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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5 19:03:54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 강을 건너다에서 넘어옴

1. 개요2. 유래3. 의미4. 유사 표현/상황5. 기타

1. 개요

Ἀνερρίφθω κύβος. (그리스어)
Ālea iacta est. (라틴어)
The die is cast. (영어)
주사위를 던져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메난드로스, 아레포로스(Ἀρρηφόρος, Arrephoros)[1]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상징하는 그의 대표적인 명언. 주사위라는데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매우 도박성이 짙고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난 뒤 스스로 납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인용된다.

2. 유래

파일:attachment/카이사르의 내전/italy.jpg

당시 카이사르는 갈리아 키살피나, 갈리아 트란살피나, 일리리아의 총독 임기가 끝나가고 있었는데 카이사르를 냅두면 긴 공화정의 역사를 지녔던 로마가 독재정치에 물들 것을 염려한 원로원은 폼페이우스와 짜고 카이사르를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원로원 측에서는 폼페이우스도 걱정스럽긴 매한가지였지만 '둘 다 상대하기는 힘드니까 일단 폼페이우스를 이용해서 카이사르를 몰아내고, 이후에 폼페이우스도 토사구팽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 뒤 카이사르가 돌아오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2][3]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진짜로 원로원과 전면전을 벌이며 내전할 생각까지는 없어서 "그럼 폼페이우스 군대랑 내 군대 둘 다 해산할 테니 집정관 피선거권과 신변만 보장해줘" 정도의 제안을 했는데 원로원이 무시했다. 사실 원로원에서 카이사르 측과 원로원파의 중재안인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는 군대를 동시에 해산한다.'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으나, 원로원은 기본적으로 자문기관에 불과했고 폼페이우스, 스키피오(+카토), 집정관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카이사르의 군대만 해산하는 것으로 결정해버렸다. 이렇게 되면 임기가 끝난 카이사르는 민간인 신분으로 정적들의 무수한 공격을 감당해야 할 테고, 히스파니아 총독 임기가 남아있는 폼페이우스는 여전히 군권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이에 분노한 카이사르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도강하게 된다.

카이사르의 입장에서 원로원의 권고를 어기면 쿠데타를 의미하는 셈이고, 그렇다고 따르자니 자살에 가까운 진퇴양난스러운 상황이었다. 카이사르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카이사르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루비콘 강에 아름다운 혼령이 나타나 병사의 나팔을 빼앗고는 큰소리로 나팔을 불더니 강을 건너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 모습을 본 카이사르는 이렇게 소리쳤다.
가자! 신들이 (이런 모습을) 왜 보여주겠는가. 적들의 불공정을 (법정에) 소환하자. 주사위를 던져라!
"Eatur," inquit, "quo deorum ostenta et inimicorum iniquitas vocat. Iacta alea est," inquit. [4]
그러고는 카이사르는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 그의 군대는 로마에 입성했고, 내전 끝에 원로원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고 승리하면서 로마의 패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원로원이 스스로 해산한 폼페이우스의 군대에게 토지 배분도 제대로 안 해주는 등 이기적이고 못돼먹은 짓을 보여줬기 때문에 군단병들과 로마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카이사르를 지지했다. 다만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와 기타 핵심 인물을 체포하는 데에는 실패했기에 로마인들은 카이사르 지지파와 폼페이우스 지지파로 갈려 내전을 수행했고, 승자가 된 카이사르는 로마의 정치를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꾸는 초석을 닦는다.

3. 의미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나다"는 뜻으로 통하지만 카이사르에게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 여정을 함께한 카이사르의 동반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원로원 의원이자 로마 최초의 공공 도서관 설립자인 가이우스 아시니우스 폴리오에 따르면, 얼마쯤 망설이다가 마침내 루비콘 강에 도달했을 때, 카이사르는 아테네의 희극 작가 메난드로스로부터 그리스어 단어 둘[5]을 인용해 말한다. 도박에서 차용한 이 문구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주사위를 던져라"라는 뜻이다.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로 번역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카이사르가 인용한 그리스어는 불확실성의 표현에 훨씬 더 가깝고 이제 모든 것이 신의 손에 달렸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주사위를 공중에 던지고 이제 그것들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보자!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6]
메리 비어드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메리 비어드[7]가 말하듯이, 카이사르는 이 말을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로 말했다. 이 그리스어 뜻도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아닌, "주사위를 던져라"이다. 즉, "이까지 왔는데 어쩔 수 없다. 낙장불입이다."는 식의 심정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그래! 도박(모험)을 해보자. 앞날이란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지 않는가."에 가깝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카이사르가 메난드로스의 희극에 나오는 구절을 그리스어 그대로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틴어로 전해진 'Ālea iacta est.'는 수에토니우스의 번역이라고 한다.

