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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1 00:35:56

사슬철퇴

영어: Mace and chain(사슬 메이스)
프랑스어: Fléau d'armes(전투 도리깨)
독일어: Kriegsflegel(전투 도리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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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도리깨”, 16세기경 독일제로 추정.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1. 개요2. 역사3. 비슷한 실제 무기들

1. 개요

냉병기의 일종. 이름대로 손잡이에 철퇴가 사슬이나 가죽끈으로 연결되어, 손잡이를 잡고 휘두르면 철퇴가 날아가 적을 타격한다는 무기이다.

“사슬철퇴”는 공식 우리말 명칭이 아니며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 무기를 사슬철퇴로 부르는 것은 일부 판타지 소설이나 비디오게임 정도다. 그러나 달리 정확한 명칭이 없어 철퇴도리깨로 지칭하곤 하는데, 이는 부정확한 호칭이다.

2.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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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여행기“의 삽화. 마리 전투(Battle of Mari) 장면으로,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왕국의 전사들이 맘루크 전사들에게 패배한 장면이다.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병사들 중 한 명이 사슬철퇴를 허리춤에 끼우고 있다.
오늘날엔 “서구 중세시대 무기”의 대명사로 롱소드에 뒤지지 않는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무기가 전쟁에 사용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약 1000~1500년 경에 사용된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16세기경 회화에 종종 등장하지만, 이는 모두 “사라센들이 이런 무기를 쓴다더라“, ”마르코 폴로가 봤다더라“ 등의 카더라라는 특징이 있다. 어느 문서나 기록에도 “우리가 사슬철퇴를 쓴다”는 언급이 없다.

오늘날 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실물“ 사슬철퇴는 그 상태를 볼 때 17~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시대와 출처가 불분명하다. 중세 무기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사슬 부위가 너무 약해서 실제 전투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형인 것 같다“고 평가한다.

분명한 명칭조차 없다는 것도 이 무기의 신빙성을 갉아먹는 데 일조한다. 이 무기는 어느 나라 언어에도 명확한 이름이 없다. “메이스에 사슬이 달린 것”, “도리깨인데 전쟁에 쓰는 것” 등으로 다른 무기의 명칭에다 사슬, 전투 등의 단어를 합친 것이 이 무기의 “이름”이다. 실제로 병사들이 널리 사용했다면 정해진 이름이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리고 사슬철퇴는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긴 사슬에 매달린 철추를 빙빙 돌리면 가장 위험한 것은 사용자 주변의 병사들이다. 사용자 자신에게도 위험하다. 사슬의 길이 때문에 철추 부분을 적에게 명중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훈련을 통해 숙달되면 가능하지 않겠냐 싶겠지만 그럴 시간에 그냥 메이스나 롱소드 사용법을 훈련시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후세 사람들이 자기 창작물을 “중세 시대에 쓰인 신기한 물건”으로 둔갑시킨 경우는 많이 있다. 고문 기계라는 아이언 메이든과 초크 페어[1] 등이 그 예다.

3. 비슷한 실제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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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철퇴와 가장 흔히 혼동하는 무기인 도리깨(flail). 동양 버전은 편곤이라 부르며 마찬가지로 농기구에서 유래한 무기다.
사슬철퇴와 달리 도리깨는 손잡이와 무게추를 연결하는 사슬이 아주 짧고, 무게추 부분이 둥근 쇠뭉치가 아니라 길다란 봉이라 적에게 명중시키기가 훨씬 쉽다.
철추로 적을 가격하는 무기로는 철퇴가 있다. 철퇴는 사슬이 아니라 그냥 손잡이에 고정된 무기로, 여러 문화권에서 사용된 보병용 냉병기다.

철추에 철침이 달린 무기로는 모닝스타가 있다. 기사들을 때려잡기 위해 만들어진 둔기라 손잡이가 상당히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모닝스타 역시 사슬이 아니라 긴 손잡이 끝에 철추가 고정된 무기이다.

손잡이에 질량물이 사슬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는 편곤과 유사하지만, 도리깨와 편곤의 사슬 부분은 아주 짧다. 사실상 사슬이 아니라 조인트이며, 손잡이를 휘두르는 힘을 모멘텀으로 바꿔 타격력을 증가시키는 용도로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손목의 "스냅"(snap)을 이용해 투구력을 높이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이걸 휘둘러도 사용자 자신이나 주변의 전우들에게 날아갈 위험은 전무하다.

