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폐쇄로 인한 허혈(ischemia)과 경색(infarction)이 일어났을 때,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에서는 저산소증(hypoxia)으로 인한 액화괴사가 자주 일어난다. 이런 저산소증에 의한 경색이 다른 부위에서는 보통 응고괴사(coagulative necrosis)를 일으키는데, 왜 유독 중추신경계에서만 액화괴사를 일으키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폐 등의 국소적인 부위에서 일부 세균이나 진균 감염은 액화괴사를 일으킨다. 병원체가 외부에서 침입하면 그 부분에 존재하는 내피세포 등이 백혈구의 이동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하며, 이 사이토카인을 감지한 백혈구들이 병원체 감염 부위로 모여들게 된다. 그러면 백혈구들은 분해 효소나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을 분비하여 병원체를 죽이는데, 이때 주변의 세포들이 녹아 버릴 수 있다. 녹은 세포들과 자기 임무를 다하고 죽은 백혈구들이 뭉친 황백색 점액 덩어리를 고름(pus)이라고 부른다.
뇌경색은 저산소증으로 인한 액화괴사를 일으키며, 이때 그 부위에는 누런 색을 띄는 점액 덩어리로 세포들이 녹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폐에서 발생한 액화괴사
세균이나 진균 감염에 의해 발생한 액화괴사에서는 호중구(neutrophil)나 대식세포(macrophage) 같은 백혈구들이 병원체를 사멸한 뒤 죽어 뭉친 고름과, 그 고름이 담긴 주머니 모양 구조물인 농양(abcess)이 다수 관찰된다. 위 사진에서 화살표 친 까만 부위들이 백혈구들과 병원체들의 시체(?)가 잔뜩 담긴 농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