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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17:37:30

'다르다'와 '틀리다'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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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3. 구별4. 예시5. 원인
5.1. 과거의 비표준적 용례
6. 사회 영향설7. 여담

1. 개요

이 문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대한민국 표준어 규범[1]인 '틀리다'와 '다르다'의 구별에 관해 다룬다. 현실 언어에서 '다르다'는 표준어 규범에 맞게 사용되나, '틀리다'의 경우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준어 규범에 어긋나지만 자주 사용되는 '틀리다'의 용례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다만, 오늘날 문어에서 '틀리다'의 사용은 대부분 표준어의 규범을 따른다.[C]

2. 설명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고[3][4], 그 반대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의어인 '같다'를 쓸 자리에 '맞다'를 쓰는 경우나 그 반대 역시 드물다.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 '틀리다'가 '다르다'를 포함한다고 오해한 글이 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틀리다'를 '다르다'의 뜻으로 써도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이는 사용자가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의 내용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우리가 다르다는 뜻으로 '틀리다'를 사용할 때는 형용사로서 쓰는 것인데, 형용사로서의 '틀리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절대적으로 부정하며, '잘못되다'의 뜻과 '틀어지다'의 뜻의 동사로서의 '틀리다'만 인정한다. 참고 그러기에 시간별로는 '틀다'나 '틀렸다'를, '틀린'이 아닌 '틀리는'을 써야 맞는 것도 있다.

국립국어원의 규칙과는 어긋나지만 실제 언중이 '틀리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내용을 혼동하는 일은 없다. 비교 대상이 있는 '틀리다'(예: 이 그림과 저 그림은 틀리다.)는 'different'의 의미를 가지며, 비교 대상이 없는 '틀리다'(예: 너의 대답이 틀렸다.)는 'wrong'의 의미를 가진다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추가로 '다르다'의 어근인 '다르-'를 /달르-/로 발음하기도 하는데(달르고, 달르네 등), 이는 역형성인 셈이다.

3. 구별

옳고 그름(正誤)을 가릴 수 있는 때에 '틀다'나 '틀렸다'를 쓰고, 그럴 수 없으면 '다르다'나 '달랐다'를 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연히 서로 다른[5] 단어이며, '다르다'를 쓸 자리에 '틀리다'를 쓰면 틀리는[6] 것이다.[7]

더구나 '틀리다'와 '다르다'는 그 서술어로 만들 수 있는 문법 구조부터가 다르다. '틀리다'는 서술의 대상이 하나만 명기되어도 되지만, '다르다'는 서술의 대상과 그 비교 대상이 반드시 같이 명기되어야 된다. 두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명백하게 된다. '틀리다'의 완료상은 '틀려 있다'.

영어로 생각하면 \'err(not fit)'명사형 'error'와 \'different(not the same)'명사형 'difference'로 확연히 구별된다.

간단히 하여 \'틀리다' 자리에 \'잘못되다(wrong)'를 넣어서 의미가 통하면 올바른 사용이 된다. 한국어에서 저지르던 실수를 영작에서도 반복한다면, 형용사 '다르다'(be different)를 be wrong(틀리다)로 오역하는 격이므로 두 단어를 필히 구별해야 한다.

4. 예시

5. 원인

'틀리다'의 비표준적 용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정희창(2018)[J]은 근대 한국어의 용례를 통해 '틀리다'에는 '서로 어긋나다'라는 뜻의 동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부터 '다르다'에 해당하는 '틀리다'의 형용사적 용법이 자연스럽게 파생되었으며, 이후 동사적 용법이 약화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남부 방언의 '틀부다'[11]로부터 남부 방언에서도 '틀리다'에 '다르다'라는 의미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말뭉치를 분석한 연구[P][S]에서는 현대 한국어에서 '틀리다'가 '다르다'라는 형용사적 의미를 확고하게 가진다는 것을 실증했다. 특히 진산산(2021)[C]에서는 구어 말뭉치에서 '틀리다'를 '다르다'에 해당하는 형용사로 사용하는 비율이 무려 60%를 넘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같은 연구에 의하면 문어의 경우 이러한 용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틀리다'의 표준어 규범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문어에서는 격식을 갖춘 언어 사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장은 근대국어와 현대국어에서 모두 '틀리다'의 비표준적 용법이 확실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틀리다'의 '다르다' 혹은 '서로 어긋나다'라는 의미를 배제하는 것은 현실 언어의 사용을 무시한 규범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위적인 규범은 언중들 사이에 널리 퍼지기 어려우며, 특히 문어보다는 구어에서 저항이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문어에서 비표준적 용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언중이 '틀리다'의 표준적 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표준적 용법을 잘 알고도 일상언어에서는 무시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5.1. 과거의 비표준적 용례

초왕에게 그 족자를 보이고 오랑캐 출신의 종과 비교하여 보였더니, 그 그림과 종의 얼굴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으니
숙향전
이것도 염문하와 하나라도 틀리오면
옹고집전
젓가락 짝이 틀린 것은 그렇게 똑똑히 아시는 양반이 사람짝이 틀린 것은 어째서 그토록 모르시나요?
콩쥐팥쥐전
그 위인도 듯든 말과 대단히 틀리는지라 김쇼사가 분함을 익이지 못 하야
매일신문(1898년)
그건 틀린다. 본말전도다.
이병주, 지리산
지금은 시간의 자유까지도 없지만, 내 의견과 틀리는 분은 이 회가 파헌 뒤에 얼마든지 토론을 헙시다.
심훈, 상록수

6. 사회 영향설

일부 사람들은 이 현상 때문에 한국 사회가 '다름'을 '틀림'으로 여겨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틀림'과 '다름'을 구별하자는 공익 광고도 여렷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에서 소수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경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언어학적 근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15] 말이 사고와 행동을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은 학계에서 주류 이론이 아니다.

