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바둑 용어. 상대의 수를 보고 그대로 천원기준 점대칭 좌표에 착수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바둑을 뜻한다.당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제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서 묘수를 둬도 상대방이 그대로 복제해서 이득을 챙겨가기 때문에 나름 골치아픈 전략이다. 하지만, 시전자 입장에서도 상대의 악수나 약점들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흉내바둑을 두는 사람은 언제 흉내를 그만 두고 자신의 바둑을 두어야 하는지 타이밍을 잘 계산해야 한다.
아래쪽에서 설명하겠지만, 초보가 구사하면 패할 가능성이 99%이다. 고수들이라면 '무작정 따라하는 흉내바둑' 따위는 간단하게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흉내바둑은 크게 흑에서 시작하는 것과 백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나뉜다.
2. 흑의 흉내바둑
흑은 첫 수를 천원에 둠으로써 흉내바둑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경우 백은 천원점 착수의 묘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흑은 천원점 착수의 묘가 사라지는 수를 둘 때쯤 흉내를 그만두고 보통의 바둑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대바둑의 경우 6.5집이라는 덤 때문에 흑이 흉내바둑을 내는 이득 자체는 생각보다 없는 편으로 판단하고 있다. 백의 천원첨 착수의 묘를 없애는 수단 때문에 6.5집 덤에 걸리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즐겨 구사했다고 해서 태합기(太閤碁)라고도 불리며, 중국에서는 주원장이 원조로 전해지고 있다.
2.1. 흉내바둑 공략 방법
천원점으로 시작해서 백을 무조건 따라하는 흑의 흉내바둑은 백돌을 잡은 사람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두면 간단히 부숴버리는게 가능하다.천원을 기준으로 흑을 회오리처럼 감싸게 둔 다음, 백이 20으로 흑 다섯점을 따내면, 흑은 더 이상 따라 둘 수 없게 된다. 저렇게 두면 초수 천원의 의미는 없어지고, 저 공방에서의 첫 수를 백이 먼저 두기 때문에 흑이 한 수 느려, 사활 싸움에서 지게 된다. 그래서 기계적으로 따라 두는 것으로는 이기기는 커녕, 비길 수 조차 없다.
히카루의 바둑에서 흉내바둑을 두려고 하다가 위 그림처럼 천원점을 중심으로 돌이 포위돼서 잡히게 되는 상황이 등장한다. 아키라가 흉내바둑을 눈치채고 5수째는 천원의 수를 잡기위한 포석에 들어갔는데, 상대방이 여전히 따라하는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마추어와 프로급[1]의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둑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 사람이 잡히기 직전까지 눈치를 못 채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흉내바둑의 단점을 알려주기 위한 작가의 허용이라고 봐야 할듯.
흉내바둑은 초반의 포석을 따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방법으로 두는 것이지 무작정 따라 두는 것이 아니다. 아래의 예시에서도 나오듯이 프로의 바둑에서도 간간히 나온다.
3. 백의 흉내바둑
백은 천원점 없이 상대의 수를 따라 두게 된다. 덤이 생기기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덤이 생기고 나서는 이 흉내도 상당히 높은 가치가 있다고 한다. 서봉수가 조훈현을 상대로 흉내바둑을 둔건 유명한 일화이다.3.1. 흉내바둑 공략 방법
이 경우는 공략법이라고 부를 만한 것 자체가 없는데, 상대 흑이 난데없이 천원에 착수하면 강제로 흉내바둑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창호는 상대방의 흉내바둑에 대해 천원을 두는 방법으로 돌파한 경우가 있다. 다만, 이는 흑이 거의 아무런 이득 없이 1수를 포기하는 것이라, 무작정 두었다가는 이것이 실착이 되어 경기에서 패배할 수 있게 된다.기사들의 연구에 의해서 나온 세련된 해결책은 바로 '축'이다. 흑이 천원을 향하는 축을 만들어 몰아 놓은 뒤, 마지막으로 천원에 착점하여 축머리를 완성하는 방법이다. 흑은 축머리가 있으므로 백을 잡을 수 있지만, 반대로 백은 흑을 잡을 수 없다. 관련 게시물.
