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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17:10:47

가죽 갑옷

피갑에서 넘어옴
1. 정의2. 종류
2.1. 생가죽(Hide)2.2. 가죽 갑옷 (Leather Armour)
2.2.1. 보일드 레더 아머(Boiled Leather Armor)2.2.2. 옻칠 갑옷2.2.3. 가죽 찰갑(Leather Lamellar)2.2.4. 버프 코트 (buff coat)
3. 금속 갑옷과의 비교4. 역사5. 매체 vs 현실
5.1. 스터디드 레더 아머

1. 정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 아마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한 갑옷.[1]

그냥 가죽으로 만든 옷이라고 해도 천옷보다는 나은 방어력을 제공하지만, 갑옷(甲)이라고 부르는 것은 보통 가죽이 아니라 특별히 경화(硬化) 과정을 거쳐 단단하게 만든 가죽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괜찮은 것은 강도가 플라스틱 수준이라 도검류의 베기 공격은 상당히 잘 막아준다.

2. 종류

2.1. 생가죽(Hide)

파일:external/www.abedeverteller.nl/Ulfhednar1.jpg

말 그대로 동물의 가죽을 벗겨서 그대로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이다. 즉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무두질을 하지 않은 채로 말려서 재단하여 만든다. 작은 동물의 생가죽은 Hide라고 하지 않고 주로 , , 들소, 물소, 코뿔소, 코끼리, 하마 등 덩치가 크고 피부가 두껍고 튼튼한 짐승의 가죽을 Hide라고 한다. 털을 그대로 살린 털가죽(Fur) 또한 Hide에 포함된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이후에는 강철 갑옷에 장식으로 붙는 등 오랫동안 애용되었다.

이런 갑옷이라 부르기도 뭐한 물건으로 대체 뭘 어떻게 막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은, 잘 말린 생가죽은 피부 안쪽의 젤라틴과 지방질이 딱딱하게 말라 방어력이 일반 천옷보다 훨씬 튼튼하다. 영국의 한 수도자가 남긴 기록에서 바이킹 약탈자들이 가죽을 걸친 채로 쳐들어왔는데 '칼로 쳐도 베이질 않더라.'라고 할 정도였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말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생가죽이라 모양새가 영 안 살고, 무두질을 하지 않아 습기와 세균에 노출되면 쉽게 썩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또한 무두질한 가죽 갑옷에 비해서 훨씬 무겁다는 것도 단점이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중세 중반부터 거의 없어졌고, 미개인이나 야만인들이 착용하는 갑옷이라는 인식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한편 동양에서는 근대 태동기까지 생가죽 갑옷이 사냥꾼 등 민간에선 종종 쓰였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멧돼지 생가죽을 미늘로 재단하여 엮은 조선의 피갑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갑옷에 포함되지는 않는 것이지만 게임에서는 털가죽 갑옷을 Hide Armour라고 부를 때가 많다.[2]

2.2. 가죽 갑옷 (Leather Armour)

파일:external/www.elvenforge.com/roman_jimmy.jpg
무두질과 경화(硬化) 처리를 거쳐 단단하게 만든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다. 단단한 가죽이라고 해서 하드 레더(hard leather) 라고도 부른다.

경화 과정은 형태를 잡은 다음에 표면에 기름을 칠하고 그늘에서 말리는[3] 과정을 반복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왁스를 칠해 마감한다. 이렇게 하면 기름이 가죽 속에 스며들어서 밀도가 높아지고 단단해진다고 한다. 판타지에 많이 등장하는 가죽 갑옷이 이것인데 서양 역사재현 쪽에서 복원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가죽을 끓이거나 옻칠을 하는 등, 여러 가지 경화 기술이 있다.

