중 행적

7. 평가

"상황이 이렇게 되니 알겠어. 넌 평화를 사랑하지만, 그걸 위해 싸우는 건 싫어해. 그건 착한 것도 뭣도 아냐. 비겁한 거지."
첼시 위타드

유약하며 물렁물렁하고 어설프지만, 그럼에도 선인 [11][12][13]

초반부에서는 니나 디아즈의 어머니답게 선량한 성격, 다소 지나치긴 했지만 딸을 진심으로 위하는 모성애, 그리고 군주로서의 권위가 아니라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 갖춘, 훌륭한 어머니와 군주로서의 모습을 보여줘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물론 결혼식 사건에 에스프레소가 지적한 대로(...)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 로브 리버티와 그 비슷한 급의 위선자 5명을[14] 딸의 결혼 상대 후보로 고른다거나, 결혼식 때 니나의 난동으로 자신의 영지가 부숴지고 인명피해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니나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며 에스프레소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서 부정적인 재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이 사건 자체가 에스프레소가 운을 띄우고 로네가 기획과 연출을 맡았던 사건이라는 점과 로브 리버티진정한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놀라운 반전 덕분에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회상에서 드러난 피에르의 모습은 정말로 선량하고 용기가 있는 모습보다는, 선량한 것은 맞지만 상황을 맡닥드렸을 때 우유부단하게 행동하거나 상황을 회피하려 하는 너무나도 유약한 모습이었다.

7.1. 친구들을 버리고 목숨을 구걸한 배신

사실 초반부터 복선은 있었다. 에스프레소 이전에 다른 회수단원들은 피에르를 전적으로 믿고 따랐을 때, 그들을 모두 배신하고 에스프레소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 좋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누군가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의 친구들을 무자비하게 치명상을 입힌 다음 그대로 꼬챙이에 꿰어놓고 위협하면 겁에 질리는 것이 일반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때 '친구들을 내팽개치고 자기합리화하며 자기 안위를 챙기는' 모습이 좋게 보일 수 없다.[15]

다만 작중 배경이 되는 귀족사회가 상당히 막장인 것을 고려할 때, 평민에게 동정심을 품고 평민을 친구로 생각했으며, 어설펐지만 자기 나름대로 에스프레소를 도와주려는 등 귀족이 이렇게 선량한 마인드를 지녔다는 점 자체는 칭찬받을 만하다. 금방 포기했지만 피에르 나름대로 에스프레소와 거름회수조의 관계를 중재시키려고 노력했으며 그들 모두를 스스럼없이 친구로 여겨왔다. 적어도 본바탕이 선한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거름회수단 치고는 멘탈이 유리처럼 약했다는 게 단점. 거기다 에스프레소의 말대로 우유부단하기까지 해서 에스프레소에게도 놀아나고 거름회수조에서도 딱 부러지게 부탁을 거절도 못하고...... 거기다 친구들이 모두 당했을 때에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겁에 질려서 엉엉 울고 있다가 너와 난 친구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둥 멘탈이 완전히 부서진 듯한 모습을 보이니 에스프레소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름회수조나 에스프레소가 올바르거나 선한 것도 아니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온 평민을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자신의 기득권이 위협받자 살인을 저지르려 들고 그 살인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비겁자 내지 배신자로 몰아가는 거름회수조의 행동거지는 죄악에 가까울 정도이고, [16] 사실 잘못으로 따지면 저런 잘못된 일에 동참 안한 피에르보다 저런 잘못을 저지르려고 했고 빠진 피에르를 배신자로 몬 거름회수단의 잘못이 더 크다.

게다가 작중에서 회수단이 피에르에게 에스프레소를 불러내라고 할 때 태도를 보면 거의 협박해서 억지로 참여시킨 거였는데, 그래놓고 이렇게 강제로 참여시켜넣고 빠지자 배신자 취급을 하는 회수단의 생각은 거의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또한 에스프레소도 에스프레소인게, 어설프지만 동정심으로 접근했고 그녀를 친구로 생각하며 도움을 주던 피에르를 치우지 않는 이유가 정 때문이 아닌 정치든 거름회수든 어떻게든 이용해 먹을 가치가 있어서이다.[17]

다만 이전엔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를 처음부터 도구로 이용해왔다고 서술되었지만 사실 에스프레소와의 관계 항목에도 있듯이 이 당시의 에스프레소는 피에르를 도구라고 여겼다기보다는, 한번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더욱 강했다. 즉 적어도 비전서를 읽기 전까지는 에스프레소도 딱히 피에르를 도구라고 보지는 않았다는 것.[18]

엄밀히 따지면 피에르를 도구라고 보기 시작한 것은 파트너 제의를 했을 때 정도라고 보는게 정확하다.[19]

이렇듯 피에르가 거름회수조를 등지고 에스프레소의 파트너로 갈아탄 것은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라고 독백할 정도로 멘탈이 무너져 내린 탓이 크다. 애당초 피에르는 에스프레소나 거름회수단 동료들 모두 진심으로 친구라고 여기며 대해 왔으며 둘 중 하나가 나머지 하나를 배신하라고 강요한다면 정신이 우유부단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결국 그 상황을 타개해내지 못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이는 피에르의 정신적 미숙함이 드러나는 점이며 에스프레소에게 협박을 받을 때 공포에 질려 멘탈이 무너져 내린 이유가 이 미숙함으로도 설명이 된다.

