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운/작중 행적

「선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돌길만이 봄바람에 녹색 이끼가 낀다」라는 말이 있다.
선인은 만나기도 힘들고 인연을 맺기도 힘들어, 예부터 많은 이들이 오장산을 방문했지만 모두 큰 수확 없이 돌아가야 했다.
하나 오늘 날, 많은 이들이 그리던 그 그림자는 스스로 거처에서 나와 리월항에 발을 들였다

페이몬: 크흠, 만나서 반가워. 우리는 류운차풍진군의 친구인데, 넌 이름이 뭐야?

???: 너희 둘… 뭐 하는 거지? 이 몸을 몰라보는 것이냐?

페이몬: 어라? 이 목소리는——

여행자: 진군?

페이몬: 어?! 그, 그 선조라고? 어떻게 인간 모습으로 변한 거야?

감우: 안녕하세요.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그리고 진군… 인간의 모습을 뵙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류운차풍진군: 사람 잘못 봤군. 난 류운차풍진군이 아니라 지나가던 행인일 뿐이라네

감우: …?

페이몬: 소용없는 거 같은데?

여행자: 전혀 속지 않았어요!

류운차풍진군: 크흠, 방금은 작은 시험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몸을 한눈에 알아볼 줄이야.

여행자 : (감우는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한때 매일 보던 사람이니 매일 덮던 이불만큼 알아보기 쉬운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구름과 함께 일어나 세월을 따라 사는 선인이 있었으니, 지혜롭고 이치에 밝으며,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서 『한』이라고 불렸다」

「선인이 오자 남은 [ruby(구름,ruby=류운)]이 모여들고 거센 [ruby(바람,ruby=차풍)]이 몰아쳤네. 두터운 구름이 세찬 비를 내리자 가뭄과 독기가 가시고 만백성이 구원받았네」

솔직히 네가 고른 녀석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천행 도사로서의 깨우침도 부족하고 부적을 다루는 실력도 보잘것없었거든.
하나 한동안 지켜보니, 위중한 병이 걸린 너를 불평 한마디 없이 지극정성으로 돌보더구나.
…성품은 나쁘지 않은 듯해 이 몸도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비극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나는 각종 진귀한 약재와 내 피로 단약을 만들었다. 변신약의 부작용을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억제할 수는 있었지
그리고 단약을 네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직접 행차하기로 했느니라.
이 몸은 들키지 않으려고 특별히 위장술까지 익혔다. 모든 준비가 되고 나서야 망서 객잔으로 가서 상인의 모습으로 약을 주었지.
넌 의심은커녕, 누구보다 가까웠던 나를 조금도 알아보지 못하더구나.
휴, 내 완벽한 위장술에 기뻐해야 할지, 낯선 사람 취급에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더군.

평범한 마물은 이 정도로 모여들지 않는다. 아마도 마신의 잔재에 영향을 받은 거겠지.
…어쩌면 그 마신의 잔재는 네 몸에서 나의 기운을 느껴 이토록 쫓아왔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도 마신 전쟁에 참여했으니, 개중엔 내게 「박살」 난 놈도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아무튼 무사했으니 됐다. 아침에 네가 우는 아이를 조심스레 껴안고 있는 걸 봤어. 평범한 존재가 아닌 내게도 너의 기쁨이 느껴지더군.
…그걸로 족하다.

너도 원대처럼 늘 걱정을 끼치더구나.
그해 고열이 난 너를 선계로 데려가서 치료해 주려고 하는데, 넌 날 보자 울고불고 소란을 피우며 도무지 따라오려 하질 않았지.
이유를 물으니, 이야기에 나오는 선학은 하얀색이라며 난 진짜 선인이 아니라는 거야.
내가 몸에 분을 발라 깃털을 하얗게 물들이고 나서야 너는 신이 나서 내 등에 올라탔다.
사실 인간 모습이 되기 전의 원대는 새하얀 학이었다. 휴, 원대의 원래 모습 한 번을 본 적이 없는데도 백학만을 선학이라고 여기다니…
뭐, 이 또한 인연일지도 모르겠어.

난 그걸 잘못으로 여긴 적 없다. 그건 네 「선택」일 뿐이야. 아이가 날개를 펴고 세상 밖으로 나가겠다는데 어른으로서 놓아주어야 마땅하지. 위험하거나 힘들 땐 의지할 곳이 되어주고 말이야. 인간의 책에서는 그러한 장소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더군. 집, 둥지, 항구… 하지만 본질은 모두 같다. 가는 자는 쫓지 않고 돌아오는 자는 막지 않는 것, 이것이 제자를 대하는 내 자세다. 너도 예외는 아니야.

