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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8 15:55:22

예술가의 똥

1. 개요2. 상세3. 피에로 만초니4. 비슷한 작품

1. 개요

Merda d'Artista (Artist's Shit)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의 1961년 작품이다.

2. 상세

파일:external/photo.hankooki.com/alba04201005051028110.jpg
이 안에 든 것은 만초니의 대변이라고 한다.

자신의 똥을 90개의 작은 깡통에 밀봉하여 출품했는데, 만초니가 제작했다는 서명과 함께 시리얼 넘버를 매겼다. 옆면에는 "예술가의 똥, 정량 30그램, 원상태로 보존됨, 1961년 5월 생산되어 깡통에 넣어짐."이라는 문구가 4개국어로 쓰여있다. 자신의 똥값을 당시 같은 무게의 금값과 같이 매겼다고 한다. '니 작품은 똥이야!(Your work is shit!)'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들은 피에로 만초니가 똥이 담긴 작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정작 그 말을 한 아버지가 통조림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이 작품 제작을 도와줬다는 후문이 존재한다. 다만 하술하듯 그의 아버지는 이미 1948년 사망했기 때문에, 아마도 와전으로 보인다.

다다이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다다이즘이라는 예술사조는 이 작품이 나오기 수십년 전에 사망하였고, 이 작품을 굳이 사조로 분류한다면 플럭서스개념 미술로 분류된다. 개념 미술은 의외로 진지한 생각에서 나왔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이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부자들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이 과열되는데, 이러한 현실에 반대하던 예술가들이 기존 예술에 대한 조롱하는 뜻 혹은 갤러리에 소장할 수 없는 작품(물질적인 작품은 없고 그 개념만 있다거나)을 목표로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일반인들이 이걸 보고 "WTF?"이라는 의견을 갖는다면 정상적인 반응, 만초니가 원했던 반응이다.

기존 예술의 파괴라는 점에서는 다다이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다이즘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고전미술을 끝장내려 했다면, 개념 미술은 다다이즘과 같은 미술이 일반화된 시대에 부자들에게 길들여진 현대미술을 공격하려고 했다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만초니 또한 유서깊은 귀족의 자손이고 백작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말 그대로 더러운 자본가 놈들(…)은 자신들을 조롱하기 위한 이 똥조차도 환호했고, 결국 개념 미술은 자본에 데꿀멍하게 된다. 그 결과 지금 이 작품의 거래 가격은 같은 무게의 금값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노리고 만든 것 일지도... 좋은 투자상품이다 응가코인 21세기 들어서는 10만 달러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최고가는 2016년 8월 밀라노 경매에서 기록한 27만 5천 유로. 참고로 1961년 당시 금 30그램은 약 35달러였는데 이는 물가 상승률만 고려하면 2018년 기준으로 약 300달러가 되고 금 30그램의 가격은 약 1300달러니 뭘로 계산해도 금보다도 몇백배는 비싸다.

막상 이 작품 안에는 과연 진짜로 예술가의 똥이 들어있을까(...) 하는 논란이 있었다. 피에로 만초니는 이 작품을 제작(?)한 후 오래 지나지 않아 1963년에 사망해 스스로 증언할 길은 곧 사라졌다. 그의 살아 생전에 측근으로부터 사실 안에 들어있는건 똥이 아니라 단순히 회반죽 덩어리라는 증언도 있었고, 작품 전시를 준비하던 큐레이터가 부식된 틈에서 새어나오는 악취를 맡았다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거래가격이 억대를 찍는 상황에서 통조림을 오픈하면 작품 자체가 손상되는지라[1] 억대의 돈이 날아갈 것을 감안하고 선뜻 통조림을 까긴 어려웠고, 만약 뚜껑을 열었더니 안에 든게 회반죽이라면 진위 논란으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하락하니 선뜻 내용물의 진위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그러다 1989년, 예술가의 똥 작품을 소유하고 있던 한 미술단체가 진위확인을 위해 이 캔을 오픈했으나...

