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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04 01:42:38

계엄령(영화)

계엄령 (1972)
État de siège (프랑스어)
State of Siege (영어)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State_of_Siege.jpg
장르 정치 스릴러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
각본 프랑코 솔리나스(Franco Solinas)[1]
코스타 가브라스
제작 자끄 페렝
출연 이브 몽땅
음악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
개봉일 파일:독일 국기.svg 1972년 12월 30일
파일:프랑스 국기.svg 1973년 2월 8일
파일:미국 국기.svg 1973년 4월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1993년 5월 15일
상영 시간 121분

1. 개요2. 줄거리
2.1. 월요일2.2. 화요일2.3. 수요일2.4. 목요일2.5. 금요일2.6. 토요일2.7. 일요일
3. 역사적인 배경4. 평가5. 한국 개봉6.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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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이브 몽땅 주연의 1972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합작 영화이다. 영화 <Z(1969)>와 <생사의 고백(L'aveu, 1970)>에 이어서 코스타 가브라스와 이브 몽땅이 세 번째로 함께 만든 정치 영화다. 남미의 극좌 단체 활동과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 탄압 및 그 배후에 개입된 미국 정부의 책임에 대해 다룬다.

1970년 우루과이의 극좌 단체인 투파마로(Tupamaros)에 의해 미국인 댄 미트리온(Dan Mitrione)이 납치, 살해된 사건을 소재로 했다. 댄 미트리온은 미국 정부 산하의 국제개발처(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AID) 직원으로 우루과이에 파견되어 치안 자문역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미트리온이 우루과이 정부의 좌파 운동과 노조 탄압에 직접 관여하고, 고문암살 기술을 가르쳤다는 의혹이 있다. 우루과이를 배경으로 했지만 브라질 군사정권의 고문 실태 역시 다루어진다.

흥행성적은 프랑스에서 관람객 100만 명을 조금 넘기면서 1973년 흥행순위 35위를 차지했다(출처). 1972년 루이 들뤼크 상(Prix Louis-Delluc)을 수상했다. 유럽과 영미권에서는 코스타 가브라스의 초기작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아래 언급된대로 한동안 심의 때문에 수입이 막혔다가 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에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면서 유명해졌다.

2.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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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한 도시에서 군과 경찰이 교통을 전면 통제하고 삼엄한 검문, 검색을 펼치는 모습을 비추며 영화가 시작된다. 순찰차 한 대가 길가에 세워진 도난 차량에서 한 구의 시신을 찾아내고, 상황실을 통해 미국인 필립 마이클 산토레(이브 몽땅)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곧바로 국회가 소집되고, 좌익 정당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산토레를 위한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하는 안건이 통과된다. 주교좌 성당에서 치러진 산토레의 장례식에 정부 요인들과 경찰 인사들이 참석한 모습과 조문을 거부한 대학 학장과 교수들의 빈자리가 함께 보이면서, 산토레의 죽음을 둘러싼 정치적인 긴장과 대립을 암시한다. 대주교 역시 참석을 거부해서 교황청 대사가 장례미사를 대신 집전한다. 이후 영화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산토레가 납치된 날짜부터 그가 살해되기까지 일주일 간의 사건들을 따라간다.

2.1. 월요일

권총으로 무장한 좌익 게릴라 투파마로의 조직원들이 도시 곳곳에서 시민들의 차를 빼앗아 어디론가 몰고 간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총 앞에서도 크게 놀라지 않고 별 저항 없이 이들에게 순순히 차를 내어준다. 조직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이 자녀들을 학교로 보내고 출근하는 필립 마이클 산토레를 납치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총이 발사되어 산토레는 어깨에 관통상을 입는다. 나머지 두 그룹은 각각 브라질 영사와 미국 대사관 서기관을 납치하지만, 이 중 서기관을 납치한 그룹은 도로가 경찰에 의해 검문되는 것을 보고 서기관을 풀어준 뒤 도주한다. 마이클 산토레와 브라질 영사는 어느 저택 지하의 숨겨진 공간에 감금된다.