2.2.1. 보일드 레더 아머(Boiled Leather Armor)

파일:external/www.esford.com/I1004%20Child%20Medieval%20Leather%20Armour.jpg

기름에 삶은 가죽으로 만든 갑옷. 가죽 갑옷 중 그 기술력이 단연 종결자급인 갑옷으로, 아시아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유럽에서는 중세 후반까지 쓰였다. 프랑스어로 퀴르 부이[4]이라고 부르며 일부 게임에서는 한국식 영어로 읽어서 '큐일 보일'이라고도 한다. '보일드'라는 말이 들어간 것과 같이, 이 갑옷을 만들기 위해서 가죽을 파라핀을 섞은 끓는 기름에 삶아야 한다. 큰 솥에 집어넣었다 뺐다를 몇 시간동안 서너차례 반복하며 삶으면, 가죽이 손으로 구부리기가 어려울 만큼 단단해진다. 튼튼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모양까지 반들반들해져서, 우리가 판타지물에서 많이 본 가죽 갑옷들과 굉장히 생김새가 유사하다. 단단함은 플라스틱 수준인데, 베기 공격은 매우 잘 막아주지만 도끼나 철퇴 같은 중량무기의 강력한 공격을 받으면 휘어지는 것이 아니라 쪼개져버릴수 있다. 물론 쪼개진다는것을 단점이라 할수는 없는 게, 다른 가죽갑옷은 막지 못하는 둔기조차도 어느정도 막아낸다는 의미이기 때문.

2.2.2. 옻칠 갑옷



육군박물관 소장 두정투구. 머리를 보호하는 검은 부분이 철로 보이지만 실은 옻칠한 가죽이다.

서양에 보일드 레더 아머가 있다면, 동양에는 옻칠이 있다. 옻칠을 하면 의 수지 성분이 가죽에 스며들면서 단단해짐은 물론, 옻칠의 항균/내열/내습효과로 인해 가죽이 튼튼해지면서 잘 썩지 않고 오래간다. 화살과 창검을 막아내는 지갑의 높은 내구력도 소금물과 더불어 종이에 바르는 옻칠에서 온다.

2.2.3. 가죽 찰갑(Leather Lamellar)

파일:armour_lamellar_cameron_11.jpg
찰갑은 보통 작은 철판 조각을 실이나 가죽끈으로 엮어서 만든 갑옷을 말하는데, 금속 대신 가죽 조각을 사용하기도 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유성룡 찰갑이 있는데 옻칠을 하여 가공한 가죽을 엮어서 만든 갑옷이다. 이걸 가죽이나 누비옷 안에 넣고 징으로 고정하면 두정갑이 된다. 서양 버전으로는 브리간딘이 있다.

2.2.4. 버프 코트 (buff coat)

파일:external/farm4.static.flickr.com/3026046894_d2f62e053c_z.jpg
17세기에 등장한 소가죽 코트. 의 발달로 금속 갑옷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등장한 갑옷이다. 자세한 내용은 버프 코트 항목 참조

3. 금속 갑옷과의 비교

가죽 갑옷과 금속 갑옷은 공격으로부터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입는다는 점은 같지만, 방어의 메커니즘은 재질로 인해서 재료공학적인 차이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재료의 응력 텐서의 차이 때문인데, 금속 쪽이 좀 더 외부에서 가해진 응력(stress)에 저항하는 정도[5]가 강하다. 따라서 찌르는 응력[6]이 가해졌을 때, 찔린 부분 주위에 변형이 전달되는 정도가 가죽 쪽이 훨씬 높다.[7] 따라서 오로지 압력과 그로 인한 국소적 변형(strain)으로 데미지를 주는 창 따위의 찌르는 무기에 맞서 금속은 그 재료가 들어간 부위에 한해서 거의 방어를 완벽히 하지만, 가죽으로는 막아도 꽤나 데미지가 있다. 이는 인간의 몸이 손상되는 방식이 특정 부위의 변형(strain)도에 따라서 조직이 손상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점 응력(stress)이 들어와도 금속 쪽의 변형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인체가 넓게 받은 일정 수준 이하의 손상을 무시할 수 있는 반면, 가죽 쪽은 해당 부위에 제한되기 때문에 좁은 곳에 힘이 집중되어 인체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는 것이다.

