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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3-29 21:31:06

고도를 기다리며

1. 개요2. 특징3. 줄거리4. 등장인물5. 해석6. 명대사7. 영화화8. 기타9. 같이 보기

1. 개요

원제는 'En attendant Godot'.
영문 'Waiting for Godot'.

사뮈엘 베케트희곡. 1953년 1월 5일 파리의 바빌론 극장(Théâtre de Babylone)에서 초연된 이래, 베케트의 대표작이자 부조리극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2. 특징

부조리극의 '부조리(不條理)'라는 낱말은 인간 존재의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부조리극이 이 문제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부조리극 작품들은 깊은 나락염세주의와 기괴한 유머가 독특하게 뒤섞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요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극이 처음 상연되었을 때에는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연극 평론가들에게까지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반면에 캘리포니아 산 퀜틴 교도소의 죄수들은 이 연극을 보고 기립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리는 등 그야말로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한다. 당시 〈고도를 기다리며〉가 교도소에서 상연된 이유는 단지 여성 출연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연출자는 이런 힘빠지는 부조리극을 보여주면 죄수들이 열받아 폭동을 일으킬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1]

이 작품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혹은 고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견해들이 등장했다. 어떤 이는 고도가 바로 (神)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에게는 '자유'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베케트는 자신조차도 고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도라는 단어가 신을 의미하는 영어와 프랑스어 단어인 God과 Dieu의 합성어라는 주장도 널리 퍼져 있는데, 베케트는 "이 작품에서 신을 찾으려 하지 말라"는 부정에 가까운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다.

작가 사뮈엘 베케트는 이 작품 집필 이후,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김세영 글, 허영만 그림인 사랑해에서는 이 작품이 '별거 없이 고도를 기다렸더니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언급하는데, 이는 본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무지에 불과하다. 이 작품은 부조리극이라는, 과거에는 없었던 장르를 새로이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벨문학상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게 주는 상이므로 사뮈엘 베케트는 자신의 수많은 작품을 포함해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그의 대표작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그가 이 작품 하나만으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3. 줄거리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 바로 '기다림'이다. 이 작품은 희곡의 거의 모든 관습적인 기대를 깨버린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해 이해할 수 없는 허튼소리를 내뱉는 것이 전부이다. 심지어 두 주인공끼리 나누는 대화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쪽에서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면 다른 쪽은 난 술이 싫다고 동문서답하는 식이다.[2]

두 남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3]은 한 국도의 작은 나무 옆에서 '고도'라는 이름의 사람을 기다린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고도에게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고도를 기다린다. 심지어 고도가 실존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둘은 이야기를 하지만 상호적인 대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마치 서로 벽에 외치는 것과 같이 피상적이 되어간다. 그러던 중 그들은 포조와 그의 짐꾼 럭키를 만나 대화를 나누지만, 역시 두서없고 무의미한 대화뿐이다. 밤이 되자 심부름을 하는 양치기 소년이 나타나 그들에게 '고도 씨는 내일 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제2막(다음 날)도 비슷한 내용이 그대로 반복되는데, 등장인물들의 변화로 더 괴이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엔 역시 양치기 소년이 등장하는데, 디디와 양치기 소년은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할뿐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결국 블라디미르는 양치기 소년에게 화를 내며 쫓아버리고, 잠을 자다 깬 에스트라공이 고도가 왔었는지 묻는다. 그는 차라리 멀리 떠나자고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내일 고도를 만나러 여기 와야 한다고 상기시켜준다. 둘은 나무를 쳐다보며 목이나 맬까 하지만 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일 끈을 챙겨와 고도가 안 오면 매자고 다짐한다. 말로는 떠나자고 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4. 등장인물

5. 해석

워낙에 모호하게 표현된데다가 멘붕 오는 내용 때문에 해석도 보는 제눈에 안경 식으로 백 명이 보면 백 명 다 다른 소리를 한다.

가령 포조와 럭키의 비참하리 만큼 잔인한 주종관계를 놓고, 영국을 등에 업고 지배하던 아일랜드의 상류층을 꼬집는 내용이라 하기도 하고, 프로이트적 해석으로 고고가 에고이고 디디가 이드라고 하는가 하면, 극중 많이 등장하는 성경 드립을 보고 이것은 본격 기독교 까는 내용이라 하기도 한다.

물론 가장 다양한 건 고도의 정체다. 등장하지 않지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고도는 보는 사람마다의 처지를 따라 여러가지로 갈린다.

6. 명대사

포조: 세상에는 눈물이 일정한 분량밖에 없어. 다른 데서 누가 또 울기 시작하면 울던 사람이 울음을 그치게 되는 거야. 웃음도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우리 세대를 나쁘다고 하지 맙시다. 선배들보다 더 불행하지는 않으니까. 우리 세대를 좋다고도 말하지 맙시다.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맙시다.

