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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05 11:15:55

전주 노송동 성금 절도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사건 사고 관련 서술 규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개요2. 사건 경위3. 재판4. 기타

1. 개요

2019년 12월 30일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 도난당한 금품의 특성 때문에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으며 주민들의 제보 덕분에 고액의 금품 절도 사건치고는 단시간에 해결된 사건에 속한다.

2. 사건 경위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에는 매년 12월 성탄절부터 연말 사이 무렵이 되면 수천만원~1억원 안팎의 성금과 편지가 든 A4용지 상자를 주민센터에 두고 사라지는 익명의 독지가[1]가 나타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시켜 58만원 상당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現 노송동 주민센터)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왔던 그는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렇다보니 해마다 연말 무렵이면 각 언론에서 앞다투어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소식과 근황을 보도하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자리잡는 가운데 노송동 일대는 '천사 마을'로 불리면서 유명세를 탔고[2] 원래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빈터였던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념하는 '천사공원'이 조성되고 '희망을 주는 나무' 조형물이 세워졌다.[3]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기부를 계속한 그가 기부한 총액수는 무려 6억원에 달했으며 2019년은 그가 선행을 베푼 지 딱 20년이 되는 해였다.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경 '얼굴 없는 천사'는 천사공원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6천만원 상당의 성금과 편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두고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자를 찾아가도록 했으나 직원이 통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보니 성금 상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CCTV 확인 결과 절도에는 겨우 3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유례 없는 사태에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고[4] 주민센터 직원은 즉각 경찰에 성금이 도난되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전국에 수배령을 내리는 한편 주민센터 직원들과 함께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범행 이틀 정도 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서 낯선 흰색 SUV가 자주 보였다는 노송동 주민들의 목격담이 이어졌고 그 중 한 주민은 이 차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싶어 차량 번호를 메모해 두었다가[5] 이 메모를 경찰에 제공했다. 경찰은 주민들의 제보와 CCTV 화면을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해 사건 발생 4시간만인 범행 당일 오후 2시 25분과 2시 40분경 계룡대전에서 각각 범인 A(당시 35세, 주범)와 B(당시 34세, 공범)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중 주범 A는 공교롭게도 충남경찰청[6] 소속 한 경찰관을 만나 성금 이야기를 꺼내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2019년 12월 28일부터 3일 동안 거주지인 충남과 전북 노송동 주민센터를 오가면서 잠복했다고 한다. 범인들 중 A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를 통해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사연을 알고 그가 성금을 두고 가는 방법까지 자세히 조사한 뒤 전자상거래 업체를 하나 더 차리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도난당한 성금 상자는 다행히 무사했다. 이들이 도주 중 체포되는 바람에 돈을 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덕분에 6천여만원 상당의 성금 전액이 그대로 회수되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사건의 피해자를 노송동 주민센터로 보고[7] 회수된 성금을 주민센터에 반환했다.

전북경찰청은 2019년 12월 31일 절도범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주민에게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고 같은 날 범인들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표창을 받은 주민은 200여 만원 상당의 포상금도 함께 받았지만 전액을 기부했는데 자신의 월 수입보다 많은 금액이지만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 기부금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과 함께 독거노인 돌봄사업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복지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3. 재판

2020년 2월 12일 전주지방법원에서 사건의 첫번째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A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재판부에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2020년 4월 14일 1심에서 A와 B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이 선고되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건전한 기부 문화를 훼손해 재범 우려가 높고 사회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피해품(성금)을 모두 회수했으나 이는 범행 후 조기 체포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익명의 기부자는 매년 사회적 약자와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많은 돈을 주민센터 앞에 몰래 놓곤 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감히 건드려서는 안 될 고귀한 돈을 사전에 계획해 훔쳐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절도범 일당들을 꾸짖었다.

이후 범인들은 선처를 호소하면서 항소했지만 오히려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1년으로 형량이 더 늘었다.판결문 “익명의 기부자의 거룩하고 고귀한 성금을 훔친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할 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공모한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판결은 가볍다고 판단된다”고.

4. 기타

세밑에 들려온 절도 사건 소식에 대중들은 하나같이 "훔쳐도 하필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쓰일 기부금을 훔치느냐"며 분노했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단순 절도 사건이지만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장장 20년 동안 꾸준히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니까.