납치 직후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 브리핑이 열린다. 기자들이 정치범 석방을 노린 사건인지를 묻자 내무부 장관은 자국 내에 정치범은 존재하지 않으며 체포된 테러리스트들만이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납치가 투파마로의 소행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변인은 그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경고를 돌려준다. 이 자리에서 한 노기자(O. E. 하세)가 외교관도 아니고 평범한 미국 공무원일 뿐인 필립 마이클 산토레가 납치 대상이 된 것을 지적하며 그의 실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기자는 산토레의 근무처인 우루과이 주재 미국 국제개발처(AID) 사무소를 방문해 산토레에 대해 취재하다가, 그가 "통신 전문가"로 우루과이 경찰에서 일했으며, 우루과이에 오기 전에는 브라질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근무했음을 알게 된다.

은신처에 감금된 산토레는 신체적인 위협은 받지 않지만, 복면을 쓴 투파마로 조직원 위고(Hugo)에게 집요한 심문을 받는다. 위고는 녹음기를 켜고 산토레가 1964년 브라질 쿠데타에 조력자로 참가했고, 미국이 배후에서 쿠데타를 사주했다는 의혹을 추궁한다.[2] 또한 브라질 경찰에서 행해지는 고문과 산토레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캐묻는다. 여기서 그 유명한 전기고문 시연이 플래시백으로 삽입된다. 이 장면에서 브라질 국기가 걸린 강의실이 비춰지고, 알몸으로 의자에 묶인 남자를 상대로 교관이 성기, 유두, 구강, 눈 주위 등 민감한 부분에 전극을 갖다대며 경찰들에게 그 효과를 보여준다. 산토레는 자신은 교통, 통신 분야의 전문가일 뿐이라며 심문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위고는 산토레가 브라질 경찰 간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시하며 그의 허를 찌른다.

같이 납치된 브라질 영사도 다른 방에서 투파마로 조직원에게 심문을 받는다. 조직원은 우루과이 정부가 좌익 운동을 탄압하고 운동가들을 암살하는 것을 브라질 군사정권이 비밀리에 돕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사는 겁에 질려 이를 부인하지만, 조직원은 영사가 브라질의 보수단체인 "전통, 가족, 재산(Tradição, Família, Propriedade)"[3]의 회원임을 지적하면서, 그를 파시스트라고 비난한다.

심문이 끝나고 인질 둘만 남게 되자, 브라질 영사는 곧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산토레는 인질을 살해하는 건 투파마로의 방식이 아니며, 자신들의 신분과 감금 장소를 숨기기 위해 조직원들이 인질 앞에서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살려 보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면서 영사의 걱정을 물리친다. 같은 시각 군과 경찰은 비상 태세에 들어가 납치된 이들을 찾기 위해 도시 전역을 수색한다. 밤이 되자 은신처로 의사가 찾아와 산토레의 총상을 진찰한다. 투파마로 조직원들은 검문을 피하기 위해 산토레를 변장시키고 가짜 신분증을 만든 후, 마취시켜 구급차에 태운다. 대형 병원에 도착한 이들은 치료를 위해 산토레의 총상 부위를 엑스선 촬영하고 의료 처치를 한다.

2.2. 화요일

투파마로의 첫 성명서가 방송국에 전달되어 전파를 탄다. 투파마로는 인질들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언급하고, 이들이 "인민의 감옥(prison de populaire)"에서 심문받고 있음을 알린다. 하지만 요구 사항을 밝히는 대신 다음 성명만을 예고한다.

은신처에서 산토레에 대한 심문이 재개되어, 도미니카 내전에 미군이 개입한 직후 산토레가 브라질을 떠나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간 사실에 대해 추궁당한다. 위고는 미국 개입 후 들어선 친미 정권에서 산토레가 인권 탄압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토레는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자신은 공공 질서 회복을 위한 치안 자문을 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모두 부인한다.

2.3. 수요일

국회에서는 미국인인 산토레가 우루과이 경찰에서 일했던 사실을 두고 여야간 설전이 벌어진다. 여당 의원이 먼저 외국인을 자국 경찰 조직에 받아들인 정부의 책임을 따지자, 야당 의원이 이 말을 받아,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들(투파마로)"의 행동 덕분에 여당 의원까지 눈을 뜬 모양이라며 신랄하게 비꼰다. 야당 의원은 미국이 우루과이 경찰에 관여한 것은 이미 62년부터이며, 경찰 출신인 산토레가 오기 전에도 전임자인 전직 미군 특수부대원이 미국 대사관과 우루과이 경찰을 오가며 같은 일을 수행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야당 의원은 "원조"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남미 국가들의 내정에 개입해서 경제적 수탈을 행하는 것을 비난하고, 결국 회의장은 서로를 친미, 친소로 비난하는 여야간 싸움으로 난장판이 된다.

