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PC 제품 역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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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PC AT (model 5170)
1. 개요
1984년 8월, IBM PCjr에 바로 이어서 나온 IBM PC의 모델. 모델 넘버는 IBM PC XT의 5160에 이은 5170으로 XT의 후계기임을 명확히 하였다. IBM PC AT는 Advanced Technology의 약자. 상업적으로 실패한 IBM PCjr와는 달리 IBM PC AT는 IBM PC와 XT의 후계기로 부족함이 없는, 아니 오히려 전작들을 훨씬 능가하는 걸작이었다. 2010년대까지 통용되었던 IBM PC 호환기종의 원형을 확립한 기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IBM PC XT가 IBM PC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면 IBM PC AT는 IBM PC의 첫 메이저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IBM PCjr이 성능을 떨어뜨려 보급형 시장을 목표로 잡았다면, IBM PC AT는 성능을 크게 올려서 고급형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2. 하드웨어
메이저 업그레이드 답게 변경점이 많다.- CPU
인텔 80286으로 교체되었다. 클럭은 6MHz.[1] 기존의 8088 4.77MHz보다 클럭은 크게 빨라지지 않았지만 실제 성능은 3배 정도 된다.[2] 부동소수점 연산 유닛(FPU)으로 보조 프로세서를 장착할 수 있는 소켓도 있었는데 80287 뿐만 아니라 8087도 장착할 수 있다. 다만 80286의 성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보호 모드(Protected mode)로 동작해야 했는데 MS-DOS는 8086과 호환성을 유지하는 실제 모드(Real mode)에서 동작했을 뿐만 아니라 80286의 보호 모드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사용될 일은 없었다.
- RAM
기본 256KB 장착. 80286의 메모리 어드레스 버스가 24비트가 되면서 16MB까지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80286 보호 모드 문제와 MS-DOS의 메모리 관리 기능 문제로 '실제 모드'로 동작하므로 기본 메모리가 8086/8088의 한계인 640KB로 제한되었다. 1985년 중첩 확장 메모리 규격(EMS), 1988년 확장 메모리 규격(XMS) 등의 각종 확장 메모리 관리 기법이 나올 때까지 1MB 이상의 RAM은 다루기 어려웠다[3]. 이때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사용자들을 주구장창 괴롭혔던 기본 메모리 문제가 시작되었다.
- 그래픽스
기존의 MDA, CGA를 기본으로 장착할 수 있었으며 IBM PC AT가 발매되고 약 2개월 후에는 EGA와 PGC(Professional Graphics Controller/일명 PGA)가 발매되어 이들 역시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EGA는 성공적으로 보급되었지만 PGC는 전문가 시장을 목표로 발매했음에 걸맞게 4천 달러가 넘어갔기 때문에 거의 보급되지 않았다. 1984년에 발매한 PGC는 640×480의 해상도에 4096색 중 256색을 쓸 수 있었다. 이 역시 한국은 최초 발매로부터 한참 지난 1990년대 초에 보급되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는 이미 640X480 VGA카드를 장착해놓은 경우가 많았다.[4]
- 사운드
PC 스피커. 이것만큼은 변함없다.
- 확장 슬롯
16비트 버스인 AT 버스(ISA) 슬롯 8개를 탑재했다. 이 때부터가 진정한 16비트 PC라고 볼 수 있는데, 80286 CPU는 8088과 달리 내/외부 동작이 모두 16비트로 동작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16비트 확장 슬롯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다만 기존의 주변 기기도 사용해야 했으므로 XT 버스와도 하위호환성을 유지하도록 설계하였다. PCI가 등장할 때까지 IBM PC 호환 기종에서 유행했던 확장 슬롯은 바로 이 ISA였다.
- 보조 기억 장치
1.2MB 5.25인치 2HD(양면 고밀도)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탑재했다. 이 때문에 IBM PC XT에서 쓰던 2D(양면 저밀도) 플로피 디스크를 IBM PC AT에서 저밀도 옵션을 주지 않고 그냥 포맷했다가 배드 섹터로 도배가 되어 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후 PC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더 이상 필요없어질 때까지 2HD 규격을 사용했다. 후기 모델의 경우 1.44MB 3.5인치 2HD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하기도 했으며 후속 모델인 IBM PS/2 에서는 전 모델에 3.5인치 드라이브를 탑재했다.