실존했던 무기 중 사슬철퇴에 가장 가까운 것은 옛 일본 무기인 사슬낫(鎖鎌, 쿠사리가마)일 것이다. 긴 사슬로 낫과 작은 철추를 연결한 무기로, 사슬을 잡고 철추를 휘두르다 던지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슬낫에 달린 작은 철추는 적을 맞춰 타격하는 용도보다는 적의 무기에 휘감아 적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물론 적의 얼굴처럼 갑옷이나 투구로 보호되지 않은 부분에 철추를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주목적인 무기는 아니었다.

만력쇄도 일본 무기로, 사슬낫에서 낫을 빼고 철추를 하나 더 단 버전이다. 역시 주된 용도는 적 위협 및 무장 해제.

유성추는 옛 중국 무기인데, 사슬낫처럼 사슬철퇴와 매우 유사하다. 아주 긴 끈에 철추를 매달아 휘두르거나 던져 공격하는 무기이다. 허나 사슬철퇴와 마찬가지로 유성추도 실제 무기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없으며, 실전에서 주변의 동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쓸 방법이 없는 비실용적인 무기이다. 원래 무술 수련용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니 그 용도로만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묵직한 질량이 있는 추를 유연한 끈에 매달아 휘두른다는 점에서는 블랙잭(코쉬)과도 공통점이 있다. 블랙잭은 사슬철퇴와 달리 끈이 아주 짧고 추(모래, 쇠구슬, 자갈 등이 든 주머니)가 작고 가벼워(대개 50~200그램 수준) 사용이 쉬웠다. 블랙잭은 전쟁 무기가 아니며, 비무장 상대를 제압하거나 기절시키는 용도로 널리 사용되었다. 저딴 게 무슨 위력이 있을까 싶겠지만 뒤통수를 가격하면 성인 남성도 기절해 픽픽 쓰러졌고 사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영국에선 경관의 무기 소지와 무력 사용이 잘 허용되지 않는데, 과거엔 영국 험악한 동네에서 경관이 호신용으로 몰래 블랙잭(영국 영어로는 코쉬 cosh)를 휴대하고 다니기도 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과 영국에서는 손수건과 동전으로 이런 무기를 즉석에서 만들어 쓰는 이들이 있었다. 동전과 손수건은 주머니 안에 있어도 의심받지 않는 물건이라, 즉석에서 만들어 휘두른 뒤 풀어서 다시 주머니에 넣으면 증거도 소멸되니 편리했기 때문이다(경관의 블랙잭 휴대가 금지된 후 특히 성행했다). 위력이 없을 것 같지만 머리를 노리고 휘두르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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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의 변용으로써 비슷한 형태를 한 Monkey's Fist Knot(원숭이 주먹 매듭)을 응용한 슬링샷이라는 팔목 길이 정도의 짤막한 호신무기가 있는데, 본래 용도는 밧줄을 멀리 던지기 위해 밧줄 끝에 원숭이 매듭이나 다른 무거운 추를 달던 것에서 유래한 무기로 전통적인 원숭이 주먹 매듭 속에 줄이 아니라 볼 베어링과 같은 무거운 쇠구슬(!)을 넣어서 초소형 철퇴로 쓸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겉보기에는 꽤 귀여워 보이지만 결국 내용물은 쇳덩이, 초소형 철퇴 정도 되는 물건이라 겉보기와 달리 매우 파괴적이다.
이것의 위급 조달 버전도 있는데, 끈에 꿸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추-너트자물쇠, 쇠고리, 밸브 손잡이, 열쇠 다발 등등-를 목걸이처럼 소매듭 cow hitch으로 줄에 꿰거나 구멍이 없다면 요철부 등에 걸어 묶어 휘두르는 것이다. 이 물건은 CIA 요원이 위급 상황에서 손쉽게 제작 가능한 호신무기로 소개 할 정도로 효과적이다.


[1] Choke pear. 인체 안에 집어넣는 중세의 고문 장치라는 설정인데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