한국어에서 '틀리다'와 '다르다'의 혼용이 전근대적 전체주의에서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또한 언어학적 근거가 없다. 이러한 주장은 젊은 세대가 이 두 단어를 잘 구별하는 반면, 중장년층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관찰에서 비롯하며, 중장년층의 전체주의적 가치관을 지적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규범이 후대에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일 뿐이다.

실제로 한국어 화자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의미론적 관점에서 보면 단지 실생활에서 '틀리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잘못되다'에 걸쳐 쓰일 뿐이다. 또한 '다르다'의 의미로 '틀리다'를 사용할 경우는 동반격 조사와 함께 쓰이기 때문에 문장구조에서 명확하게 구별된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한다 하는 것은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며, 이 규범대로 쓰라는 것은 '틀리다'의 의미를 '잘못되다'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말에 그친다.[16]

아이러니하게도 표준어만이 올바른 한국어라는 표준어 제일주의나, 정부가 현실 언어를 무시하며 국민의 언어사용을 교정하는 과도한 언어규범주의야 말로 '틀림'과 '다름'을 혼동하는 전체주의적 사례다.

7. 여담

일본어에서는 '틀리다'와 '다르다'의 의미를 모두 가진 '違う(치가우)'라는 동사가 있다(형용사적 용법은 없다). 그래서 이 단어를 번역할 때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문맥에 따라 선택적으로 번역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틀리다'에 더 가까운 '間違える(마치가에루)'도 있지만, 이 역시 '違う(치가우)'에서 파생된 단어로 엄격한 구별은 어렵다. 그리고 '틀리다', '그르다'로만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ダメ(다메)'가 있으며, '다르다'에 해당하는 '異なる(코토나루)'도 별도로 존재한다. 하마다 유지[H]는 이러한 현상을 한국어와 대조해서 상세히 분석했다.

'틀리다/다르다'의 반의어인 '맞다/같다' 역시 유사한 예가 될 수 있다. 표준어에서는 2023년까지 '맞다'를 동사로만 인정하고 있었지만, 현실 언어에서는 형용사적 용법도 오래 쓰이면서 결국 2023년 9월에 형용사와 감탄사로도 인정되어 2024년에 시행되었다. 또, "젓가락 두 짝이 꼭 맞네"와 같이 '같다'라는 의미의 비표준적인 용법까지 있다. 신중진(2018)[S]에서는 이러한 '맞다/같다'의 용법으로부터 '틀리다'의 형용사적 용법이 파생한 것을 논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이 현실 언어를 무시하는 인위적인 언어 규제라는 의견이 있다. 근대 한국어에서 '틀리다'의 이러한 사용은 흔하게 확인된다.[J] 이는 지금도 이어져 현대 한국어의 구어에서도 '틀리다'가 '다르다'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하는 것이 말뭉치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P]

싸이의 노래 나팔바지에는 '틀린 게 아니야 다른 것뿐이야'라는 가사가 있다.

STAYC의 노래 Bubble에는 '다른 것과 틀린 건 달라'라는 가사가 있다.


[1] 문화어에도 동일한 규범이 있다.[C] 진산산(2021), "말뭉치 기반 '틀리다'의 사용 양상 연구", 『인문사회 21』, 12:2055-2070.[3] 대표적인 예시로 아예 '틀린그림찾기'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다른 그림 찾기와 '틀리다'를 자주 잘못 쓰기로 유명한 김성모가 있다.[4] '틀리다'에 '다르다'의 의미가 섞여서 사용되기 때문이다.[5] 해석: '같지 않은'[6] 해석: '옳지 않게 되는'[7] 이 문장은 이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차이점을 나타내는 좋은 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르다'/'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문장이 뭔소린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의 생각에는 이음동의어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 이 둘의 구별을 차이 없는 구별로 오해할 수도 있다. 이 문장의 이해에 문제가 없으면 두 어휘가 다름을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념 확인용 테스트 문장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다.[8] 영어로는 'It's another level'. 비교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역시 비교를 나타낸다.[9] 전자를 이름으로 하는 게임(Hidden Catch)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틀린 그림 찾기"를 보통명사처럼 사용한다. 원래는 '서로 다른 부분 찾기'가 옳다. 이유는 다른 그림 찾기 문서 참조.[J] 정희창(2018), "'다르다'와 '틀리다'의 두 가지 관점", 『국제어문』, 78:153-169[11] '다르다'의 방언형인 '달부다'와 '틀리다'의 혼해형이다.[P] 박병선(2013), "'틀리다' 의미 오용(誤⽤)의 언어학적 제(諸)고찰", 『어문학연구』, 24:293-323.[S] 신중진, "\[다름\]의 '틀리다'를 형성하는 유의-반의 관계망 분석", 『한국어학』, 78:31-54.[C] [15] 그래서 이 주제의 공익 광고나 캠페인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16] 다만 위키에서는 메이저 언론만 레퍼런스로 인정하며, 설령 마이너 언론의 기사나 독자연구가 사실이어도 사실을 판단하지 않으므로 논란이 생기면 메이저 언론에 우선권을 준다는 의견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편하게 정보를 얻는 대중적인 사이트가 위키라고 하는 점에서 단어 역시 특정 단어 관련 문서가 아닌 한은 국어사전과 언론의 용법대로 쓰는 것이다.[H] 하마다유지(濱⽥祐嗣)(2004), "差異を表す⽇本語動詞 「 違う 」 「 間違える 」 「 異なる 」とこれに對應する韓國語「틀리다」「다르다」の意味對照硏究", 부산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S] [J]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