은신처에서 셋째날 심문이 시작되고, 산토레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넘어온 후 우루과이 경찰 내에서 수행한 임무에 대해 조사받는다. 우루과이 공안 경찰인 로페즈와 로메오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 받은 산토레는 그 두 명을 우루과이에 온 후 처음 알게 되었다고 답한다. 그러나, 위고는 그 전부터 이미 미국의 국제 경찰학교(international police academy)[4]에서 이들과 산토레가 알던 사이라는 사진 증거를 제시한다. 이 시점에서 산토레는 자신을 심문하는 조직원이 평범한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자신이 통신이 아닌 정보 전문가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다. 이들의 대화는 이념과 인간에 대한 견해로 옮겨가면서 날카로운 평행선을 그린다.

2.4. 목요일

투파마로는 두 번째 성명서를 통해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내건다. 이 조건은 즉각 내무부 장관의 성명에 의해 거부된다. 반면에 외무부 장관은 내무부 장관의 성명을 지지도 거부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대응 방침에 대한 정부 내의 갈등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장면은 대학교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대학생들로 넘어간다. 취재를 위해 학교를 찾아온 노기자는 경찰이 인질 수색을 위해 대학교에 진입하려는 것을 학장이 거부했다는 설명을 듣는다. 학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기자는 투파마로가 요구한 정치범 석방 요구가 헌법의 틀 안에서 가능한지 묻는다. 학장은 여야 양쪽에서 인기가 바닥인 현 대통령이 사임한 후, 새 대통령이 취임해 사면령을 내리고 의회가 이를 승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한 편 학장실 밖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던 학생들이 무력으로 진압당해 흩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교내 스피커로 체 게바라를 기리는 노래인 "아스타 시엠프레(Hasta Siempre, 그 때까지 영원히)"를 틀면서 경찰을 조롱한다.

도시 전체를 뒤지던 경찰이 투파마로의 은신처가 있는 저택에도 수색을 나오지만, 비밀 통로를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간다. 위고는 산토레에 대한 심문을 재개하고 고문기술 교육에 대해 캐묻기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플래시백으로 브라질 항공사를 통해 외교 화물로 전기고문 장비가 우루과이에 도착하는 장면이 비춰진다. 로페즈와 로메오, 그리고 다른 경찰 간부들은 새 장비로 약한 전기 충격을 주며 서로 장난을 친다. 장면은 국회로 넘어가서, 한 의원이 고문 실태에 대한 여야 합동 조사 위원회의 보고서를 낭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의원은 대학생과 노조 지도자들을 상대로 자국 내에서 광범위한 고문이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강하게 비난한다.

장면은 다시 투파마로의 은신처로 돌아오고, 위고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산토레가 선발한 우루과이 경찰들이 미국의 국제 경찰학교에서 배운 좌파 및 노조 탄압 공작에 대해 심문한다. 라울은 그 중 특히 폭발물에 의한 파괴 및 암살 기술을 설명하면서, 교육 받은 우루과이 경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한다. 여기서 교차 편집으로 경찰의 대학교 진입을 거부했던 학장의 집에서 같은 시각 폭탄이 터지고 부상자가 실려가는 모습이 비추어진다. 위고는 또한 미국 대사관과 연계되어 이권을 챙기고 있는 우루과이 내의 자생 파시스트 단체의 리더를 거론하고, 미국이 이 단체를 사주해 우루과이의 노조와 학생운동을 감시,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고는 산토레가 파시스트 단체 리더와 매주 사적으로 만나는 이유를 추궁하지만 산토레는 답변을 회피한다. 위고는 전직 경찰과 퇴역 군인들로 이루어진 비밀 암살조직에 대해서도 추문한다. 이 대목에서 다시 플래시백으로 암살조직이 의심가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연행해 살해하거나 길거리에서 저격총으로 암살하는 광경들을 보여준다.