금속 갑옷은 경도가 높기 때문에 절삭으로 신체를 손상시키는 베는 무기에 대해서는 해당 부위 한정으로 완벽에 가까운 방어력을 보여주는 반면, 가죽 갑옷은 경화 처리를 거쳤다 하더라도 금속의 경도에는 비견되지 못한다. 따라서 아주 절삭력이 높은 무기라면 가죽 갑옷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위에도 설명한 응력 텐서의 세 항은 가해지는 방향에 대한 해당 방향의 변형도, 즉, 탄성 계수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금속은 전반적으로 탄성이 우수한 물질이다. 간단히 스프링만 생각해 보더라도 답이 금방 나온다. 다만 금속은 소성도 강해서 탄성 한계를 넘기면 형태가 변한다면, 가죽은 소성이 약해 탄성 한계를 넘으면 파괴된다. 금속도 소성 한계를 넘는 응력이 가해지면 파괴되는 것은 똑같지만, 소성 한계가 높기 때문에 파괴되지 않은 상태로 형태만 변형되는 구간이 길다.

따라서 둔기에는 금속 갑옷이 가죽 갑옷보다 약하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이는 판금갑옷이 둔기에 약하다는 말이 다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플레이트 아머 항목에도 나오지만 판금갑옷이 둔기에 약하단 썰도 사실이 아니다. 다만 중세 갑옷의 대명사인 사슬 갑옷과 비교한다면 맞는 말이다. 사슬갑옷은 워낙 유연하다보니 둔기에 맞으면 방어가 안되는 것을 넘어 사슬이 살에 박힌다. 때문에 사슬갑옷 밑에는 보통 갬비슨을 내피로 입었다. 발전된 형태의 금속 갑옷인 브리간딘부터는 모든 면에서 가죽 갑옷보다 나은 방어력을 제공했고 판금 갑옷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금속 갑옷은 움직일 때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날 수밖에 없는데 비해 가죽 갑옷은 매우 조용하다. 이는 근거없는 썰이 아니라 현대의 실험으로도 증명된 부분이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암살자나 도둑 계열이 주로 가죽 갑옷을 입는다는 설정을 하기도 한다.

4. 역사

아무리 가죽이어도 어쨌든 갑옷은 갑옷이기에 보통 멧돼지, 코끼리, 코뿔소, 하마, 악어, 소 등 가죽이 두껍고 튼튼한 짐승들의 가죽을 재료로 사용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상나라, 춘추전국시대의 주 시기, 수많은 전쟁통에 물소, 악어, 코끼리, 코뿔소를 닥치는 대로 잡아 가죽으로 갑옷을 만들었으며, 서식지 파괴로 인한 중국의 기후변화까지 겹쳐서 결국 황하장강 유역 일대를 비롯한 중국 남부 지역에서 아시아코끼리[8],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 물소, 한유수쿠스, 바다악어, 양쯔강악어가 멸종하는데 일조하였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코뿔소, 하마나일악어 가죽 갑옷도 무덤에서 나오곤 한다.

사실 현재로써는 고대에 쓰인 가죽 갑옷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대충 남겨진 기록이라도 없는 이상 알 길이 도저히 없다. 왜냐면 남아있는 게 거의 없다. 이 항목에 등재된 이미지들이 꽤 판타지스러운 모양을 띄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전용 가죽 갑옷은 별로 남아있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 만들지도 않기 때문. 그나마 판타지 작품 재현용으로나 조금씩 제작된다. 가죽은 유기물인지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썩는다. 가죽 갑옷은 현역으로 뛸 때도 갑옷 주인이나 병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주고 손질해야 한다. 사실 철갑옷도 빈도만 낮을 뿐 지속적인 관리는 필수다. 방심하면 녹이 슬어 버리기 때문이다. 찰갑같은 경우 가죽찰이면 말할 것도 없고, 철찰도 찰을 잇는 끈을 가죽이나 비단, 천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미늘이 철일 경우 끈이 쓸려 끊어지기 쉬우므로 끊임없이 정비해야 한다. 그냥 놔두면 여름부터 썩어서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고 한다. 하물며 그런 갑옷이 관리할 사람도 없는데 남아있을 리가 없다. 그런 이유로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대의 가죽 갑옷 유물은 이집트나 시베리아처럼 건조한 기후로 인해 유기물이 잘 안썩는 곳에 드물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기록을 보고 대충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고 유추하는 정도다.

