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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6 02:56:17

시적 허용

1. 개요2. 예시

1. 개요


poetic license

'시적 허용(詩的許容)'은 문학이나 그 작품 속에서 문법상 틀린 표현이라도 적(詩的)인 효과를 표현하거나 운율을 맞추고자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中, 출처
에서 "모든 순간이 다아"는 비문이지만 "모든 순간이 다"는 어찌 보면 해당 문학작품의 운율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순간이 다아"로 표현하여 운율도 잇고 작품에 대하는 몰입감 또한 살릴 수 있다. 이 '다아'는 장음 표기일 수 있다.

해당 문서의 예시가 전부 대한민국의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 시적 허용은 어느 언어권에나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영어에서도 노래 가사에서 도치를 사용하는 경우[1]가 왕왕 있고, 일본어에도 노래에서 ん을 한 음절로 읽었다가 반 음절로 읽었다가 왔다갔다 하는 경우[2]가 많다.

파생 단어로 게임적 허용, 만화적 허용이 있다.

2. 예시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 가실줄이 있으랴
-정몽주, <단심가>
원래 한문으로 되어 있는 시를 평시조의 틀에 맞춰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며 시적 허용을 적용하여 표준적인 띄어쓰기를 무시하였다. 해당 내용을 띄어쓰기를 지키며 교정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 가실 줄이 있으랴
보다시피, 운율이 살지 않음을 알 수가 있다.

이런 식으로 평시조에 맞춰 시를 쓸 때는 시적 허용이 특히나 많이 적용되는 편이다. 게다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급이 아닌 이상 위 정도의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고 내용을 잘못 이해하거나 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는 걸지도.

맞춤법에 맞지 않다고 불편해하는 사람이나 과잉 교정자와 일반인들 사이에 시비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문법 나치 문서 참조.

노래에서는 시적 허용이 많이 일어난다. 멜로디와 초벌 가사가 맞지 않을 때 가사를 멜로디에 맞도록 수정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문법이 망가지는 게 많다. 사실 일부러 들어가지도 않는 운율을 욱여 넣는 것보다는 허용되는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도 낫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적 허용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바래'라는 표현이다. 원래는 '바라'로 적어야 하지만 현 한국 노래들을 듣다보면 '바래'라는 표현을 훨씬 많이 들을 수 있다. 사실 이는 자주 틀리는 한국어 중 하나로, '바래'가 표준어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내 머릿속에 너밖에 안 보여 한 줌의 재가 되길 바래 yeah - 국민의 아들 NEVER

'날으는'도 있다. 당연히도 '나는' 혹은 '날아다니는'이 맞다.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날으는 마법 융단을 타고 - 매직 카펫 라이드 (자우림)

'겁씨나'가 맞는 발음인 줄 알고 불렀다가 시적 허용이라고 한 경우도 있다.
나의 과거와 너의 지금과 너무도 같기에 두려워 겁씨나(가사는 '겁이 나') - 날 닮은 너 (임창정)

'발자욱'으로 씀으로서 좀더 아련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차가운 바람에 벌어진 옷깃을 여미고 새하얀 거리에 쓸쓸한 발자욱을 남기고 - 눈꽃 (퍼플제이)

이것 말고도 니가, 니게, 잊혀'져'[3] 등도 있다. 표준어상으로는 '네가'만 옳고, '니가'는 구어적인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표기와 발음 사이의 현실적 괴리로 인하여 제대로 '네가'로 발음해도 알아듣는 사람이 드물다. 다만, 노래 가사 등에는 '네가'와 '니가'가 혼용되어 있다. 보통은 반 이상이 '네가'로 쓰고 /니가/로 읽고, 나머지의 반쯤은 '니가'로 쓰고 그대로 읽는다. '네가'로 쓰고 /네가/로 정확히 발음하는 경우가 오히려 훨씬 적다. 노래 가사도 문학적 표현으로 인정해서 예외 처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영어권 나라에서는 'nigga'로 인식하고 화낼 수도 있다.[4]

[1] 유명한 곡 You Raise Me Up에도 시적 허용이 나타난다.[2] 원칙적으로는 한 음절이다.[3] 이중 피동이기에 '잊혀' 가 맞다. 잊혀지다 참조.[4] 마냥 농담이 아닌 게 영어권 국가에서는 챔피언의 가사 중 '소리 지르는 니가'라는 가사를 듣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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