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하나를 소개한다. 2010년 11월 30일에 발매된 뜨거운 감자의 앨범에 수록된 곡, ‘수학이 좋다’이다. 1절 가사가 이렇다.
1. 가사
수학이 좋다 |
1더하기1이 2라는 건 누구나 알죠 답이 있다는 건 너무 기분 좋은 일이죠 네 말이 맞는다고 내 말이 틀렸다고 어떻게 알 수가 있겠어 너와 난 다르다고 넌 나를 틀렸다고 정답을 알고 싶을 뿐이야 당신과 나 사이에도 답이 필요해 객관식에 3번 같은 답 난 지쳐가는 중 너를 놓쳐버리고 싶어 난 수학이 좋다 이건 우길 수가 없잖아 |
마지막 가사를 다시 보자. ‘난 수학이 좋다. 이건 우길 수가 없잖아’ 그렇다. 다 알고 있듯이 수학은 우길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증명의 힘이다.
2. 귀류법
증명 중에서도 특이한 방법이 있다. 사실 수학자들은 처음에는 이 증명법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길 가는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라. 만약 어떤 사실이 참이라고 가정하고 논리적인 주장을 펼쳐나가다가 도저히 성립할 수 없는 사실이 발견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그래 맞다. 처음 참이라고 했던 그 사실이 사실은 거짓이었던 거다. 반대도 가능하다. 처음에 거짓이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보다가 말도 안 되는 모순이 생긴다면? 그렇다. 역시 처음에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실이 사실은 참이었던 거다. 이정도면 이제 눈치를 챘겠지. 맞다. 귀류법 얘기를 하려는 거다.귀류법으로 증명한 정말 대표적이고 유명한 명제가 있다. ‘소수(prime number)는 무한히 많다.’ 실제로 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증명 중 하나라고 한다. 진짜다. 증명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다.
① 먼저, 소수가 유한하다고 가정하자.
② 그러면 소수를 크기 순서대로 이라 둘 수 있다.
③ 이제 이 소수를 모두 곱해서 1을 더한 새로운 수 K = p_1 × p_2 × p_3 × ... × p_n + 1을 생각하자.
④ 여기서 K = p_1 × p_2 × p_3 × ... × p_n + 1이라 두면 분명 는 보다 크므로 는 소수가 아닌 합성수이다. (이 가장 큰 소수라고 처음에 약속했었다. 소수는 자연수니까 당연히 가 보다 크다.)
⑤ 그리고 는 p_1 × p_2 × p_3 × ... × p_n + 1 이므로 어떤 소수로도 약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에서 무엇으로 를 나누어도 나머지가 1이 남기 때문이다.)
⑥ 그런데 ‘산술의 기본 정리’라는 게 있다. 모든 양의 정수는 유일한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된다는 것인데, 이 정리에 의하면 합성수도 자연수니까 유일한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되고, 합성수의 정의에 따라 반드시 특정한 소수를 약수로 가져야만 한다. 그런데 는 합성수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수로도 약분되지 않으니까 이는 모순이다.
⑦ 그러므로 맨 처음 가정했던 ①번의 가정, 즉 소수가 유한개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⑧ 따라서 소수는 무한하다.
이렇게 증명이 끝났다. 어떤가? 집에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있다면 알기 쉽게 설명해보라. 분명 대부분 못 알아듣겠지만 구라라며 호기롭게 대드는 동생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수학의 힘이고, 증명의 힘이다. 우길 수가 없는 것이다.
작년 가을에 있었던 수리논술대회[2]에서도 귀류법 증명 문제를 출제하였다. 여기서 그 증명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혹시 가족이나 친구와 논쟁하게 되었을 때, 귀류법을 써보자. 그러면
(문제) 함수 에 대하여 의 실근이 유리수가 아님을 보이시오.
(증명) 의 실근을 (단, 는 서로소인 정수)라 하면
,
이다.
마지막 식의 우변 이 짝수이므로 좌변의 식 도 짝수이다. 그러므로 도 짝수이다. 이제 라고 두면
, ,
이다.
마지막 식의 우변 이 짝수이므로 은 짝수이다. 그러므로 도 짝수이다.
가 서로소이면서 가 모두 짝수라는 것은 모순이므로, 따라서 의 실근은 유리수가 아니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