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본래 균형의 신 다그다의 대천사였던 카시엘은 과거 신들간의 전쟁으로 신들에게 환멸을 느껴 신들의 영향력을 Erebus에서 추방하고자 하는 저항군과 합류하여 Grigori를 건설했다. 이 배경 때문에 종교를 선택할 수 없는 두 세력 중 하나로[1] 고유 영웅이 없고 종교 영웅도 생산 불가능하다. 종교와 영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임의 시스템 상 불리해 보이지만 모험가 영웅이 강력한 세력. 성향은 중립이며, 종교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성향도 못 바꾼다.
모험가는 도시의 위인 게이지가 찰 경우 등장하는 랜덤 위인으로, 그리고리는 위인으로 모험가가 등장할 확률을 늘리는 건물들을 지을 수 있다. 모험가는 공격력 2의 호구같은 유닛이지만,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지상유닛으로 분화할 수 있다. 특유의 강력한 특성인 영웅특성[2]을 가진채로 말이다. 남들이 한둘의 영웅에 고급 유닛을 뽑아올 때, 영웅 파티를 이루어 우르르 몰려가 싸울 수 있기 때문에 후반에 가면 5~10의 영웅들로 세계를 재패하는 그리고리를 볼 수 있다. 소위 판타지의 모험자 길드가 세력이 된 듯한 모양새이다.
2. 지도자
- 카시엘(Cassiel) : 중립
철학적
산업적
학구적[3]
2.1. 종족 고유 특성
- 실증적(Agnostic) : 국교를 선택할 수 없으며, 종교 관련 기술을 연구할 수 없다. 도시에 종교가 전파될 확률이 낮아진다.
특정 종교의 사원은 물론이고 이교도의 사원(Pagan Temple)조차 지을 수 없다. Illians와 달리 신비주의(Mysticim), 성직(Priesthood), 광신주의(Fanaticism) 등의 종교 기술은 Grigori에게 불가사의나 선행 기술 이상의 의미가 없다. 신권정치의 성직자 제한 해제와 월드 스펠을 이용하지 않는 한, 루온노탈의 제단 승리는 Grigori에게 어울리지 않는다.[4]
3. 특화
3.1. 월드 스펠
- 열정(Ardor) : 위인 카운터를 초기화한다.
모험가를 더 빨리 확보하거나, 위인 카운터가 올라갈 대로 올라서 한계를 느낄 때 질러주자.
3.2. 건물
- 왕궁 : 스피릿, 인챈트먼트[5], 워터 마나를 제공한다.
- 그리고리 선술집(Grogori Tavern) : 선술집(Tavern) 대용 건물. 바드 대신 위인(모험가) +1
- 모험가 길드(Adventurers' Guild) : 화폐 기술 필요. 유닛 경험치 +2, 위인(모험가) +2, 위인 출현 확률 +25%
추가적인 행복을 얻을 수 없는 실증적 특성의 패널티를 덜기 위해 왕궁에서 인챈트먼트 마나를 제공한다.
3.3. 유닛
- 그리고리 의무병(Grigori Medic) : 의학(Medicine) 필요. 유닛을 치료할 수 있는 보조용 유닛.
-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 : 챔피언(Champion) 대용. 용 상대로 전투력 +40%, 용기(Courage)[6] 승급
- 루온노탈(Luonnotar) : 의지의 힘(Strength of Will) 필요. 드루이드(Druid) 대용. 원본과 달리 업그레이드로만 생산 가능. 마법 면역 승급, 신앙 유닛 상대로 전투력 +50%
드래곤 슬레이어 유닛 자체는 용기 승급이 추가된 챔피언이다. 야만족의 적룡, Kuriotates의 황금룡, Sheaim의 흑룡, Illians의 백룡을 상대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적룡 아케론을 잡을 때나 공포를 유발하는 유닛을 상대로 유용하다.
그리고리 의무병은 다소 비싸지만 3티어 신앙 유닛의 힐을 더 빨리, 더 많이 시전 가능한 점이 강력하다. Luchuirp가 골렘을 수리하듯 영웅과 군대를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루온노탈은 그리고리 의무병이나 레인저(Ranger)에서 6레벨일 때 전직 가능하다. 4명만 생산 가능한 정예 유닛으로, 도시에서 모든 종교를 지울 수 있다. 마법에 면역이라 행군만 찍고 싸워도 손해볼 게 없다.
3.4. 영웅
- 모험가(Adventurer) : 일정 확률로 출현하는 고유 위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키울 수 있는 영웅.
