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의 프라나칸 결혼식
1. 개요
Peranakan / 峇峇娘惹(Baba Nyonya)프라나칸은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는 화인 또는 화인 혼혈 가운데 현대 이전에 정착한 이들의 후손을 가리킨다.[1] 이들과 19세기 말 또는 20세기 초부터 동남아시아에 새로 진출한 중국인들의 후손은 구별된다. 현재 이들은 대부분 말레이인, 몬크메르인, 인도네시아 토착민(pribumi) 혈통이 일부 있다.
'프라나칸/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어로 원래 '자궁', '후예'라는 뜻으로, 오늘날에는 의미가 '고향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지역이지만 종족적 토착민은 아닌 사람' 내지 '혼혈' 정도로 변천을 겪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화인 이주민/혼혈 집단은 '중화 프라나칸(peranakan Cina/Tionghoa)'으로 칭할 수 있고 비슷하게 튀르크인 이주민/혼혈 집단은 '튀르크계 프라나칸(peranakan Turki)', 네덜란드인 이주민/혼혈 집단은 '네덜란드계 프라나칸(peranakan Belanda)' 식으로 부를 수 있지만 오늘날 '프라나칸'으로 계속해서 불리는 인구 집단 가운데 가장 유력한 집단이 화인 이주민/혼혈이므로 '프라나칸'이 많은 맥락에서 주로 화인 이주민/혼혈 집단을 가리키게 되었다.[2]
2. 역사
한족 중국인들은 15세기경 명나라 때부터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다. 이때 대부분 남자들만 갔는데 이들 중 현지인들과 결혼한 이들의 자녀들이 프라나칸 1세들이다.이들은 주로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있으며 필리핀에 있는 이들은 상글레이라고 한다.[3]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현지 사회에 동화되었는데 특히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있는 이들은 어떤 중국어 방언도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4]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프라나칸들은 19세기 이후의 중국계 싱가포르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의 영향을 받아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한다.[5] 현재 이들은 불교[6], 이슬람[7][8], 개신교[9]를 믿는다. 싱가포르에는 일찍이 영어를 배운 식자층들이 많아서 이들은 중립적인 종교로 기독교를 택하여 성공회 및 감리회, 장로회, 가톨릭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공동체는 영국, 네덜란드 등 서양 열강이 프라나칸 공동체의 장으로 임명한 명망 높은 프라나칸인 카피탄(kapitan, capitan, Kapitan Cina/China)[10]이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누리며 다스렸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카피탄은 네덜란드령 동인도와 영국 보호령 말라야의 행정 체계에 완전히 통합되어 식민 정부 상급 관료로 대우받게 되었다. 특히 19세기와 20세기 초의 네덜란드령 동인도에서는 바타비아, 수라바야, 스마랑 등 대도시들마다 도시 화인 공동체의 카피탄이 별도의 공관(公館, Kong Koan)에서 집무하였고 카피탄 공관은 간접 통치되는 화인 공동체에서 행정·사법의 중심이었다. 화인 공동체의 역사가 깊은 바타비아의 공관은 자바 전쟁이 진행되던 1742년부터 인도네시아 공화국이 수립된 후인 1950년대까지 존속하였는데 마치 청나라 지방 관아(아문, 衙門)처럼 기능하였다.
수하르토 시대 초기인 1960년대 말에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의 중국어 사용 및 중국식 이름 사용을 금지시키면서 사실상 이런 문화도 이때쯤에 사라졌다. 그 여파로 자카르타 등 자바섬의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1970년대 이후로 사실상 인도네시아인으로 굳어졌다. 어차피 이들은 루터교 및 네덜란드 개혁교회 신자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종교적으로도 구분되었다.
물론 자카르타와 멀리 떨어진 수마트라와 칼리만탄 등지의 화교들은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중국계 싱가포르인들처럼 표준 중국어를 구사하기도 하며 중국식 성명을 가진 경우도 있다.
종교 면에선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등은 기독교와 불교가 혼재되어 있으며 자바는 거의 루터교 및 네덜란드 개혁교회, 그리고 일부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다.[11] 이 때문인지 자바 섬 화교와 수마트라 보르네오 화교들은 대립 관계기도 했는데 서로 이질적으로 봤다고 할 수 있다.[12]
반면 싱가포르의 페라나칸은 오늘날 그냥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다. 이들 중 식자층은 일찍이 기독교로 개종하고 영어를 배워 중립적인 언어로 사용했다.
3. 관련 문서
[1] 순혈도 포함하는 경우는 19세기 말 이전에 온 중국계들에 한정되며 대부분 혼혈을 가리킨다.[2] 튀르크계는 말레이인에 대부분 동화되었고 네덜란드계는 대부분 네덜란드나 미국 등지로 이주했다.[3] 상글레이는 필리핀판 프라나칸이다.[4]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에 사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중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한다.[5] 물론 완전히 동화되어 영어나 마인어밖에 못하는 경우도 있다.[6]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7]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8] 다소 의외일 수 있지만 자바, 수마트라, 말레이 반도에 이슬람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인 13~16세기에는 이 지역에 정착한 화인 무슬림도 지역의 이슬람 포교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 시기 이래 이슬람 선교사나 무슬림 지방관 중 화인이나 화인 혼혈도 제법 있었다. 오늘날 비록 프라나칸 공동체에서 이슬람은 비주류 종교지만 그렇다고 무슬림 프라나칸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지는 않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중 수니파 무슬림의 비율은 조사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약 5% 정도이다.[9] 인도네시아, 싱가포르#[10] 말레이어로, 어원은 포르투갈어 '카피탕'(capitão, capitan)이다.[11] 수마트라 화교 기독교도도 많다. 일단 정도가 아니고 상당수를 넘는다.[12] 현재는 인도네시아인이라는 공통 정체성이 생겨서 수마트라/보르네오 화교와 자바 화교의 통혼도 잦아 서로 결혼도 하는 모습은 요즘에는 많이 늘어나는 편이며 예전보단 관계가 상당히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