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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2-11-05 21:43:03

여우고개

1. 개요2. 해당 지명3. 관련 설화

1. 개요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흔한 고개 이름 중 하나.

여우와는 전혀 상관없는 설화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여우 관련 설화를 이름의 유래로 한다. 사투리로 여시고개, 여수고개와 같은 변형도 있고 특이한 경우로는 여우가 있어서 여우고개가 아니라 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 如牛(누운 소)고개가 된 경우도 있고 옛 설화와는 상관없이 최근에 여우 사육목장이 생겨 여우고개라는 이름을 새로 얻은 경우도 있다.

2. 해당 지명

가장 대표적으로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가 되는, 관악구 남현동과 과천시에 걸친 여우고개가 있다.[1] 독특한 어감 때문인지 여우와 고개가 갖는 묘한 조화 때문인지 어지간한 지역에는 다들 하나씩은 있다.

위에서 말한 과천시 외에, 검색엔진에서 뜨는 것만 인천광역시, 춘천시, 포천시, 청양군,서울특별시 노원구, 김제시, 제천시, 논산시, 서천군, 양평군, 홍천군, 부천시, 이천시, 영월군, 김포시, 음성군, 남양주시, 시흥시, 칠갑산, 소백산, 상주시.... 끝이 없다.

3. 관련 설화

가장 유명한 과천 여우고개의 설화는 다음과 같은데,

출처 : 어우야담 (494)
내용 :한강 남 청계(淸溪) 북에 과천(果川) 관사가 있고, 관사 북쪽 큰길의 고개 길이 ‘여우고개’이다. 옛날에 어떤 길손이 여기를 지나다가, 수간 초가에서 무엇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들어가니, 백수 노인이 나무를 깎아 소머리 탈을 만들고 있었다. 노인은 소머리 탈을 완성하자, 그것을 손님에게 주면서 한번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또 소가죽을 주면서 그것도 입어 보라 했다. 손님이 장난삼아 그 소머리 탈을 쓰고 소가죽을 입으니, 갑자기 사람이 소로 변했는데, 아무리 벗으려고 애써도 소용없고 완전히 소가 되어 버렸다. 다음날 노인은 이 소를 타고 시장에 나가서 비싼 값을 받고 농부에게 팔았다. 소가 된 사람은 자신이 사람임을 아무리 변명해 소리쳐도 소의 울음소리로만 들렸고, 시장 사람들은 이 소가 집에 송아지를 두고 왔거나 뱃속에 황(黃)이 있어서 계속 운다고 말했다. 노인은 소 판 돈으로 베 50필을 사서 떠나면서, 소 산 농부에게 이르기를, “이 소를 몰고 절대로 무밭 근처에 가지 마시오. 이 소는 무를 먹으면 곧 죽습니다.” 하고 말했다. 소가 되어 새 주인을 태우고 돌아온 이 사람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만물의 영장이란 사람이 본래의 형체를 잃고 가축이 되어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하는구나.” 하며 한탄했다. 이때 마침 아이가 무를 씻어서 한 바가지 들고 오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은 앞서 노인이 무를 먹으면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고, 죽을 마음으로 그 들고 있는 바가지를 입으로 받아 떨어뜨려, 재빨리 무 몇 줄기를 먹었다. 그러니까 곧 소머리 탈이 벗어지고 소가죽이 벗겨지면서 알몸의 사람으로 변했다. 소 주인이 놀라서 그 영문을 묻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시 그 산 고개로 노인을 찾아가니 노인은 물론 초가집도 없고, 바위틈에 베 몇 필만 놓여 있었다. 이후로 이 산 고개 이름을 ‘여우고개’라 불렀다. 군자가 말하기를, 이 얘기는 비록 황당한 얘기 같지만 인간 사실과 비유가 된다. 세상 사람들은 혼미한 시대에 살면서 올바른 길을 잃고 간사한 사람의 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나쁜 사람 올가미에 걸려 팔리고 나면, 이 얘기 속의 소처럼 남의 조종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때 수천 마디의 말로 변명해도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으니 슬픈 일이다.

여우고개를 떠나서 조선 시대 설화 중에도 상당히 유명한 설화로 어렸을 적 접해본 사람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이 설화에서는 여우가 노인으로 둔갑하여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설화는 이와 비슷하게 여우가 무언가로 둔갑하여 사람을 홀린다는 이야기가 붙는다. 여우에 대한 옛 조상들의 인식을 잘 알아볼 수 있다. 정말 신통하게 온데간데 없는 위와 같은 경우도 있고, 지나가던 선비에게 죽은 경우도 있고,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패죽인(...)경우도 있고...

여우가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 새벽이나 저녁과 같이 뭔가 으스스한 시간대이기도 하고, 삼림에 사는 짐승들이 그나마 인간과 마주칠만한 곳이 주로 고갯길인 것이 이러한 한국 각지 여우고개 양산의 원인일 것이다. 여우의 서식지가 전세계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만큼 여우 이름이 붙은 지명은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여우고개 사건이 유명하다

[1] 이 여우고개의 공식 한자명칭이 바로 남태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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