원판과 달리 업그레이드에 돈이 필요하다. 암살자로 전직해서 아에론의 축복을 받거나, 데스 마나를 배워서 스펙터 소환을 노리는 등 전략과 승급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아쉽게도 진영 영웅이 아니기 때문에 죽어도 영웅의 사당은 지을 수 없다.
4. 전략
철학적 특성을 이용한 위인 게이지 관리와 행복도 확보가 중요한 문명이다.1. 초반에 뽑은 모험가를 전사로 전직시켜 야만인 도시를 점령하거나 다른 문명을 견제한다. 전투 5 + 충격 2 + 행군 승급을 찍은 백병 계열 모험가는 시간이 지나도 어떤 상황에서든 유용하다. 전쟁이 부담스럽다면 정찰병으로 전직시켜서 동물 포획과 소규모 야만인 요격에 쓴다. 동물이 사라지면 기수 - 기마궁수 - 기사 트리, 사냥꾼 - 암살자 - 저격수 트리, 사냥꾼 - 레인저 - 비스트마스터 트리로 유연하게 전직할 여지가 있다.
2. 학구적 특성으로 95턴마다 특성이 변한다. 전쟁은 공격적, 약탈적 특성이 유리하며 재정적 특성을 이용해 귀족정 + 농지 균분 조합으로 유지비와 연구를 보충한다. 모험가의 성장을 촉진하는 권위적 특성이나 초반을 위한 창조적, 확장적 특성도 유용하다.
3. 중반 운영은 행복도와 금전 위주의 운영으로 나가게 된다. 대중 목욕탕(Public Bath)과 도박장(Gambling House)을 지어 행복을 채우고 부족하면 극장(Theatre)을 짓고 Spirit 2로 Hope 주문을 시전해서 행복을 확보한다. 사회제도는 공화국(Republic) + 소비 장려(Consumption)로 위인 포인트와 재정을 동시에 잡는다.
4. 모험가는 다른 위인과 섞여 나오기 때문에 관리가 까다롭다. 업그레이드 비용도 만만치 않고, 모험가만 뽑다가 위대한 과학자나 상인을 뽑지 못해 내정이 약해질 위험이 크다. 모험가가 아무리 강해도 물량이 밀리면 답이 없기 때문에 모험가와 유닛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평화주의는 위인 탄생을 촉진하지만 군사 유닛 생산에 큰 패널티를 먹이기 때문에 힘들다.
5. 모험가 대신 위대한 현자와 마법사에 집중해서 고레벨 마법사 영웅을 운영하거나, 위대한 상인과 용병 고용으로 타이밍 러쉬를 노리는 것도 좋다. 다른 문명보다 뛰어나진 않아도 철학적 특성을 이용해 더 빨리 뽑아낼 여지가 있다.
모험가와 특수 유닛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이 없기 때문에 위인 활용을 잘 못하면 어중간하거나, 심하면 무종특에 가까워질 위험이 있는 문명이다. 고레벨 모험가는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는 만능 유닛이 아니다. 문명 5, 6과 달리 문명4는 위인별로 위인 포인트가 쌓이는 게 아니라 어떤 위인이 나올지 확률을 높이는 식이라 상황에 맞지 않는 위인이 나오는 문제가 있다. 사방에 전쟁이 걸린 상황에서 위대한 상인이 나오거나, 연구를 다 끝내가는데 위대한 과학자만 나오는 식으로 플레이어의 의도와 부딪칠 때가 많다. 때문에 원더를 한 도시에 몰아 짓는 전략은 불가피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피해야 한다. 길드제를 채택하고 기술자를 많이 채워도 예술가, 상인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모험가 위인 포인트를 높일 수단이 많지 않은 점도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다른 철학적 특성을 가진 문명도 공유하는 문제지만 위인 포인트에 많은 것을 걸어야 하는 Grigori에겐 위인 포인트 관리가 쉽지 않아 더 치명적이다. 평화주의 시빅은 위인 포인트를 많이 주지만 군사 유닛 생산에 큰 패널티를 먹이고 전쟁 불만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국가주의, 소비 장려제로 잠시 바꿀 필요가 있다.
4.1. 기타
Grigori의 디폴트 도시 이름은 파이널 판타지 7의 도시 이름에서 따 왔다.카시엘은 Blood of Angel 시나리오에서 아우릭 얼빈에게 살해당한다. 아우릭 얼빈의 승천에 필요한 천사의 피를 구하기 위해 Bannor의 사바티엘을 노렸지만 정작 사바티엘은 타락한 Bannor의 성직자 집단에게 실망해서 떠난 지 오래였다. 카시엘은 Grigori를 향한 공격을 멈추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고, 목적을 달성한 아우릭은 그의 바람대로 Grigori 침략을 멈추었다. 그의 영혼은 다시 다그다에게 돌아갔지만 다그다는 자신에게 불복종해 조약을 어기고, 스스로 악신의 부활 의식에 희생한 죄를 물어 야생 세계에 거대한 사자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난 카시엘은 지역 부족의 수호자가 되어 그의 방식대로 창조를 이어나갔다.
