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마음씨 착한 혹부리영감은 도깨비 덕택에 혹을 떼고 욕심 많고 마음씨 나쁜 혹부리영감은 도깨비 때문에 혹을 떼기는커녕 되려 혹을 더 붙이게 되었다는 설화.2. 줄거리
목에 혹이 달려 혹부리 영감이라고 불리는 노인이 두 사람 있었다.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마음씨가 착했고 다른 한 사람은 욕심쟁이에 마음씨가 나빴다. 하루는 착한 혹부리 영감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날이 저물어서 묵을 곳을 찾다가 빈집을 발견해서 하룻밤을 쉬기 위해 들어갔다. 혼자 심심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근처에 있던 도깨비(혹은 오니)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몰려 왔다. 도깨비들이 와서 숨었는데 이들이 춤을 추며 즐기자 숨어 있던 영감도 흥에 겨워서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불렀다는 버전도 있다.노래에 감동한 도깨비 두목이 "영감, 그 고운 노랫소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요?" 하고 물었더니 노인은 농담삼아 "목에 달린 혹에서 나오는 것이오."라고 말했다.[1] 도깨비들은 재물을 줄 테니 그 혹을 자기들에게 팔라고 했으며 혹부리 영감이 곤란해하며 이건 몸에 붙은 거라 주고 싶어도 떼어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알려주자 걱정 말라며 하나도 안 아프게 혹을 말끔하게 떼어주고 그 다음 재물을 던져 주고 혹을 떼어 갔다. 판본에 따라 보물을 주는 것은 생략하는 대신 도깨비들 중 하나가 본인의 도깨비 방망이를 넘겨주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당연히 보물도 만들어주고 선악을 구분하여 악당도 처단하고 어려운 일에 처할 때마다 해결해 주는 마법의 방망이다. 이렇게 해서 노인은 혹도 떼고 도깨비가 준 재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 뒤 이웃에 살던 다른 욕심많고 마음씨 나쁜 혹부리 영감[2]이 그 말을 듣고 본인도 혹을 떼고 부자가 되기 위하여 일부러 그 빈집을 찾아 들어가 밤이 되기를 기다린 다음 노래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그 소리를 듣고 도깨비들이 몰려 왔다. 도깨비 두목이 또 그 노랫소리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도 태연하게 이웃 노인과 똑같은 대답을 했다. 그러자 도깨비 두목이 그 말을 듣더니 "그 전에 어떤 영감이 와서 거짓말을 하더니, 너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라고 화를 내면서 부하들과 함께 욕심 많고 마음씨 나쁜 혹부리 영감을 때렸고 다른 편에 혹을 하나 더 붙이고 조롱하면서 가버려서 결국 혹만 하나 더 달고 엉엉 울면서 돌아가는 것으로 끝.[3] 여기에서 비롯된 속담으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다"가 있다.
판본에 따라서 목 혹은 입에서 나온다고 사실대로 말했는데 도깨비들은 자기들도 수없이 노력했지만 좋은 노래만은 도저히 부를 수 없었다며 전혀 안 믿고 수많은 보물도 만들어 주고 선악도 구분할 수 있고 어려운 일도 단칼에 해결해 주고 악당도 자동으로 처벌하는 도깨비 방망이를 선물로 주고 혹을 떼어가기도 한다. 혹부리 영감이 "혹을 제거해 준 건 정말 감사하오, 하지만 그러다가 나중에 그 혹에서 노래가 안 나오면 내가 사기친 걸로 의심받을 테니 내 입장이 곤란할 것이오!" 라며 진지하게 하소연하자 오히려 도깨비 왕이 "영감님께서 정직하고 착하신 분인 것은 여기 있는 모든 도깨비들이 모두 말 안 해도 전부 잘 아니까 그런 일이 생겨도 절대로 따지지 않을 테니 그저 복받았다 생각하시고서 그 보물들을 가지고 행복하고 착하게 사세요." 라며 부하 도깨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버전도 있다. 사실은 혹부리 영감이 원체 정직하고 성실하고 착한 사람인 데다 욕심 많고 마음씨 나쁜 혹부리 영감의 괴롭힘에 시달린다는 걸 알고 선의로 도깨비왕이 직접 도우러 왔다는 설정도 있다.