하드 디스크는 기본으로 장착하게 되었으며 용량도 2배로 뛰어, 20MB가 달려 나왔다. 속도도 IBM PC XT의 10MB 모델보다 2배 이상 빨랐다.
- 키보드
IBM PC XT의 83키를 개량한 84키 짜리 키보드가 쓰였다. IBM PC XT 호환 기종이 한국에 보급될 때 같이 보급된 키보드가 바로 이 84키 규격이다.[5] 나중에 101키 규격을 가진 개량된 키보드도 등장했는데 그것이 오늘날까지 사용하는 키보드 규격의 기초가 되었다. 메커니즘은 XT와 마찬가지로 버클링 스프링 방식 키보드가 대부분. 이 역시 후기 기종에서는 101키 규격이 대세가 되었고, 윈도우즈 보급과 함께 106키로 넘어가게 되지만 이는 AT시절은 아니다.
- 기타
- 동전형 전지로 리얼타임 클럭(RTC)을 동작시켜 시계를 실시간으로 지니게 된 것도 IBM PC AT부터였다. 이전에는 부팅할 때 현재 날짜와 시간을 물어보고 그 시점부터 시간을 계산했다. 다만 호환 기종에는 저런 것들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과거 컴퓨터 사용법을 다루는 학습 만화 등에서 IBM PC XT도 아닌 IBM PC AT 호환 기종을 다루는데 날짜와 시간 입력하는 장면이 나왔던 이유이다. 반대로 오히려 이전 기종인 IBM PC XT 호환 기종[6]인데도 RTC가 내장되어 있는 기종도 있었다.
- IBM PC XT까지 IRQ 8개, DMA 채널 4개였던 것이 IRQ 15개, DMA 채널 7개로 확장되었다.
3. 소프트웨어
- 운영체제
PC-DOS 3.0이 IBM PC AT와 함께 발표되었다. 이 버전부터 IBM PC AT를 지원했다. 이후 버전들도 이 컴퓨터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4. 기타
- IBM PC AT는 IBM PC 호환 기종의 폼 팩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메인보드의 디자인은 'AT 폼 팩터'라는 이름하에, 펜티엄 2에서 ATX가 나올 때까지 10년 넘게 쓰이게 되고, AT 버스도 ISA라는 이름하에 PCI가 나올 때까지 주구장창 쓰이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IBM PC 호환 기종의 원형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 어째선지 일본에서는 PC/AT라는 단어가 IBM PC 호환 기종이라는 의미와 동의어로 사용된다. 즉, 본문에서 다루는 IBM PC AT(모델 5170)의 클론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사용하는 x86 아키텍처의 PC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의미의 단어로 'DOS/V 머신'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당시 PC-9801 같은 일본산 PC들과의 구분을 위해 불렀던 용어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1] 후기에 8MHz 모델이 나왔다. 여담으로 한국의 호환 기종의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가 늦어서인지 80286@12~21MHz가 주류였다. 80286 자체는 25MHz 모델까지 있다.[2] 5MHz 8088이 약 0.33 MIPS, 6MHz 80286이 0.9 MIPS. 1 MIPS는 초당 100만 명령어(Million instructions per second)를 처리하는 속도를 의미한다.[3] 1MB이상의 메모리 영역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BIOS 함수가 있기는 했지만 대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1MB이상의 영역에 접근하기 위해 보호 모드로 들어갔다가 키보드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CPU를 리셋하는 방식으로 실제 모드로 돌아오는 탓에 속도가 매우 느렸다.[4] 대개 중간과정인 CGA, EGA 등을 건너뛰고 8088 XT + 허큘리스 단색 카드 → 80286 AT + VGA 조합으로 바로 넘어가는 추세였다.[5] 대기업 PC등 일부 호환 기종은 여기에 현행 106키 규격처럼 스페이스바 좌우를 약간 희생시켜 한자 키와 한영 키를 추가한 86키 규격이었다.[6] 대우전자 아이큐 슈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