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을 걸 때 앞에 붙이는 감탄사
지시대명사 저기를 높인 표현으로, "실례합니다"와 같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 때 사용한다. 고령층보다 젊은 세대에서 훨씬 광범위하게 쓴다. 영어 "Excuse me"가 "저기요"와 쓰임새가 비슷하다.2. 변칙 2인칭
대한민국에서는 낯선 사람 및 아는 사람이더라도 잘은 모르고 친한 사이가 아닌 상대방에게 너, 당신, 자기, 그대, 자네와 같은 2인칭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직급을 알고 있다면 '직급+님'으로 부를 수 있어서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입장에선 누구나 맘편히 쓸 수 있는 표현이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아서 문제이다. 따라서 그나마 편히 쓸 수 있는 저기요를 쓰게 되는 것.사실 이런 표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여기 보시오’의 축약어인 ‘여보’가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엄밀히는 하오체 표현이어서 현대에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다짜고짜 쓰기에 다소 어색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게체에 해당하는 ‘여보게’도 있으나 하게체는 하오체보다도 낮춤말이기에 신분제가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의 범용성은 ‘여보’보다도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여보는 현대에 자신의 배우자를 부르는 말로 완전히 정착하다시피 하여 범용 2인칭으로 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만약 동무를 쓸 수 있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북한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된 지 오래라서 쓰기 힘들다. 한국에선 길동무처럼 이미 한 단어가 되었거나 북한 말투를 흉내낼 때만 쓴다.
연령이 높은 상대를 아저씨, 아줌마, 어르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저씨', '아줌마'는 자신을 늙은 사람 취급한다고 기분 나빠할 수 있다. 어르신은 노인의 존칭임에도 매번 통하는 표현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쨌든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전제하는 표현이라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6, 70대들이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모, 언니, 어머님, 아버님 같은 가족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모'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여성(주로 여종업원)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인데, 아줌마, 아저씨처럼 자기를 나이 먹은 사람 취급한다고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여초 커뮤니티에서 이 표현이 "성차별적 표현"이라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해서 언론에서 이를 다루기도 했다.[1] '언니'는 중노년층 여성들이 서비스직 여성들에게 쓰는데, 마찬가지로 21세기 들어 이 표현을 불쾌하다고 간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머님', '아버님'도 자신을 늙은이로 취급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더욱 불쾌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청년, 학생, 총각, 아가씨, 처녀, 처자 같은 호칭도 쓰곤 하는데, '청년', '학생'은 노년층이 적당히 젊어 보이는 상대방을 부를 때 쓰는 표현으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쓰지 않는다. '아가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젊은 여성을 지칭하는 좋은 표현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거의 노년층이 젊은 여성을 지칭할 때만 들린다. 게다가 유흥업에 종사하는 접객 여성을 칭할 때도 쓰다 보니 아가씨 소리를 들으면 성희롱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2] '처자'나 처녀' 역시 노년층이 젊은 여성을 부를 때 쓰는 호칭으로, 일상생활에서 아가씨보다도 듣기 힘들며 젊은 사람들은 쓰지 않는다.
공무원들은 간편하게 모든 민원인들을 선생님이라 칭하고 있지만, 공무원이 아니라면 대체로 상대가 1)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2) 연장자이거나 3)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 혹은 4) 의료계 종사자 같이 뭔가 전문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에 한해 선생님이라 부르기에 범용성이 높은 표현이라 보기는 힘들다. 그러하기에 젊은 사람일수록 다들 '저기요'를 2인칭처럼 사용하게 된다.
다만 학교 선배나 직장 상사에게 '저기요'를 함부로 썼다간 뭇매를 맞기 쉬우므로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애초에 직장생활에서 저기요를 남발한다면 직장 내 사람들의 직급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찍힐 수 있다.
2인칭 대명사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적당한 마법의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어 화자에게 늘 골칫거리로 다가온다. 이처럼 한국어의 존비어 문화에서 2인칭 표현이 많이 발달하지 못한 특성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때 많이 어색해하고 어려워하는 점이기도 하다.[3]
인터넷 공간에서는 님을 이러한 용도로 쓰곤 한다. PC통신 시절부터 쓰던 호칭으로 높임말이 기본인 커뮤니티에선 여전히 많이 쓰고 있다.
[1] 예컨대 파이낸셜뉴스, "모르는 아이 엄마가, 이모라 부르는 것 불쾌해", 2024년 5월 24일[2] 참고 기사: 미디어워치, 진중권, 정지민에 '아가씨' 성희롱 발언 파문, 2009년 10월 8일; 헤럴드경제, 아가씨라 불렀다고 민원? ‘프로 불편러’에 걸린 소방관, 2017년 7월 7일; JTBC news, "아가씨 주문 좀 받아달라" 하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알바생, 2022년 8월 30일[3] 참고 방송: 아는 형님, 2023년 10월 21일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