위고는 나흘 간의 심문을 요약하듯, 산토레가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우루과이에서 경찰 조직을 직접 가르치고 지휘했으며,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발한다. 그러나 산토레는 투파마로는 단지 공산주의 파괴분자들일 뿐이며, 사회의 근간과 기독교 문명을 무너뜨리려는 자유 진영의 적이라고 답하며 차갑게 경멸한다. 위고와 산토레는 피차 더 이상의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데 동의하고 심문을 끝낸다. 자리를 뜨려는 위고에게, 산토레는 그들의 궁극적인 투쟁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 위고는 산토레 같은 인간이 필요 없는 세상이라고 답한다.

2.5. 금요일

투파마로의 세 번째 성명이 발표된다. 이들은 그 동안 심문으로 인질들이 죄상이 밝혀졌다며 그들의 혐의를 열거하고, 요구대로 모든 정치범이 석방되지 않을 경우, "정의를 실행할 것(justice sera faite)"을 선언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헌법을 수호할 것이며, 범죄자들을 석방하라는 위법적인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힌다.

2.6. 토요일

투파마로에 의해 미국인 농업 기술자가 추가로 납치된다. 인질 사태가 더 악화되면서, 대통령은 긴급히 내각회의를 소집해서 장관들을 불러모은다. 노기자는 내각회의의 결론이 대통령의 사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사임 기사를 작성한다. 그는 대통령의 이력에 별 볼일 없던 권투선수, 기자, 국회의원에 더해 이제 별 볼일 없던 전직 대통령이 추가되었다고 냉소한다.[5]

하지만 내각회의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 로페즈 경감이 지휘하는 경찰이 투파마로 수뇌부가 모이는 장소를 급습해서 위고를 포함한 주요 조직원들을 체포한다. 남은 조직원들은 급히 은신처의 인질 3명을 다른 장소로 옮긴다.[6] 투파마로의 네 번째 성명이 발표되고, 이들은 체포된 조직원들에 대한 고문이나 위해가 있을 경우 즉각적인 보복이 있을 것을 경고한다. 또한 정치범 석방 요구에 정부가 응답하지 않을 경우 24시간 후 산토레를 처형하겠다고 선언한다.

2.7. 일요일

체포된 위고를 대신해서 다른 조직원 에스테(Este)가 새로운 장소로 옮겨진 산토레 앞에 나타난다. 에스테는 종이와 펜을 주며 산토레에게 가족한테 편지를 쓰게 하고, 하루 뒤에 산토레가 처형될 것임을 알린다. 산토레는 자신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주면 미국 대사를 통해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에스테는 그 말에 동의하고 상황을 설명한다. 투파마로 동지들이 체포된 후 그 전까지 이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던 상황이 반전되었다. 대통령은 사임 계획을 백지로 돌리고, 내무부 장관은 납치 사태의 해결 실마리를 잡았음을 선언했다. 이에 대응해서 투파마로는 24시간의 최후 통첩을 보낸 상태였다. 에스테의 말을 들은 산토레는 곧 자신이 살아날 가능성이 없음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산토레가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좌익 토벌의 명분으로 유용한데다, 투파마로 쪽에서도 스스로의 최후통첩을 거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산토레는 미국 대사에게 편지를 쓰는 것을 포기하고 아내에게만 글을 남기기로 한다.

미국 대사가 우루과이 외무부 건물에 도착해서 장관과 만남을 갖는다. 대사와 장관은 회합 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 다른 장소로 떠난다. 외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배석한 내각회의에 참석한 후, 정치범 석방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기자들 앞에서 재확인한다. 미국 대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에게, 외무부 장관은 정부 결정에 어떤 외국의 개입도 없었음을 강변한다. 그러나 12시간 뒤 산토레가 처형된다는 노기자의 지적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밤이 되자, 에스테는 조직원들을 차례로 접선해서 산토레의 처형 여부에 대한 투표를 받는다. 투표는 다수결로 처형으로 결론이 난다.