Magister MODMOD에선 종교 대부분이 상향을 받아서 상대적으로 약해진 감이 있다. 지도자 제한을 풀어도 문명 종특 자체가 실증적 특성을 붙여버리고, 사원은 물론이고 유닛 생산까지 막혀서 우회할 여지가 없다. 그 대신 Arcane Lore 기술을 연구하면 Grigori만의 종교인 Children of One을 창시할 수 있지만 루온노탈 생산과 왕궁 보너스 외엔 큰 이점은 없다. 루온노탈은 본편에서 존재감이 희미했지만 MODMOD에서 고레벨의 신도 유닛을 저격할 수 있는 유닛으로 개편했다. 그러나 상대가 소환물로 대응할 경우 마법 저항도 소용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위대한 선지자를 뽑지 않아도 루온노탈 제단 건설이 가능해졌지만 단계별로 고레벨의 루온노탈이 필요하다. 초반은 여전히 모험가 한둘에 의지해야 겨우 풀어나갈 만큼 취약하지만 중후반에 내정을 잘 닦았다면 강력한 전문가 경제 덕분에 내정에서 밀리지 않는다. 해당 MODMOD에서 용을 모든 문명이 생산할 수 있고, 원판 MOD보다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서 같은 용을 동원해야 하지만.. Grigori는 드래곤 슬레이어 2~3기로 간단히 카운터칠수 있다.
후속 패치로 용살자의 전투력이 6에서 8로 상향을 받으면서 이름뿐이었던 성능이 클랜의 오우거만큼 강력하게 변했다. 드래곤 대신 모든 괴수 유닛에게 전투력 보너스를 받게 변해서 중후반 고테크 종교 유닛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이 줄었다. 모험가 길드가 종교 건물로 변한 대신 시장을 대체하는 아고라를 지을 수 있는데, 위인 포인트를 +50% 올려주고 각 시장마다 황금기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강력한 건물이다. 설정 상으로 Grigori가 부유한 국가였단 점을 반영한 패치로 보인다.
종교가 있는 도시에 Children of One을 전파할 경우 신에 대한 믿음을 져버렸다면서 다른 종교의 영향이 사라진다. 비슷한 효과를 가진 Matronae가 있지만 서로 충돌하는데, 신의 영향력을 추방하려는 시도는 같지만 그 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Children of One은 인간을 신의 뜻을 행하는 괴뢰인형이 아닌 가능성과 자주성이 있는 존재로 바라보며, 믿는 사람이 스스로 깨닫게 유도하지만 Matronae는 겉으론 카시엘의 생각을 따르지만 실제론 세 여신이 추방한 옛 신들의 자리를 대신해 군림한다. 인간을 옛 신들을 섬겼던 종교와 마찬가지로 신의 뜻을 위해 죽도록 유도하며, 옛 신들을 믿는 신도와 종교에 칼을 들이밀고 그 흔적을 지우려는 Matronae의 방식이 Children of One과 같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Grigori의 목표였던 신들의 영향력 추방은 Bannor의 손으로 반쯤 이루어졌는데, Crucible이 완성되면서 종교와 마법의 힘이 약해지며 신들의 영향력도 함께 약해졌기 때문이다.
구버전 FFH2의 한글패치에서 지도자 카시엘의 시빌로피디아 항목만은 번역되었다. 다른 시빌로피디아 항목들처럼 단편 소설에 가까운 분량이다. 등장인물 중 Goodreau는 그리고리의 모험가 유닛 혹은 상인 유닛 이름 중 하나로 랜덤하게 나오기도 한다.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에요. 그리고 저는 겨울의 첫째날에 살해당했답니다. 우리 아빠는 제가 살해당하던 때에 상점에 계셨어요. 아빠는 저를 위해 리본을 사고 계셨어요. 제가 살해당하고 난 후 아버지는 그걸 제 시체위에 올려주셨어요.
아빠는 절 죽인 살인자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바로 아버지와 거래에 대해 상의하고 종교를 두고 다투던 한 이웃이었죠. 오더의 신자로서 아버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더에 관해 역설하셨어요. 그 이웃은 저를 그냥 10대의 여자애를 보듯이 바라보았어요. 그러나 그날까지 그는 저에게 단 한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어요.
