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가마귀(나이트 워커)

"가까이오지 마십시오. 제 그림자가 당신을 노릴지도 모르니"

나는 그림자 능력자. 이니셜 칭호 S(Shadow)의 계승자.

아폴로 주식회사에서 나에게 붙인 능력자 등급은 ‘재난 등급’.
‘재난’이라니. 그들은 내가 세상을 멸망시킬 거라고 믿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그림자 능력자를 경계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그림자 능력자는 결국 그림자에게 잡아먹힐 운명.
그 운명을 벗어난 S는 그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
선대 S도 내 눈앞에서 그림자들에게 끌려갔다.
그녀의 비명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그러니, 나도 예외일 수 없다.
‘부디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이렇게 기도하며 회개하나이다.’
“까마귀 아저씨, 무엇을 그렇게 잘못하셨나요?”
드디어 신이 반응을…? 그런데 신의 목소리가 마치 소녀 같다.
“신이라뇨, 아니에요. 전 고등학생인데요? 평범하진 않을지 모르지만….”

소녀의 이름은 마야.

자신을 꿈능력자라고 소개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가 서있는 이 브린디쉬는 그녀의 꿈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고 했다.
대답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신’ 아닌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나의 운명을 묶어두고 있는 이 ‘그림자’라는 존재들도
바로 그녀가 만든 것일까?
그러나 그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도 왜 그림자들이 존재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자가 어디서 오는지 알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나를 그곳에 데려다주었다.

‘연옥’. 그림자들의 세계.
이곳이 바로 지옥일까.
아니면 사후세계? 그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머물렀더라면 내 생명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이제 한걸음 정도는 내디딘 셈이다. 그림자의 정체, 나의 존재 의미.
평생을 궁금해했던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해.
결국 모든 것의 열쇠는 신의 능력을 가진 그 소녀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음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소녀를 찾아서 구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