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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0 04:33:28

안상배

"세상만 바뀌었지 사람은 그대로 아니냐고!"

윤태호의 웹툰 인천상륙작전(웹툰) 주인공 2이자 진주인공[1].

안상근의 동생. 작품에서 작가가 가장 많이 풍자하고자하는 목적이 강하게 반영된 인물이라 이 사람의 행동에 독자들이 몰입을 많이 한다. 많이 배운 형과는 달리 둘째라 교육열에서 밀려나서 그 컴플렉스로 거친 성격이 되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하게 된다.

왜정 때는 왜 순사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벌어먹었고[2], 해방 이후에는 김상호에게 매수돼 그의 요짐보 노릇을 하게 되었다. 주로 김상호의 "사업" 문제에 관여하거나 정치깡패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밑천 없기는 형과 마찬가지지만 사람 잡는 재주나 협잡질 하는 재주가 뛰어난 데다가 형과는 달리 처세술도 뛰어나서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하는 모양새다.

사람 자체가 그 근본이 깡패인 인물이기 때문에 싸움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실제로도 작중 극초반에는 사람을 조지고 다니는 게 직업이었으며 살인도 꽤 많이 했다. 이 때문에 같은 동포까지 죽이고 다니냐고 안상근 내외한테 짐승만도 못한 인물로 취급받지만 결국 그들도 안상배가 가져다주는 재물과 그가 소개시켜준 직업으로 먹고 살게 되면서 안상근 가족은 안상배를 거부하지 못하고 같이 살게 된다.

거친 성격과 달리 혈육의 정은 깊어서 도움도 안 되는 형 내외에게 꼬박꼬박 돈과 일거리를 갖다주며 생활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안상배는 타인에게는 동포고 뭐고 없이 그냥 다 거침없이 죽이고 다녔지만 형 뿐만 아니라 형의 부인 인천댁과도 말싸움하다 빈정 상해서 비꼬는 정도 말고는 어린 안철구한테조차도 행패 한 번을 부린 적이 없었다. 그의 잔혹한 성격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의외스러운 면.

처세술이 좋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물이지만 지독한 과거사 때문에 출세욕이 상당하며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욕심이 많았다. 기회가 되자 한탕 크게 하려고 최주임에게 돈을 빌려줬으나 결국 본인도 본인이 한 짓처럼 최주임에게 사기를 당한다. 도주한 최주임을 이 잡듯 뒤져서 찾아내고 엄청난 구타를 하며 빌려간 돈을 받아내려 하지만 최주임은 마약으로 탕진해서 없다며 돈 대신 자기가 갖고 있던 사창가를 내준다.

최주임에게 사창가를 받은 상배는 그 사창가의 포주가 되었으며 그 사창가에서 알게 된 미자를 창녀에서 면제해주고 그녀와 살림을 차려버렸다. 이후 김상호가 몰락하자 사창가에 아예 틀어박혀버린다.

천하의 개쌍놈스러운 행보를 보이지만 그래도 자기 형은 어떻게든 먹여살리려고 발악하며 스스로의 처세를 상당히 잘하고 있다. 나쁜놈이지만 욕할 수 없는 나쁜놈이 안상배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윤태호가 캐릭터 표현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은 안상배를 보면 알 수 있는 일면이다.

온갖 악행을 다 도맡아 하지만 정작 그 이유라는 게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독자들도 그런 그를 연민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 안상배는 그 합리화에 자기 가족만 들어갈 뿐 동포나 이웃은 절대로 없다. 가족을 위한다는 말도 바꿔 말하면 "지 식구들만 살리자고"라는 의미로도 전환된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밀고하는데 그 죽어간 사람들이 대부분 약자였던 조선인 일반인 동포들이었고 일본인이나 기득권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상배나 안상근이 떵떵거리며 사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입에 풀칠하는 게 겨우일 뿐이다. 이런 안상배의 행보는 작중에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데 난세에서는 도덕이고 뭐고 아무것도 지킬 수 없으며 그저 살기 위한다는 명목하에 같은 편을 물어뜯는 짐승이 되는 게 그나마 굶지 않는 수준이고 분명히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관찰하는 제3자는 참작을 한다는 혼돈의 시대의 전형적인 비겁한 인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쓰여진 문학들 대부분이 이런 인물들에 대해 묘사가 많고 안상배도 그 시대의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만약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난세가 아닌 지금같은 성세에 태어났더라면 인물상이 확실하게 달라졌을 사람이다.[3] 확실한 것은 공부는 형인 안상근이 했고 안상배는 일자무식이지만 정작 권모술수는 안상배가 훨씬 능하다는 점이다.[4] 이는 안상배의 둘째 컴플렉스도 한 몫 하고 있지만 지식인들이 당시 상황에서 사회에 큰 도움이 못되고 정작 무식한 사람들이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상당한 경험을 쌓다 보니까 처세술은 이 쪽이 더 낫다는 걸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먼저 피난을 떠나는 최주임이 "살아서 만나면 빌린 돈 갚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살아서 만나면 살아난 걸로 퉁치자."고 답변했는데 이러한 언행으로 보아 성격은 난폭하지만 배포는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총하고 칼하고 뭐가 다른지 아우? 칼은 쓰고 나면 충격이 오래 가. 칼이 살을 붙드는 느낌. 그 살에서 칼을 빼는 느낌. 근데 총은 말이오. 몇 일 지나면 감이 없어져. 죄책감은 좀 있겠지만 그것도 처음 써 본 놈이 그런 거지. 몇 번 쏴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해."[5]