"안녕 엘리자베스"
나는 그가 내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저는 그때 우리집 작은 정원에서 밤의 서리가 야채를 망치지 않게 마지막 남은 채소들을 뽑던 중이었어요. 저는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입고 있던 낡은 드레스를 털었어요. 그리곤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너 고양이를 좋아하니?"
그가 말했어요.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애는 몇주전에 사라져 버렸어요"
"혹시 흰색 고양이니?""
네, 혹시 그애를 찾으셨나요?"
저는 그때 단지 어린애였고 우리 엄마는 저를 낳으실때 돌아가셔서 제 고양이 아브게일만이 제 친구였고 내 비밀을 알고 있는 소중한 친구였어요. 나는 그애를 찾아다녔지만 종국엔 거의 포기해버렸지요.
"그 고양이가 날 찾았더구나. 그애가 내 지하실로 들어왔단다. 그애는 내 지하실 구석에서 새끼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더구나."
"새끼들요?"
그는 내 웃음에 미소로 답했어요. 그는 손에 도시 남자들이 흔히 가지고 다니는 칼을 쥐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때 그는 왠지 긴장을 풀었고 칼에서 손을 뗐었어요.
"같이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으로 그애들을 데려오는데 네 도움이 필요하단다. 내 생각엔 고양이들은 오늘밤이 지나기 전에 내 지하실보다 더 따뜻한 곳이 필요할거야."
나는 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갔어요. 우리는 우리집 정원을 지나 우리집이 있는 작은 평원을 지났어요. 나는 그때 너무 신나 우리가 왜 평범한 도로로 가지 않는지 생각하지 못했어요. 마침내 그의 집 뒷마당 공터에 도착했을때, 그곳엔 지하실로 가는 입구가 있었어요. 그는 지하실을 열었어요. 그때, 나는 무언가가 잘못 되가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어요. 만일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렸더라면, 그곳에 안갔더라면... 하지만 전 그에게 그곳에 가기로 약속했고 또 겁쟁이로 보일까봐 나무계단으로 내려갔어요. 그는 곧 따라와 문을 닫았어요.
그 지하실은 피와 기괴한 무기로 장식되어 있는 아가레스의 제단이었어요. 그는 제가 그걸 보자마자 절 공격했어요. 그리고 그는 그 갈색 제단 위에 저를 제물로 바치기 전에 더 끔찍한 짓을 저에게 저질렀어요.
저는 곧 망령이 되어 회색빛 세계를 떠돌아다니게 되었어요. 저는 아빠가 날 찾으러 다니시는 것도 보았어요. 제 시체는 난도질 당하고 의식용 마스크가 씌워진 채 마을에서 며칠이나 걸리는 숲속에서 발견되었어요. 절 죽인 살인자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체 하며 아버지에게 거짓으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우리집으로 왔어요. 아버지는 슬픔에 잠겨 우시다 이웃이 오시자 몸가짐을 정돈하시고 평정을 되찾으려고 하셨어요. 딸이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했었을 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찢어지는 슬픔에 잠긴채로요.
그때 전 무언가를 느꼈어요. 내 고양이 아브게일이 벽을 통과해 내가 밥을 주지 않았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울며 제게 다가왔어요. 저는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어요.
내가 그 애를 내려놓자 그녀는 곧 걷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마치 나더러 따라오라는 듯이 날 쳐다봤고 난 따라갔어요. 우린 도시를 떠났어요. 숲을 지나갔고, 평야를 지나갔고, 산들을 지나갔어요. 전 전혀 지치거나 배고프지 않았어요. 다만 세상이 좀 흐릿하게 보일뿐이었어요. 마치 안개를 통해 보는 것처럼요. 우린 이상한 검은 장소들은 피했고 저는 때때로 그곳에서 울려나오는 분노와 슬픔의 소리를 들었어요.
우린 우리가 살았던 도시보다 훨씬 더 큰 그 도시에 이를 때까지 걸었어요. 우린 그 큰 도시로 들어갔고 도시 중앙의 청동색과 검은색으로 장식된 커다란 궁전으로 들어섰어요. 우린 왕좌가 있는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고 그러자 곧 안개같이 뿌연 게 사라졌어요. 왕좌엔 상아빛 살갗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은 두 상인이 다투는 것을 듣고 계셨어요. 그분은 지쳐보이셨고 저는 웬일인지 그분을 알것 같았어요. 그분은 한때 가장 위대한 대천사들 중 한분이자 이제는 시간과 필멸의 운명을 관장하시는 분인걸요.