시대가 지날수록 금속 갑옷이 가죽 갑옷보다 더 우세해져 간다. 기술의 발달로 금속 갑옷이 덜 불편하면서도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가죽의 공급이 갑옷을 대량생산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은 땅에서 캐낼수도 있고, 또 망가진 철제 도구를 녹여서 재활용하는것도 가능했던 반면 가죽은 일단 동물을 죽여야만 나온다는 점에서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 픽션 작품의 영향으로 경보병이나 궁병이 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가죽갑옷보다는 천으로 만들고 양털이나 헝겊 부스러기를 채워넣은 누비 갑옷류가 더 성행했다. 누비천을 여러 번 겹친 것이 현대의 방탄복처럼 관통방어력에도 도움이 되고, 방검복 항목에 나오듯 의외로 방탄복과 같은 구조는 방검에도 도움이 되어 직조만 제대로 한다면 보통 가죽보다 여전히 저렴하면서 튼튼했다. 또한 경화 가죽으로 충분한 방어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해서 가격이 올라가고 두께도 두터워지는 데다가, 처리과정에서 유연성도 떨어져서 금속 갑옷과 경쟁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실용 가죽 갑옷은 통 가죽 갑옷은 드물고 가죽 편을 이은 찰갑 등이 더 많았다.

5. 매체 vs 현실

영화, 만화, 게임 등 매체에서는 가격이 매우 싼 갑옷으로 나오며 대부분의 경우 모험을 시작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극초반에 사용하는 갑주로 묘사 된다. 비디오게임 훨씬 이전에 등장한 D&D등의 TRPG에서 게임 내 세계관, 설정 등을 만들 때 이상, 판금 미만의 등급을 갖는 소재로 자주 쓰였고, 이후 여러 매체에서 그러한 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대규모 목축이 발달하기 이전에 가죽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멧돼지, 들소, 하마, 코뿔소, 악어 등의 대형 짐승을 사냥하여 얻었기 때문에 드는 수고와 비용이 컸고, 전쟁에 투입할 대규모 병력을 무장시킬만큼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짐승을 사냥했다고 해서 그 가죽이 전부 쓸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개 갑옷을 만들만한 부위는 짐승의 등가죽 부위로 한정이 되었기에 생각만큼 공급이 쉽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 가죽갑옷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매체상의 통가죽 형태보다는 가죽을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되어 사용했고, 주로 일반적인 천갑옷, 누비갑옷 등에 덧대는 식으로 썼다.

특히나 유럽의 경우에는 가죽 갑옷이 널리 사용되었다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로마군의 경우, 오히려 고위 지휘관들이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었고 병사들이 사슬 갑옷같은 철제 갑옷을 입었다. 통짜로 몸통 전체를 가릴 만한 가죽이 비싸기도 했거니와, 지휘관들은 직접적으로 목숨이 위험한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자세한 내용은 로리카 참조.

중세시대에는 사냥으로 얻는 한정된 수량 외에 가죽은 대개 소를 키우는 목장에서 나왔는데, 오늘날 산업적 규모로 순전히 가죽을 얻기 위해서 가축을 키울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중세는 그러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가죽을 얻겠다고 멀쩡한 소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소는 비싼 동물이자 장원의 소중한 재산이었다.