사람마다 조그만 십자가를 지지. 죽을 때까지.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네.

인간은 모두 태어났을 때부터 정신이 돌았어. 어떤 인간들은 그대로 돌아서 살지.

어느 날 나는 눈이 멀었고 어느 날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것이오.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것이오.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각에 말이오.

태어날 때부터 무덤에 걸터앉게 되는 것이오. 눈 깜빡할 사이에 빛이 비치고는 또 다시 밤이 되는 것이오.
에스트라공: 나는 이런 짓을 계속할 수 없네.
블라디미르: 그것은 자네 생각이지.

블라디미르: 우린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네.
에스트라공: 어딜 가도 마찬가지지.
블라디미르: 고고, 그런 소리 말게. 내일이면 다 잘 될 거니까.
에스트라공: 잘 된다고? 왜?
블라디미르: 자네 그 꼬마가 하는 얘기 못 들었나?
에스트라공: 못 들었네.
블라디미르: 그 놈이 말하길 고도가 내일 온다는군. 그게 무슨 뜻이겠나?
에스트라공: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지, 뭐.

블라디미르: 내일 같이 목이나 매세. 고도가 안 온다면 말이야.
에스트라공: 고도가 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사는 거지.
럭키의 생각
포조: 그만둬! (럭키 입을 다문다.) 뒤로! (럭키 물러선다.) 됐어! (럭키 멈춘다.) 돌아서! (럭키 관객을 향해 돌아선다.) 생각해!

럭키: (단조로운 어조로) 프왕송과 와트만의 최근의 공동 사업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까까까 흰 수염이 달린 까까까까 인격신은 공간의 시간밖에 존재하고 있어 거룩한 무감각과 거룩한 실어증 위 높은 곳에서 일부의 예의를 제외하고는 우리를 사랑하는데 그 까닭은 모르지만 곧 알게 될 터이고 거룩한 미란다의 본을 따서 고뇌 속에 불 속에 있는 자들과 함께 그 고통의 겪는데 그 까닭은 모르지만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하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듣는다. 포조는 낙담과 혐오의 표정) 그 불과 불길은 조금만 더 계속되면 의심할 여지없이 결국에는 대들보에 불을 지르게 되겠는데 다시 말하면 지옥을 하늘까지 들어올리게 되겠는데 그 하늘은 오늘까지도 때로는 파랗고 고요하고 너무나 고요해서 비록 단속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반 가운데 속단은 금물이고 보니, 또 한편으로는 미완성인데도 불구하고 브레스의 베르스와 테스튜와 코나르의 인체체체 측정학 아카카카데미 수상 연구결과 인간의 계산에서 나오는 오류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오류의 공산도 없이 다음과 같은 것이 설설 설정되었으니 바꾸어 말하면 속단은 금물이나 그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프왕송과 와트만의 연구 결과 명백하게 아주 명백하게 다음과 같은 사실이 판명 되었으니,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처음으로 수군거리기 시작. 포조는 더욱 괴로운 표정) 왜 그런지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미완성의 미완성의 테스튜와 코나르의 브레스의 인간은, 요컨대 영양 섭취와 오물의 제거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위고 있고 또 이와 병행해서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육체 훈련의 발달, 스포츠 행사의 발달, 이를테면 이를테면 테니스, 축구, 도보, 자전거 경주, 수영, 마술, 비행하기, 총포, 테니스, 빙상 스케이트, 롤러 스케이트, 테니스, 항공, 겨울, 여름, 가을, 가을스포츠 잔디밭 위의 전나무 위의 땅바닥 위의 테니스 항공 테니스 땅바닥 위의 바다 위의 공중의 락키 페니실린과 그 대용 약품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다시 말하거니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다시 귀를 기울이고 포조의 흥분은 고조되어 신음 소리까지 낸다.) 테니스 항공 아홉 구멍 짜리와 열 여덟 구멍 짜리 골프 빙상 테니스 요컨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세느현 세느와즈현, 세느에 마르느현 마르느에 와즈현 다시 말하면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다시 와즈 마르를 들자면 볼테르가 죽은 후로 파아프의 골통만큼 바싹 마르고 오그라들어 두 손가락 백 그람 정도가 되고 평균치로는 약 파이프의 골통만큼 되니 어림해서 대개 노르망디의 벌거벗은 사람의 몸무게는 넉넉히 되는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그게 사실이고 보면 또 한편으로는 이게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나서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스타인베그와 퍼터만이 진행 중에 있는 실험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나니 더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감탄의 소리. 포조는 벌떡 일어나서 끈을 잡아당긴다. 모두들 소리친다. 럭키가 끈을 잡아당기고 휘청거리며 으르렁거린다. 모두들 럭키에게 달려든다. 그래도 럭키는 몸부림치며 대사를 외쳐 댄다.) 스타인베그와 페터만이 포기한 실험에 비추어 볼 때 들에서 산에서 바닷가에서 물가에서 불가에서 공기는 똑같고 땅도 같고 다시 말해서 공기와 땅은 혹독한 추위 때문에 공기와 땅은 오호라 그 제7기원의 혹독한 추위 때문에 돌들을 위해서 이루어졌고 그것은 다시 말하거니와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그러하며 다시 말하거니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의심할 수 없지만 돌을 위해서 다시 말하지만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니 다시 말하지만 머리가 동시에 병행해서 왜 그런지 모르지만 테니스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이 수염 불길 눈물 그토록 푸르고 고요한 돌들이 오호라 머리, 머리 노르망디에서는 머리가 테니스와 더욱 중대한 문제지만 포기된 미완성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요컨대 돌은 다시 말하거니와 오호라 오호라 포기된 미완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머리 노르망디에서는 머리가 테니스에가 불구하고 머리가 오호라 돌들이 코나르 코나르…… (난투, 럭키는 그래도 몇 마디 소리를 더 지른다.) 테니스! 돌들이!…… 그토록 고요한 …코나르!… 미완성!…