사람들은 혹시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사건으로 인해 환멸을 느껴서 기부를 중단하는 건 아닐까 많이 걱정하기도 하였으나 이후 그는 주민센터에 연락하여 기부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못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자식을 통해서라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평생, 아니 사후까지도 이 좋은 일을 계속할 생각인 모양이다. 진짜 천사 그리고 2020년 12월 29일 약 7천만원의 성금을 다시 두고 떠나면서 자신의 말을 그대로 지켰다. 다만 도난을 염려해서인지 평소와 달리 성금을 두고 떠난 장소가 좀 더 떨어진 곳으로 바뀌었으며 자신으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아니, 그걸 왜 천사님이 사과해요 이후에도 그는 절도 사건 이전에는 장소가 거의 변함없던 것과 달리 매년 장소를 변화무쌍하게 바꾸고 있다.

경찰은 당시 사건 후 인근에 CCTV가 없어 절도범을 추적하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얼굴 없는 천사를 위해 배려 차원이기도 하다. 그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고 혹시 CCTV를 설치하면 선행을 하는 데 지장을 줄까 우려한 면도 있다. 과거 모 언론사가 주민센터 인근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천사를 추적하다가 지탄의 대상이 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연말이면 천사가 원치 않는 마주침이 생길까봐 연가 사용은 물론, 외출까지 자제한다.

하지만 사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8] 전주시는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에 차량 번호판까지 인식되는 CCTV를 설치했으며 전주완산경찰서 남문지구대, CCTV관제센터와도 협조해 혹시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
[1] 사실 2010년대 중반쯤부터 지역사회에서 그의 신원은 사실상 밝혀진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꽤 큰 금액의 기부가 이어진 데다 노송동에만 기부한 점 등 다양한 증거가 쌓이며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이 몇몇으로 추려졌다. 얼굴 없는 천사가 항상 돈을 주민센터 인근 공원 등 가까운 곳에 놓아두는데 몇 년 전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CCTV가 촘촘히 설치돼 마음만 먹으면 그의 신원을 밝힐 수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얼굴 없는 천사의 얼굴을 지켜주자'는 여론이 대세가 됐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본인이 신분을 밝히길 원치 않는데 그 뜻을 거스르며 정체를 밝히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고 말했다.#[2]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버스 정류장명도 '천사마을'이다.[3] 이것 외에도 기념비가 세워지고 마을 담벼락에 천사 날개 그림 등의 벽화가 그려지고 주민센터에 기념공간이 생겼으며 천사가 다녀가는 길이라는 이유로 주민센터 인근 길에 '천사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송동 주민센터 통화연결음은 "얼굴 없는 천사가 있는 노송동~"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2019년 3월에는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얼굴 없는 천사'를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미래유산으로 확정했다. 주민센터 입구에 천사기념관을 만들기도 했다. 노송동 주민들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시 공식 블로그의 정리 2011년부터는 전주 지역 극단에 의해 천사를 소재로 삼은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총 세 작품이 나왔는데 순서대로 <노송동 엔젤>, <천사는 바이러스>, <천사는 그 자리에>이며 이 중 <천사는 바이러스>는 동명의 영화도 나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 후 일반 개봉되었다.[4] '얼굴 없는 천사'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성금 상자를 둔 장소만 알려주고 이후에는 일체 연락을 하지 않는데 이 날만은 이례적으로 주민센터에 4번이나 더 전화를 걸어서 '왜 아직 못 찾고 헤매고 있느냐? 어디어디에 뒀다.'고 말해 줬다고 한다. 5번째 전화에서 절도 사실을 알고 굉장히 당황했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차량 번호 등이 드러나지 않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여기에서 우리는 천사가 돈상자를 놔두고 전화를 걸고 떠난 뒤 근처 어딘가에 몰래 숨어서 직원들이 성금을 회수해 가는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5] 이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이 차를 세워 둔 장소는 평소 주차공간으로 쓰이는 곳이 아니었는데 굳이 그 자리에 종이로 번호판을 가린 채 주차한 것을 보고 이상하게 느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얼굴 없는 천사를 인터뷰하려는 기자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6] 사건 발생 직후 전북경찰청으로부터 수사 공조 요청을 받은 상황이었다.[7]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의 소유권을 주민센터에 이전한 것으로 판단했다.[8] 실제로 범인이 잡힌 후 한 노송동 주민은 센터에 찾아와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되지 않느냐며 CCTV라도 추가로 설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민원이라면 민원이지만 그 의도를 알기 때문에 공무원은 민원인을 대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장면은 취재하러 온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방송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