저는 인간이 되기로 결정한 한 대천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신에게 종교란 속박이며 그들을 따르지 않겠노라고 주장한 그 대천사-카시엘-을요. 하지만 제가 느낀건...아니 본 것이랄까...경험한거랄까...어쨋든 제가 생각한건 저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쁜 적들이 있기 때문에 종교는 마땅히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분의 왕좌로 다가갔어요. 그분이 저를 바라봐 주실거라 생각하구요. 심지어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요.
"카시엘, 잿빛 장막의 신도가 절 죽였어요. 당신이 무언가 해주셔야 해요. 오더가 그들과 싸우려고 해요. 그러니 당신이 도와주셔야 해요."
이윽고 그분이 절 바라보셨어요. 저는 그분 안에서 크나큰 슬픔을 보았어요. 우리 아버지가 날 잃고 침실에서 혼자 우실 때 바로 그 슬픔과 같은 슬픔을요. 곁에서 다투던 상인들이 카시엘님의 관심이 제게 있다는 걸 알자 곧 조용해졌어요.
"눈을 뜨거라."
그분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마치 간청과 명령을 동시에 내리는 듯이 말이에요. 나는 그분의 말씀을 따랐어요. 그랬더니 카시엘님만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내 고양이 아브게일이 내 발치에 있는 것을 보았어요. 나머지 것들은 회색빛으로 맴돌았어요. 나는 그 회색빛을 자세히 보았어요. 그 안에 무언가 형상과 얼굴들이 보였어요. 그리고 나는 그 속의 다른 영혼들을 보았어요. 남자와 여자, 오크와 엘프, 어린아이들과 성인들...모두 스스로의 회색빛 세계에 잡힌 망령들이었어요.
저는 망령들과 이야기 했어요. 오더의 심판관에게 거짓말한 죄로 살해당한 남자, 식량을 구할 수 없었지만 자비를 베풀지 말라는 킬모프의 계율로 인해 굶어죽은 소년, 무너진 집을 다시 짓기 위해 신성한 나무를 잘랐다가 나뭇잎의 신도들에게 살해당한 엘프남자와요. 그리고 신들을 믿지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은 죄로 전쟁에서 살해당한 수천의 망령들과도 이야기 했어요.
내가 의식을 되돌려 카시엘님에게로 향하자, 그분인 그의 궁전 꼭대기에 홀로 앉아계셨어요.
"우리는 이 중간에 끼인 세계에서 영원해야 할 운명이란 말인가? 나는 이제 신들이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오직 그들만이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안다면, 그들을 따르는 것 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
카시엘님은 제게 미소를 지으셨어요.
"신들이 만든 그세계는 천국이 아니란다. 진정한 천국은 모두에게 닫혀있단다. 심지어 신들에게도 말이야. 그 문은 언젠간 열릴 것이고 우리는 언젠가 그곳으로 들어가게 될게다. 그때까진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가꿔나가야 한단다."
그러자 저는 이윽고 그분의 발치에 앉아 아브게일과 놀며 눈앞에 놓여있는 필멸의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어 점점 관심이 사라져갔어요. 왕좌의 방 끝에서 제게 익숙한 목소리, 바로 우리 아빠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말이에요.
"카시엘님, 저는 배너 제국에서 왔습니다. 저는 제 이웃들과 제 신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종교는 한때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모든 삶을 그 종교에 바쳤고 비록 그 종교는 믿음에 관한 공허한 말과 내자신의 나약함 이외엔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지만요. 이제 저는 당신께 왔습니다. 3년전, 제 딸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녀는 제 유일한 자식이었는데 그만 사악한 의식에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점 때문에 사제들은 그아이가 묘지에 묻힐 수 없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악령이 다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며 그 애의 시체를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침착을 유지하시려고 온갖 힘을 다하셨어요. 아빠는 심호흡을 한번 하신 채 계속 이야기 하셨어요.
"이제 저는 당신께 왔습니다" 아빠는 반복해서 말씀하셨어요. "당신께 귀의하고 싶지만, 저는 단지 평범한 상인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허락해주신다면 그리고리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카시엘님은 아빠를 바라보셨어요. 이런 류의 간청은 보기 드문 것이었어요.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카시엘님에게 다가가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거든요.
"오늘은 이 궁전에서 머물라. 내일이 되면 그대는 새사람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낡은 삶은 떨쳐버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 너의 이름은 Goodreau가 될 것이다. 아침이 되면 도시로 내려가, 새 직업을 찾고 내 백성들 가운데서 너의 장소를 구하라. 하지만 오늘 밤만은 너는 여전히 상인 Tamur일 것이다. 내 시종이 너에게 방과 음식을 마련해 줄 것이다. 오늘은 먹고 편안히 쉬어라."
