決裁
Approval
1. 개요
결정할 권한이 있는 선임자가 후임자의 제출 안건을 검토하여 '허가'하거나 '승인'함. 결제(決濟)와는 다르다. 쉽게 말해서 안건 허가 인정이다.2. 결'재'와 결'제'의 차이
- 권한의 위임은 '결재'
- 돈의 이동은 '결제'
속된 말로 결재는 도장 찍는 거고, 결제는 돈 나가는 거다.
결제와는 의미가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에 잘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사회인이 되고, 그중에서도 회사나 조직의 일원이 되기 전까지는 '결재'라는 말을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신참 직장인들이 자주 실수하는 단어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직장 상사에게 "아직도 결'재'와 결'제' 구분도 못 하냐?"라고 핀잔을 들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돈[1]을 지불하는 행위에 대해서 '결제'를 쓰고, 그 이외에는 '결재\'를 쓴다. 주의할 것은, '돈을 지불하도록 승인'하는 것 또한 '결재'이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도 결재 시점에서 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재를 받은(즉 지불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은) 실무자가 '결제 행위를 할 때' 비로소 돈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사려고 하는데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주는 경우 용돈이 필요하다고 보고를 하고 용돈을 받는 과정까지는 결재, 받은 용돈으로 필요한 것을 구입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 결제이다.
둘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2], 기억법으로는 '결제'는 'ㅔ\'의 ㅓㅣ 사이로 신용카드가 지나가며 결제된다고 상상하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반대로 '결재'는 'ㅐ\'사이가 막혀 신용카드가 지나갈 수 없으니 다른 개념임을 떠올리자. 막힌것을 상사가 뚫어줘야 한다고 연상해 볼 수 있다.
여담으로 일본어에서는 결재, 결제가 각각 決裁로, 決済로 표기되며 둘 다 けっさい로 발음이 같다. 한자로 직접 표기하기에 글로는 차이가 있지만, 말할 때는 한국어처럼 문맥에 따라 의미 구분이 가능하다.
3. 결재의 중요성
단체는 개인과는 달리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각자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적인 조직이다. 그 때문에 어떤 행동을 수행하거나 의사를 표명하는 데 있어서 해당 사안이 단체의 목적과 활동에 적합한 것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결재선을 두어 검토를 할 수 있도록 한다.사회인 초년생들은 결재 받는 행위나 그 절차를 매우 귀찮게 여기고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결재는 해당 행위의 책임 소재를 하급자(실무자)가 아니라 상급자(결재권자)에게 지우는 절차이다. 그러므로 하급자 입장에서는 결재는 생명과 같은 것이며, 되도록이면 철저하게 받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두 결재보다는 문서라는 증거가 남는 서면 결재가 더 확실하다. 그래야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 하급자가 덤탱이를 쓰지 않고, 상급자가 책임지고 처리하게 된다[3]. 만약 사소한 것일지라도 '이 정도는 당연하니까 그냥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결재 없이 임의로 진행했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하급자가 뒤집어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보통 상급자가 한번 쓱 봤으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실수인 경우가 많다. 상급자라는 자리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 결재를 받을 일 있으면 필히 결재를 받도록 하자.
그런데 고도화된 조직일수록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결재를 멀쩡히 받았더라도 상급자가 책임지기는커녕 하급자에게 모두 덮어씌우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보통은 없겠으나, 악조건이 모두 성립하는 군대에서는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군대처럼 위로 층층이 쌓인 조직일수록 우두머리까지 결재선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적당히 중간선에서 누군가가 끊게 되는데, 이것이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중간 관리자가 덮어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간관리자는 높으신 분이라 본인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남에게 덮어씌울 능력과 권력이 있다. 이 경우 그것을 기안한 하급자에게 전부 덮어씌우는 방법이 가장 좋으므로 그를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짓게 된다. 이때는 결재 증거를 아무리 갖춰놔도 소용없다. 그걸 감추려고 징계하는 거기 때문에 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 조직인 군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해당 기안이나 행동이 규정을 어기는 것일 경우 상급자로부터의 일방적 명령이 아닌 이상 하급자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휴가금지가 지시사항으로 내려온 부대에서 허가되지 않은 사유로 휴가를 받거나 외출했을 경우 이것이 휴가권자(주로 대대장)의 결재를 받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신청자도 당연히 처벌받는다. 허가된 사항이 추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애초에 안 되는 걸 알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 아무튼 결재(허락) 받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문제될 일은 안 만드는 게 상책이다.