그리스어 'Ἀνερρίφθω'가 3인칭 중동/수동태 완료 명령형이기 때문에 'iacta est'에서처럼 'est'라고 'sum'의 현재 직설법을 쓸 게 아니라 미래 명령법 'esto'를 썼어야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렇게 되면 'let the dice be cast.', '주사위를 던져지게 두어라'로 풀이되며 이 쪽을 따르면 '돌이킬 수 없다'보다는 '에 맡기자'는 의미가 더 강해진다.[8][9]

카이사르가 직접 쓴 갈리아 전기나 내전기에서는 이 말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카이사르가 말한 것이 아니라 수에토니우스 혹은 플루타르코스가 덧붙인 문장이었다는 설이 있다.

4. 유사 표현/상황

같은 상황에서 나온 또 다른 말로 루비콘 강을 건너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Pass the Rubicon / Cross the Rubicon)라는 표현도 있다. 속뜻은 동일하다.

한국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이라 하면 죽음을 의미하는 요단 강 내지 스틱스 강이 언급된다.

위화도 회군도 어떻게 본다면 '주사위는 던져졌다' 유형이다. 이 배경인 것까지도 같다. 강을 건너려다 돌아가면서라는 상황이 차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기호지세, 낙장불입, 이판사판과도 유사한데, 이 표현들은 상황은 비슷할지 몰라도 상당히 다르다. '낙장불입'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혹은 결과에 토 달지 마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인데 비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결과야 어찌되건) 결정을 내렸다는 것 자체를 명확히 하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카이사르가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야 "에라... 낙장불입이지!" 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더라도, 이후 카이사르가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용법으로는 "성공을 기대하고 중대하지만 위험 역시 따르는 결정을 내렸다" 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 또 '기호지세'는 어떤 결정 그 자체보다는 그 결정이 계기가 되어 이후 위태로운 처지임에도 발을 뺄 수도 없이 묶여 있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나 <낙장불입>보다는 오히려 계륵이나 백척간두와 가까운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 면에서 차라리 <주사위는 던져졌다>와 유사한 숙어를 찾아본다면 모 아니면 도, 운칠기삼, 못 먹어도 고, 혹은 끝까지 간다가 더 적절할 것이다.

5. 기타


[1] 이 밖에 아테나이우스, 식탁의 현인들(Δειπνοσοφισταί, Deipnosophistaí) 13권(그리스어), 수에토니우스, 황제의 삶(De vita Caesarum) 1. 신성한 율리우스(Divus Iulius) 32장(라틴어)[2] 다만 시민들은 갈리아 정복이라는 업적을 이룬 카이사르를 몰아내는 행위는 명백한 토사구팽 행위라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쯤 되면 카이사르가 집정관 시절에 펼친 개혁 때문에 민중파의 최고 거물이 되어서 원로원이 카이사르를 공격하는 행위를 민중파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준까지 온다.[3] 사실 틀린 곳이 많은데 폼페이우스는 비록 삼두정치로 크라수스, 카이사르와 연합하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술라의 부관을 지낸 적도 있는 원로원파인 데다가 정치적인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숙청할 이유가 별로 없었지만 카이사르는 민중파 출신으로 원로원파가 독점하고 있는 라티푼디움을 해체하여 로마 평민들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농지법을 통과시키려 하는 등 명백하게 원로원파와 적대관계였기 때문에 원로원파 입장에서는 엄청난 명성과 군대를 이끌고 있던 카이사르는 반드시 꺾어야 할 존재였다. 그리고 사실 로마에서 독재정치 자체는 합법적이었고(독재관이라는 반년 임기의 임시 직위가 존재했다.) 불법적인 독재정치는 이미 원로원파에서 먼저 실행했던 적이 있어서[10]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사실 엄밀히 말해 독재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카이사르가 왕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정말로 카이사르가 왕이 되려 했고 원로원에서 이를 막았다기 보다는 실제로는 원로원파에서 카이사르가 왕이 되려 한다는 흑색선전을 통해, 농지법을 통과시키려는 민중파 정치인들을 숙청하는데 실컷 써먹었던 방법을 카이사르에게도 적용하려 든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식으로 원로원파에게 죽어나간 민중파 정치인의 전철을 밟기 싫어서 황제가 되는 수순을 밟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4] Suetonius, De Vita Caesarum, Divus Julius, 32 #[5] 라틴어로는 3단어(Ālea iacta est.)이지만, 그리스어로는 두 단어(Ἀνερρίφθω κύβος.)이다.[6] 메리 비어드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김지혜 옮김, 서울, 도서출판 다른, 2017, p.352~353[7] 영미권에서 로마사 관련 최고의 전문가. 어원학에도 능통하다.[8] Ālea iacta est는 '(그것은) 던져진 주사위다.'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주어가 증발한데다 남 일마냥 얘기하는 것 같아서인지 다소 부자연스럽다.[9] 교회 라틴어로는 iacta를 jacta로 써야 한다. 하지만 말한 사람이 고대 로마 사람인지라 고전 라틴어 식으로 i로 쓰는 편이다. 종종 Ālea와 iacta의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어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굴절어인지라 그런 도치는 별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