아빠는 카시엘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시종을 따라 왕좌의 방에서 나갔어요. 곧 나는 그들을 따라가 아빠에게 주어진 방의 침대 위에 앉았어요. 아빠는 계속된 여행에 지쳐보이셨고 식사를 허겁지겁하신 뒤 곧 주무셨어요. 저는 내가 죽고 난 후 내방에서 우시던 아빠를 바라보던 바로 그 위치에 서있었어요.
"엘리자베스?"
아빠가 일어나셨어요. 일어나시고 저를 바라보셨어요.
"네 아빠"
아빠는 침대에서 펄쩍 뛰쳐나오셨어요. 공포에 질린채, -제가 환영이거나 손에 닿기전에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리신채 뛰쳐나오셨어요. 하지만 아빠의 팔은 절 그대로 통과했고 아빠는 바닥에 무너지시듯 엎드린채 우셨어요. 저는 아빠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아빠는 제 얼굴 하나하나 모두를 기억하시려는 듯이 절 쳐다보셨어요.
"오 얘야...내가 정말 미안하다...용서해주렴...미안하다...미안하다"
"아빠, 전 괜찮아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저는 아빠한테 가짜천국과 이 궁전에서의 제 삶을 이야기 해 주었어요. 비록 3년이나 흘렀지만 제겐 며칠정도로 느껴진 시간이었어요. 저는 진실로 제가 죽었다는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어요. 다만 아빠와 게임을 하고 우리가 줄곧 같이 했던 산책만을 기억했어요. 저는 아빠에게 날 죽인 사람을 모른다고 거짓말했어요. 저는 아빠가 배너로 되돌아가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요.
우린 새벽까지 이야기 했어요. 새벽이 되어 제가 아빠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자 아빠는 같이 있게 해달라고 어떻게하면 함께 있을 수 있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카시엘님의 말로 대답해드렸어요.
"언젠가 그 문이 열릴 거고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다시 들어가게 될거에요. 그때까지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가꿔나가야 해요."
아빠는 제가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절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곤 아빠는 궁전에서 나와 그리고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게 되었어요.
아빠는 절 죽인 살인자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바로 아버지와 거래에 대해 상의하고 종교를 두고 다투던 한 이웃이었죠. 오더의 신자로서 아버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더에 관해 역설하셨어요. 그 이웃은 저를 그냥 10대의 여자애를 보듯이 바라보았어요. 그러나 그날까지 그는 저에게 단 한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어요.
"안녕 엘리자베스"
나는 그가 내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저는 그때 우리집 작은 정원에서 밤의 서리가 야채를 망치지 않게 마지막 남은 채소들을 뽑던 중이었어요. 저는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입고 있던 낡은 드레스를 털었어요. 그리곤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너 고양이를 좋아하니?"
그가 말했어요.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애는 몇주전에 사라져 버렸어요"
"혹시 흰색 고양이니?""
네, 혹시 그애를 찾으셨나요?"
저는 그때 단지 어린애였고 우리 엄마는 저를 낳으실때 돌아가셔서 제 고양이 아브게일만이 제 친구였고 내 비밀을 알고 있는 소중한 친구였어요. 나는 그애를 찾아다녔지만 종국엔 거의 포기해버렸지요.
"그 고양이가 날 찾았더구나. 그애가 내 지하실로 들어왔단다. 그애는 내 지하실 구석에서 새끼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더구나."
"새끼들요?"
그는 내 웃음에 미소로 답했어요. 그는 손에 도시 남자들이 흔히 가지고 다니는 칼을 쥐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때 그는 왠지 긴장을 풀었고 칼에서 손을 뗐었어요.
"같이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으로 그애들을 데려오는데 네 도움이 필요하단다. 내 생각엔 고양이들은 오늘밤이 지나기 전에 내 지하실보다 더 따뜻한 곳이 필요할거야."
나는 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갔어요. 우리는 우리집 정원을 지나 우리집이 있는 작은 평원을 지났어요. 나는 그때 너무 신나 우리가 왜 평범한 도로로 가지 않는지 생각하지 못했어요. 마침내 그의 집 뒷마당 공터에 도착했을때, 그곳엔 지하실로 가는 입구가 있었어요. 그는 지하실을 열었어요. 그때, 나는 무언가가 잘못 되가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느꼈어요. 만일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렸더라면, 그곳에 안갔더라면... 하지만 전 그에게 그곳에 가기로 약속했고 또 겁쟁이로 보일까봐 나무계단으로 내려갔어요. 그는 곧 따라와 문을 닫았어요.