애초에 평민을 가축 이하로 취급하는 막장 선민사상 사회에서, 그것도 자존감과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귀족들 틈바구니에서 피에르같이 평민을 동정하고 스스럼없이 대하는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우유부단하고 맨탈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그 성격이 어설퍼 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구같이 휘둘렸지만 반대로 이 단점마저도 없다면 그건 그냥 양판소에나 등장하는 전형적인 완성형 주인공이다.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위해 희생한 요소.

7.2. 쿠데타에서의 실책

그러나 피에르의 몰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 회상 직후에 피에르는 에스프레소를 배신하라는 제안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으며, 심지어 순진하게도 다른 영주들이 과거의 원한 때문에 다같이 최고 사제의 제안에 동참할 것이라는 평면적인 생각을 했다. 그러나 피에르의 예상과 달리, 다른 영주들은 비록 에스프레소에게 트라우마를 입을 만큽 상처를 입었고, 피에르 이상으로 증오하지만 그 자리에서 에스프레소를 배신하고 최고 사제에게 붙는 것보다 에스프레소에게 붙어야 훨씬 돌아오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계산을 했다. 실제로 에스프레소에게 붙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게, 이미 쿠데타를 각오하고 온 이상 쿠데타에 성공을 해야 못해도 자신의 지위가 보장을 받는데, 만약에 거기서 쿠데타가 실패라도 한다면 자신의 지위를 잃는 것은 기본이고 가문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사안이였다. 설령 갑작스럽게 최고 사제의 편을 들어 에스프레소를 제압해 쿠데타를 끝낸다 해도, 현 지도부에게 이빨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낙인이 찍혀 이전보다는 좋은 대접을 못 받을 확률이 훨씬 높다. 즉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이다. 동료들이 현실에 눈을 뜨고 성장한 동안에,[20] 피에르는 십 몇 년 전 10대 시절 그대로 머물러있던 것이다. 후에 에스프레소에게 완전히 찍혀버려 적어도 가문의 앞길을 안전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면, 피에르의 이와 같은 행동은 그야말로 추태이고, 최악의 실책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또 다시 배신을 고민했다는 시점에서, 피에르가 선한 품성이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의문을 제시하는 몇몇 독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다만 피에르 본인도 자신이 반평생 동안 이용당해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고 최고 사제의 제안은 그런 수치스러운 삶을 끝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다가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애초에 쿠데타 자체도 피에르 본인이 원해서가 아닌 에스프레소의 반강요로 동참한 것이었고, 에스프레소를 죽이라는 최고사제의 권유에도 "다른 영주들도 동참할 테니 성공 가능성은 크다" 라고 추측했을 뿐이고 "하지만 죽인다니...." 라며 20년 전과 똑같이 끝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는 서술된 대로 현실을 보지 못하는 정신적 미숙함 탓인 것도 있지만 에스프레소의 장기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친구로써 생각하고 싶은 의식이 서로 충돌해서 나타난 갈등으로도 볼 수 있다. 배신자라고 불릴 수는 있지만 적어도 위선자라는 평은 어울리지 않는다.[21]

사실 에스프레소의 과거가 드러나는 에피소드에선 피에르가 딱히 선인이라고 단정짓기가 어렵다. 확실한 건 그녀가 선의를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것. 게다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속임당하고 이용당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노와 배신감, 수치심을 느끼기 마련인데 피에르는 이용당한 기간이 상당히 길었음에도 불구하고[22] 그 감정이 에스프레소에 대한 공포심에 완전히 억눌려 대신 자기합리화를 하는 상태이기에 감정적인 대응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23] 생각해보면 에스프레소를 배신하라는 제안에 흔들리기만 하는 것이 더 이상할 지경.