겨울철에 대부분의 짐승을 먹여살릴 능력이 없었던 배경상, 다음 해 새로 키울 가축들을 제외한 나머지 수량을 도축할 때에만 비로소 가죽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렸다. 당연히 그렇게 얻은 가죽 대부분은 우선순위에 따라 각종 생필품에 해당하는 가방, 상자, 혁대, 끈 등등에 우선적으로 투입되었고, 그 생필품 중에서도 가죽이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신발이었다. 그렇게 민간 수요를 제외한 나머지 가죽을 전쟁을 위한 병기 및 무구에 사용했는데. 물론 각종 병기류에 사용되는 가죽끈, 가죽부품 등, 그리고 갑옷에 필요한 덧댐부위, 보강부위, 부츠와 장갑 등에 가죽을 필요로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축산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조차도 가죽갑옷은 대량보급될 만큼 값싼 물건이 아니었다.

RPG 게임이나 일본 이세계물에서야 주인공이 처음 들어가는 어떤 무기점에서도 바로 한 벌 뚝딱 맞춰주는 게 가죽갑옷이지만, 중세에 가죽갑옷을 만들려면 비싼 돈 줘가면서 양질의 가죽을 구입하여 무구점에 제공을 해야 했다. 직접 짐승을 잡았다고 해도 가죽의 기본재단, 경화처리(태닝 tanning) 등을 해야 하는데, 이게 또 전문직이라서 비싼 돈을 내야 했다. 더구나 그렇게 한 벌 맞췄다고 할지라도 직접 사용한 후에 지속적인 관리 및 수리에 비용이 드는데, 가죽을 수선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죽은 오늘날 기준으로도 망가졌을 때 수선하기에 큰 돈이 든다. 그만큼 전문적인 기술력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 만약 수선이 불가능하다면 해당부위를 대체하기 위해 또 새 가죽을 얻어다 경화하고 제공해서 또 돈 주고 수선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가격에 걸맞은 성능을 발휘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갬비슨 항목에서도 나오지만 단순한 방호력과 가격은 둘 다 천 갑옷만도 못한 게 가죽 갑옷의 현실이었다. 천갑옷보다 나은 점이라면 방수가 된다는 점과 천갑옷보다 오염에 강하다는것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세 시대에 가죽 갑옷이 사용된 예보다도 갬비슨같은 누비 갑옷이 사용된 경우가 훨씬 많다. 고대와는 달리, 중세에 사용된 가죽제품 유물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가죽 갑옷 유물은 극소량뿐이다. 천 년 가까운 중세 동안 많은 미술 작품에서 수 많은 기사, 무인, 병사들이 묘사되었음에도 그 중에서 가죽 갑옷을 착용한 예도 매우 드물다. 근대 이전 물품의 가격 변동의 추이를 추적했을 때 천갑옷이나 누비갑옷 만드는 데 주로 사용했던 아마포의 가격보다 가죽의 가격이 낮았던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가, 보급 및 유지의 측면에서 천갑옷, 누비 갑옷을 사용하는 것이 가죽 갑옷보다 용이했다는 점 등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브컬처에서는 흔히 가죽갑옷 - 사슬갑옷 - 판금갑옷 이라는 식으로 방어구 등급이 나뉘어져 있지만 중세 시대에는 가죽 갑옷이 사용된 경우가 거의 없고, 소량 실물로 존재하는 것들은 대부분 실전용이 아닌 장식, 예장용이거나 드물게 개인 취미로 제작되었다. 대부분은 가죽으로 갑옷을 통짜로 한 벌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무구를 부분적으로 강화하거나[9] 쉽게 해지는 곳을 보강하는 등 용도로 사용했다. 그 외는 유연성이 필요한 부분에 소량 쓰거나[10], 갑옷이 아닌 실용적인 부품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그나마 가장 가죽 갑옷스럽게 사용된 형태는 중세 중반에 호버크/호버전의 위에 입는 코트 오브 플레이트라고 불리는 형태인데, 트랜지셔널 아머 항목에서 볼 수 있듯이 찰갑을 가죽 자켓 안쪽에 넣은 것이라 실제로는 찰갑을 징 따위로 고정시키는 두정갑같은 녀석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경우 원가 절감 및 추가적 패딩을 위해서 누비옷이 사용된 사례가 서양에는 더 많다.