이후에는 욕심 많고 마음씨 나쁜 혹부리 영감이 착한 혹부리 영감에게 이 말을 듣고 본인도 똑같이 혹을 없애고 부자가 되기 위해 그 곳을 찾아오자 날 잡아서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단단히 작정하던 도깨비 대왕과 부하 도깨비들이 "잘 왔다. 네놈이 평소에 착한 영감님을 괴롭히고 무시하던 그 못된 영감이지?! 오늘 이제까지 억울하게 당했던 착한 영감님의 원수를 갚아주마!" 라고 비난하며 혹을 하나 더 붙여주고 착한 영감님의 복수라며 나쁜 영감을 부하들과 같이 도깨비 방망이로 크게 혼내준다. 판본 중에는 이때 착한 영감이 뒤늦게 도깨비들을 찾아와서 간곡하게 용서를 구해서 대왕 도깨비와 부하 도깨비들이 특별히 나쁜 영감을 용서해주고 만약 또다시 착한 영감님을 괴롭힌다면 그때는 염라대왕님 앞으로 직접 끌고 갈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하고 혹을 떼어주고 돌아가고, 나쁜 영감도 그제야 진심으로 회개하고 개과천선해서 착한 영감과 같이 착하게 사는 결말로 끝났다.
3. 일본 유래설
▲こぶとりじいさん, '고부토리지산'으로 표기한다.
'혹부리 영감'을 맨 처음 발굴해서 소개한 사람은 일본인 교사 '다카하시 도루'다. 1910년에 발행된 '조선물어집'의 서문을 읽어 보면 다카하시 도오루는 고등학교 학감으로 있으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 설화를 채집했다고 한다. 도깨비 담을 연구한 김종대 교수는 '혹부리 영감'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설화라고 보고 있다. 김종대 교수가 '혹부리 영감'을 한국의 전래동화로 보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13세기에 쓰여진 일본 고대 설화집인 『우치습유물어』[4]와 『오상내의초』에 「혹부리 영감」이 이미 수록되어 있다.
2. 일제가 국어 교과 과정을 개정할 때 '우리 민담의 성향과 같은 일본의 특징적인 민담을 수록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3. 「혹부리 영감'과 「방망이 얻기」는 같은 도깨비 담이라도 내용이 다르다. 한국 도깨비 담에서 늙은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4. '혹부리 영감'이 한국 내에서 전승되고 있기는 하지만, 수집된 입말 본이 극히 적다.[5]
4. 한국 유래설
한편 '혹부리 영감'을 한국에서 전승되어 온 설화로 보는 학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1. 13세기 무렵에 나온 일본 고대 설화집에 「혹부리 영감」이 실려 있다고 해서 「혹부리 영감」을 일본에서 비롯한 설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혹부리 영감」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설화가 무수히 발견되는 세계광포설화여서 그 근원을 따지기 힘들다.
3. 9세기 중엽 당나라의 단성식이 쓴 기담집 『유양잡조』에 수록된 「방이 설화」의 내용에서 「혹부리 영감」과 유사한 전개가 나타난다.[6] 그리고 이 「방이설화」는 당나라의 문헌이지만 신라에서 전해진 이야기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 최초의 민담집인 <조선동화집>(1924)에 혹부리 영감과 관련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민담의 수집자는 이 이야기가 일본에 잘 알려진 혹부리 영감과 같은 종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분명히 조선에서 채집한 이야기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는 혹을 떼고 붙이는 주체가 장승이다.
5. 기타
장애에 관한 인식이 개선됨에 따라 혹을 빼고 권선징악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현대 한국에선 신체 특성상 김일성을 빗대는 말로 많이 쓰였다. 이른바 혹부리우스. 김일성은 중년기에 들어선 후에 머리 뒤의 지방종이 생겼는데 이를 조기에 수술로 제거하지 않아서 시간이 갈수록 커졌고, 김일성의 얼굴이 남한에서 공개된 후에 머리 뒤 혹도 덩달아 유명해지면서 별명이 혹부리 영감이 된 것이다.[7] 다만 김일성이 사망한 지 거의 30년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혹부리 = 김일성을 바로 떠올리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는 오히려 그 아들인 뽀구리우스가 더 익숙할 것이다. 김정은은 비대한 몸집 외에는 특징적인 부분이 별로 없다 보니 그냥 이 동물에 빗대어 꿀꾸리우스라고 비하하는 경우가 많다. 여튼 김일성 살아생전에는 뒤통수의 그 거대한 혹 때문에 한국인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기는 했다. 북쪽 미디어에서는 필사적으로 혹을 감추려고 노력했고 한국, 일본, 미국 등 서방세계 미디어는 그걸 또 조롱하고 하다 보니 오히려 혹 = 김일성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개콘 조별 과제에서 최희령은 '혹보노 영감'으로 패러디했으며 혹 부분은 당연히 보노보노.