트라우마에 가까운 공포심을 회피하기 위해 자기합리화를 하다가 정신적 성장이 더뎌졌다는 말도 있다. 보통 시련을 겪고 이겨내야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말을 듣는데 피에르에겐 그 시련이 너무 거대했을 뿐.[24] 거기다 시련을 겪고 나니 남은 친구라고는 친구로써의 자질이 의심되는 에스프레소밖에 없는 데다가 부모가 있다 해도 툭 터놓고 이야기할 거리가 못 되며, 그 도피책으로 선택된 것이 니나와 똑같은 결혼식행. 따지고 보면 니나 또한 결혼식으로 현실을 도피하려다[25] 결혼식 자체에 하자가 있었던 데다가 그 주변 친구들이 발벗고 나서줘서 결혼이 무마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거지 피에르는 그런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어서 그냥 순탄하게 결혼해버리고 은퇴했기 때문에... 이렇게 상황이 받쳐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마음가짐이 천성적으로 여리고 유약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배신자가 되고 그로 인해 수십 년간 마음고생도 하면서 단물 빨릴 대로 빨려진 처지를 동정하면 동정했지 절대로 욕먹을 만한 거리는 못된다. 게다가 에스프레소 또한 자신 때문에 피에르가 불행해졌다고 말할 정도이니 말 그대로 피에르는 선의를 이용당한 죄밖에 없다.

7.3.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문제

또한 과거의 행적으로 인해서 피에르의 새로운 면모가 제시되었는데, 피에르는 딸에게 평소에 지도자의 의무를 가르쳐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러한 모습을 딸에게 보여준적도, 지도자로서 지녀야 하는 결단력도 단 한번도 제시해주지 않았다. 지도자로서 성장하기를 원하면, 좋든 싫든 보기 싫어하는 과정이나 시련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피에르는 니나가 고통받는 것을 보기 싫어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 딸을 무조건적으로 보호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애초에 피에르 본인부터 자신이 맞닥뜨린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상황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즉 정말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지도자가 용기가 필요한 이유를 피에르는 말로만 제시했지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니나가 본격적으로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는 현실에 도망쳐 오게 만들었으며, 기껏 성장의 길로 가려고 했는데도 결혼식을 올리다 망쳐 소중한 딸이 사형(!)을 받게 할뻔한 소동을 일으키던 것이다.

7.4. 결론

바른 성품을 갖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상에 맞게 살기 위해 필요한 단호함이 부족했던 인물. 선(善)에 대한 이상은 높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지 못해 괴로워하고, 자신의 잘못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타입이다. 자신에게 너무도 가혹하여 자기 혼자 갖는 감정에서도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었고, 그렇지 못한 자신에게 항상 실망했다. 최후에도 '착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회한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있어서는 자신의 생명을 위해 마법세계를 희생시키려는 에스프레소의 실체를 직시하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에 대항함으로써 지난 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서 정면으로 맞서려는 모습은 피에르가 과거의 자신을 극복하고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됐음을 보여준다.

8. 그 외

파일:피에르5...살?.png 파일:니나4살.png
과거 회상편에서 나온 피에르의 "5살"때 모습 22화에서 나온 니나의 "4살"때 모습

8.1. 에스프레소 빈즈와의 관계

파일:인간이아니다.png
"피에르. 내 파트너가 될래, 아니면 저 뒤의 애들과 같은 운명을 걸을래? 골라."

19년 전의 결투

이 장면이야말로 피에르의 트라우마이자, 에스프레소의 시작, 그리고 두 사람이 되돌릴 수 없을만큼 크게 꼬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다.

한쪽이 일방적이라 단순화하기에는 둘 다에 각자에게 담겨진 자잘한 감정들이 얽히고 엉켜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내었다. 아마도 둘의 관계는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양쪽에서 심리묘사나 독백, 혹은 서로 입으로 꺼내 말하기 전까지 함부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거름 회수반에서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 평민 출신으로 천대받던 에스프레소와 유일하게 친해지려 했었던 인물로 둘이 처음 만난 것은 30년 전이다. 그러나 이런 피에르의 호의는 잔인하게 돌아왔다.[32] 이후 6명의 현직 영주들[33]을 제압한 에스프레소는 신분에 아랑곳않고 자신과 친구가 되자고 해줬던 너에겐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면서,[34] 저 6명[35]처럼 되든가, 아니면 자신의 파트너가 되라는 죽음과 배신의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이다. 공포에 질린 피에르는 결국 배신을 택했고, 이것은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현재도 에스프레소가 말을 걸자마자 표정이 굳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깊은 두려움을 보이고 있으며[36], 딸인 니나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않으려는 과보호 양육으로 이어져 또다시 비극을 낳고 만다.

