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천연(자연산) 물질을 인조, 인공, 합성, 화학 물질(간혹 양식)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유사과학이다.2. 문제점
물론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자연산 회는 양식 회보다 맛있다고 하고 비싸기도 합니다. 제철 과일이나 채소 따위의 자연산 식품은 가공 식품보다 건강에 좋다고 하지요. 식품 상표는 유기농이나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을 알려서 자연산임을 강조합니다. 자연산이니까 안전하고 건강에도 좋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자연산이면 모두 안전한가요? 독버섯이나 기생충 등 자연산이지만 독이 있고 해로운 것은 쌔고 쌨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연스럽다는 것과 바람직하다는 것은 관련이 없습니다.
최훈, 《불편하면 따져봐》 中. 원래는 호모포비아들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비판하기 위해 쓴 비유이지만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최훈, 《불편하면 따져봐》 中. 원래는 호모포비아들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비판하기 위해 쓴 비유이지만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2.1. '화학' 단어에 대해 선입견을 만듦
산업재해, 대량살상무기, 불량식품 등 여러 화학 관련 논란들과, 화학 제품에 쓰여있는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화학성분명 표기는 몇몇 소비자들이 양산형 화학 제품들을 불신하고 대신 천연 제품을 찾게 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기업에서는 이를 공포 마케팅에 이용하여 제품에 천연 물질을 포함했다거나, 합성 물질을 넣지 않았다고 홍보하면서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기도 한다.상기한 이유로, 통념상 소비자들은 화학적 변화를 거치지 않은 농산물(유기농)이나 그냥 성분 표기에 이름이 복잡한 물질이 안 들어간 제품을 천연 제품이라고 판단하며, 공업 내지는 화학공업으로 만들어졌거나 성분 표기에 이름이 복잡한 물질이 들어간 생산물을 화학 제품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연 물질 역시 각종 성분들로 이루어진 화학 물질에 해당하기 때문에 '화학 물질'이라는 용어를 '독성 물질'이나 '오염 물질'에 대한 동의어로만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화학조미료라는 말 때문에 석유로 합성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갖는 경우가 있으나, 화학조미료는 말 그대로 화학적인 합성으로 생산되는 것이라 생합성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자연적인 것' 역시 화학적인 작용을 거치기 때문에, 사실 화학조미료라는 말을 '인위적으로 합성하여 정제한 조미료'라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당장 사람의 몸 속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작용들도 '화학적'인 작용이다. 우리가 문서를 읽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인체의 각종 분비선과 간 등에서는 수많은 물질이 처리되어 생성, 분해되고 있으며 이는 엄연히 화학의 일부분인 생화학적 반응과정을 거친다. 즉 화학조미료로 칭하자니 화학조미료가 아닌 것이 없어져 버린다.
사실 '화학조미료'란 한자어 표현은 다름아닌 NHK에서 1950년대에 간접광고를 피하려 만든 조어(造語)다. 공영방송에서 특정 기업의 상표명을 함부로 쓸 수 없으니 당시 기준으로 중립적인 단어랍시고 이런 표현을 지어낸 것이다. 실제로 '화학조미료'라는 표현이 1970년대 초까지는 그닥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니었다. 그러나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고, 1980년대부터 거품경제의 영향으로 고급 식재료 및 미식 붐이 일면서 '화학조미료' 표현에 대한 인식이 현재처럼 부정적으로 뒤집어져버렸다. 결국 향미증진제를 제조하는 회사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NHK도 1990년대부터 뉴스 등에서 쓰는 표현을 감칠맛 조미료(うま味調味料)로 한번 더 순화해야 했다.
인공조미료는 인공적으로 합성하고 천연조미료는 자연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천연조미료는 안전하고 인공조미료는 몸에 해롭다는 식으로 각종 언론매체에서 알리기도 한다. 특히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은 인공조미료를 병적으로 혐오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화학, 인공'이 들어가는 건 찝찝해하고 몸에 안 좋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인공조미료하면 웬 연구실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만든 이상한 물체(…)라 생각하지만, 인공 조미료 중 상당수는 그냥 천연 조미료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한 것으로, 흑설탕에서 백설탕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1] 이러한 과정은 의약품 생산에도 적용되는데, 현재 의약품은 자연물에서 유효성분만 사용하고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여 부작용을 낮추고[2] 약효를 증진시키고 있다.
