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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계란 한국의 전통 협동조직이다. 계회(契會) 또는 회(會)라고도 부른다. 계모임이라고도 한다.계는 상고 시대부터 있었으며, 사상 · 감정 · 생산 등 생활양식이 같은 분야에서 성립되어 모든 행사를 공동으로 도와주면서 서로 품앗이를 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이 풍습은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로 오면서 몇백 년 동안 여러 종류의 계모임이 조직되면서 민중 속에 자리잡았다.
현대에는 의미가 바뀌어 계모임에서 돈을 모아 주고받는 사금융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계모임에서 받는 돈을 '곗돈'이라고 한다.
2. 목적
돈이나 곡식 등을 얼마씩 거두어 그것을 여러 사람이 서로 이용한다. 상부상조, 친목, 공동이익 등의 품앗이를 해주는 관습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투기성의 목적을 띤 계도 많아졌다.일종의 품앗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은행은 커녕 자본주의와 신용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잉여 자산을 모아 비축하여 구성원들의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성원 내의 복지까지 해결하는 본능적인 자본주의 공동체의 실현 수단이 계였던 셈이다.
하나의 사회조직으로서 계의 형태·기능을 보는 것은 농촌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계의 성격에는 마을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어, 계의 형태와 기능의 변모는 농촌의 사회와 문화의 변질을 보는 데 좋은 지표가 된다. 옛날에는 마을 전체가 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계의 성격에는 다분히 지역적 연대와 전통주의 및 도의적인 성격이 농후하였다.
이들 계의 주요 기능은 농민들이 일시에 큰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을의 큰 행사나 문중행사·부락제·혼인·환갑·초상을 당할 때 계원끼리 물질적으로나 노력으로 상호부조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다.
꼭 계의 형태를 취하지 않더라도 첫돌과 혼인·환갑·장사·제사에는 가까운 친척과 친지, 마을사람들간에 돈과 음식·기념품·노동력 등을 증여의 형식으로 주고 받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한 협동생활은 도시보다 농촌에서 훨씬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공동체 의식도 더욱 공고하게 된다.
3. 오늘날
현재에도 한국 농촌에는 동계(洞契)와 종계(宗契)·산림계(山林契)·성황계(城隍契)·혼인계(婚姻契)·회갑계(回甲契)·위친계(爲親契)·상포계(喪布契), 기타 돈계와 오락 친목을 위한 여러 가지 계조직이 있다.현대에는 기존의 '계'가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 의미는 거의 모두 사라졌으나, 노동력을 상부상조하는 대신 소위 '곗돈'이라고 하는 현금화폐의 형태로 바뀌어 지속되고 있다. 강남에서는 수백억 단위의 계모임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고 계주가 잠적하는 바람에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4. 계모임의 원리
계원들이 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매달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 예를 들어 총원이 30명에 곗돈이 10만원인 계모임이 있다면, A를 제외한 나머지 29명이 각각 10만원씩을 거출해 첫번째 달에는 A에게 모두 준다.[1] 그러면 A는 290만원을 가진다. 두번째 달에는 또 B를 제외한 나머지 29명이 B에게 각각 10만원+α를 준다.[2] 이걸 계속 이어나가면서 곗돈을 굴리는 것. 뒤로 갈수록 이자를 얹어 주기 때문에 제일 마지막에 곗돈을 타는 사람은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를 벌 수 있다. 반대로 처음 곗돈을 타는 사람은 계원*회비보다 적은 돈을 갖게된다. 그 이유는 초반에 목돈을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이기 때문이다.[3]5. 장단점
5.1. 장점
먼저 타는 사람은 손쉽게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고, 나중에 타는 사람은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시스템. 자기 차례가 되면 목돈이 생기기 때문에 계모임을 흔하게 경험했던 50대 이상 장년층은 횡재했을 때 계탔다는 말을 쓰기도 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특정 시점에 현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럴 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제도이다.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급전이 필요한 사람과 돈 굴릴 데가 없는 사람 모두 윈윈할 수 있다.목돈 마련 목적 이외에도 이웃사촌간에 결속력을 높여주는 도구로도 사용되는데,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는 돈이 계모임에 묶여있기 때문에 공동체에 반하는 행동이나 무례한 짓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계모임에 들어가있으면 어찌되었든 한 달에 한 번은 서로 얼굴을 보기 때문에 친목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5.2. 단점
견물생심이라, 목돈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사고가 터지기도 쉽다. 계주(계모임을 관리하는 사람)나, 계원 중 나쁜 마음 먹은 사람이 그대로 돈을 들고 잠적했다는 썰은 흔할 지경이며, 특히 가장 많은 사례는 빠른 순번으로 돈을 받은 사람이 돈만 받고 그냥 튀는 경우. 이는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도망간 계주가 어찌나 많은지 관련 판례도 많아, 각종 법률 시험의 단골 출제유형이다.
