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공동성서정과(RCL) 한국어판(2019년 아카이브)
1. 개요
기독교에서 교회력에 맞추어 만든 성서읽기표/성경통독표를 말한다. 성서일과(聖書日課) 또는 전례독서라고 부르기도 한다.주로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및 여타 친에큐메니컬 성향 개신교 교단에서 사용한다. 다만 대한민국 개신교 교회들은 대부분 반 에큐메니컬 성향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개신교인 대다수는 이러한 개념 자체를 생소해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2. 역사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셔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공동번역)
When he came to Nazareth, where he had been brought up, he went to the synagogue on the sabbath day, as was his custom.
He stood up to read, and the scroll of the prophet Isaiah was given to him. (NRSV)
루카 복음서 4장 16-17절
예수께서도 전통에 따라 회당에서 주어진(given) 성경 구절을 읽으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 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공동번역)
When he came to Nazareth, where he had been brought up, he went to the synagogue on the sabbath day, as was his custom.
He stood up to read, and the scroll of the prophet Isaiah was given to him. (NRSV)
루카 복음서 4장 16-17절
바울로 일행은 바포에서 배를 타고 밤필리아 지방 베르게로 건너갔다.
(중략)
그들은 안식일이 되어 그 곳 회당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회당에서 율법서와 예언서의 낭독이 끝나자 회당의 간부들이 사람을 시켜 바울로와 바르나바에게 "두 분께서 혹 격려할 말씀이 있거든 이 회중에게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청하였다.
사도행전 13장 13-15절(공동번역 성경)
바울로와 바르나바가 회당에서 드린 예배에서도 율법서와 예언서를 낭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성서정과의 전통은 유대교의 회당 예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전통은 현대까지 이어지는데 율법서(토라)를 1년이 54주인 유대력에 따라 54개로 나누고 1주일에 한 번씩 토라를 일정한 주기로 읽어나가서 1년이면 완독하게 된다. 이것의 1주를 파르샤스(Parashah)라고 부른다. 만화 쥐를 보면 이 파르샤스중의 한 구절이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나타난다. (중략)
그들은 안식일이 되어 그 곳 회당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회당에서 율법서와 예언서의 낭독이 끝나자 회당의 간부들이 사람을 시켜 바울로와 바르나바에게 "두 분께서 혹 격려할 말씀이 있거든 이 회중에게 한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청하였다.
사도행전 13장 13-15절(공동번역 성경)
325년 니케아공의회 이전에 이미 특정 교회력을 위해 지정된 성경 본문들이 있었다. 4세기 크리소스톰의 설교를 보면 그 당시에도 성서정과가 널리 실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9세기 초에 표준화 과정을 거치며 로마 교회가 공식적인 1년 주기 성서정과를 정립했다.
1940년에 스코틀랜드 장로회가 2년 주기 성서정과를 만들었다.
1969년 가톨릭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른 전례개혁의 일환으로 3년 주기 성서정과를 출판하였다.
현재 세계의 많은 기독교 교회, 특히 영어권 교회에서 사용되는 성서정과는 가톨릭의 3년 주기 성서읽기표를 교회일치운동(Ecumenical) 정신에 따라 개정한 것으로, 1983년에 시작하여 9년간 시험사용한 뒤 1994년 공식적으로 출판되었다.
CCT(North American Consultation on Common Texts)와 ELCC(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Liturgical Consultation)의 협력사업으로 참여 기구는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캐나다가톨릭주교회의, 그리고 미국 연합감리교 등 캐나다와 미국의 주류 개신교 교파들과 성공회에서 참여하여 영어권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3. 구조
해(年)를 가해(Year A), 나해(Year B), 다해(Year C)로 나누고, 각 해마다 다른 내용의 성서정과를 사용한다. 3으로 나누었을 때 1이 남는 해가 가해(Year A)이고, 2가 남는 해가 나해(Year B), 딱 떨어지는 해가 다해(Year C)이다. 2018년은 3으로 나눌 때 2가 남으니 나해(Year B).이렇듯 3년 주기로 성서 말씀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3년 동안 성서정과를 따라 읽다보면 성경 1독을 하게된다. 3년1독을 하는 정도여서 매일 읽는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도 칼같이 성경을 1095일(3년)으로 나눈 건 아닌고, 교회력(전례력)에 따라 중복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성서 말씀은 다음과 같이 4 부분으로 나누어져 구성된다.1독서와 2독서 중 하나가 없는 날도 있다.[1] 그러나 시편과 복음서가 빠지는 날은 없다.