그 지하실은 피와 기괴한 무기로 장식되어 있는 아가레스의 제단이었어요. 그는 제가 그걸 보자마자 절 공격했어요. 그리고 그는 그 갈색 제단 위에 저를 제물로 바치기 전에 더 끔찍한 짓을 저에게 저질렀어요.
저는 곧 망령이 되어 회색빛 세계를 떠돌아다니게 되었어요. 저는 아빠가 날 찾으러 다니시는 것도 보았어요. 제 시체는 난도질 당하고 의식용 마스크가 씌워진 채 마을에서 며칠이나 걸리는 숲속에서 발견되었어요. 절 죽인 살인자는 충격과 슬픔에 잠긴 체 하며 아버지에게 거짓으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우리집으로 왔어요. 아버지는 슬픔에 잠겨 우시다 이웃이 오시자 몸가짐을 정돈하시고 평정을 되찾으려고 하셨어요. 딸이 자신을 간절히 필요로 했었을 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찢어지는 슬픔에 잠긴채로요.
그때 전 무언가를 느꼈어요. 내 고양이 아브게일이 벽을 통과해 내가 밥을 주지 않았을 때 그랬던 것처럼 울며 제게 다가왔어요. 저는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어요.
내가 그 애를 내려놓자 그녀는 곧 걷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마치 나더러 따라오라는 듯이 날 쳐다봤고 난 따라갔어요. 우린 도시를 떠났어요. 숲을 지나갔고, 평야를 지나갔고, 산들을 지나갔어요. 전 전혀 지치거나 배고프지 않았어요. 다만 세상이 좀 흐릿하게 보일뿐이었어요. 마치 안개를 통해 보는 것처럼요. 우린 이상한 검은 장소들은 피했고 저는 때때로 그곳에서 울려나오는 분노와 슬픔의 소리를 들었어요.
우린 우리가 살았던 도시보다 훨씬 더 큰 그 도시에 이를 때까지 걸었어요. 우린 그 큰 도시로 들어갔고 도시 중앙의 청동색과 검은색으로 장식된 커다란 궁전으로 들어섰어요. 우린 왕좌가 있는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고 그러자 곧 안개같이 뿌연 게 사라졌어요. 왕좌엔 상아빛 살갗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은 두 상인이 다투는 것을 듣고 계셨어요. 그분은 지쳐보이셨고 저는 웬일인지 그분을 알것 같았어요. 그분은 한때 가장 위대한 대천사들 중 한분이자 이제는 시간과 필멸의 운명을 관장하시는 분인걸요.
저는 인간이 되기로 결정한 한 대천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신에게 종교란 속박이며 그들을 따르지 않겠노라고 주장한 그 대천사-카시엘-을요. 하지만 제가 느낀건...아니 본 것이랄까...경험한거랄까...어쨋든 제가 생각한건 저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나쁜 적들이 있기 때문에 종교는 마땅히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분의 왕좌로 다가갔어요. 그분이 저를 바라봐 주실거라 생각하구요. 심지어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요.
"카시엘, 잿빛 장막의 신도가 절 죽였어요. 당신이 무언가 해주셔야 해요. 오더가 그들과 싸우려고 해요. 그러니 당신이 도와주셔야 해요."
이윽고 그분이 절 바라보셨어요. 저는 그분 안에서 크나큰 슬픔을 보았어요. 우리 아버지가 날 잃고 침실에서 혼자 우실 때 바로 그 슬픔과 같은 슬픔을요. 곁에서 다투던 상인들이 카시엘님의 관심이 제게 있다는 걸 알자 곧 조용해졌어요.
"눈을 뜨거라."
그분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마치 간청과 명령을 동시에 내리는 듯이 말이에요. 나는 그분의 말씀을 따랐어요. 그랬더니 카시엘님만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내 고양이 아브게일이 내 발치에 있는 것을 보았어요. 나머지 것들은 회색빛으로 맴돌았어요. 나는 그 회색빛을 자세히 보았어요. 그 안에 무언가 형상과 얼굴들이 보였어요. 그리고 나는 그 속의 다른 영혼들을 보았어요. 남자와 여자, 오크와 엘프, 어린아이들과 성인들...모두 스스로의 회색빛 세계에 잡힌 망령들이었어요.
저는 망령들과 이야기 했어요. 오더의 심판관에게 거짓말한 죄로 살해당한 남자, 식량을 구할 수 없었지만 자비를 베풀지 말라는 킬모프의 계율로 인해 굶어죽은 소년, 무너진 집을 다시 짓기 위해 신성한 나무를 잘랐다가 나뭇잎의 신도들에게 살해당한 엘프남자와요. 그리고 신들을 믿지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은 죄로 전쟁에서 살해당한 수천의 망령들과도 이야기 했어요.