이 외에 가죽 갑옷이라 불릴만한 것은 찰갑 계통이다. 가죽 찰갑은 고조선시대 유물로도 나오며 조선에서도 황동두정갑이라는 가죽 찰갑을 쓴 갑옷에 대한 기록과 서애 류성룡의 가죽 찰갑 유물이 존재했다. 어느 정도 발상의 역전으로 볼 수 있는 게, 앞서 말한 등가죽 넓은 부위가 아니더라도 자투리 가죽으로 여차하면 만들 수 있기에 역사상 비교적 이른 시점에 등장할 수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위의 이야기는 좁게는 중세 유럽, 넓게는 농경민족들의 이야기이다. 수렵민이나 유목민들이라면 직접 구하기 어려워 교역으로 충당해야만 하는 철이나 천보다는 식량을 구하는 과정에서 얻게되는 가죽이 오히려 구하기 쉬웠을 것이니 가죽 갑옷이 널리 사용되었을 것이다. 위의 생가죽 갑옷에서 언급된 바이킹의 일화나 조선 초기 여진족들이 가죽갑옷을 주로 입었다는 기록을 볼때 가죽갑옷이 대중적이었던 지역과 시기도 분명히 존재했다.

결국 판타지에서의 가죽 갑옷 사용은 정말 판타지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작품이라면 모험을 시작하는 초보자가 구하는 최초 한 벌의 갑옷은 보통은 가죽 갑옷이 아니라 팔꿈치나 무릎 등 부위에 일부 가죽이 사용되고, 그 외 접합 부위를 가죽끈으로 동여 맨 누비 갑옷과 같은 재질의 코이프가 될 것이다. 특히나 가격대에 따라 갑옷 수준이 바뀐다는 설정이 유지된다면 이 다음 단계에 메일이나 플레이트 아머를 걸치기 위해서라도 누비옷이 필수적이 되기 때문에 가죽 갑옷으로 시작하는 초보자라 해도 누비갑옷은 반드시 구하게 되어 있다.

그 외에 몇몇 작품에선 가죽의 원재료를 드래곤과 같은 희귀한 몬스터의 그것으로 설정해서 가죽 갑옷에 희소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판타지의 클리셰가 상당 수 D&D에서 나온지라 모험가들이 가죽갑옷부터 시작하는 것도 디앤디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는 않다. D&D의 전사성직자의 갑옷은 보통 체인메일이나 스케일 메일부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는 시작 재산이 어느정도 랜덤이지만 평균적으로 120gp로 시작하는데, 무기 사고(장검이라면 20GP), 방패 사고(10GP), 모험가장비팩[11] 사고(10GP) 남는 돈으로 갑옷을 마련한다. 그리고 스케일 메일이 50gp, 체인 메일이 75gp이므로 일부러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만 못한 가죽 갑옷을 입을 일은 처음부터 없다. 때문에 모험 시작부터 끝까지 금속 갑옷만 입지 가죽 갑옷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D&D에서는 전설적인 마법 가죽 갑옷조차 동네 대장간에서 만든 금속 갑옷보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D&D의 가죽 갑옷은 사실상 로그 클래스 전용 갑옷이다. 설정상으로 로그는 제대로 된 갑옷술 훈련을 받지 않았으므로 금속 갑옷을 못 입고, 가죽 갑옷이 금속 갑옷보다 조용하기 때문에 은신을 위해서도 가죽 갑옷을 입는다는 설정이다.[12] 시스템적으로는 함정찾고, 자물쇠 따는 스킬 몽키인 로그가 전투력마저 전사와 같으면 밸런스가 무너지므로 로그의 갑옷에 제약을 둔 것이다. 따라서 로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죽갑옷으로 시작해서 가죽갑옷으로 끝나고 금속 갑옷은 끝까지 못입는다. 이렇듯 모험가가 가죽갑옷으로 시작해서 금속갑옷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개념은 원래 D&D에서는 없었다.[13]

