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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11 19:07:29

향수(시)

1. 개요2. 원문3. 분석4. 여담

1. 개요

시인 정지용이 1923년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고향을 그리워하며 쓴 시이다. 창작 시기는 등단 전이었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았고 1927년 3월『조선지광』 65호에 발표되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등재되어 있으며 우리말의 풍부한 구사,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다. 작품에서 유년의 추억과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역대 필적확인란 문구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시로, 수능에만 3회, 모의평가까지 포함하면 총 5회 나왔다.

2. 원문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1] 황소[2]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3]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3. 분석

이 시는 고향의 정경을 표현함으로써 화자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고 각 연의 끝마다 반복되는 후렴구는 리듬감, 운율을 조성하고 화자가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집약해 직접적으로 표현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 연마다 다른 고향의 정경이 나오는데 이러한 각 연의 내용을 구분지어주고 시에 통일성을 부여해 준다.

정지용 시인은 고향의 그리움을 이렇게 후렴구를 반복함에 그치지 않고 시각, 청각, 촉각, 공감각 등 다양한 심상, 즉 감각적 이미지의 사용과 토속적, 향토적 시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이 시의 정서를 형성하고 있다.

사용된 심상들은 다음과 같다.

또한 이런 시어를 통해 시간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을 알 수 있다.

공간적 배경
1연: 넓은 벌 동쪽 끝, 실개천
2연: 아버지가 주무시는 곳(방 안)
3연: 풀섶 (여기서 풀섶은 '풀숲'의 방언이다)
4연: 이삭 줍던 곳
5연: 도란도란거리는 곳(방 안)

시간적 배경
1연: 해설피(해가 설핏 기울 무렵, 해가 저물어 점차 어둑해질 때)
2연: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겨울 밤)
3연: 이슬 (새벽)
4연: 따가운 햇살(정오)
5연: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서리 까마귀는 늦가을의 까마귀를 말하므로 늦가을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성근별, 흐릿한 불빛 (밤)

4. 여담




[1] 2015 개정 교육과정 고1 <국어>(비상교육, 대표저자 박영민)에는 "얼룩빼기"로 서술되어 있다.[2] '얼룩백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것. 황소는 노란 소가 아닌 큰 수소를 뜻한다. 굳이 이 소의 품종을 따지자면 젖소가 아닌 한국 토종소인 칡소를 가리킨다.[3] 뷔인이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빈, 비어있는 이라는 뜻[4] 또한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는 모습이 묘사 되었으므로 청각과 시각의 복합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5]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가 감히 '딴따라'랑 같이 음반을 냈다는 이유의, 지금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이다.[6] 옥천군 특산물 브랜드 이름이 꿈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