4. 결재의 종류
- 전결(專決)
전결의 '전'은 '전용(專用)', '전업(專業)' 할 때의 그 '전(專)'이다. 혼자서, 사사로이라는 뜻으로, 수많은 결재건에 대해 일일이 최고 관리자가 검토하고 사인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기관장 본인이 굳이 직접 결재까지 할 필요가 없는 덜 중요한 건에 대해서는 국장 내지 과장(부서장) 선에서 끝냄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꾀하는 것이다. 회사ㆍ기관마다 보통 전결권자를 중간관리직으로 지정하고 그 권한을 명시해 놓는 게 보통이다. 예를들자면, A기관에서 B기관으로 문서를 보내려면 A기관장이 결재를 해서 B기관로 문서를 보내야한다. 그런데, A기관장이 모든 건건마다 다 결재를 누를순 없는 노릇이고, 업무의 비효율성이 증대된다. 조직 자체적으로 어떠어떠한 건는 그 밑의 중간관리자(국장, 과장 등)에게 전결권한을 부여하여, 그 중간관리자가 전결로서 결재가 마무리되는 형태이다. 만약 전결권한을 남용할 경우에 있어서 조직 자체적인 처분(=징계)의 사유가 된다.
- 대결(代決)
휴가나 출장 등 결재권자가 부재시, 해당 결재권을 대리인에게 위임하여 특정 기간 동안은 그 대리인이 결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경우 서명 옆에 代를 적어 구분한다. 필체는 회사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다. 대결한 안건은 일반적으로 최종 결재권자가 복귀하면 업무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사후보고의 방식을 밟기도 한다. 그리고 위임전결권이 있는 문서를 대결하는 전대결(專代決)도 있다. 공문을 보면 '전결' 자리에 '代'자가 찍힌 게 있다.
후결(後決)
후열(後閱)이라고도 한다. 대결과 마찬가지로 결재권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이지만, 해당 안건이 충분히 결재권자가 사후에 검토해도 지장이 없을 수준의 가벼운 사안이나 장기 프로젝트라면 회사가 정한 규정에 의거, 후결 표시를 하고 결재 서류를 제출해놓고 일을 진행시키는 제도. 대한민국 정부의 경우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해 "후열" 제도가 폐지되어 대결한 문서는 간단히 구두로 사후보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참고로 IMF에서 폐지하라고 시켰다.
- 검토 - 2018년 이전에는 '선결'이었다.
결재선상 기안자와 최종 결재자 사이에 보통 두세 명 이상의 중간관리직/임원들의 결재란이 있는데 이 항목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리급 실무자가 기안을 해서 서류를 올리면 중간급 관리직인 과장이 1차 검토 후, 서류가 명시하는 다음 결재권자에게 넘기는 식으로 2~3차에 걸쳐 신중하게 안건을 검토한다. 검토자는 협조자와 다르게 후술할 반려나 직접 수정을 가할 수 있다.
- 협조(協調)
문서를 기안한 담당자(실무자)와 문서를 시행할 때 필요한 실제 업무 담당자(실무자)가 다른 경우와 같이 보고 경로상에서는 필요하지 않지만, 반드시 이 문서가 결재과정에서 확인을 해야하는 사람일 경우에 지정하는 제도이다. 위 예시를 보면 공문을 기안한 사람은 이용철 주무관이지만, 문서 시행자는 권진영 주무관이다. 문서 내용을 보아하니 이용철 주무관이 홍보물을 만든 담당자이고 권진영 주무관이 400개씩 출력해서 각 자치구 여성정책부서에 해당 물품을 전달하는 모양이다.권진영씨는 죽겠네 25개 자치구 * 400개 = 10,000개…
이렇게 협조가 필요한 경우 공문에 '협조'를 표시하고 결재선에 협조 대상 담당자를 넣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경비를 지출할 때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 예산 담당자의 협조(예산차인)를 구하거나, 업무 담당자가 국민신문고 민원 답변을 할 때 실제 국민신문고 사이트에 답변을 올려야 하는 국민신문고 민원 담당자를 협조에 넣는 것 등이 있다. 좀 중요한 공문이라면 공문 작성할 때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이 경우 공문에는 기안자(담당자) - 검토 - 결재 라인이 표시되고 아랫줄에 별도로 '담당자' 또는 '협조'가 표시되고 또다른 담당자나 간부(임원)급 이름이 사온다.
협조의 경우에는 결재선상에서 존재하는게 아니라 정말 협조이기 때문에, 문서 상신에서 반려나 문서 수정이 불가능한 것이 원칙이다. 또한, 협조자는 말 그대로 문서를 생산하는 라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안자는 협조자와 문서 생산전에 충분한 협의가 되어있어야 한다. 협조자는 몰랐던 기안문서가 협조 걸려서 떡하니 오면 뭐하자는거지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 공람(供覽)
해당 안건이 결재가 승인되면 이와 연관된 타 부서 또는 회사 구성원 일부 및 전체가 열람할 수 있는 제도. 회람(回覽)이라고도 한다. 공람을 받았다고 해서 피공람자는 책임이 있지는 않다. 공람 자체가 단지 해당 문서를 참고하라는 의미이기 때문.