1929년 일본에서는 이 설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다. 무성 애니메이션이라 대사를 읽는 성우는 없고, 대사를 적은 영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는 텐구들이 등장한다.
도를 아십니까(웹툰)에 마인으로 등장한다. 두 개의 혹을 이용한 '혹권'을 사용하는데 기괴하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아일랜드의 이야기 중에 녹그래프턴 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의 그림책 시리즈인 앙뜨북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기서는 아일랜드와 같은 켈트 문화권인 브르타뉴 배경으로 나왔다.
[1] 혹은 노인이 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혹에서 노래가 나온다고 말하는 버전도 있다.[2] 친구 사이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3] 금은보화 대신 도깨비 방망이를 얻은 판본에서는 가끔 여기서 이야기가 좀 더 이어지기도 하는데, 딱한 소식을 들은 그 착한 영감이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본인이 얻은 도깨비 방망이로 나쁜 욕심쟁이 영감의 혹들을 말끔하게 다 떼어주었고, 이후로 나쁜 욕심쟁이 영감은 개과천선했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내기도 한다.[4] 宇治拾遺物語, '우지슈이모노가타리'라 읽으며 일본 각지의 민담을 수집해 기록한 최초의 책이다. 가마쿠라 막부 시기인 1212~21년 경에 쓰여졌다고 한다.[5] 일본 내에서는 입말 판본이 수도 없이 많고 심지어 오키나와(류큐)에서도 독자 버전이 있을 정도다. 다만 도호쿠에는 없다고 한다.[6] 이 방이 설화는 또다른 설화인 흥부전의 초기적 형태로도 추정되고 있다. 읽어보면 세세한 설정 차이는 있지만 마치 흥부전과 혹부리 영감을 섞어놓은 듯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7] 웹툰 전학생은 외계인에서는 대놓고 김씨 3부자를 이걸로 조롱했는데 주인공 일행이 통과하던 관문 중 하나의 수문장인 '목꼽추'라는 인물이 과거 트럭을 점프해서 피했지만 하필 뛰어오른 허공에 날아오던 미사일을 등에 맞아 그 충격으로 죽지는 않았지만 허리가 굽어져 꼽추가 되어 버린 적이 있었다. 이에 주인공이 목꼽추에게 네가 진짜 화낼 대상은 바로 그 미사일을 쏜 사람이다라고 말했고, 그 미사일을 쏜 범인은 바로 김정일이었다. 더 웃긴 건 그 사실을 김정은이 직접 주인공과 목꼽추 앞에 나타나 밝혔고, 김정일은 지옥에서 포상휴가를 받아 땅 밑에서 올라왔는데 이때 김정일과 김정은이 퓨전을 하자 김일성으로 변신했다(...). 김일성은 이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걸 듣고 갑자기 도깨비가 튀어나와 노래가 어디서 나오는 거냐 묻고 김일성이 목 뒤의 혹에서 나온다 그러자 도깨비가 혹을 떼어 주는데 마법으로 안 떼고 그냥 손으로 잡아떼서 과다출혈로 김일성이 사망한다. 게다가 이 도깨비는 이후 목꼽추를 낙타로 만들어 버리는데, 이 모습을 본 주인공이 목꼽추는 대한민국에 떨어질 미사일을 막은 영웅인데 낙타로 만들었으니 너도 지옥에 갈 거라고 저주하자 도깨비는 나는 예수님 믿는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모르는 것도 죄고 난 매주 주말마다 기도도 드리고 회개하니까 무조건 천국행이다라는 궤변을 내놓는다. 그러자 김일성이 뒤에서 도깨비를 잡고 ㅈ까라우. 동무는 나와 함께 지옥행입네다.라고 말하면서 땅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김일성의 말이 가히 압권이다. 맨틀을 뚫고 땅속 깊이 지옥 근처로 가면 핵 목욕을 즐길 수 있습네다! 핵 만세! 와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