그런 반면, 트라우마와 별개로 피에르는 평소에 에스프레소에게 상당히 많이 의지하고, 에스프레소도 그런 피에르를 많이 도와주는 묘한 관계다. 피에르야 그렇다 쳐도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를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종잡기 힘들다. 에스프레소의 행보를 보면 도구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봐야겠지만, 그런 것치곤 피에르가 에스프레소에게 해준 것은 일단 작중에서 묘사된 것 중에는 없다. 기껏해야 개인적인 두려움과 굴욕을 참은 게 전부. 기본적으로 같은 편이 에스프레소밖에 없다지만 영지 경영에 가장 필수적인 거름을 나눠달라는 부탁도 기꺼이 들어주는 것이나, 니나 해고 건 등 오히려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를 위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로브 리버티 사건 때는 의도적으로 피에르에게 타격이 되는 쪽으로 일을 조장했으나, 혼란스런 상황에서 피에르가 에스프레소에게 매달리자 피에르를 타박하면서도 어쨌든 최악의 상황까진 가지 않도록 수습해주었다. 결과적으로 빈즈 가는 심란해진 아멜이 거름 회수 작업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또다시 간접적으로 손해만 잔뜩 봤다. 본인 말로는 로네가 니나한테 집중하는 동안엔 아멜이 안전할 거란 생각이었다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

에스프레소와의 과거가 나오며 피에르는 어린 시절 에스프레소에게 자신의 선의와 동정심, 우정을 이용당한 탓인지 은연 중에 에스프레소가 죽기를 바랬다는 생각도 했다. 에스프레소는 피에르의 마음을 이용하고 정치적인 입지 때문에 약점을 잡아 파트너로 삼았을 뿐이며 한 번도 자신이 피에르에게 친구라고 한 적이 없다.[37] 피에르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친구라고 생각한 것은 자신뿐이었다고 하며 에스프레소를 도운 것을 후회하고 있지만 에스프레소에 대한 두려움과 옛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 기억을 왜곡하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정리하자면, 작중 시점 이전까지는 피에르를 도구로 취급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이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영주 직위도 얻었고 입지도 확고한 만큼, 에스프레소에게 있어서 피에르는 정치적 동맹 이상의 큰 가치가 없는 상태이다.[38] 본인이 거름회수단에서 뛰는 것도 아니니 파트너로서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들인 아멜이 회수단의 대장 역할을 하고 있으니 피에르에게 맞춰주지 않아도 아멜의 활동에 지장은 없다. 그러므로 에스프레소 입장에서는 피에르를 그냥 쌩까버려도 별 상관 없는 상황인데, 정작 그런 것치고는 피에르에게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도움을, 그것도 사실상 무상으로 퍼주고 있다. 암만 아멜이 거름을 풍족하게 잡아온다고 해도 그걸 적선하듯이, 심지어 니나가 별 활동을 안 했는데도 동쪽 뿌리 지방이 원활하게 유지될 정도로 제공하는 건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물론 피에르 본인은 싹싹 빌면서 엄청난 굴욕을 맛보았겠지만 그건 손 벌리는 입장에서야 당연히 감수하는 거고... 그 대가로 에스프레소한테 뭐라도 줬다는 언급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더하여 에스프레소와 피에르의 관계도 피에르 본인이 트라우마 탓에 공포에 질리는 것만 빼면 친구 사이가 절대 아니라고 하기도 참 묘하게 나타나는 지라 더욱 애매하다.[39]