영화는 다시 산토레의 장례식 시점으로 돌아온다. 장례를 치른 산토레의 시신은 비행기에 실려 미국으로 운구된다. 산토레의 후임자가 새로 우루과이 공항에 도착하고, 그를 주시하는 사람들의 눈을 클로즈업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3. 역사적인 배경

4.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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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도 75% 관객 점수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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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align=center><tablewidth=480><tablebgcolor=#fff,#191919><tablebordercolor=#fc0><bgcolor=#fc0> 파일:알로시네 화이트 로고.svg ||
전문가 별점 - / 5.0 관람객 별점 3.7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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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3.7 / 5.0



본작의 영화적인 평가는 감독의 전작 <Z(1969)>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낮은 점수를 준 평론가들은 주로 <Z(1969)>의 대중적인 스릴러 양식을 되풀이한 것을 비판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훨씬 진지하고 어둡지만, 의외의 곳에 소소한 유머가 삽입된 것도 <Z(1969)>와 비슷하다. 하지만 작품성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미국의 치부를 다루는 내용 때문에 같은 감독의 비슷한 시기 작품들에 비해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냉전시대에 남미에서 이루어진 미국의 쿠데타 사주, 내정 간섭, 좌익 탄압, 인권 유린 등을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에,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21세기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우파에서는 특히 댄 미트리온이 고문 기술자라는 의혹이 입증되지 않은 억측임을 주장하면서, 이 영화를 좌파 선전 영화로 간주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산토레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좌익 탄압 활동에 대해 추궁받으며, 고문 혐의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는 산토레가 무언가 실체를 감춘 인물임을 강하게 암시하지만, 그가 제기된 의혹들에 관여했음을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피한다. 예를 들어 산토레가 직접 사람을 고문하는 장면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우파의 비난과는 달리 영화가 댄 미트리온 개인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관점을 견지했다고 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특정한 한 사람을 고발하기보다, 그를 모델로 한 필립 마이클 산토레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미국의 위선과 남미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반인권적 정치 탄압을 고발하는데에 더 집중한다. 영화에서 다루어진 대로, 남미 국가에서 이루어진 다수의 군부 쿠데타를 미국이 사주하고 독재정권을 지원했다는 것과, 흔히 더러운 전쟁(Guerra suci)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좌파 탄압에 미국이 관여하거나 이를 묵인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남미 뿐 아니라 냉전시대에 CIA가 전세계의 친미독재정권에 납치, 고문, 암살, 부정선거, 여론조작 등의 더러운 기술을 전수한 것 역시 공공연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팔라비 왕조 시절 이란의 비밀경찰인 사바크(ساواک, SAVAK)가 CIA에서 훈련받았다는 의심이 만화 페르세폴리스에 언급된다.

이 영화는 악명 높은 아르헨티나칠레 독제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우루과이에서 일어난 납치 살해 사건을 다루면서도, 남미의 복잡한 정치 현실과 미국의 배후 역할을 사건 안에 압축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를 위해서 서사의 밀도가 대단히 높고, 빠르게 지나가는 정치적 맥락들을 이해해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우 지적인 스릴러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자주 비교되는 <Z(1969)>에 비해 대중성은 낮지만, 대신 더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를 능숙하게 다루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연출 면에서 정치적 상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전작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투파마로의 은신처에도, 대통령 집무실에도 걸려있는 우루과이의 독립 영웅 호세 아르티가스의 초상화는 극한의 이념 대립 시대에도 좌우 연대의 고리가 존재한다는 희망을 암시한다. 우루과이 대학생들이 스피커로 체 게바라를 기리는 노래 "아스타 시엠프레(Hasta Siempre)"를 트는 모습은 좌파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상징한다. 또한 투파마로가 차량을 빼앗는 장면에서 일반 시민들이 협조하는 모습, 은신처가 호화로운 저택에 숨겨져 있는 점, 에스테가 투표를 위해 각계각층의 조직원들을 만나는 장면 등을 통해 좌파 운동이 광범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파마로가 산토레를 비밀리에 이동시키면서 다름아닌 미국 대사관 차량으로 위장한 미국 차를 이용하는 장면은 미국의 남미 정책이 스스로를 옭아맨다는 풍자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는 특히 주시하는 눈을 자주 클로즈업하는데, 영화의 마지막도 산토레의 후임자를 감시하듯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확대하면서 끝난다.