내가 의식을 되돌려 카시엘님에게로 향하자, 그분인 그의 궁전 꼭대기에 홀로 앉아계셨어요.
"우리는 이 중간에 끼인 세계에서 영원해야 할 운명이란 말인가? 나는 이제 신들이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단다. 오직 그들만이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안다면, 그들을 따르는 것 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
카시엘님은 제게 미소를 지으셨어요.
"신들이 만든 그세계는 천국이 아니란다. 진정한 천국은 모두에게 닫혀있단다. 심지어 신들에게도 말이야. 그 문은 언젠간 열릴 것이고 우리는 언젠가 그곳으로 들어가게 될게다. 그때까진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가꿔나가야 한단다."
그러자 저는 이윽고 그분의 발치에 앉아 아브게일과 놀며 눈앞에 놓여있는 필멸의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어 점점 관심이 사라져갔어요. 왕좌의 방 끝에서 제게 익숙한 목소리, 바로 우리 아빠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말이에요.
"카시엘님, 저는 배너 제국에서 왔습니다. 저는 제 이웃들과 제 신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종교는 한때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모든 삶을 그 종교에 바쳤고 비록 그 종교는 믿음에 관한 공허한 말과 내자신의 나약함 이외엔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지만요. 이제 저는 당신께 왔습니다. 3년전, 제 딸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녀는 제 유일한 자식이었는데 그만 사악한 의식에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점 때문에 사제들은 그아이가 묘지에 묻힐 수 없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악령이 다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며 그 애의 시체를 태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침착을 유지하시려고 온갖 힘을 다하셨어요. 아빠는 심호흡을 한번 하신 채 계속 이야기 하셨어요.
"이제 저는 당신께 왔습니다" 아빠는 반복해서 말씀하셨어요. "당신께 귀의하고 싶지만, 저는 단지 평범한 상인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허락해주신다면 그리고리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카시엘님은 아빠를 바라보셨어요. 이런 류의 간청은 보기 드문 것이었어요.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카시엘님에게 다가가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거든요.
"오늘은 이 궁전에서 머물라. 내일이 되면 그대는 새사람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낡은 삶은 떨쳐버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 너의 이름은 Goodreau가 될 것이다. 아침이 되면 도시로 내려가, 새 직업을 찾고 내 백성들 가운데서 너의 장소를 구하라. 하지만 오늘 밤만은 너는 여전히 상인 Tamur일 것이다. 내 시종이 너에게 방과 음식을 마련해 줄 것이다. 오늘은 먹고 편안히 쉬어라."
아빠는 카시엘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시종을 따라 왕좌의 방에서 나갔어요. 곧 나는 그들을 따라가 아빠에게 주어진 방의 침대 위에 앉았어요. 아빠는 계속된 여행에 지쳐보이셨고 식사를 허겁지겁하신 뒤 곧 주무셨어요. 저는 내가 죽고 난 후 내방에서 우시던 아빠를 바라보던 바로 그 위치에 서있었어요.
"엘리자베스?"
아빠가 일어나셨어요. 일어나시고 저를 바라보셨어요.
"네 아빠"
아빠는 침대에서 펄쩍 뛰쳐나오셨어요. 공포에 질린채, -제가 환영이거나 손에 닿기전에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리신채 뛰쳐나오셨어요. 하지만 아빠의 팔은 절 그대로 통과했고 아빠는 바닥에 무너지시듯 엎드린채 우셨어요. 저는 아빠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아빠는 제 얼굴 하나하나 모두를 기억하시려는 듯이 절 쳐다보셨어요.
"오 얘야...내가 정말 미안하다...용서해주렴...미안하다...미안하다"
"아빠, 전 괜찮아요"
우리는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저는 아빠한테 가짜천국과 이 궁전에서의 제 삶을 이야기 해 주었어요. 비록 3년이나 흘렀지만 제겐 며칠정도로 느껴진 시간이었어요. 저는 진실로 제가 죽었다는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어요. 다만 아빠와 게임을 하고 우리가 줄곧 같이 했던 산책만을 기억했어요. 저는 아빠에게 날 죽인 사람을 모른다고 거짓말했어요. 저는 아빠가 배너로 되돌아가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요.
우린 새벽까지 이야기 했어요. 새벽이 되어 제가 아빠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자 아빠는 같이 있게 해달라고 어떻게하면 함께 있을 수 있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카시엘님의 말로 대답해드렸어요.
"언젠가 그 문이 열릴 거고 우리는 언젠가 그곳에 다시 들어가게 될거에요. 그때까지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가꿔나가야 해요."
아빠는 제가 완전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절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곤 아빠는 궁전에서 나와 그리고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