영주들이 모여 중앙을 함락시키는 과정에서, 최고 사제가 '힘을 빌려줄 테니 에스프레소를 죽여라'라는 제안을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피에르는 정말로 최고 사제의 힘을 빌려 에스프레소를 죽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물론 직후에 자신이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에 크게 놀라며 스스로에게 '나는 에스프레소가 죽기를 원하나?'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것으로 봤을 때 피에르는 스스로 자각은 못하지만, 에스프레소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어느 정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에스프레소를 극히 혐오할 것이 뻔한 다른 영주들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도와 최고 사제를 섬멸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다른 영주들은 에스프레소에게 직접 처참한 꼴을 당한 만큼, 에스프레소가 최고 사제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에스프레소는 피에르에게 최고 사제의 제안에 잠깐이라도 망설인 것은 너밖에 없다고 속삭이는데, 상당히 소름끼치는 장면. 이 둘의 관계가 정말 우정이 전혀 없는 악연인지 아니면 소시오패스와 유리멘탈 사이의 애증인지는 연재가 더 진행되어야 분명해지겠지만, 마냥 우호적이기만 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이후 아멜이 에스프레소에게 마력을 빼앗겨 몰락하면서 서로 사이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피에르 사망 시점에서 드러난 대화를 보면 우정이 아예 없는 악연보다는 소시오패스와 유리멘탈 사이의 애증에 더 가까워보인다. 아들마저도 똑바로 쳐다보면서 미소지으며 죽였던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는 뒤돌아서서 죽였고, '예전에 이런 대화를 했으면 겉만 친구가 아니라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피에르의 대사에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봤자 늦었어... 바보같으니...'라고 답하는 것에서 묘한 씁쓸함이 묻어나온다는 게 그 증거. 일단 아들인 아멜보다 피에르 쪽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작중 한두 번 드러난 게 아니다. 평생을 자신에게 충성하고 살아온 아멜은 독단 한 번 행했다고 살해하고[40] 마력도 뺏은 데 비해, 피에르는 자신을 두 번이나 배신할 때까지[41]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에스프레소를 죽이려는 모의에 거짓 편지를 써 불러냈던 것, 두 번째는 에스프레소를 죽이라는 최고 사제의 말에 혼자만 흔들려 죽일지 말지 고민했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멜이 이런 생각을 했으면 마력뺏기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 살해당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피에르가 자신을 막으려고[42] 살면서 세 번째로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냈을 때가 돼서야 정정당당하게 맞서 싸워주다가 뒤돌아서서야 죽인다. 대사에서도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걸 보아 피에르를 그나마 특별하게는 생각했던 듯. 피에르를 처음 만났던 건 인간성을 상실하기 이전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젠 마음으로 '정'이 뭔지는 이해하진 못해도 피에르 한정으로 기억은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평민 계집은 보여줘봤자 읽지 못한다는 오만함'이란 대사나 '피에르가 평민과 가난을 얕보면서도 도와주려 하는 게 기가 찼던 것만은 기억한다'는 대사에서 에스프레소가 피에르의 서재에 가려고 했던 이유도 드러난다. 처음부터 신분 상승을 노리고 갔다는 추측이 많았지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전서의 존재는 전에 피에르가 알려준 듯 언급되었지만 평민에 불과했던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도 몰랐던 비전서의 내용을 알았을 리도 없고 그보다는 피에르가 귀족 특유의 특권의식에 찌든 사람인지에 대한 테스트였다는 편이 더 개연성에 맞다. 피에르는 순전히 우정에 휘둘려 비전서를 보여준 거지만, 에스프레소는 피에르가 평민 계집은 보여줘봤자 읽지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보여줬다고 받아들인 듯. '널 갖고 노는 게 재밌었단 건 인정하지.' 라는 대사를 보아 평민이라는 자격지심으로 배배 꼬였던 에스프레소는 피에르의 호의를 '평민인데다 가난한 자신을 깔보지만 도와주려고는 하는' 감정으로 해석했었고 이가 애증으로 이어진 듯하다. 그 때문에 신분상승 후 피에르가 자신에게 설설 기는 것이 재밌었다는 것 같다.

163화에서 피에르를 죽이고 나서 본인의 회상이 다시 한번 나오는데, 정황상 피에르와 친구가 된 지 조금 지나고 비전서를 얻기 전 상황이다. 피에르가 첼시를 움직여 필사 조합에서 가해오던 압박은 표면적으로 해소되었지만, 필사조합이 물밑에서 왕따를 주도해 돈은 벌어도 상점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던지 바로 밑의 동생이 지나가다 필사조합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린치로 맞아 죽는다던지 조용히 궁지에 몰려있었고, 이때문에 자급자족해 옥수수 농사를 짓는다던지 산에서 약초를 캐던지 해서 생활물품을 얻어야 했는데 세번째 동생은 약초캐다 실족사한다. 덕분에 아버지도 술독에 빠져 살게 되고, 에스프레소마저 궁핍한 생활에 어머니가 걸렸던 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된다. 피에르는 귀족이라 평민인 에스프레소가 원한다고 접촉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결국 가난하지만 조용히 살던 에스프레소의 생활을 어지럽힌 책임은 피에르에게도 일부분 있기 때문에 이때부터 피에르에게 애증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43] [44] 그리고 밑의 동생들이 죽었기 때문에 평민들에게도 평민 출신 영주로서의 자비심이나 공감 같은 것도 없었고 거리낌없이 평민을 장작처럼 소모하는 황혼새벽회의 '진짜 계획' 에 동조하거나 검은 뱀으로 자기 영주민까지 거침없이 죽였던 것 같다.

피에르의 과거 회상에서 나오는 어린 시절의 에스프레소는 마법을 쓸 수 있기 전까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좋은 일면도 있었지만 마법을 쓰게 된 뒤부터 타인에게 무른 면모를 보이는 아멜과는 다르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었다. 피에르와 처음 만났을 때는 까칠하긴 해도 인간미 있는 모습인지라 의외라는 반응이 컸다. 아들인 아멜과 꽤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아멜과는 달리 영악한 성격이며 뒤로 갈수록 인간같지 않고 사람을 설득시키고 짓누르는 괴물같은 지금의 모습을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문단 가장 위의 피에르의 인용구처럼 이 모든 일은 피에르의 어설픈 동정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피에르가 끝까지 책임감을 쥐고 굴복하면서까지 에스프레소의 절대적인 편으로 완전히 들어가던가,[45] 에스프레소와 함께 지내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에 들이지 않는 등의 선을 긋던가, 처음부터 적당선에서만 에스프레소를 돕고 완전히 관심을 끊었던가 하였다면 피에르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에스프레소에게 휘말리지 않았을 터이다. 결국 두 사람의 공통적인 관계성에 앞서 피에르가 에스프레소에게 받은 영향으로 인한 인간관계 파탄은 "책임감 없는 동정심과 배려는 없다만도 못하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알려주는 잔혹한 예시가 되겠다. 피에르가 책임감도 없이 어설픈 동점심을 갖지 않았거나, 에스프레소가 평민 출신이라는 데 배배 꼬인 자격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 모든 비극도 일어나지 않고 둘은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46]