고문 시연 장면에서 영화는 강의실에 걸린 브라질 국기를 똑똑히 보여주는데, 멀리서 한 번, 그리고 고문 당하는 사람 너머로 클로즈업으로 한 번 더 비춘다. 이 때 국기에 적힌 "질서와 진보"(포르투갈어: Ordem e Progresso)라는 표어가 선명히 잡힌다. 이 당시의 브라질 군사정권은 1985년까지도 존속했는데, 그러니까 감독인 코스타 가브라스는 남미에서 가장 큰 나라를 지배하던 군사정권이 서슬 퍼렇던 시절에 당당히 이들에게 엿을 먹인 것이다. 비범한 배짱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수입 허가까지의 우여곡절 때문에 잔혹한 고문 실태를 고발하는 잔인한 영화라는 소문이 퍼져있지만, 사실 영화에서 고문 장면은 30초도 되지 않는다. 특히 악명 높은 성기를 전기 고문하는 컷은 1초도 안되게 짧게 지나가고, 대부분은 고문 시연을 바라보는 경찰들의 표정을 비춘다. 충격적인 장면이기는 하지만, 상술되어 있듯이 이 영화는 자극적인 영상들을 담은 고발 영화가 아니고, 상당히 건조한 분위기의 정치영화다.

5. 한국 개봉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 시기인 1989년에 수입사인 팀포커스가 이 영화를 최초로 수입하려 했다. 같은 해에 코스타 가브라스의 또다른 금지영화였던 <Z(1969)>는 개봉이 허가되었지만, 본작은 극좌 게릴라가 인질을 잡고 정부와 대치하는 내용, 그리고 경찰의 고문 장면들이 "국내에서 공개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해 수입심의에서 막혔다(한겨레 기사). 암만 노태우 정부가 5공과 차별화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집권당은 민정당 그대로라 5공때 핵심인사 상당수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기는 매한가지였으니 공윤에서도 눈치를 본것이다. 이 시기는 1988 서울 올림픽의 분위기를 타고 그동안 금지되었던 외국영화들이 앞다투어 수입되던 때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수입이 불허되면서 오히려 영화가 더 유명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불과 4년 뒤인 1993년 김영삼문민정부가 출범한 이후 수입이 허가되어 개봉이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이전 정권과의 차이를 보여주려던 문민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다.

1993년에 한국에서 상영된 버전은 고문 장면 일부를 포함한 상당 분량이 삭제되었다. 이것은 이후 나온 비디오판에서도 동일하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인 극장식 강의실에서 알몸으로 묶인 사람을 상대로 전기고문 시연을 하는 장면에서, 성기에 전극을 가져다대는 컷이 삭제되었다. 그 외에 투파마로가 납치를 위해 시민들의 차량을 훔치거나 빼앗는 장면들, 그리고 필립 마이클 산토레가 납치 과정에서 입은 총상을 치료하기 위해 몰래 병원에서 엑스선을 찍는 대목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장면들도 편집됐다.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 해에 소설 <계엄령>(코스타 가브라스 지음, 이만재 옮김, 영웅, 1993)>도 출간되었다. 여기서는 대강당에서 남녀를 모두 벗겨서 실습하는 장면이 나온다.

6. 기타



[1] 알제리 전투(1966)의 각본을 맡았다.[2] 이 부분에서 쿠데타 직후 군부 주동자들에게 당시 린든 B. 존슨 미국 대통령과 뉴욕 대교구의 프랜시스 스펠만Francis Spellman 대주교가 축전을 보낸 것을 언급한다.[3] 브라질에서 결성된 기독교 보수단체. 21세기에 들어서도 남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미국 보수 기독교와도 연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카톨릭 종교 단체이지만, 실제로는 카톨릭의 개혁적인 변화에 거세게 반발하는 극우적 성향을 띤다.[4] 미국 국제개발처(AID) 산하 공중안전국(Office of Public Safety, OPS)에서 운영했던 교육기관. 자유진영 국가와 일부 제3세계 국가들에서 파견된 경찰 간부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했다(참고).[5] 당시 대통령이었던 호르헤 파체코(Jorge Pacheco Areco)는 실제로 전직 아마추어 권투선수였다(참고).[6] 이 장면에서 산토레는 미국 대사관 차량으로 위장한 1965년식 캐딜락 칼레(Calais)에 태워져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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