모험가가 가죽갑옷부터 시작한다는 개념은 CRPG가 원조이다. 초창기 CRPG는 기술력과 용량의 한계로 TRPG같은 복잡한 설정을 넣기 힘들어 간단히 가죽갑옷이 가장 약한 갑옷이고 이를 금속 갑옷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초창기 crpg의 원조격인 울티마 1위저드리1이 그렇다. 그리고 이 방식을 일본 판타지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퀘스트에서 그대로 가져다 썼다.[14]

그래서 서양의 판타지에서는 D&D 영향으로 전사계열은 처음부터 금속갑옷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금속갑옷을 입고 가죽 갑옷은 로그 클래스의 전유물인 경우가 더 많지만, 일본의 판타지는 드래곤 퀘스트의 영향으로 애니메이션이고 게임이고 모험가는 가죽갑옷부터 시작한다는 개념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이다.

5.1. 스터디드 레더 아머

파일:studded-leather-armour.png

가죽 갑옷에 철못(stud)을 박아서 방어력을 보강한 갑옷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옷 아래 철판을 넣어 못으로 고정한 브리간딘이나 코트 오브 플레이트를 그림이나 조각을 통해 와전된 것이다. 역사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근대에 잘못 알려진 지식인데 D&D에서 이 설정을 사용하다 보니 후대의 많은 게임에서도 베껴서 사용하게 되었다.

[1] 나무 갑옷, 나무껍질이나 풀을 서로 엮어 만든 갑옷을 먼저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2] 그 일례로 디아블로 2가 있다. 익셉셔널 장비 중에선 데몬하이드 장갑/부츠/아머/새시(Demonhide Gloves/Boots/Armor/Sash). 그리고 엘리트 갑옷 웜하이드(Wyrmhide).[3] 그냥 햇볕에 말리면 가죽이 뒤틀릴 수 있다. 대시보드를 천연 가죽으로 마감한 고급 자동차가 관리 없이 햇볕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 유분이 말라 갈라지거나, 수축되어 수리하는 경우가 흔하다.[4] Cuir Bouilli, 삶은 가죽.[5] 응력 텐서의 각 항.[6] 점 응력.[7]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그냥 한 점을 찍어 꾹 눌렀을 때 가죽은 그 부분만 깊게 들어가고 금속은 그 주위가 광범위하게 조금씩 눌리는 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했다고 이해하자.[8]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전략가인 오기(전국시대)가 초나라 사람과의 대화에서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갑옷은 입어도 더위와 추위를 막을 수 없다."라고 말한 일화가 있다.[9] 천갑옷의 팔꿈치 부위 등.[10] 버클, 혁대, 끈 등.[11] 침낭, 가방, 조리기구, 수통, 부싯깃통, 횃불 10개, 10일치 식량 등이 들어있는 팩[12] D&D에서 보통 가장 싸고 약한 갑옷은 패디드 아머다. 누비갑옷은 5판 이전에는 제공하는 AC도 가죽 갑옷보다 낮았고, 5판에서는 가죽갑옷과 방어도는 같으나 은신에 페널티가 있다.[13] 3판 이후에는 갑옷의 민첩성 제약과 멀티 클래스 활성화로 로그가 금속 갑옷을 입거나 전사가 가죽 갑옷을 입기도 하지만 이는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14] DQ1에서는 ぬののふく(천옷) → かわのふく(가죽옷) → くさりかたびら(쇄자갑) → てつのよろい(철갑옷) → はがねのよろい(강철갑옷)순으로 업그레이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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