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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3 21:59:24

정구(작가)

1. 소개2. 특징3. 평가4. 작품 목록

1. 소개

대한민국의 장르문학 작가. 데뷔 이후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무협, 정통 판타지, 퓨전물, 현대 판타지등을 모두 섭렵하며 방대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으며 상당한 팬덤층을 보유하고있는 중견급 작가이다.

2. 특징

주로 주인공이 매우 약하게 시작하면서 숱한 고생을 통해 성장하는데,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고생을 심하게 하다보니 대부분 성격이 괴팍해진다. (박빙의 오도경은 스승이 있었지만 제자는 나몰라라 하고 소만 싸고도는 괴상한 인간이다.) 성장 과정을 비교적 단계적으로 상세히 묘사하는 편이며, 무슨 불쏘시개마냥 어느날 대주천 하다가 문뜩 깨달아서 화경이 되었다느니 하는 묘사는 없다. 계기가 되는 사건 정도는 벌어지지만 그 계기를 바탕으로 뼈를 깎는 고생을 하면서 고련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며, 각 인물의 강함의 정도가 상세하고 합리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게, 경지가 규격화되어 딱딱 나눠져 있다 보니 아랫단계가 윗단계를 이기는 장면은 어지간해선 안 나온다. 상대가 부상 등으로 핸디캡을 얻은 상황에서야 합공으로 겨우겨우 쓰러뜨린다. 그리고 주인공은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그 위에 넘볼 수 없을 정도의 강자들이 있는 편이다. 엘란의 카나이폴런, 신승의 절세신마, 노스런드, 무명, 불의 왕의 브리크, 박빙의 태정진인과 제갈숭과 보콜주아닌, 금협기행의 수라혈제 요성, 맹주의 지왕, 드래곤의 심장의 드래곤, 블랙 헌터의 원신과 오하나, 맹주 사후의 무왕, 일영 고후영 등등. 하지만 이런 최강자 들은 절대 최종보스역은 맡지 않고 주인공의 우방이거나 조력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카나이폴런이나 수라혈제처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기도 한다.[1] 맹주 사후에선 아예 시작부터 죽어 있다.

주인공의 성격이 작품마다 대부분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착하고, 현실적이고 냉정하지만 정에 약해서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자신이 좀 피해를 보더라도 어떻게든 도와주고, 적이 아닌 노인들에게는 무조건 잘 해준다. 눈치가 빠르고 성실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가진 게 없어서 일반사람의 두세배 이상을 고생하고, 기연이라고 할 만한 찬스를 얻지만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또 남들의 몇 배 이상을 노력한다. 결정적으로 여자에 약해서 노골적으로 여자를 밝히지만 여자에게 인기가 없어서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여자에게 매달리고 여자가 해달라는 것은 무조건 들어주며, 전개상 성행위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주인공의 소시민적이고 여자에게 매달리는 성향은 새로운 세계에서 멋진 주인공이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작품을 원하는 장르소설 독자들의 기호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작가 성향의 초기 작품들인 엘란, 신승 때는 이런 성향이 덜 해서 히트를 쳤지만, 결국 이후로 똑같은 느낌의 작품이 양산되는 사태가 생겨 그렇고 그런 작품만 찍어낼 뿐 신승의 히트에 비견될 만한 이렇다 할 작품이 없다. 물론 취향이 맞다면 모두 재밌게 볼 수 있겠지만.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문제는 작가도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블랙헌터 연재 중에 26화의 작가의 말에서 특별히 이에 대한 언급을 하였으며, 차기작부터는 독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하겠다고 하였다.

위 링크에 있던 작가의 말은 "작가의 말은 겸연쩍어서 삭제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삭제되었기 때문에 무협 갤러리에서 퍼간 글 링크을 보면 알 수가 있다.

3. 평가

조연들도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개개인이 꿍꿍이 속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여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전개를 보여준다. 다만 각 조연의 개성이 강하고 주인공이 초반에 처절하게 약자다보니,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휩쓸려 다니는 경향이 강하다. 보통 무협의 절대고수나 판타지의 현자나 드래곤은 초탈한 고고한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잦은데, 정구 작품에선 예외다. 그리스신화의 신들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것과 비슷하다. 똑같이 이익에 목매고, 질투심과 경쟁심이 있고, 원한은 잊지 않는 등.

그리고 초반의 작품인 엘란이나 신승 등에는 쟝이나 주발, 엔리오 같은 주인공 일행에게 하등 도움이 안되면서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하고 눈치도 없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끝에서 잘된다. 왕이 되거나 개방 호법장로가 되거나, 음유시인으로서 명성을 얻는 등. 이에 대한 비판때문인지 주발은 신승 2부에서 방주까지 오르지만 반란으로 사망하고, 신승 2부나 금협기행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메인 스토리에 연관시키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짱짱 쎄서 다 쓸고 다니는 '시원한' 소설을 원하는 장르 독자의 취향엔 부합하지 않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판타지 소설인 엘란을 볼 때는 무협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평이 많았는데, 반대로 신승에서는 판타지 소설 같다는 평이 꽤 나온다. 클리셰를 벗어난 전개를 하면 외면하는 신기한 독자층 탓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그보다는 당시에 인기있던 정통 판타지나 신무협와 비교되어 나오는 비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초기작 엘란도 무협적 요소를 섞었고, 신승은 아예 판타지로 간다. 지금이야 별것 아니겠지만 당시 쟁쟁한 명작들이 날리던 시기임을 생각해보면 난잡하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작가의 특징에서 얘기한 대로 인물상이 하나같이 속물적이라는 이유로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무게감이 있어야 할 캐릭터조차 너무 가볍다고 평이 갈리는 경향이 있다[2].

다만 역량있는 작가답게 작품의 중심은 잘 잡혀 있고, 난잡하게까지 느껴지는 초반 부분을 버텨내고 주인공이 활약하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진행하면 괜찮은 평가를 줄 수 있다. 복선 회수도 잘 하는 편.

4. 작품 목록


[1] 이런 평가를 알고있는지 십장생에서는 넘사벽 고수인 사마봉이 최종보스로 등장하고 그를 쓰러트리려고 주인공인 유성이 고생한다. 그렇지만 차기작인 블랙 헌터에선 다시 원신이라는 존재가 오춘삼을 도와준다.[2] 이건 작가 특유의 문체 때문이기도 한데, 느낌표(!), 물음표(?) 등의 감정을 나타내는 문장부호가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위급함, 불안함, 슬픔,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어조는 평이하고 무감각해 보이니 가벼워 보일수밖에. 다만 극적인 문체를 배제하고 구어체 위주로 쓰는 게 하드보일드스럽다고 좋아하는 독자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