미자와 같이 할머니를 데리러 김포에 갔다가 폭격을 맞았지만 간신히 살았다. 하지만 그때 연인인 미자가 죽는 바람에 폭격에 불타버린 시체 앞에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6], 전쟁을 실감해 상근의 가족과 피난을 서두른다. 하지만 피난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빨갱이의 요짐보로 변신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피난가려고 최주임과 같이 도주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현장을 목격하고 만다.

그 이후 어찌어찌해서 미군의 도움으로 부산으로 피난가는 데에 성공했으나 근본은 어쩔 수 없었는지 최주임과 같이 매일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사람을 후려패고 돈을 뜯는 짓거리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지체 높은 사람을 린치해서 뜯어낸 지갑에서 경찰관 신분증을 발견하고는 득의에 찬 표정을 짓는다. 경찰관 신분증을 이용해 비밀형사 노릇을 하던 중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작전을 펼치려 한다는 정보를 듣고는[7] 인천에 있는 홀어머니를 떠올리면서 경찰관 신분증도 찢어버린 후 인민군에게 잡혔을 때 군인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오른쪽 검지와 중지마저 잘라버리고는 인천으로 떠난다. 무사히 인천에 도착해 어머니로부터 상근 가족이 모두 생존해 영흥도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와 영흥도로 갈 시기를 기다리던 중 상륙작전을 앞두고 시행한 연합군의 폭격으로 죽고 만다.[8] 아마 안상배가 가족에 대해 가차없는 인물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를텐데 결국엔 자신이 놓지 않았던 그의 가족에 대한 인간적인 면이 발목을 잡고 만다.

안상배 사후,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최주임은 그의 형 안상근과 부인 인천댁이 수복된 서울에서 부역자로 몰려 공개처형될 뻔한 걸 구해주는 것으로 안상배의 은혜를 갚는다. 그러나 이 은혜갚음이 무안하게도 다음 장면에서 이들 부부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1] 주연 4인방 중 가장 많은 일을 하고 가장 많은 컷에 등장한다. 사망이 약간 이르긴 하지만 그의 행적을 주인공으로 보는데엔 전혀 무리가 없다.[2] 그러다가 일제가 패망하고 해방이 되자, 재빨리 태도를 바꿔서 일본인 순사를 길거리 한복판에서 칼로 찔러 죽여 버린다(...) 그러나 정작 군중들은 순사를 욕하면서도 너도 그놈에게 붙어먹고 산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따진다. 어찌어찌 위기는 벗어났지만.[3] 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짜 아무런 도움 안 되는(...) 쥐꼬리같은 도움(?)은 되긴 됐다 형네를 악당질 해서라도 먹여살릴 정도로 가족애가 강한 인물이니, 전쟁 걱정은 지금보다 훨씬 덜한 현대에서 그럭저럭 사는 집안에 태어났더라도 형네에게 대인배적 행보를 보였을 가능성도 높다.[4] 작중 형 안상근은 좀 어리버리하고 유약한 면모가 많이 나오는데 비해, 동생인 안상배는 사람을 가려내거나 어느 쪽에 붙어야하는지를 보는 '감' 과 눈썰미가 상당한 편이며, 이를 아주 잘 활용해먹고, 상황이 어려워도 스스로 기회를 잡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죄다 악행 쪽으로 가니까 문제라는거다[5] 악귀로 살았던 안상배마저 총과 폭탄이 난무하는 전쟁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대사이자 전쟁은 그야말로 감정이 없는 차가움만 남는 것을 체감하는 대사다. 특히 미자가 오폭에 맞아 피투성이로 사망한 이후부턴 그걸 확실히 느꼈다는 묘사로 진행된다.[6] 이 때 모습이 인상적인데 이전까진 거침없고 자신만만하던 그가 날아가는 전투기 소리에 고통스러워하고 형 앞에서 횡설수설할 정도로 충격 받았다. 만화라서 상당히 미화된 거지 실제 전쟁 당시에 이런 일이 터졌다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항에서 고통이고 뭐고 없이 어버버한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7] 이때 정보를 전하던 사람이 돌아가셨을 것이다고 하자 냅다 얼굴을 갈겨버린다. 선인은 절대 아니지만 뼛속까지 악질은 또 아닌, 그야말로 입체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사람이란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장면.[8] 윤태호 작가의 작품 중 악인에게 가차없다(...)는 법칙이 결국 이쪽에게도 적용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