옛날 '천연 재료'가 화학[3]과의 무지로 인해서 검증 없이 쓰이기도 했다. 로마 제국 사람들은 천연 조미료인 식초를 낡은 프라이팬에 넣고 끓여서 감미료를 만들었는데, 이 감미료의 정체는 아세트산납[4][5]이었다. 이 아세트산납이 로마인들의 납 중독에 한몫 했다. 김치의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다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한편, 소위 "제품 맛"이라고 일컫는 인공 조미료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풍미를 찝찝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연 조미료가 가성비 면에서 떨어지다 보니, 가성비가 높은 인공 조미료에 익숙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배경도 있다.
2.2. 유해성을 잘못된 기준으로 판단함
제품의 가공, 합성 여부와 제품의 유해성은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 식품의 겅우 복어의 테트로도톡신이나 독버섯의 독과 같은 반례가 있고, 백신 반대 운동 단체들의 주장대로 약이나 백신 없이 살았다면 범유행전염병으로 인해 인류의 현대사는 지금보다 훨씬 비극적이었을 것이다. 또한 화학공학, 재료공학의 산물인 플라스틱과 각종 소재들은 어떤 천연 소재보다 가볍고, 튼튼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 이길 소재가 거의 없다.또한 어떤 물질의 유해성을 판단할 때는 성분 구성뿐만 아니라 성분의 양도 중요하다. 제로 칼로리가 미미한 열량이 있어도, 실제로는 인체에 대해 무의미하게 작은 열량이기 때문에 표시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어떤 제품의 유해성을 주장할 때는 제품의 유해 성분 포함 여부에 대한 근거와 함께, 해당 성분의 양이 관련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역으로 가공 물질이 천연 물질보다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의 환경 문제, 과량 섭취시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식품첨가물, 천연 재료의 맛을 완전히 따라가지 못 하는 인공 감미료 등의 반례가 있다. 그러므로 잘못된 근거에 기반하여 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오해를 바로잡는 지식들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
2.3. 치사량에 대한 무지
모든 물질은 독이다. 약인지 독인지 결정하는 것은 용량이다.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
사람이 어떤 것을 얼마나 먹느냐는 인권문제도 낀지라 계량화가 힘들며, 특히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이 재료를 가지고 조리한 음식이 아닐 경우 이러한 첨가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방법이 없다. 또한 성인은 문제가 없더라도 아이들은 인공 조미료에 민감하지 않을까 부모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일 권장량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일 권장량이 좋게 말해 일일 권장량이지 이 이상 먹으면 몸에 탈날 확률 높아지니 적당히 드세요하는 게 일일 권장량이다. 보통 정말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양보다도 훨씬 적게 책정하지만, 합성물 여러 종류를 함께 섭취했을 때는 그 양이 각각 권장량보다 작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신체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도 있다.
하지만 사실 천연 조미료도 이런 문제에서 안전하지 않다. 비단 조미료 뿐만 아니라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식용 가능한 모든 물질에는 섭취허용량이 존재하고, 그 이상 섭취하면 해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A를 대량섭취하면 피부벗겨짐·탈모·복통·두통·메스꺼움·설사·현기증·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졸음 등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고 최종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그 때문에 북극곰의 간은 먹을 수가 없다. 비타민 D나 칼슘 과잉으로 인해 요로결석이 생길 수도 있고, 비타민 E 과잉섭취는 발암·출혈·설사·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철분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지어는 물도 대량섭취하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물중독에 걸려 두통·경련·혼란·의식불명을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MSG를 과량 섭취하면 시력감퇴, 사망위험 등이 있으나, 소금을 그만큼 먹으면 그냥 죽는다. MSG의 반수치사량은 70kg인 성인 기준으로 1.2kg인데, 소금은 300g 정도다. 아스파탐은 몸속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메탄올을 생성하지만, 이 메탄올은 양이 극히 적어 건강상 문제가 없을 정도다. 흔하게 마시는 술에 미량 들어있는 메탄올보다 더 적을 정도니, 아스파탐을 퍼먹지 않는 이상 무의미한 얘기다. 그렇지만 비타민 과잉 등의 위험에 대해서 우리가 언제 인공조미료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있나
원래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보다 몸에 무해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헴펠의 까마귀 문서 참조. 전혀 없지만 그래서 확인할 수 없는 위험보다는, 오히려 확인된 작은 위험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이다. 다만 상술했듯 이는 인간의 건강에 대한 것이며, 이런 불안감은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만큼 검증을 위한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2.4. 안전성 입증에 대한 불신
결국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 있으며 건강에 대한 책임도 자기 자신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MSG 등 일부 화학조미료는 상당한 안정성이 입증된 것은 사실이다. 꼭 먹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점에서 이걸 안 먹을 확률도 드물다. MSG가 얼마나 안전한지 알고 싶으면 해당 문서 참조. 2010년에 소동이 일자 식약청은 심지어 "MSG, 평생 먹어도 안전"이라는 발표까지 했다.그리고 MSG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상대회사의 상품을 비방하기 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특정 물질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경우 해당 물질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곤두박질치게 되지만, 실제로는 인체에 거의 무해한 경우가 많다. 카제인나트륨이 그 대표적인 예.