교통이 발달하고 풍속이 각박해지면서 과거보다는 확실히 계모임 풍속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 곳곳에 친목계가 존재하며, 강남에서는 수백억원 규모의 계모임도 존재한다고 한다. 종종 강남의 수백억대 계가 깨지면서 뉴스거리가 되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서는 그 위험성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전자금융 시대가 되면서 아예 계모임 전용 통장을 지원하는 은행이 많아져 특정 한 두 명이 통장에서 거액을 인출해가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누군가 모임 통장에 손을 대면 그 즉시 다른 계원들도 이 사실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므로 수상한 흔적이나 위험성이 보이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한다.
먹튀를 하는 사람도 있다. 낙찰계를 운영하면서 21억원을 먹튀해 계원들에게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힌 60대 계주가 구속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6. 매체에서의 묘사
유독 아줌마들이 많이 하는 걸로 나온다. 보통 드라마에서 계모임하다가 누군가가사극 무인시대에서는 무신정권이 들어선 뒤로 무신들의 아내들끼리 계모임을 하다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부정축재라는 상소를 받아 계모임의 소속된 남편 무관들이 전부 붙잡히는데, 계주는 이의민의 부인이었고, 조원정, 석린, 이영진등의 이름난 무장들이라 조사 이후 흐지부지되어서 풀려났다. 물론 영문도 모르고 곤장을 맞았다가 진실을 알게된 무장들은 쩔쩔매는 아내들을 보고 집에 돌아가면 당장 갈라설 준비해!라고 엄포를 놓는다.
계모임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도 있는데, 제목이 '제트부인'이다.(당시 표기는 젯트부인) 1967년작 영화로 도금봉이 주연으로 원래 라디오 드라마가 원작이었으나 큰 인기를 끌어 영화로 만들어졌다.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볼 수 있다.[4][5]
7. 해외의 유사 사례
영어로 번역하기 힘든 한국 문화 관련 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해외에도 이런 식의 금융 협동조직은 엄연히 존재한다. 중화권의 후이(會), 베트남의 호이(Hụi), 일본의 타노모시코(頼母子講)[6], 류큐의 무에(模合), 남아공의 스토크벨(stokvel), 라틴아메리카권의 탄다스(tandas) 등이 그러하다. 물론 전통 사회에 오랜 기간 유지된 문화 요소인 만큼 기본 원리는 동일하더라도 구체적인 관습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러한 것을 통틀어 ROSCA(rotating savings and credit association)라고 부른다.7.1. 일본
옛 류큐 지방에서 비롯돼 본토로 전해진, 무에(模合)[7]라는 계모임이 있다. 형태는 한국의 계모임과 거의 똑같아서, 일정 그룹이 돈을 모으고 순서대로 그걸 받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단순히 개인 간의 모아이뿐만이 아니라 법인 간에도 이루어지며, 해당 지역 금융기관에서 아예 법인 간의 모아이를 위한 금융 상품마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문구점에서도 모아이 수첩(模合帳)이라는 걸 판매하기도 한다고.