난 이야기는 잘하지만 위로엔 좀 서툴러..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
의지가 굳건하여 어떤 어려움에도 주저하지 않지.
그러니 어떤 「꿈」이든 넌 반드시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험해지거나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도 좋아.
어찌 됐든 나이로 따지면 내가 네 「웃어른」이지 않느냐.

한운: 두 상자 부탁하네.

풍련: 네, 손님. 저희가 해등절 세일 중이라 세 상자에 10%, 네 상자는 20% 할인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운: (네 상자에 20%라? 합리적이군. 제군과 평이 것도 하나씩 사야겠어) 그럼 네 상자 주게.

풍련: 아이고, 선물용이신가 봅니다, 손님! 그럼 저희 선물 세트도 한번 보시죠. 열 개를 반값에 드립니다요. 보세요, 선물함이 참 곱죠? 빨간 리본까지 달아서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가족이나 친구에게 선물하면 딱이죠![35]

한운: (열 개는... 너무 많으려나? 하지만 항마대성과 제자들까지 합하면...) 흠...

풍련: 생각해 보세요, 1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완벽합니까? 아니면 제가 좀 더 싸게 해드릴까요?

한운: 좋지, 그럼 이 몸... 아니, 아무튼 포장해 주게.

한운: 자, 자, 신학아, 여기 앉거라.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이모가 따뜻한 차 한잔 줄까? 아니면 뭔가 다른 걸 마시겠니?

신학 : 전 이모가 드시는 걸로 마실게요.

한운 : 그래.

가명 : (한운 이모랑 신학 씨도 있잖아? 대체 몇 명을 동원한거야... 난... 일단 그냥 앉아 있어야겠다.)

한운: 이모가 마침 「송라선아」를 좀 사왔는데, 이름도 예쁜 게 맛도 좋더구나.
(다만 요즘 매일 같이 이 재고들만 소모하고 있으려니... 이 몸도 슬슬 질리는군)[41]

한운: 축제 기간이라 일이 많이 바쁘지? 이모가 도와줄 일은 없고?

신학: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모가 알려주신 대로 머리를 식탁에 꽂아버렸어요.

예덕 : (쳐다보며) 엉?!

가명 : (한운 이모랑 신학 씨... 진심이세요?)

한운 : (큰일이군. 신학과 연기를 한다고만 생각했지, 신학이 일반적인 아이가 아니라는 걸 깜빡했어)

한운 : 크흐흠... 그러니까... 새로운 친구는 좀 사귀었니? 가까이 지내질 못하니, 친구가 있어야 마음이 좀 놓일텐데...[42]

신학 : 요즘은 늦은 밤이 되면 주방에 가서 누룽지와 이야기를 나눠요. 누룽지는 말을 못 하지만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많이 놓이죠.

예덕 : (측은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어휴, 정말 불쌍한 아이구나... 말을 나눌 친구조차 없다니'[43]

한운 : 어흠흠,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할까? 신학아, 이제 뭐 할 거니? 이모랑 어디 놀러 갈까?

예덕 : '그래, 이런 게 맞는 거지... 아이를 잘 챙겨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야지...

신학 : 전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돌을 맨 채 산을 오르내리고 꽃과 풀로 끼니를 때우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원하신다면 그렇게 할게요. [44]

예덕 : (마시던 차를 뱉으며) 풉...! 콜록콜록...

한운: 옥형성, 내 생각에 대회의 상품은 다른 사람에게 남겨주는 게 좋을 듯하군.

각청: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수많은 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연을 만드신 만큼 상품을 받으셔야 마땅하죠. 게다가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해등절도 이렇게 원만하게 끝내지 못했을 겁니다...

한운: ...훗, 그럼 더 사양하지 않겠네. 다만 옥형성이 날 한 번만 더 도와줬으면 하는데. 이 상자에 든 「송라선아」를 현재 근무 중인 천암군에게 전해주게. 축제를 무사히 치른 건 모두 그들 덕분이니 말이야.

각청: (역시 류운차풍진군이야! 생각도 깊고, 고루고루 챙기시는구나) 알겠습니다. 나중에 차례차례 선물하도록 하죠.

한운: (후... 일거양득의 계책을 찾아내 정말 다행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