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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4 17:54:45

게공선


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4. 평가5. 기타

1. 개요

蟹工船(かにこうせん)

일본 제국 시기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가 코바야시 타키지가 1929년에 발표한 르포르타주 소설. 1926년에 발생한 노동자 혹사 사망 사건인 하쿠아이마루 사건과 치치부마루 조난 사건[1]을 모티브로 했다.

원래 제목을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면 해공선(蟹工船)이 되지만 공선 부분만 한자어이기 때문에 출판사마다 번역에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이론과실천 출판사에서 간행된 코바야시 타키지 선집에서는 '게잡이 공선', 창비에서 출간된 번역본에서는 '게 가공선'으로 번역되었고 문파랑판 번역본은 일본어로 蟹는 훈독의 고유어, 工船은 음독의 한자어인 점을 그대로 살린 '게공선'으로 번역되었다. 여기서 공선(工船)이란 고기잡이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서 공장의 역할도 겸하던 어선을 일컫던 말로, 완전한 어선이 아니면서 땅에 있는 공장과도 달랐다는 점 때문에 각종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당시 노동착취가 아주 심하게 일어나던 현장이었다. 작품 게공선은 2000년대에 들어 비정규직워킹푸어, 블랙 기업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던 시대상과 맞물려 각종 만화나 영화 등의 작품으로 리메이크되는 등, 재조명을 크게 받으면서 '게공선 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일본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 줄거리

おい、地獄さ[ruby(行, ruby=え)]ぐんだで!
이봐, 지옥으로 가는 거야![2]
소설 첫 문장.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공선 하코마루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문장이다.
게잡이 공선은 '공선(공장선)'이고, '항선'이 아니다. 그러므로 항해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20년 동안이나 매어 놓은 채로 있어, 침몰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비틀거리는 '매독 환자'와 같은 배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겉에만 화장을 짙게 칠하고 하코다테에 돌아왔다. 러일전쟁에서 '명예롭게도' 절름발이가 되어 물고기 창자처럼 방치된 병원선과 운송선이, 유령보다도 죽음이 임박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중략) 배의 모든 부분이 우지직 소리가 나면서 당장이라도 하나하나가 분해되어 풀려 버릴 것 같았다. 중풍 환자처럼 전신을 떨었다.
초반부에서 묘사되는 공선 하코마루의 모습[3]
오호츠크 해 내의 캄차카 반도에서 게를 잡는 게공선 하코마루에 일본 각지에서 올라온 가난한 이들이 노동자로서 타고 항해를 시작한다. 게공선은 를 잡아 통조림을 만들어 파는 선박으로 법률상으론 공장도 아니고, 선박도 아니어서 공장노동법, 항해법[4] 어디에도 적용받지 않는 사각의 지대. 그 곳에서 악덕 감독 아사카와는 게를 잡는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학대하여 금전적 이익을 얻는 것이 목적인 마귀같은 존재다.

노동자들 대부분이 무식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빈민들이라 자신들이 받는 대접이 핍박인지도 모르고 그저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에 세뇌되어 무기력하게 움직인다. 더럽고 악취 나는 공간에서 피를 빠는 이를 서로 잡아대며 낄낄대고 발도 제대로 뻗을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잠을 청하며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운다 싶으면 어김 없이 감독의 채찍질이 돌아온다. 노동자 중 한 명은 아사카와가 오물 투성이에다가 좁아터진 변소 속에 며칠간 가둬 놓는데 변소문을 열자 졸도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점점 노동자들은 병들고 매맞아 가면서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고문의 강도도 심해진다. 말뚝에 매달아 놓고 말발굽에 채이게 하거나 불에 달군 인두로 허리를 지지거나 도사견에 물려서 죽어나가는 일도 생긴다. 고작 담배 한 갑을 포상으로 놓고 삶과 죽음을 강요당하지만 이에 감독이란 인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일을 시키고 항해 도중 배가 난파되어 소련 영토에 상륙했다가 그 곳에서 스스로의 자유를 쟁취하고 살아가는 소련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적화선전'을 접한 '말더듬이 어부'와 '학생'의 체험담을 계기로 게공선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던 중 도쿄의 알선소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핫코마루에 승선했던 27살 젊은 어부의 죽음[5]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분노가 일거에 폭발하고 '말더듬이 어부'와 '학생'을 중심으로 연대하여 태업파업을 주도하게 된다. 비록 이들의 동맹파업은 구축함에서 파견된 해병들에게 무력으로 제압되지만 조직화된 힘이야말로 자본가의 탄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임을 깨달은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궐기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그리고 후기에서는 노동자들의 재궐기 이후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다룬다. 하코마루 노동자들의 두 번째 태업은 성공했고 태업과 파업을 했던 배는 하코마루뿐만이 아니었다.[6] 또 아사카와 총감독과 잡부장, 다른 감독들은 조업기간 중에 불상사(파업)를 일으키게 해서 어획량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유로 위로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제대로 폭행당한 뒤 해고당하고 말았다.[7]