파일:open.jpg

안에는 통조림 하나가 또 들어있었다. 마트료시카 이 두번째 캔은 열지 않기로 결정되어, 진짜로 저 통조림 안에 진짜 예술가의 똥이 들어있긴 한 건지 확인된 증거자료는 없다.

1994년, 덴마크의 예술품 수집가가 라네르스 미술관에 이 작품의 보관을 맡겼는데 이 미술관이 별 생각없이 따뜻한 곳에 캔을 두었다가 캔에 녹이 슬어서 내용물이 새버리는 일이 벌어졌고, 이에 원 주인인 수집가가 소송을 걸어 미술관으로부터 25만 크로네(대략 5천만원 가량)를 보상받는 사건이 있었다.

작품의 특이성 때문에 항상 '현대미술은 이 정도로 병신이다.' 라는 투의 논리를 전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2] 하지만 현대미술이 현재의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3]나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동기를 생각해보면 '현대미술은 이 정도로 병신이다.'라는 투의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만초니의 계획대로다.

3. 피에로 만초니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Manzoni_portrait.jpg
Piero Manzoni (1933. 7. 13 ~ 1963. 2. 6)

만초니는 이 작품(?)을 남기고 겨우 2년 뒤, 고작 29세의 나이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믿기지 않겠지만,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금수저로 그 자신이 백작이었다. 그의 풀네임은 Conte Piero Manzoni di Chiosca e Poggiolo, 콘테(백작) 피에로 만초니 디 키오스카 에 포졸로. 행위예술가 피파 바카가 그의 조카이다.[4]

항간에는 그의 작품은 아버지의 통조림 공장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의 아버지 에지스토(Egisto)는 1948년 사망하였고 이 때 피에로는 15세에 불과하였으므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아버지가 죽어 이미 작위를 물려받은 후에 이런 작품들을 남긴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이런 게 수두룩한데 풍선을 불곤 그걸 나무에 고정하여 바람이 새지 않게 밀봉하고 예술가의 숨결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Artist%27sbreath.jpg

예술가의 숨결. 그러나 풍선의 특성상 미세한 틈으로 공기가 새어나가기 때문에, 작품제작 후 60년이 넘게 지난 2020년대 현재 이 작품은 나무판에 바람 다 빠진 풍선이 붙어있는 모습이다.#

4. 비슷한 작품



[1] 비슷한 패러독스를 가진 작품으로는 역시 피에로 만초니가 1959년에 제작한 'Line' 이라는 작품이 있다. 종이 조각 위에 선을 그어서 잘 만 뒤 원통 안에 넣고 선의 길이, 제작 날짜, 그리고 서명을 한 뒤 봉인한 것. 원통 안에 든 것이 진짜 선이 그어진 종이인지 확인하기 위해 봉인을 뜯는 순간 친필서명이 찢어지고 작품이 파괴되기 때문에 비물질적임을 표방한 작품이고, 원통 안에 선이 들어있을거라 믿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참고로 이 작품은 실제로 봉인을 뜯어서 원통안에 선이 그어진 종이가 들었는지 확인한 사례가 있다. 진짜로 들어있었다고.[2] 이러한 현대미술 까들은 이와 같은 작품들을 전부 현대미술이라고 칭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의 분류는 개념 미술이다. 사실 현대미술이라고 까이는 것들의 대부분이 현대미술 중에서도 추상, 개념미술, 행위예술 등 현대미술의 하위분류다.[3] 사진이 등장함으로써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을 추구하는 고전적인 미술은 빛이 바라게 되었고, 이에 방향을 바꾸어 입체파추상화 같은 작품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시조가 현대미술로 이어진 것이다.[4] 피에로 사후에 태어나서 만난 적은 없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2008년, 히치하이킹 퍼포먼스 중 튀르키예에서 살해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