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독일 제국 황제 빌헬름 2세가 1909년 민족전시회(Völkerschau)에서 에티오피아인과 인사하는 장면. |
2. 역사
2.1. 근대
로마 제국의 동물원에서 '수염 난 여자'를 전시했다든지 하는 옛날 이야기로도 알려져 있지만 근대에도 사키 바트만 같은 사례도 있고 1958년[1]에는 벨기에에서 콩고 같은 식민지의 사람들을 동물원에 두고 현지인 전시회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해당 전시회는 국제적으로 욕을 바가지로 먹고 끝났다.서양인들은 인간 동물원에 전시된 사람이 사망하면 해부하여 박제까지 했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릴리앙 튀랑이 은퇴 후인 2011년에 이것에 대한 역사적 고발 전시회를 연 적이 있다. 기사 보기
독일에도 '민족전시회(Völkerschau)'라는 이름을 내걸고 백인과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전시한 바 있다. 전시 목적으로 납치된 많은 사람들이 수송 도중, 또는 유럽에 도착한 후 병을 얻어 사망했다. 1940년 아돌프 히틀러가 인간 동물원을 없앴다는 말이 나도는데, 이 정보는 단 하나의 신뢰할 수 없는 출처 외에는 나오지 않는 정보이다. 독일 사회에서는 이 소문에 대하여 의구심을 표한다. 반대로 하나 확실한 것은 흑인들과 집시들 역시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뉘른베르크 인종법의 절멸 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도 박물관과 박람회에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전시한 적이 있다. 특히 ‘조선인 전시’는 1903년 오사카에서 열린 제5회 ‘내국권업박람회’에서 시작됐다. 하루에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을 맞았던 ‘학술인류관’엔 대만인·아이누인·류큐인 등과 함께 두 명의 조선 여인이 전시됐다.[2] 특등권(VIP) 소지자는 전시된 사람들을 울타리 안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특전도 있었다. 결국 학술 전시라기보단 단순한 구경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박람회장에 조선 동물 두 마리가 있는데 아주 우습다.
아사히 신문 1907년 6월 16일
아사히 신문 1907년 6월 16일
1907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메이지 천황의 재위 40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 박람회에서는 조선 남녀 두 명이 인간 전시품으로 전시되었는데 여기서는 아예 ‘조선 동물 두 개’로 취급받았다. 여기 전시된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속아서 온 것이었는데 “그냥 여기 앉아있기만 하면 돈을 주겠다”고 해서 일본으로 데려와 앉혀 놓고 그걸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시품이라고 내보인 것이다. 당시 이걸 마침 일본에 유학 와 있던 유학생들이 보고 기겁을 해서 본국에 알렸고 대한매일신보 등의 신문에 실리면서 이 소식이 전해진다.
슬프고 애달픈 기색이 얼굴에 비치니 보는 우리가 참혹함을 느낀다.
태극학보 1907년 6월 24일
태극학보 1907년 6월 24일
당시 동포가 박람회에 전시된 것을 안 조선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친일파로 알려진 조희연조차도 같은 인종과 같은 나라의 정(情)으로 어찌 이럴 수 있느냐며 경무부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러나 과거 일본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참석한 사절들이 박람회장을 둘러보다 현지 유럽인들에게 ‘전시품’ 취급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당한 짓을 그대로 같은 아시아인들에게 써먹은 셈이다.
2.2. 현대
현대에는 납치나 감금, 강제에 의한 인간 전시가 아니라 일종의 이벤트성 특별 행사의 형태로 평범한 일반인 중에서 자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사람을 전시하는 사례도 있다. 윗 단락에 나온 우생학, 인종학적인 인간 전시와는 달리, 단순히 인간 또한 '동물'이자 자연의 일부임을 설명하기 위해서 연 행사.2005년 런던 동물원에서는 일반인 자원자들 중에서 선발한 8명의 남녀가[3] 우리에 들어가 동물원의 전시 동물들 중 하나가 되는 이벤트를 열었던 적이 있다. 기사 인간도 동물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기획한 이벤트라고 한다. 물론 다른 전시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들은 동물원 개장 시간이 끝나면 우리에서 나와서 집으로 퇴근(...)했다고.
2007년 1월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에서도 조금 더 진지한 의도로 사람을 전시하기도 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습관 및 행동 양식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영장류의 행동 양식과 비교 분석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다. 물론 위의 런던 동물원처럼 인간 또한 '동물'임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 또한 있다.
브롱크스 동물원은 1963년에 꽤 재밌는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는데 영장류관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는 제목으로 거울을 전시한 적이 있다. 거울 밑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적어두었다.
You are looking at the most dangerous animal in the world. It alone of all the animals that ever lived can exterminate (and has) entire species of animals. Now it has achived the power to wipe out all life on Earth.
여러분께서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을 보고 계십니다. 이 동물은 이 땅에 살았던 모든 동물을 통틀어서, 유일하게 동물 종 전체를 절멸시킬 수 있으며(또한 이미 항상 그래왔습니다), 이제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을 지워버릴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해당 일화는 제7차 교육과정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어서, 90년대생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해당 교과서에서는 인간 내면의 악에 대한 예시였지만 실제 동물원의 기획의도는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냉전 시대에 실존적 위협이었던 핵무기로 인한 상호확증파괴에 대한 것이었다.여러분께서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을 보고 계십니다. 이 동물은 이 땅에 살았던 모든 동물을 통틀어서, 유일하게 동물 종 전체를 절멸시킬 수 있으며(또한 이미 항상 그래왔습니다), 이제는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을 지워버릴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브롱크스 동물원은 과거 우생학적 의도로 인간을 가두고 전시했던 과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
중국 난창시의 지역축제 기간 동안 거리의 걸인들을 철장에 가둬서 인간 동물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사 링크
딥 러닝 인공지능에게 "인류를 정복할 것이냐"고 묻자 인공지능이 "인간은 우리의 친구이기 때문에 인간 동물원을 만들어서라도 안전하게 보호해줄 것이다(....)"라고 답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3. 관련 문서
[1]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도 아니고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10년이나 지난 20세기 중반이다. 다소 충격적인 일. 단 이때는 아직 벨기에에 식민지가 있었다.[2] 당시 유행했던 우생학적 차원의 생각에서 학술적 목적을 핑계로 서로 다른 인종을 비교해 가며 전시했었던 것이다.[3] 케임브리지 대학교 수의학과 재학생(...), 뮤지션, 배우, 모델, 보디빌더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선발 방식은 지원자들이 동물을 주제로 시를 지어서 응모하고 평가가 좋은 작품을 쓴 사람 8명이 전시동물로 합격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