다만 만화 한정으로 잡부장은 유달리 소심한 사람이라 아사카와에게 제대로 따지지 못하고 속앓이를 했지만 이번 궐기를 계기로 용기를 얻어 아사카와에게 한 방 크게 먹인 뒤 노동자들과 합심하였으며 이후 노동자들을 돕기 시작한 걸로 보인다. 이후 노동자들의 생활이 한층 더 나아진 걸로 추정된다.

3. 등장인물

4. 평가

"자본계급의 착취 형태나 노동자 계급의 비참한 양상이 추위가 숨어들 때처럼 바싹바싹 독자의 가슴을 억누른다. (…) 이것은 이 작품이 폭로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술적인 내용 통제와 철저한 표현욕도 빼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평론가 지바 가메오의 평론 中 (1929)
"동지들이여! 우리는 홋카이도의 거친 바다에서 게잡이 공선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 내지에서 온 또 다른 노동자가 이 잡지 『센키』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 속에 있던 동지 고바야시 씨의 「게잡이 공선」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우리 같은 사람이 고바야시 씨의 글에 대해서는 뭐라 할 수 없다. (…) 고바야시 씨의 작품이 문예 분야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은, 우리처럼 배우지 못한 자들이 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저 현실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우리의 편이다.
한 노동자의 평가[8]

5. 기타

러시아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고 감화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가 유토피아인 것 마냥 묘사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논란이 많은데 애초에 작가가 사회주의자라서 그렇다. 게공선을 발간할 당시도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탄압이 거셌던 시기라 검열과 수차례의 발매 금지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작가가 평생의 스승으로 여기면서 존경했던 소설가 시가 나오야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평을 부탁하는 편지에 책을 동봉해 보낼 때도 당국의 탄압으로 인해 검열된 개정판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헌책방을 여러 곳 전전한 끝에 가까스로 초판을 구해서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9]

이후 작가는 게공선이 정식 발매된 지 4년도 채 안 된 1933년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다 사망한다.

작중에 잠깐이지만 조선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당연히 시대가 시대인지라 주인공 일행들보다 더 대우가 시궁창. 당시 게잡이 공선으로 대표되는 북양어업과 동시에 자행된 각지의 노동자 혹사 문제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홋카이도 개척 노동자들의 현실을 말하는 부분 중에 짤막하게 언급된다.
모두는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작업장으로 내보내졌다. 그리고 곡괭이 날이 번뜻번뜻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주변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해야 했다. 모두는 근처에 세워진 감옥에서 일하고 있는 죄수 쪽을 오히려 부러워했다. 특히 조선인은 감독과 십장에게도, 같은 동료인 인부(일본인)에게도 '짓밟히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작가가 친한인지 알려진 자료가 부족하지만 프롤레타리아에 입문하게 된 원인이 후배 중 한 명이 조선인 차별 금지를 주장하다가 정학당한 것을 계기로 마르크스 주의에 심취하여 제국주의를 비판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공산당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비춰 미뤄볼 때 최소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학정에는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10]

1953년과 2009년에 각각 영화화 되기도 했다. 2009년작의 주연은 마츠다 류헤이. 단 2009년작은 원작 왜곡 논란이 있었으며 평가도 그다지 좋지는 않다.