한국처럼 사기 사건도 많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걸 들고 사라지는 등의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고. 앞서 말했듯이 법인 간에도 이루어지다보니, 개인파산을 넘어서 기업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간혹 있을 정도라고 한다.
7.2. 튀르키예
튀르키예에도 계가 존재하는데, 한국과 달리 금을 매개로 한다. 그 역사가 오스만 제국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상당히 오래된 전통으로, 금화를 고액화폐로 이용하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는데, 이후에 튀르키예가 지속적으로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이런 전통이 현대에 와서 다시금 보편화되었다.일반적으로 같은 마을이나 동네 아줌마들끼리 계를 결성하며, 생활비의 일부를 금화로 바꿔서 갖고있다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계원 한 사람의 집에서 튀르키예어로 알튼 귀뉘(Altın Günü, 금의 날)이라는 모임을 갖는데 이때는 케이크나 과자같이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정해진 액수의 금화를 집주인에게 몰아주는 식이다. 만약에 계원이 20명이라면 한 사람당 한번에 금화 20닢을 받고, 매달마다 금화 1닢씩을 곗돈으로 내는 형태다.
옛날부터 튀르키예에서는 아이가 새로 태어나거나, 학교를 졸업하거나, 군대를 제대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면 금화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기도 하거니와, 최근까지도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터라 돈을 은행에 넣기보다 금으로 바꿔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금화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일정하기 때문에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 금을 주고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계주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중간에 누군가가 곗돈만 먹고 계를 탈퇴할 경우를 대비해서 이런저런 조건을 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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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계모임의 모습과 곗돈으로 쓰는 금화의 모습.
금화의 종류는 1/4, 1/2, 1, 2.5, 5리라 5종류가 있는데, 2.5리라 이상의 금화는 워낙 고액이라 보기 힘들고 2015년 12월 1일 시세로 1/4 리라 금화가 162.37리라 (63,324원), 1/2 리라 금화가 324.74리라(126,648원), 1리라 금화가 648.21리라(253,296원)이다. 튀르키예의 금은방 어딜가든 이 금화를 취급하고, 튀르키예 정부의 이름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화폐로 운용도 가능하다. 참고로 금화는 22k 금으로 주조하며 1리라 금화의 무게가 6.5g 정도 된다.
[1] 이것을 곗돈을 '붓는다'고 한다.[2] 반대로 매달 똑같은 금액을 내지만 첫달에는 합계액보다 더 적은 금액을 가져가고 뒤로 갈수록 금액이 상승하는 형식도 있다. 어차피 같은 얘기지만.[3] 일종의 P2P대출이라 볼 수도 있다. 12명이 10만원으로 시작해 매달 +1천원씩 곗돈을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첫 사람은 연 5.5%로 대출을 받은 셈이고, 마지막 사람은 연 5.5%의 이자를 받은 셈이다.[4] 제트 부인은 제트기처럼 빠르다는 이유로 제트부인이다(등장인물의 설명에 의하면) 그러면서 오프닝이 시작되며 정말로 제트전투기가 날아간다.신나는 목소리로 제트부인 주제가가 불러지는데...[5] 내용은 제트부인이 계모임 계주를 하면서 돈을 모으지만 당시 시대관념상 유부녀가 돈을 너무 많이 만지면 안된다(극중 남편 대사로 나온다)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있어서 그러다가 사기나 각종 인간문제에 말려든다. 웃기게도 제트부인이 계주를 하는 이유는 되려 남편의 박봉 때문이었다. (그중에는 남편의 친구도 있다)그러다가 결국 갱생하여 계모임 관두고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김진규는 남편이고 김승호가 사기꾼으로 출연한다. 김승호는 후덕하고 인심좋은 아버지로 주로 나오던 배우였는데 여기서 연기변신을 한다.[6] 무진코(無尽講)라고도 한다.[7] 일본 본토에서는 '모아이'(もあい) 혹은 '모야이'(もやい)라고 한다.[8] 만화 원한해결 사무소의 오키나와 지부 에피소드에서 이 모아이 사기사건을 다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