- 반려(反戾·叛戾)
망했어요 1
해당 안건이 결재권자의 거부로 인해 다시 기안자에게 돌아오는 경우를 말한다. 직관적으로 와닿게 표현하면 "틀렸으니까 다시 해 와". 기안에 문제가 있다거나 문서 양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거나 결재라인 잘못설정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나이 지긋하신 결재권자들은 보통 반려 이유를 잘 말해주지 않으므로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상황이 빈번하다. 공공기관의 경우 반려 이유 안 알려주면 감사 대상이라 부서장이 반려 이유 알려준다.
- 시행(施行) / 발송
결재가 완료된 기안문을 수신대상 부서 또는 기관에 보내는 일. 그러한 문서를 시행문(施行文)이라고 한다. 시행문에는 그 결재권자의 직인 또는 서명이 출력되어야 한다.
- 1인 결재
기안자 본인이 기안과 동시에 본인 선에서 결재 처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결재권자인 기관장 혹은 부서장 본인이 직접 기안하여 결재하거나 잘못 이송온 문서를 반려하고자 실무자선에서 반송할 때나 쓰인다. 그 이외의 경우는 결재권자를 무시하는 큰 사건이다.
- 반송(返送)
망했어요 2
회송(回送)이라고도 한다. 시행(발송)된 문서를 수신한 부서 또는 기관에서 해당 문서를 받지 않고 돌려보내는 일. 직관적으로 와닿게 표현하자면 "이거 우리 것이 아닌데요? 돌려보냅니다.". 보통은 수신부서를 잘못 지정하였거나, 시행문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 조직 기준으로는, 반송 공문은 기관장 혹은 부서장 결재 없이 그 담당 실무자 1인 결재로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권한쟁의가 있는 경우라면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핑퐁게임처럼 다른 부서로 이송하면서 민원돌리기를 시전하거나, 한쪽에서 반송된 걸 다른 쪽으로 보내도 거기서도 안받고 반송하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전화민원으로 비유하자면 담당이 아닌 민원이 들어왔다면 담당자 전화번호 알려주고 끊는 것과 같은 것. 권한쟁의가 있는 경우에는 서로 전화돌리기에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는 것.
- 이첩
A부서가 생산한 문서가 C부서로 보내야 하는데, B부서로 잘못갔을 경우에, 해당 문서를 B부서로 보내는 경우이다. 반송은 A->B로 갔다가 B부서가 다시 B->A로 보내는 경우이나, 이첩은 일단 A->B로 보냈는데, B부서가 보고 B->C로 넘겨주는 것을 지칭한다.
5. 현실
공직이나 군대에서는 정말 많은 문서가 결재 상신되는데, 모든 행정에 대해 근거와 기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소소하게는 저녁 식비 지출[5], 관내 출장보고서(출장복명서)부터 크게는 VIP 보고건까지 다양하며, 특히 내부문서뿐만이 아니라 대외시행 및 다른 행정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역할도 하기때문에 담당자끼리 공문배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2020년 기준 행정기관 간 문서중계 횟수만 1억 6천만통에 달한다.특히 공직에서 생성되는 문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대국민 공개가 원칙으로, 국장급 이상 결재문서는 아예 원문을 바로 열람 가능할 정도. 물론 법적으로 공개하면 안 되는 문서들은 안 올라오지만, 결재라는 행위 자체가 의무적으로 모든 행위에 로그를 남기는 컴퓨터처럼 국정의 감시체계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 비해 민간기업에서는 아무 문서나 결재를 올리지 않기 대문에 결재가 상당히 신중하게 이뤄진다.[6] 정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계속 상담하고 검토하고 회의해서 올라간다. 뉴스로 사건사고 등이 보도될 때마다 담당자가 "해당 건에 대해 아직까지는 대책을 논의중이므로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와 같은 원론적이면서 판에 박힌 레파토리가 나오는 게 이러한 이유이다.
[1] 혹은 그에 상응하는 교환가치[2] 현대 한국어에서는 ㅐ, ㅔ의 발음상 구분이 거의 없기에 문맥과 상황으로 판단해야 의미를 알 수 있다.[3] 대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 내부적으로 깨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4] 참고로, 잘못 결재된 공문이다. 서울특별시장 명의의 공문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서울특별시장이 결재하거나, 부시장 대결, 과장(부서장)급의 전결로 나가야 하며, 기관장 결재 외 모든 결재는 결재자 이름 위에 대결, 전결 등이 적힌다.[5] 지자체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일상경비 중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이호조 연계 기안으로 결재를 거친다.[6] 대신 사소한 건 이메일로 많이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