포조: 이놈의 모자를! (블라디미르가 럭키의 모자를 잡아 제낀다. 럭키는 입을 다물고 쓰러진다. 무거운 침묵. 승리자들은 헐떡인다.)
블라디미르의 독백
블라디미르: 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에 나는 자고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자고 있는 걸까? 내일 잠에서 깨어나면, 혹은 그걸 인식하게 될 때, 오늘 일을 어떻게 말하게 될까?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이곳에서 밤이 올 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 말하게 될까? 포조가 짐꾼을 데리고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고 말하게 될까?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이것들 중 진실이 있긴 할까? (에스트라공은 신발을 벗으려고 힘쓰지만 실패하고 자 버린다. 블라디미르는 그를 바라본다.) 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저 친군 또 어디선가 맞은 얘기를 하고 나는 당근을 주겠지. (사이) 무서운 산로와. 일꾼들은 구덩이 아래서 끊임없이 땅을 파며. 우리는 나이를 먹고. 하늘은 우리의 외침으로 가득하구나. (듣는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의 귀를 닫아버리지. (그는 에스트라공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나를 바라보고 이렇게 말하겠지. 저 친구는 자고 있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러니 계속 자게 두라고. (사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구나! (사이) 내가 뭐라 떠들어댔지?
마지막 장면
블라디미르: 자,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그래, 가세.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7. 영화화


2001년 마이클 린지 호그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8. 기타

9. 같이 보기



[1] 산 퀜틴 교도소에서의 상연에 대해서는 다음 글들을 참조하면 좋다. 클래식 정원 2013년 4월 고도를 기다리는 죄수들 Nothing But Time: When ‘Godot’ Came to San Quentin[2]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제는 '사람은 같이 있어도 결국은 혼자'라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3] 작중에서 둘은 '디디'와 '고고'라는 별명으로만 불릴 뿐 대본상의 본명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점이 포인트. 연극만 볼 경우 관객이 둘의 본명을 알 길이 없다.[4] 에스트라공이 '가자'고 할 때마다 고도를 기다려야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5] 흥미롭게도 항상 가자고 재촉하는 것은 에스트라공이지만, 극의 마지막에서 가자고 하는 사람은 블라디미르이다.[6] 이름인 Pozzo는 이탈리아어로 "우물" 혹은 "구덩이"라는 뜻이다. 왜 이러한 이름이 되었는지는 불명.[7] 다만 의미 없이 아무 단어나 읖조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희곡에 나온 대사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다.[8] 형이 있다는 대사로 동일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떡밥을 흘리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9] 저 위의 양치기 소년이 약간 허름한 한복을 입고 나온다던가.[10] 임영웅 연출 버전은 2019년 50주년 공연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데 연출자인 임영웅이 고령인 점,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진 영향 등이 더해지면서 사실상 끝을 맺은 상태다.[11] 국립극장에서 2월 중순까지 공연한 뒤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12] 나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구와 박근형은 한국판 중 최고령 고고와 디디 역이기도 하다.[16] 두 사람의 높은 인지도, 이들의 협연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라는 점 덕분에 많은 관객들이 몰렸다.[13]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 박정자 역시 신구, 박근형 못지 않은 경력을 지닌 대배우다. 포조 역을 맡은 김학철의 경력까지 합치면 네 사람의 경력은 약 230년에 달한다.[14] 두 사람은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엑스매그니토 역을 맡아 대립한 적이 있다.[15] 당시 코로나19가 심각하던 상황이라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상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