우리가 먹는 인공조미료, 나아가 식품 모두는 식약청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허가된 제품들이다.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는 대부분의 진짜 해로운 식품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안전하지 않은 물질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 딱 봐도 불법인 행위를 통해 '해롭다고 알려진 것'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이들은 매우 차이가 없어 보이며, 그냥 글자만/그림만 보면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MSG가 뭔지 전혀 모르는데, "충격! ○○사 ○○제품, MSG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와 같은 기사를 보았다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MSG가 대단히 나쁜 것인 양 보이지 않겠는가? 이런식의 프레임을 씌우면 그 어떤것도 당장 퇴출되어야 할 극악의 화학품으로 포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상업성과 무책임함, 그리고 언론의 선정성과 대중의 비과학적인 담론 등을 모두 헤쳐나갈 수 있는 소비자의 자각이 중요하다. 한 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맹신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각도에서 알아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언론에서 떠드는 표면적인 말에서 생각을 끝내지 말고 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감칠맛 조미료를 포함한 향미증진제는 건강 논란이던 식당에서 사용하는 용도던 간에 절대적으로 무죄다. 오히려 향미증진제를 근거 없이 비판하는 진영들은 죄다 허현회나 안아키 등으로 대표되는 유사과학이나 특정 종교, 미신이나 특정 사상에 찌든 엉터리 전문가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2.5. 번외: 유해성이 아니라 저질 재료 속이기가 문제다?
일각에서는 유해성과 별개로 인공 조미료가 저질 식재료를 고급으로 둔갑시켜 식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부패했거나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재료에 인공 조미료를 더해서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속이거나, 혹은 싸고 맛없는 재료를 조미료를 이용해서 맛을 살려 놓고 마치 처음부터 비싸고 맛있는 재료로 요리한 것처럼 속이는 게 그것. 물론 이런 행위 자체는 충분히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나 그것을 인공 조미료에 화살을 돌린다는 건 결국 식재료 유통자이나 요식업 종사자의 양심을 팔아먹고 장사하는 행태에 대한 문제를 단순히 인공 조미료의 문제로 맥락을 돌려버리는 명백한 오류다.3. 사례
자세한 내용은 유사과학 문서의 생물학/의학/영양학 부분을
참고하십시오.[1] 그리고 설탕에도 백설탕은 흑설탕보다 몸에 나쁘다는 편견이 있다. 흑설탕도 시중 판매되는 건 흔히 떠올리는 케인 슈가가 아닌 삼온당이다. 이것은 백설탕을 캐러맬화 시킨 건데, 결국 캐러맬화 과정도 화학처리에 해당하니 화학조미료이다.[2] 사용하고자 하는 성분의 부작용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내용물 안에 다른 물질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걸 막기 위해 다른 물질을 걸러낸다는 개념이다.[3] 엄밀하게 따지면 유기화학이나 생화학[4] 달고 떫은 맛이 난다고 한다.[5] 로마 제국 사람들이 사용하던 프라이팬이나 주전자, 그릇 등에는 납이 함유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