* 조훈현은 서봉수와의 대결 이후, 흑 첫수를 소목 대신 화점을 두기 시작했는데, 이 경우 상대가 흉내바둑을 두면 축을 몰아 응징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 2016년 알파고가 흑일 때, 흑 5까지 썼던 포석이 바로 이것.
*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벤손다르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4. 흉내바둑 사례
현대 바둑에서는 일본의 프로 기사인 후지사와 호사이[2]가 흉내바둑의 원조로 꼽힌다.국내에서는 1980년 12월에 시작한 제 15기 왕위전 도전 7번기에서 서봉수가 조훈현을 상대로 꺼내든 것이 가장 유명하다. 국내 타이틀 전관왕의 명예를 조훈현에 내주고 와신상담하던 서봉수는 조훈현과의 대결 패턴을 복기한 결과, 자신의 실력으로는 초반 포석의 감각과 속도면에서 조훈현을 따라갈 수가 없고, 이 때문에 고전한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초반 포석을 똑같이 따라가면서 중반부터 승부를 보자는 판단으로 흉내 바둑을 사용했다. 결국 7번기동안 백번 필승의 형세를 보이면서 4승 3패로 왕위 타이틀을 탈환했다. 참고로 이 대결 이후 거의 소목 포석만 쓰던 조훈현 九단이, 흑일 때 첫 수를 화점에 두기 시작한 계기라고 한다. 백이 흉내내면 우하귀 소목에서 축을 몰아 상대방을 응징할 수 있는 포석이기 때문이다.('백의 흉내바둑' 참고). 1988~9년 제1회 응씨배에서도 흑일 때는 이렇게 뒀다.
그 직후 강훈이 서봉수를 상대로 흉내바둑을 시도했으나 1승 1패를 기록했다. 강훈은 98년 명인전에서는 이창호를 상대로 다시 흉내바둑을 시전했었는데, 난감해하던 이창호는 15수만에 천원에 돌을 놓아서 흉내바둑을 깼고, 결국 이창호가 승리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종목 남자단체전 예선 중국전에서, 박정환이 중국의 저우루이양을 맞아 흉내바둑을 펼쳐 승리했다.
5. 인공지능 바둑에서의 흉내바둑
위의 몇몇 예를 제외하면 프로기사들은 흉내바둑을 적극적으로 두는 편이 아니었으나, 알파고 이후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 AI를 상대로 한 흉내바둑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초중반 운영 능력이 인간 기사를 그야말로 압살할 지경이라 정면대결에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파고 마스터를 상대로 흑으로 흉내바둑을 둔 저우쥔쉰이 대표적.딥젠고의 경우 일정 수순까지 흉내바둑이 진행되면 항상 천원에 둬서 흉내바둑을 깨뜨리는데, 아예 예외적으로 하드코딩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벤손다르의 경우는 흉내바둑이 나오면 절묘하게 축을 모는 방법을 사용해서 흉내바둑을 격파한다고 한다. 몰아 가는 방법도 이름처럼 예술적이다. 관련 게시물
6. 기타
두 대국자 모두 서로 머리싸움이 엄청 치열해진다. 다만 일반적으로 흉내를 내는 쪽이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소비한다고 한다. 이는 언제 흉내를 그만둘지 선택권이 흉내를 내는 쪽에 있기 때문인데, 선택권이 있는 쪽이 좀더 고생을 한다는 게임 이론도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사실이다. 참고로 어떤 바둑이든 끝날때까지 흉내바둑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바둑판 자체가 361로의 홀수이고, 중앙에 '천원'이 있기 때문이다.[1] 이 시점에서 토우야 아키라는 프로는 아니었고 실력만 프로급이었다.[2] 후지사와 히데유키 9단의 친척으로, 나이는 호사이가 더 많지만 항렬로는 조카(...)라고 한다. 일본기원 최초의 九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