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냉동 실험과 관련된 도시전설.2. 내용
1626년, 잉글랜드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마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눈 속에서 풀이 푸른 것을 보고 눈 때문에 풀이 푸르게 유지된다고 생각하며[1] 눈을 사용하여 식품을 보존할 수 있다는 영감을 갑자기 떠올렸다.그는 당장 실험을 해보겠다고 결심했고, 바로 마차에서 내려 하이게이트 언덕 아래에 있는 가난한 여인의 집에서 닭 한 마리를 샀다. 그리고 그 닭의 배를 갈라 눈으로 채우고 이를 바라보며 실험을 하려 했다. 그런데 추운 곳에 오래 있었던 탓인지 베이컨은 한기를 느끼고 오한 증세를 보이며 숙소로 곧장 돌아갔다. 2~3일 동안 격렬한 기침을 해대다가 1626년 4월 9일, 런던 외곽 하이게이트의 애런델 맨션에서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
조금 황당해보일 수도 있지만 이 일화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이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는 생각이 다른지 1994년 다윈상을 수상하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한 전기작가는 마지막까지 과학적 실험을 하다가 죽은 그를 두고 "근대 과학의 순교자"라 평가했다. 이 평가에 따르면 자신이 평생을 주장했던 과학적 연구를 온몸으로 실천하다 생을 마감한 셈이다.
그 다음장부터 도시전설인데 여기서는 우선 베이컨의 사망 원인부터 달라진다. 독감으로 죽은 게 아니라 닭 뱃속에 눈을 채워넣던 도중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베이컨이 죽은 뒤 베이컨의 실험체였던 냉동 닭은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 후 런던 하이게이트의 폰드 스퀘어(Pond Square) 주변에서 이상한 목격담이 이어졌는데, 주로 어디선가 닭 울음소리 비슷한 걸 들었다거나, 반쯤 깃털이 벗겨진 새가 광장 한가운데를 빙빙 돌고 있었다거나, 낮은 가지에 앉아있는 걸 봤다거나 하는 것이다.
심지어 베이컨이 죽은 지 300여년이 지난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에도 유령닭 목격담이 있었다. 한 군인이 하이게이트 지역을 걷다가 털 없는 닭을 발견했는데, 잡으려 하자 갑자기 주변의 벽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 1943년 영국 공군의 한 병사도 하이게이트의 광장을 빙빙 돌고있는 털 없는 닭을 발견하고 질 나쁜 청소년들이 닭에게 장난을 친 것으로 여겨 구하기 위해 잡으려 하자 사라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목격담이 마지막으로 보고(?)된 것은 1969년과 1970년으로, 그 이후에는 없다.
3. 매체에서
영국에서는 꽤 유명한 도시전설 중 하나로 방송도 여러 번 탄 바가 있다. 국내에서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세계진문기담이라는 책에서 "폰드 광장의 냉동 닭" 이라고 설명되기도 했으며, 학습만화 작가 김충원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시리즈의 자매품(?)인 퀴즈탐험 불가사의의 세계에서 언급되어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전설이다.4. 실화일 가능성
그런데 실제로도 털 다 뽑히고 목이 잘린 닭이 뛰어다니면서 날갯짓 하기도 한다. 지금에야 보기 힘들지만 시장에서 직접 잡아 팔던 시절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머리가 날아가도 목 아래 신경계는 바로 죽지 않으며, 뇌간이 남아있다면 기초적 활동이 가능하고... 그 상태로 먹이 먹으며 1년을 넘게 산 닭도 실제로 있었다. 머리 없는 닭 마이크 문서 참고.그렇지만 냉동이 되었다면 기온 때문에 그리고 냉동된 동안 먹이를 먹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히 근신경이 다 죽었을 테니 해당 사례의 닭이 해동했다고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1] 실제로 보리 같은 작물의 경우, 겨울에 쌓인 눈의 보온 효과로 잘 자라기 때문에 눈 덕분에 풀이 푸르게 유지된다는 사실 자체는 맞다. 눈이 많이 오면 보리가 풍년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 것. 하지만 프랜시스 베이컨이 실험해보려던 것은 일종의 냉동식품이니 원리가 들어맞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