외전은 에스프레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친절을 바라는 개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며 끌어내겠다고 다짐한다. 본편에서 은연중에 암시되어왔던 피에르를 향한 에스프레소의 감정을 확인사살하는 묘사인 셈.

[1] 첫 등장에서의 모습. 수정된 단행본에서의 모습이다.[2] 알트 하우즈와 같다.[3] 실제로 연재 초기, 특히 니나의 결혼식 부분에서는 벽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파란색 농도가 진했다. 로네와 이미지 컬러가 겹치다 보니 회색으로 색상을 더 변경한 듯.[4] 현실에서는 속눈썹도 털이라 머리색을 따라간다. 그래서 적발은 적색 속눈썹, 백금발은 백색 속눈썹이 정상이다. 하지만 만화에서는 단순한 묘사와 빠른 작업을 위해 대다수 만화, 특히 풀컬러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속눈썹은 선화에서 함께 퉁쳐버리게끔 새까맣게 칠해버린다.[5] 참고로 원피스는 겉에 파란색 멜빵치마 한겹이 더 있는데 상단 이미지에는 채색 오류인지 흰색으로 채색되어 있다.[6] 이전에도 피에르가 자기 대신 거름 회수를 커버하는 건 아는 눈치였지만, 정말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하는 것은 몰랐던 듯 하다.[7] 이건 그만큼 거름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다 피에르의 영지는 4년 동안 니나가 사냥을 아예 하지 않아 들어오는 거름이라곤 로네로부터 양도 받는 거름(니나가 거름회수팀에서 퇴출되지만 않을 정도의 양)뿐인데도 영지가 썩기는 커녕 오히려 영지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즉 에스프레소로부터 받는 거름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8] 이때 옆에서 영주가 지시하고 해야할 일들을 순서대로 조목조목 얘기해주는 에스프레소와 상당히 대비된다.[9] 그런데 에스프레소와 비교할 수도 없는 게 에스프레소는 디아즈 모녀를 한 번 호되게 당해서 정신차리게 만들기 위해 이 사태가 일어나도록 만든 지라 사태를 예상하고도 남지만 피에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지라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고 멘붕해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애초에 금지옥엽으로 키운 평소에 착하고 순진하던 딸이 결혼식날 식장에서 남편을 살해하려고 깽판치는데 멀쩡한 부모가 이상한 거다[10] 에스프레소와의 전투 때 마력농도(이건 독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와 지력, 멘탈의 차이로 패배하긴 했지만 마력량이나 경험으로 볼 때 에스프레소와 단독으로 붙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었다. 실제로 단행본에서는 둘의 전투 장면이 자세히 나오는데, 처음에는 피에르가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끝무렵서는 에스프레소의 목에 크게 상처를 낼 정도로 유효타를 남긴다.[11] 위선자라는 비난도 존재한다. 일단 피에르는 겉과 속이 다른 사악한 유형의 위선자는 아니다. 그녀의 사고방식과 도덕관은 높은 점수를 받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점에서 위선자는 심한 비난이라고 해도 적어도 완전한 선인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첼시가 지적한 대로 피에르는 절대로 무언가를 위해서 용기있게 나선 적이 단 한번도 없다.즉 회피성향이고 비겁하며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이 성격은 리더로서 엄청난 약점이다.[12] 그러나 유약하고 겁많은 주제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이유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거름회수에서도 화형식에서도 힘들어서 빨리 은퇴하고 싶어 했으면서 결국 은퇴한 건 5년이나 지나서, 그조차도 부모님이 추진하여 은퇴했다.[13] 자기 욕구를 외면하고 누르더라도 해야 하는 걸 우선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도자답지 않은 약점이 무수한데도 피에르가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영주였던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피에르는 저런 성격을 가졌기에 망가졌고, 그런 사람이어서 과거를 마주하자마자 '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로 에스프레소를 막으러 올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가족과 영지민을 지키기 위해서'만이라면 에스프레소를 치는 것보다 영지민들을 대피 시키는 게 더 나은 선택이나 목숨을 걸고 에스프레소를 막는다는 선택을 한 것은 제정신 아닌 상황에서도 책임감 하나로 에스프레소를 막으려 했기 때문에 피에르의 행동은 본능에 가까운, '진심'에 가까운 행동이기 때문.[14] 스트로 바이트는 이들의 사진을 보고 현상 수배지냐며 질색했다. 그 많은 남자들이 몰렸는데 그 중에서 저런 막장스런 사람들만 골라 뽑은 것.(...)