2021년 《신약 게잡이 공선(新約カニコウセン)》이라는 제목의 SF 리메이크작이 영 애니멀에서 연재가 개시되었으며 2021년 10월 9일 단행본 1권이 발매되었다. 원작 하라다 시게미츠[11], 작화 신지로[12]. 바다가 증발하고 거대화된 수중생물들이 하늘을 날도록 진화한 세계를 무대로 특정한 주인공이 따로 없는 군상극 형식이었던 원작과는 달리 '루카(流伽)'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중에 등장하는 게잡이 공선은 원작 소설의 핫코마루처럼 가혹한 노동환경으로[13] 거대 게 사냥을 오로지 '인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설정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게는 거대화한 왕게인데 몸집도 몸집이지만 작중 세계관의 갑각류는 외골격의 강도가 날붙이는 물론 심지어 총탄조차도 튕겨낼 정도로 견고하게 진화했다. 게다가 이 게도 엄연히 '상품'이기 때문에 폭발물 등으로 흠집을 내서는 안 되는지라 건장한 장정 여럿이 붙어서 게의 약점인 관절을 맨손으로 꺾는 방식으로 잡는 막장스러운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이렇다보니 게를 잡다가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일 정도는 이 세계관에서는 흔한 일로 묘사된다.[14] 스토리가 한창 진행되던 중 5권에서 연중되었다.#
[1] 홋카이도 하코다테에서 출항하여 조업하던 공선 치치부마루가 시린키 해협에서 조난당한 사건으로, 하쿠아이마루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작중에도 치치부마루라는 이름의 공선이 조난당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바로 이 사건을 기반으로 한 부분이다.[2] 이 문장은 홋카이도 방언으로, 작중에 등장하는 어부들 중 도호쿠 북부와 하코다테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여기에 더해 작가인 타키지 자신도 4살 때 온 가족이 출생지인 아키타를 떠나 오타루시로 이주해서 완전히 정착한 탓에 오타루가 실질적인 고향이나 다름없었고 이 영향으로 작품에 홋카이도 방언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중편 《방설림》과 이를 개작한 《부재지주》는 홋카이도 개척 시기를 배경으로 소작농들의 비참한 삶을 그리고 있다.[3] 중간에 러일전쟁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은 하코마루의 모델인 실제 하쿠아이마루가 러일전쟁까지 병원선 및 환자 수송선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4]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작중 가상의 법률들이다. 당시에는 노동기준법(근로기준법) 등 노동자의 권리를 규정한 법률 자체가 없었고 작중의 항해법에 대응되는 실제의 선박안전법은 작가 사후에 제정되었다. 작가의 바램과 스스로 인지했던 한계를 보이는 부분.[5] 각기병을 앓던(그래서 작중에서 부르는 호칭도 '각기병 어부'다) 어부로 병세가 악화되어 오랫동안 누워 지내다가 "캄차카에서는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처참한 몰골로 숨을 거두었다. 노동자들은 이 어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한 것"이라고 여겼는데 그 와중에 아사카와는 죽은 어부를 염할 때 쓸 더운 물조차도 아껴 쓰라며 간섭질을 해댔다.[6] 두세 척의 배에서 '적화선전' 팜플렛이 발견되었다.[7] 작중 언급에 따르면 '어부들보다도 참혹하게' '무자비하게' 해고당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아사카와는 자신이 지금까지 속고 있었다고 절규했다고...[8] 1929년 10월호 『센키』에 실린 평가로서 잡지에서는 글쓴이를 XX마루 호의 오오모토 요시오라고 적어놨다.[9] 당시 시가에게 보냈던 실제 초판본이 일본근대문학관에 소장되어 있다.[10] 작가의 다른 작품인 미완의 장편 『전형기 사람들』에서는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에 대해 대놓고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뜨려 조선인을 학살한 일"이라고 언급했다.[11] 유리아 100식의 스토리 담당[12] Fate/Zero 코믹스판 작화 담당.[13] 부상자에게도 예외 없이 노동을 강요하고,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14] 팔이 절단되었는데도 고작해야 진통제 주사나 한 번 놓아주는 정도가 치료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