성서정과를 사용하는 교회들은 주일 예배의 설교도 물론 성서정과에 나온 복음서 말씀을 근거로 한다.[2]
4. 장점 및 단점
4.1. 장점
- 설교자의 설교 준비에 부담이 덜어지는 효과가 있고 설교 메시지는 더욱 안정적이고 깊어지게 된다. 신학적/역사적으로 검증된 본문들이기에 본문이 전하는 메시지를 찾는 데 훨씬 효율적이고, 성서정과 사용을 위한 많은 국내외 자료집들이 있어 목회자의 연구를 보다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성서정과를 사용하여 덤으로 얻게 되는 유익이 있으니, 목회자 상호 간의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성서정과의 본문들을 함께 혹은 분담하여 연구하고 묵상한 후 서로 공유함으로써 목회자들은 더 풍성한 지식과 영성을 얻을 수 있다. 이 점은 결과적으로 회중들에게 큰 유익으로 돌아온다.
- 같은 성경 말씀으로 많은 교회들이 동시에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평신도에게도 많은 유익을 준다. 개교회와 교파를 넘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주제를 가지고 미사/예배를 드리게 되면, 매주 같은 주제를 가지고 함께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기독교 내에 이런 문화가 자리잡게 되면 교회일치가 형식만의 문제로만, 성직자간 문제로만 취급되었던 현재의 제한점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성서정과에 대한 많은 부분에 대해 세계의 기독교 교파들이 의견을 모음에 따라, 현재는 성서정과에 참여하는 것이 단지 교회력에 맞추어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린다는 것 외에도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오늘 세계의 모든 교회와 함께 같은 성경 구절을 묵상하고, 그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교회일치 운동의 중요한 상징물로 성서정과가 자리매김한 것이다.
- 다음주 예배의 주제, 다다음주 예배의 주제를 성직자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미리 안다는 것이 신앙생활에 안정감뿐 아니라 진취성을 더해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21세기 기독교 예배의 핵심어 중 하나인 '회중의 참여'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4.2. 단점
- 성서정과가 특정 주제를 위해 인위적이고 획일적으로 선택된 본문이기에 시대성과 현장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 목회자가 원하는 주제로 설교를 할 수 없게 되어서 목회자의 자유로운 목회 활동에 제한이 된다는 부정적 견해들이 있다.[3]
- 실제 예배 속에서 성경봉독 시간이 너무 길어져 비실용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5. 한국 기독교에서의 성서정과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성서정과는 다음과 같다.- 미사의 독서집과 복음집 또는 성무일도 - 가톨릭에서 사용
- 개정공동성서정과/개정판공동성구집(RCL, Revised Common Lectionary)[4] - 대한성공회와 한국루터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전례를 중요시하는 개신교 교단에서 사용[5]
교파에 따라 예배에서 성서를 낭독하는 사람이 조금씩 다른데, 그 차이는 다음과 같다.
- 한국 가톨릭 및 대한성공회 - 독서는 독서자로 봉사하는 평신도가, 화답송, 부속가, 복음환호송은 성가대나 모두가 함께, 복음서는 사제나 부제가 읽는다.
- 한국 루터교회 - 구약/시편/서신/복음을 목사가 모두 읽는다.
- 성공회와 루터회를 제외한 개신교 - 개교회에 따라 1) 주어진 성구 중 하나 또는 몇을 선정하여 설교자 또는 사회자가 봉독하거나, 2) 주어진 성구 중 몇 또는 전체를 사회자와 독서자가 봉독하거나, 그 외 목사의 재량에 따라 읽는다. 그러나 예장합동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대다수 보수 개신교단들은 성서정과 자체를 가톨릭의 잔재이며 형식주의적이라고 완전히 배척하며, 따라서 대다수 보수 성향 교회들은 목사 임의대로 성경 구절을 정해서 읽는다.
6. 관련 문서
[1] 매일 성서정과에 따라 성경을 읽기를 버거워하다가 이런 날을 만나면 '아싸!' 소리가 나온다. 물론 마음 속으로...[2] 교회력에 따라 나눈 성경구절이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구약/시편/서신/복음"의 주제가 하나로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관있는 말씀끼리 모아놓은 것. 그래서 설교를 꼭 복음 말씀으로만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그날의 구약/시편/서신 모두를 포함해서 한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3]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성서정과에 따른 주제로 설교를 하시는 가톨릭/성공회/에큐메니컬 성향 장로회 성직자들을 보면, 주어진 성경 말씀을 가지고 하시고 싶은 말씀들 다 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4] 세계 기독교 교회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공동성서정과표이다.[5]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다수의 교단은 일반적으로 성서정과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으나, 만일 사용한다면 각 교파의 교회력에 따라 이를 적절히 수정하여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