[15] 무엇보다 에스프레소가 그 특유의 경멸하는 눈빛으로 피에르를 바라보고 있었다...[16] 위 인용구에 언급된 첼시가 말한 평화의 의미를 저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기가 찰 지경.[17] 이건 정말 사연이 어떻든 절대로 옹호받을 수 없다. 피에르는 말그대로 자신의 성격을 이용당해 휘둘려진 피해자에 가깝고 에스프레소는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 에스프레소 본인도 자신 때문에 피에르가 불행해 졌다는 것 자체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18] 위에도 적혀있듯이 평민이었던 에스프레소가 비전서의 존재를 알 리도 없었던만큼 피에르에게 들어 비전서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고 에슾의 과거 편에서 입증되었지만, 피에르도 몰랐던 비전서의 내용을 에슾이 알 수 없었을테니 정말로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보는게 맞다. 게다가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 등도 있었던 것을 보면 적어도 이 당시까지는 피에르에 대한 감정은 절반은 피에르를 시험해보겠다는 감정, 또 나머지 절반은 진심으로 피에르를 친구라고 여겼던 마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19] 그러나 이후 158화에서 에스프레소 본인도 피에르를 친구라고 표현한 것을 볼 때 정말로 피에르의 자기합리화처럼 친구라는 마음 때문도 있었을지도 모른다.[20] 실제로 메릴이 최고 사제를 공격한 뒤 피에르를 제외한 나머지 영주들은 각각 "그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몸이 아니라서.", "유감입니다~~~", "딱 봐도 견적이 나오는데 붙긴 뭘 붙어~", "당신…이미 내리막…길…."이라는 한마디를 하면서 최고 사제를 깠다.[21] 평민 시절 에스프레소를 도운 이유는 동정심 때문이지 어떠한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다. 있다고 해도 친구로써의 관계 정도가 되겠다. 애초에 대부분의 선의는 타인에 대한 동정심으로부터 나온다.[22] 에스프레소와 만났을 때부터 현재진행형이라 봐도 무방하다. 서로를 도우며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피에르를 친구로도 생각하지 않는 데다가 피에르처럼 우정에 기인해서 도왔다고 보기엔 어렵고 무엇보다 피에르 본인도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23] 애초에 계산적인 생각을 하는 다른 영주들과는 처했던 상황 자체가 다르다. 다른 영주들은 본인들이 먼저 죽이려다 실패하고 대가를 치른 것이지만(즉 자신들이 먼저 가해자였다) 피에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린 것과 다를 게 없다.[24] 친구들을 배신하고 비겁하게 살아남느냐 고통스럽게 죽느냐가 선택지인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비참한 건 매한가지다. 게다가 만약 영주들 편을 들었어도 영주들 입장에서는 "같이 하자고 할 때는 안 하다가 웬 바람이 불었어?"고, 에스프레소는 당연히 "날 죽이려 한 애"가 된다.[25] 재미있게도, 피에르는 자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딸에게 현실에서 도망치도록 했다. 즉 딸을 위해서였다지만 잘못된 길을 니나에게 똑같이 걷도록 했다.[26] 에밀리는 아멜보다 2살 위이다. 아멜이 다섯 살 때 에밀리가 입양되었으므로 자연스레 에밀리의 당시 나이는 7세로 치환된다.[27] 38.5화에서 아멜이 "이제 6살이라 학교 갈 수 있다"며 좋아한다.[28] 그림체라는게 활자처럼 고정적으로 찍어내는 게 아니므로 자연스레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힘들고, 박지은 작가는 캐릭터 눈을 크게 그려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어려보인다.[29] 아마도 에스프레소와 얽히기 전의 유년기.[30] 만 나이로 따지면 19세.[31] 프링글과 에스프레소가 녹색 눈이다.[32] 위에 서술되어 있는 에스프레소의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피에르에 대한 평가는 사실 이걸 두고 말한 셈.[33] 타 지역 5명과 기존 북동 뿌리 지방의 차기 영주인 첼시 위타드도 포함해 6명.[34] 그러나 이것은 피에르의 기억일 뿐 실제 밝혀진 진상에선 에스프레소는 자기를 불러낸 책임이 있으니 봐주기도 뭐하고, 앞으로 거름 회수나 정치적으로 파트너가 필요하겠다며 파트너가 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친구관계를 언급한 사람은 공포에 사로잡혀 '친구라서 나한테 이런 기회를 주는 거지...' 하면서 흐느끼던 피에르였다. 봐줄 수는 없지만 동맹관계는 필요하니 피에르를 자신의 파트너로 삼되 평생 친구들을 배신한 배신자로 남게하는 벌을 준 것이다.[35] 에두아르 플레르는 한쪽 눈을 잃었고, 요한나 펠트너는 전신이 썩어가게 되었다. 메릴 페르난토마 웨이즈는 한쪽 팔을 잃었고, 가미니 베질은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첼시 위타드도 전신이 썩어가게 되고 자신을 포함한 일족 전체가 멸족하게 된다.[36] 후술할 멘붕 상태가 되면 에스프레소에게 매달리는 것 역시 트라우마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37] 다만 이는 피에르 생전 한정의 이야기로 피에르 사후인 157화에서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를 '친구'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에스프레소 역시 피에르를 친구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38] 사실 이 부분도 애매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 동맹으로서 가치가 있으려면 최소한 든든한 우방 역할을 해주던지, 기브 앤 테이크 식으로 빈즈 가에게 직간접적인 이득이 되어야 하는데 디아즈 가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인 도움이 된다는 묘사는 0에 수렴한다. 중앙과 빈즈 가 사이에 마찰이 있을 때도 피에르가 개입하거나 중재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철저히 에스프레소 혼자서 해결했다. 타 영주들과의 관계도 껄끄럽기 짝이 없으니 당연히 영주간 다리 역할도 불가능하다. 당장 영주끼리 모여 쿠데타 계획을 세울 때도 피에르는 아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반대로 피에르의 경우 니나의 결혼식에 아멜을 들러리 세워서 가문 간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려는 제스처도 보였고, 빈즈 가의 행사에도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등, 오히려 이쪽이 정치적 필요성을 절감하는 행색이다.[39] 일단 에스프레소는 자신 때문에 피에르가 불행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40] 변신 상태라 죽지는 않았지만.[41] 물론 에스프레소 기준에서.[42] 죽음을 각오한다는 걸 보아 어쩌면 죽이려고.[43] 피에르는 선의는 있지만 어려서 지혜가 모자랐던지 아니만 무책임한 성격 탓인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몰랐고 죽을 때까지 관심도 없었다. 그게 에스프레소와 피에르가 대화가 부족했던 한 원인. 나머지는 에스프레소가 비밀을 쌓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에르를 등쳐먹었기 때문에 본인도 솔직해질 수 없었던 탓.[44] 허나 동생이 필사조합에 의해 몰래 살해당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피에르가 개입하지 않았을시, 살해당할 사람은 아마 에스프레소 본인이었을 것이다. 필사조합에 가입했다면, 목숨은 부지했을지언정 착취당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고, 필사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필사조합 사람들은 일감을 다시 되찾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살해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동생을 죽인 것은 에스프레소 본인이 귀족에게 비호받고 있다는걸 알고 있기에 손을 댈 수 없어, 분풀이의 대상을 동생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이 때 에스프레소가 죽었으면 남은 가족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으면 모를까, 결코 더 좋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어느 쪽이여도 남은 가족들의 인생은 시궁창이었다. 이 사실을 에스프레소 역시 어렴풋이 알았기에 피에르를 완전히 미워할 수 없었던 점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45] 사실 에스프레소가 피에르 한정으로 노골적인 비꼬는 모습을 보인 것과 그에서 드러나는 에스프레소의 평민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로 인한 낮은 자존감을 살펴보면 피에르가 아무리 철저하게 에스프레소 편을 들었더라도 에스프레소 쪽에서 결국 피에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끝까지 부려먹다가 내팽개쳤을 확률이 아주 높다. 에스프레소는 비전서를 필독해 흑화하기 전부터 피에르를 이것저것 부려먹었으며, 애초에 비전서를 보러 온 계기도 일부러 자신의 하등한 평민 운운으로 피에르의 양심을 찔러 데려오게 한 것이다. 결국 피에르는 에스프레소에게 처음으로 동정심을 보였을 때부터 에스프레소에게 미운털이 박힌 셈이니 에스프레소와 진솔한 대화로 꼬인 관계를 풀려는 시도를 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본편 그대로 어딘가 어긋난 사이인 채였다면 피에르가 전적으로 에스프레소 편이 되었다고 해도 에스프레소는 또 그 행동을 오해하고 피에르를 단물 다 빨아먹을 대상 혹은 장기말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46] 폭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던 반역 시점의 에스프레소가 피에르를 두고 직접적으로 친구라고 언급할 정도면 둘은 19년 전의 그 사건 후에도 여전히 관계를 회복할 기회가 남아있었다. 이미 매듭지어진 관계로 보였지만 사실은 언제든지 이 둘에게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